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물(阿堵物)
이 물건이라는 뜻으로, 돈을 달리 가리키는 말이다.
阿 : 언덕 아(阝-5)
堵 : 담 도(土-9)
物 : 물건 물(牛-4)
돈을 싫어하는 사람이 없을 텐데 멀리 하고 초연하게 살면 우러름을 받는다. 돈에 관한 격언을 보면 모든 악의 근원이라거나 비애와 번뇌의 시초라며 대부분 멀리하라고 가르친다.
물론 '돈은 사나운 주인이요, 훌륭한 종이다'라고 하며 이중성을 말하거나 '무거운 지갑은 마음을 가볍게 한다'고 긍정적인 표현도 간혹 있기는 하다.
우리의 조상들도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錢可通神/ 전가통신)'는 말로 돈의 위력을 알고 있었지만, 입으로 돈을 말하지 않는 것(口不言錢/ 구불언전)이 양반의 도리라고 했다. 돈에 얽매이지 말라는 교훈으로 받아들이면 되겠다.
돈의 이칭으로 '이 물건(阿堵物)'이란 뜻의 이 성어도 돈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않은 중국 왕연(王衍)이란 사람의 일화에서 비롯됐다.
위진(魏晉)시대 진(晉)나라 사람인 왕연은 자가 이보(夷甫)로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한 사람인 왕융(王戎)의 사촌이었다.
그도 당시 귀족사회에서 유행하던 淸談(청담)에 몰두했는데 이는 오랜 국정 혼란으로 유가 대신 老莊(노장)사상에 심취해 세속적 가치를 초월한 생활을 추구한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재능이 뛰어났던 왕연은 속된 것을 싫어하는 고고한 사람이라 돈이라는 말을 한 번도 입에 올린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의 부인 郭氏(곽씨)는 남편과 달리 이재에 밝은 사람이었다. 하루는 돈을 싫어하는 남편에게 돈이라는 말이 나오게 만들기 위해 잠든 사이 여종을 시켜 침상 주위에 동전을 가득 쌓아두게 했다.
새벽에 잠에서 깨어난 왕연은 돈에 막혀 나갈 수가 없자 여종을 불러 말했다. '어서 이것들을 모두 치우도록 해라(擧卻阿堵物/ 거각아도물)!'
아도(阿堵)는 육조(六朝)시대의 구어로 '이', 또는 '이것'의 뜻이라는데 왕연의 이 일화 이후 돈의 별칭이 되었다.
세설신어(世說新語)의 규잠(規箴)편과 진서(晉書) 왕연전에 전하는 이야기다.
아도물(阿堵物)
아도물(阿堵物)은 장애물이란 뜻으로, 돈을 가리킨다.
진(晉)나라 때 왕연(王衍)이란 선비는 유명한 죽림칠현(竹林七賢) 가운데 한 사람인 왕융(王戎)의 사촌인데, 그도 역시 왕융처럼 벼슬을 마다하고 청담이나 즐기면서 세상으로부터 한 발짝 물러나 유유자적하게 살았다.
그런 왕연이건만, 자기 아내한테만은 꽉 잡혀서 오금을 펴지 못하고 살았다. 그의 아내는 성격이 괄괄하고 드세며 욕심이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아무런 능력이 없는 남편한테 일쑤 불평과 잔소리를 퍼부었고, 악착같이 돈을 벌어 남편도 모르는 재산이 제법 있었다.
아내의 공박에 당할 대로 당하다가 왕연이 겨우 한다는 소리는 고작 이런 것이었다. “임자, 나만 임자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줄 아오? 내 친구 이양(李陽) 역시 임자가 이러는 것을 지나치다고 보고 있다오.”
이양은 유주(幽州) 자사를 지낸, 왕융과는 한 고향 출신의 친구였다. 그 이양은 친구가 아내한테 기죽어 사는 것을 늘 못마땅하고 안타깝게 생각해 친구 아내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친구한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자넨 성품이 너무 유해서 탈이야. 그러니까 가장(家長)의 권위도 못 찾아먹지. 언제든 한번 내가 자네 집에 갔을 때 아주머니를 긁어 성질을 부리도록 충동질해 보게. 내가 아주 호통을 쳐서 다신 자네한테 못 그러도록 만들 테니.”
