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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만추 – 월출산(산성대, 천황봉, 구정봉, 억새밭)
1. 산성치 너머 천황봉
영암의 월출산은 호남에서 가장 우뚝하여
천고의 명산에 수많은 옥잠이 늘어섰는데
손 뻗으면 금방 흰 구름에 닿을 만하여라
바다 하늘에 화엄누각이 솟은 듯하구려
靈巖月出大湖南
千古名山萬玉簪
稽手白雲彈一指
海天樓閣湧華嚴
―― 매천 황현(梅泉 黃玹, 1855~1910), 「월출산을 바라보다(望月出山)」
주1) 옥잠(玉簪)은 벽옥잠(碧玉簪)의 약칭으로, 본래는 벽옥으로 만든 비녀를 말하는데, 흔히 파랗게 빼어난
산봉우리를 비유한다.
주2) 화엄누각(華嚴樓閣)의 화엄은 본디 불교어(佛敎語)로는 화엄종(華嚴宗)의 대승경계(大乘境界) 또는 《화엄경
(華嚴經)》의 약칭으로도 쓰인다. 여기서는 단지 화려하고 장엄함을 이른 말로, 전하여 화엄누각은 곧 바닷가에 우뚝
솟아 있는 월출산(月出山)을 형용한 말로 쓰인 듯하다.
ⓒ 한국고전번역원 | 임정기 (역) | 2010
▶ 산행일시 : 2023년 11월 11일(토) 맑음
▶ 산행코스 : 산성대주차장,월출제1관문,산성대,광암터삼거리,통천문,천황봉,구정치,구정봉,미왕재 억새밭,
자연관찰순환로,도갑사,도갑사주차장
▶ 산행거리 : 10km
▶ 산행시간 : 5시간 13분(11 : 17 ~ 16 : 30)
▶ 교 통 편 : 대성산악회(18명) 버스 이용
▶ 구간별 시간
06 : 50 – 양재역 9번 출구 서초구민회관 앞
08 : 40 – 부여백제휴게소( ~ 09 : 00)
11 : 17 – 산성대 주차장, 산행시작
11 : 51 – 월출제1관
12 : 06 – 486m봉, 산성대
12 : 28 – 590m봉
12 : 45 – 광암터 삼거리
12 : 55 – 통천문
13 : 04 – 천황봉(天皇峯, △811m)
13 : 25 - 660m봉, 구멍바위, 점심( ~ 13 : 40)
13 : 55 – 구정치, ┫자 갈림길 안부
14 : 15 – 구정봉(九井峰, 711m), 휴식( ~ 14 : 23)
14 : 55 – 미왕재 억새밭
15 : 35 – 자연관찰순환로
16 : 02 – 도선국사비각, 미륵전
16 : 18 – 도갑사
16 : 30 – 도갑사 주차장, 산행종료
16 : 40 – 기찬랜드, 하산주 시간
18 : 00 – 버스출발
20 : 38 - 함평천지휴게소
21 : 25 - 안성휴게소
22 : 10 – 양재역
2. 월출산 지도(영진지도, 1/50,000)
▶ 천황봉(天皇峯, △811m)
“굳이 맥을 짚자면, 지리산까지 뻗어온 소백산맥의 잔맥이 그 여세를 몰아 남서로 뻗히면서 승주의 봉두산(753m),
모후산(919m) 그리고 조계산(884m)을 일구고, 그 끝머리에 이 월출산과 두륜산을 앉힌 다음 바다로 숨어드는 것이
된다. 그러나 둘레 100리 안에 연줄이 닿을만한 산이라곤 없는 외톨이로 동서남북 어디서나 뚜렷하게, 그야말로 돌
올하게, 흔히 말하는 창날을 세워놓은 듯이 삼엄하게 솟아 있는 독립산이 월출산(812.7m)이다.”