왕연의 아내도 이양이 자기를 벼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의 이름이 남편 입에서 나오면 슬그머니 기를 죽이곤 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건 하루 이틀이지 남편이란 사람이 평생 가도록 먹고 사는 문제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 같자, 그녀는 남편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능력이 안 되니까 초연한 척하는 게지. 아무러면 돈도 모를까.’
이렇게 생각한 아내는 남편이 깊이 잠든 사이에 침대 둘레에다 돈을 빙 둘러 뿌려 놓아 거기 발을 딛지 않고는 못 나오도록 해 놓았다.
이윽고 잠에서 깨어난 왕연은 침대에서 나오려고 하다가 깜짝 놀랐다. 그리고는 밖을 향해 다급한 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임자, 이 ‘장애물[阿堵物(아도물)]’ 좀 치워 주오!”
▶ 阿(언덕 아, 호칭 옥)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좌부변(阝=阜; 언덕)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휘어 구부러지다의 뜻을 나타내기 위한 可(가, 아)로 이루어졌다. 山(산)의 굽은 곳 또는 언덕의 뜻을 나타내고, 倚(의; 추종의 뜻)와 통하여 아부하다의 뜻으로도 쓰인다. 그래서 阿(아, 옥)는 (1)성(姓)의 하나 (2)아프리카 주 등의 뜻으로 ①언덕, 고개, 구릉 ②물가(물이 있는 곳의 가장자리) ③대답하는 소리 ④모퉁이 ⑤기슭 ⑥집, 가옥(家屋) ⑦처마(지붕이 도리 밖으로 내민 부분), 차양(遮陽: 처마 끝에 덧붙이는 좁은 지붕) ⑧마룻대(용마루 밑에 서까래가 걸리게 된 도리) ⑨부드럽고 아름다운 모양 ⑩의지하다 ⑪두둔하다, 편들다 ⑫아름답다 ⑬알랑거리다, 영합하다 ⑭한쪽이 높다 그리고 호칭 옥의 경우는 ⓐ호칭(呼稱)(옥)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언덕 구(丘), 언덕 애(厓), 언덕 원(原), 언덕 구(坵), 언덕 파(坡), 언덕 강(堈), 밭두둑 롱(壟), 언덕 안(岸), 언덕 치(峙), 언덕 강(崗), 언덕 애(崖), 언덕 구(邱), 언덕 판(阪), 언덕 릉(陵), 언덕 고(皐), 언덕 부(阜)이다. 용례로는 한쪽이 높은 언덕을 아구(阿丘), 세상에 아첨함을 아세(阿世), 딸이나 또는 여자를 아녀(阿女), 쇠가죽을 진하게 고아 굳힌 것을 아교(阿膠), 남의 마음에 들려고 간사를 부려 비위를 맞추어 알랑거리는 짓을 아첨(阿諂), 돈을 달리 이르는 말을 아도물(阿賭物), 여인이 남편이나 애인을 친근하게 일컫는 애칭을 아랑(阿郞), 자기의 아버지를 아옹(阿翁), 비위를 맞추며 순종함을 아순(阿順), 너그럽게 용서하거나 용납함을 아용(阿容), 남의 환심을 사기 위하여 아첨하고 두둔함을 아호(阿護), 몹시 아플 때에 내는 소리를 아포(阿謈), 나이가 어린 사람을 이르는 말을 아해(阿孩), 알랑거림을 영아(迎阿), 아첨함을 의아(依阿), 큰 집이라는 뜻으로 국가를 상징하여 이르는 말을 대아(大阿), 며느리를 부아(婦阿), 골짜기의 굽은 곳을 간아(澗阿), 남에게 잘 보이려고 구차스럽게 아첨함을 아유구용(阿諛苟容), 자기의 주견이 없이 남의 말에 아부하며 동조함을 아부뇌동(阿附雷同), 전란이나 그밖의 일로 인하여 큰 혼란 상태에 빠진 곳을 아수라장(阿修羅場), 아비지옥과 규환지옥이라는 아비규환(阿鼻叫喚) 등에 쓰인다.