김장호의 『韓國名山記』(1993) ‘월출산’에 대한 서두이다. 그래서다. 월출산처럼 특히 주봉인 천황봉의 경우, 사방에
서 그 모습을 바라볼 수 있고 어느 방향에서나 창날을 세워놓은 듯이 삼엄하게 솟은 모습인데, 이런 멋진 모습은
우리나라 다른 어떤 산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균형 잡힌 정규분포 곡선의 모습인 점봉산이나 추읍산도 어느 방향
에서는 퉁명스러운 전혀 다른 산의 모습으로 보이듯이 대부분의 산들이 그러하다.
서울에서 월출산을 가기가 그리 쉽지 않다. 고작 5시간 산행을 하려고 오고가는 길바닥에 10시간 가까이 깔아야 한
다. 물론 절경을 볼 수 있다면 천만리인들 멀다고 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월출산은 당일 산행으로는 너무 빡빡하고,
무박산행으로는 어중간하다. 대부분의 안내산악회 무박인 경우, 천황사에서 도갑사 또는 산성대에서 도갑사까지로
하며, 산행시간을 7시간 주지만 5시간이면 넉넉한 10km정도 되는 거리다. 무박산행을 하려면 좀 더 늘려 잡아 월각
산, 별뫼산, 가학산까지 연결하면 좋겠지만 그러면 선뜻 가겠다는 사람이 별로 없다. 흥행이 되지 않는다.
지금 마나슬루 트레킹 중인 수영 님과 곰발톱 님이 단톡방에 보내온 현지 사진을 보면 한없이 부럽기만 하지만,
수영 님의 소회가 뜻밖이고, 한편 이해가 가고. 우리 산이 더욱 예뻐 보인다.
“10여일 이런 폭포만 보고 있으니, 이게 물 폭탄이지 폭포야 라는 생각이 절로 들고, 가도 가도 산이 너무 높고 우러
러 봐야 하니 고개가 아파 한국의 산이 그리워지네요. 아기자기한 한국의 산이 더 이뻐요. 한 번으로 족함. 너무 압
도적이어서 조용히 쉬어 가라하고, 나중에는 그게 그거여서 별 관심이 없음. 또 생각날지 모르지만.”
18명 많지 않은 산행인원을 두 팀으로 나눈다. 비탐팀 6명은 노적봉 릿지로 호동 마을에서 범바위, 노적봉, 시리봉
으로 진행하고, 정탐팀 12명은 산성대 주차장에서 산성대, 천황봉, 구정봉, 용암사지(최근에 개방되었다고 한다)로
진행한다. 나는 정탐팀에서 약간 변형하였다. 구정봉에서 도갑사로 가서 날머리인 ‘기찬랜드’로는 택시로 가기로
했다. 비탐팀의 노적봉 릿지는 짜릿한 손맛은 보겠지만, 조망과 산행거리에 있어서는 정탐팀이 더 낫지 않겠는가
해서다.
산성대 산행코스는 사전탐방예약을 했어야 했다. 몰랐다. 그렇지만 초소에서 지키고 있는 국공이 통과시켜주겠다면
서 인적사항을 신고하고 가시라 한다. 사전탐방예약은 모래인 13일(월)까지라고 한다. 이 산성대 코스는 2015년
10월에 개방하였고, 그 이후 불특정한 기간에 생태계 건강성 확보를 위해 탐방로 예약제를 시행하고 있다.
3. 산성대 능선 동쪽 맞은편 지능선
5. 노적봉
6. 멀리 가운데는 가지산(?)
7. 멀리 가운데는 무등산
8. 산성대에서 이어지는 천황봉, 앞의 암릉을 지나는 게 자랑이다
9. 멀리 가운데 오른쪽은 구정봉
10. 천황봉
11. 산성대 능선 590m봉
12. 뒤가 노적봉 능선
13. 멀리 왼쪽이 가지산(?)
11시가 넘은 한낮이다. 서둔다. 배낭끈 조이고 스틱 고쳐 잡고 경주하듯 뛰쳐나간다. 계단 길 이어 가파른 돌길이라
얼마 못가 헉헉거리고 만다. 오늘 새벽 서울 기온은 영하 3도까지 내려갔다. 이곳은 남쪽이라 따뜻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산중이라 오히려 더 춥다. 초동만추다. 겨울모드 옷차림했다. 그래도 가쁜 숨에 깊이 들여 마시는 찬
공기가 목에 걸려 캑캑거린다. 바위 슬랩 오르면서 붙잡는 핸드레일에 살얼음이 언 기색을 느낀다.
월출산은 숱한 지능선 그 자락부터 가경이다. 바로 왼쪽 지능선의 기기묘묘한 귀뜰바위와 이어지는 암릉이 눈길을
사로잡는가 하면, 오른쪽 멀찍이 시리봉과 노적봉 릿지가 괜히 손바닥에 땀이 괴게 한다. 거기서 여기를 보면 여기
도 그러할 것. 30분 남짓 올라 월출제일관(月出第一關)이다. 월출산을 오르는 첫 번째 입구 또는 월출산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로 산성대 봉화시설을 통제하는 성문으로 ‘문바위’라고도 불렀다 한다.
점입가경이다. 골 건너 석림(石林)이 보면 볼수록 묘하고 산성치 너머로 천황봉이 그 위엄한 모습을 살짝 드러낸
다. 멀리 첩첩 산 끄트머리는 가지산 연릉이다. 한 피치 더 오르면 벌판을 에워싼 산릉 너머 너머로 우뚝 솟은 산은
호남의 맹주인 무등산이다. 반갑다. 오래 눈인사한다. 그러다 산성대 올라서면 천황봉의 뒷모습이 늠연하여 아! 하
는 외마디 소리를 절로 내지르게 한다. 그 좌우로 도열한 침봉은 차라리 사소하다.
산성대 지나 약간 내렸다가 암릉 덮은 데크계단을 오르내린다. 계단마다 걸음마다 경점이다. 고인돌 바위 올라서면
광암터 삼거리로 이어지는 천황봉을 둘러싼 암릉이 현란하거니와 거기를 간다는 게 자랑이다. 나는 여기를 산성대
제1경이라고 본다. 만추의 잿빛이 오히려 휘광이다. 광암터 삼거리까지가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이다. 걸음걸음
아껴 걷는다. 전후좌우로 현란한 경치가 펼쳐진다. 육형제바위는 각각 봉봉을 무수히 거느려 가히 침봉의 제국이라
할만하다.
광암터 삼거리. 육형제바위와 장군봉, 바람골, 사자봉 등을 내려다보는 경점이다. 멀리 무등산이 의연하다. 오가는
많은 등산객들과 마주친다. 등로가 널찍하여 교행하여 지나지만 그 위 통천문은 오는 사람 가는 사람 길게 줄서서
기다리며 교대로 지난다. 천황봉 0.3km. 곧추선 데크계단 오르막이다. 큰 숨 한 번 들이쉬고 박차 오른다. 천황봉,
만원이다. 정상 표지석과 인증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섰고 그 주변의 공터마다 빼곡하니 들어찼다.
내 점심자리 펼 데가 없다. 여러 사람들에게 한 걸음만 비켜달라고 사정하여 삼각점(영암 26, 1990 재설)을 들여다
보고 나서, 사방 둘러 가없는 경치를 카메라에 꾹꾹 눌러 담고 내린다.
매월당 김시습(梅月堂 金時習, 1435~1493)도 월출산을 올랐을까? 그의 시구는 후인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南州唯一畵中山 남쪽에 제일가는 그림 같은 산이 있으니
月出靑天出此間 청천에 솟아 있는 월출산이 여기로다
14. 가운데가 사자봉
15. 육형제바위
17. 산성대 능선 590m봉
19. 육형제바위
20. 산성대 능선 590m봉 북동 지능선
21. 멀리 가운데는 무등산
22. 육형제바위
23. 가운데 왼쪽이 사자봉
24. 가운데가 달구봉(673m)
▶ 구정봉(九井峰, 711m)
조선 후기 실학자인 존재 위백규(存齋 魏伯珪, 1727~1798)는 호남의 여러 산을 올랐으며, 이곳 월출산에도 올라 시
를 남겼다. 그의 「월출산에 올라(登月出山)」이라는 시다. 시구의 옥청(玉淸)은 도교에서 신선이 산다는 삼청(三淸,
옥청, 상청, 태청)의 하나로 상제(上帝)가 있는 곳이라고 한다.
숲을 뚫고 멀리서 절간의 종소리 들려오는데
지팡이 가는 대로 한 층 한 층 단애로 오르네
바닷가의 구름과 안개는 큰 골짜기에 잠겼고
옥청의 별과 달은 깊은 소나무에 묵고 있네
조화옹은 수천 년 시간을 어렵게 지내 왔지만
나그네는 만장봉을 가볍게 올라 보네
도처의 기이한 바위는 오히려 가소로울 뿐
이름 따라 억지로 불승의 모습 지어 본다
穿林遙趁上方鐘
步步層崖信短筇
海國烟雲藏大壑
玉淸星月宿深松
化工艱閱三元刦
遊客輕登萬丈峯
到處奇巖還可笑
隨名强作佛僧容
ⓒ 전주대학교 한국고전학연구소ㆍ한국고전문화연구원 | 강동석 오항녕 (공역) | 2013
천황봉 서릉을 내린다. 가파른 내리막 데크계단의 연속이다. 아까와는 다른 경치가 펼쳐진다. 첩첩산 너머로 방향이
서로 다른 제암산, 두륜산까지 시야가 트인다. 내리막이 잠시 주춤한 660m봉이다. 오른쪽 지능선으로 약간 비켜 늦
은 점심밥 먹는다. 오늘 산행의 첫 휴식이기도 하다. 눈 아래 거침없이 펼쳐지는 가경이 한 반찬 한다.
돼지바위, 남근바위 자세히 들여다보며 내린다. 고개 들면 향로봉 좌우 능선이 장성으로 그 너머는 다른 세상이다.
데크전망대 지나 바닥 친 안부는 ┫자 갈림길 구정치다. 여기서 바라보는 구정봉 동벽을 장군바위라고 한다. 안내판
사진으로는 영락없이 투구를 쓴 장군의 모습이다. 오르막 도중에 보는 향로봉 동릉 암반 위에 위태롭게 놓인 바위는
중국 황산의 이름난 비래석(飛來石)을 똑 닮았다. 데크계단 길게 오르고 오른쪽 사면 돌아 베틀바위 들여다본다. 굴
의 깊이가 10m로 꽤 깊다. 그 안쪽 바닥에 고인 음수(陰水)는 얼었다.
핸드레일 잡아 슬랩 오른 다음 암반 그 너머로 내렸다가 통천문 지나서 슬랩 돌아오르면 구정봉 정상이다. 찬바람이
세게 불어 널찍한 암반이 서성이기에는 비좁다. 구정도 얼었다. 굳이 영암(靈巖)을 찾지 않는다. 북쪽 암봉들이 다
영암(靈巖)으로 보인다. 이 구정봉 0.5km 아래 마애여래좌상은 들르지 않는다. 지난봄에 친견하였다. 향로봉은
오를까말까 망설인다. 오르지 않을 이유를 만든다. 그 산죽 숲 소로를 출입금지 금줄을 둘러서 막았고, 향로봉 북쪽
슬랩은 군데군데 빙판이다. 거기 오른다 해서 여태와 다른 경치가 펼쳐질 것 같지 않다. 그리고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도 따가울 터이다. 하여 그냥 간다.
향로봉 오른쪽 자락을 길게 돌아 그 서릉을 내린다. 완만하고 부드러운 내리막이다. 고개 들면 산 첩첩이다. 이쯤이
별뫼산이고 그 오른쪽 뒤가 가학산일 것. 미왕재 억새밭이 한달음이다. 억새꽃은 모두 흩어지고 대궁만 남았다.
오룩스맵은 노적봉이나 도갑산 가는 길을 유혹한다. 두 곳 다 비탐구간이다. 노적봉은 암릉이 겁나고, 도갑산은
인적이 흐릿하여 잔뜩 우거진 풀숲을 한참 헤쳐야 할 것 같다. 약해졌다. 세월의 무게가 버거워서다. 잘난 등로 따라
곧장 내린다.
25. 천황봉 남동쪽 땅끝기맥
27. 멀리 가운데는 향로봉, 그 오른쪽 뒤는 주지봉(493m)
28. 뒤쪽이 노적봉
29. 앞은 향로봉 남릉, 멀리는 제암산(?)
30. 천황봉 서릉
31. 향로봉 남릉, 그 뒤는 월각산, 별뫼산
32. 향로봉 남릉
33. 왼쪽이 구정봉 장군바위
34. 구정봉 장군바위
35. 향로봉 남릉, 가운데 바위는 중국 황산의 비래석을 닮았다
▶ 도갑사(道岬寺)
데크로드 지나고 가파른 돌길 내리막이다. 가을이 잠시 머물다 간 자리가 쓸쓸하다. 골짜기에 내려 등로는 수그러든
다. 산자락 굽이굽이 돌아내린다. ‘출입금지’ 표지가 달린 데는 몰래 노적봉을 오르내린 흔적이 보인다. 도갑사
0.6km를 남겨두고 오른쪽 사면을 오르는 소로는 자연관찰순환로다. 그리로 간다. 왕대 숲이 나온다. 하늘 가린
울창한 왕대 숲이다. 0.2km 정도 올랐을까, 더는 갈 수 없도록 막았다. 이리로도 노적봉을 간다.
완만한 사면을 돌아내린다. 도갑사 가는 주등로와 만나는 쉼터에서 배낭 벗어놓고 목 축이는데, 배낭을 메고 등산화
신은 스님 한 분이 나에게 수인사 합장하고는(이런 때는 나도 합장한다) 내가 내려온 길을 거슬러 오른다. 어디로
가는 걸까? 구태여 미왕재를 간다면 자연관찰순환로로 돌아갈 리가 없고, 이 늦은 시간에 노적봉을 오를 리 또한 없
다. 지도를 자세히 살피니 노적봉 아래 상견성암(上見性庵)이 있다. 그 암자에 감에 틀림없다.
도선국사비각(道詵國師碑閣)을 들른다. 영암도갑사도선국사수미선사비(靈巖道岬寺道詵國師守眉禪師碑)를 모신
건물이다. 이 비는 1653년에 건립된 보물 제1395호라고 한다. 원래 비문은 탁본도 전문을 알아보기 어려운데 지금
의 비문은 선명하여 모조품이 아닌가 한다. ‘月出山靈巖道岬寺道詵國師守眉大禪師碑銘 幷序’라는 제하에,
“금산에 사찰을 건립함으로서 숭두타라는 그의 이름을 길이 남겼으며, 강물에 떠내려 온 오이는 도리어 도선국사의
이름을 널리 전하게 되었다(夫以金山建刹永崇頭陀之名河水浮盃猶傳和尙之號矧乎)”로 시작하여 “글자 새긴 비문
이야 있든 없든 도선국사 크신 업적 손익이 없네. 무상광음 흐를수록 더욱 높아서 천만겁이 지나도 옛이 아니네(碑
無碑有何損何益 久而愈尊今復如昔)”라고 끝을 맺는다.
오솔길 지나 미륵전도 들른다. 미륵전은 석조여래좌상을 봉안하였다. 보물 제89호다. “다소 경직되고 형식화된
수법을 보여주지만 얼굴 표정에서 훈훈한 정감을 느끼게 하는 불상이다.”라는 전문가의 눈을 빌려 친견한다. 색이
무애자재하신/세상을 구제하시는 대비자(色無礙自在/救世大悲者). 미륵전의 주련 일부다. 미륵전을 나오면 계류를
용화교(龍華橋)로 건넌다. 이곳에는 아직 가을이 미련이 남았다.
용화교 아래에 용수폭포(龍水瀑布)가 있다. 용수폭포의 전체 모습을 보려면 목책 넘고 비탈진 잡석 사면을 내려
계곡으로 내려가야 한다. 배낭 벗어놓고 보러간다. 내가 월출산에서 보는 유일한 폭포다. 수심 2m, 수폭 5m라는
폭포가 가을이어서 가늘어졌다. 이어 산신각 지나고 천불전(千佛殿)을 살핀다. 천불전 현판은 뜻밖에도 내 중학교
은사이신 장전 하남호(長田 河南鎬.1926~2007) 선생님의 글씨이다. 마치 은사님을 뵙는 듯 반갑다.
대웅보전 둘러보고 광제루(廣濟樓)를 지난다. 광제루의 주련이 이 가을 풍경이다.
嵬巍落落赤裸裸 낙엽 진 올올한 산속 모두가 벗었구나
獨步乾坤誰伴我 홀로 가는 이 세상 누구와 같이 가리
若也山中逢子期 산중에서 그대를 만나고자 한다면
豈將黃葉下山下 낙엽 지는 이 가을에 어찌 하산하지 않으리
이어 국보 제50호인 해탈문(解脫門)을 나선다. ‘解脫門’의 멋진 필치가 곧 해탈이 아닐까 한다. 해거름이라 더욱
고즈넉한 산사다. 일주문을 나와 환속한다. 일주문 문설주 주련이 여러 생각을 붙든다. 歷千劫而不古/亘萬歲而長今
(천겁을 지나도 옛이 아니고/만세에 뻗어 있으되 늘 지금이라).
36. 천황봉
37. 가운데는 강진 월남저수지
38. 구정봉 구정 중 가장 큰 우물
39. 향로봉
40. 오른쪽 멀리는 용두산
41. 향로봉 서릉
42. 앞에서부터 월각산, 별뫼산, 가학산, 멀리는 두륜산
43.1. 오른쪽이 미륵전 가는 길
43.2. 미륵전 앞 용화교(龍華橋)
44. 용수폭포
45. 기찬랜드 국화축제, 너는 꽃을 쳐다보고/나는 그런 널 쳐다보고
첫댓글 역시 월출산입니다. 압권입니다. 저는 카레라가 망가져 찍은 사진을 다 버렸습니다.^^
카메라가 망가지다니.
무척 아쉬운 일입니다.
백업용으로 스마트 폰을 잘 활용해야겠더라고요,
석화성이 따로 없네요...좋은 날씨덕에 눈을 정화하고 오셨네요. 멋집니다^^
그래도 천황봉에 올라 운해를 볼 기회를 잡지 못해 헛걸음한 기분입니다.
가을 월출산이 눈을 호강시키네요.
구경 잘 했습니다.
백작 님께서 직접 가서 보시면 훨씬 더 멋질 겁니다.^^
산성대능선을 당일로도 가는군요
무박이라 신경껐는데 ㅠ
월출산에 무박은 노적봉 릿지와 산성대 능선을 엮는 게 무난할 것 같더라고요.^^
@악수 글케는 안하는ㅈ걸로 압니다
@캐이 저도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하면 될 텐데요.^^
@악수 원래 무박으로 알고 있었는데, 왜 당일로 바꾸었데요?
@메아리(김남연) 산성대에서 도갑사까지 또는 노적봉 릿지, 시리봉 코스를 정탐팀과 비탐팀으로 나누어 무박하려고 했는데 너무 짧아서 당일로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