▶ 堵(담 도, 강 이름 자)는 형성문자로 陼(도)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흙 토(土; 흙)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者(자)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堵(도, 자)는 ①담, 담장 ②거처(居處), 담의 안 ③악기(樂器)를 다는 틀 ④이것, 저것 ⑤막다, 틀어막다 ⑥편안(便安)히 살다, 그리고 ⓐ강(江)의 이름(자) ⓑ산(山)의 이름(자)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담 원(垣), 담 용(墉), 담 장(墻)이다. 용례로는 집의 둘레나 일정한 공간을 둘러막기 위하여 흙이나 돌이나 벽돌 따위로 쌓아 올린 것을 도장(堵牆), 많은 사람들이 죽 늘어섬 또는 그 늘어선 대열을 도열(堵列), 사는 곳에서 평안히 지냄 또는 마음을 놓음을 안도(安堵), 논밭과 집터를 전도(田堵), 평안한 느낌이나 안심한 느낌을 안도감(安堵感) 등에 쓰인다.
▶ 物(물건 물)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소 우(牛=牜; 소)部와 음(音)을 나타내며勿(물)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만물을 대표하는 것으로 소(牛)를 지목하여 만물을 뜻한다. 勿(물)은 旗(기), 천자(天子)나 대장의 기는 아니고 보통 무사(武士)가 세우는 색이 섞여 있는 것, 여기에서는 색이 섞여 있음을 나타낸다. 또한 物(물)은 얼룩소, 나중에 여러 가지 물건이란 뜻을 나타낸다. 그러나 옛 모양은 흙을 갈아 엎고 있는 쟁기의 모양과 牛(우; 소)로 이루어져 밭을 가는 소를 나타내었다. 나중에 모양이 닮은 勿(물)이란 자형(字形)을 쓰게 된 것이다. ❷회의문자로 物자는 ‘물건’이나 ‘사물’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物자는 牛(소 우)자와 勿(말 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여기서 勿자는 무언가를 칼로 내리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物자는 소를 도축하여 상품화시키는 모습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고대에는 다양한 색이 뒤섞여있던 ‘얼룩소’를 物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후에 다양한 가축의 종류나 등급과 관계된 뜻으로 쓰이게 되면서 지금은 광범위한 의미에서의 ‘제품’이나 ‘상품’, ‘만물’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物(물)은 (1)넓은 뜻으로는, 단순한 사고(思考)의 대상이건, 현실에 존재하는 사물이건을 불문하고, 일반으로 어떠한 존재, 어떤 대상 또는 어떤 판단의 주어(主語)가 되는 일체의 것 (2)좁은 뜻으로는, 외계(外界)에 있어서의 우리들의 감각에 의해서 지각(知覺)할 수 있는 사물(事物), 시간(時間), 공간(空間) 가운데 있는 물체적, 물질적인 것 (3)사람이 지배하고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구체적 물건. 민법 상, 유체물(有體物) 및 전기(電氣) 그 밖에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自然力). 사권(私權)의 객체(客體)가 될 수 있는 것 등의 뜻으로 ①물건(物件) ②만물(萬物) ③사물(事物) ④일, 사무(事務) ⑤재물(財物) ⑥종류(種類) ⑦색깔 ⑧기(旗) ⑨활 쏘는 자리 ⑩얼룩소 ⑪사람 ⑫보다 ⑬살피다, 변별하다 ⑭헤아리다, 견주다(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알기 위하여 서로 대어 보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물건 건(件), 물건 품(品), 몸 신(身), 몸 궁(躬), 몸 구(軀), 몸 체(體)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마음 심(心)이다. 용례로는 사람이 필요에 따라 만들어 내거나 가공하여 어떤 목적으로 이용하는 들고 다닐 만한 크기의 일정한 형태를 가진 대상을 물건(物件), 물건의 본바탕으로 재산이나 재물을 물질(物質), 물건 값을 물가(物價), 쓸 만하고 값 있는 물건을 물품(物品), 물건의 형체를 물체(物體), 물건의 분량을 물량(物量), 물건을 만들거나 일을 하는 데 쓰는 여러 가지 재료를 물자(物資), 어떤 사람의 좋지 않은 행동에 대해 많은 사람이 이러쿵 저러쿵 논란하는 상태를 물의(物議), 마음과 형체가 구별없이 하나로 일치된 상태를 물심일여(物心一如), 세상의 시끄러움에서 벗어나 한가하게 지내는 사람을 물외한인(物外閑人), 사물에는 근본과 끝이 있다는 물유본말(物有本末), 생물이 썩은 뒤에야 벌레가 생긴다는 물부충생(物腐蟲生), 물질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의 양면을 물심양면(物心兩面), 물질계와 정신계가 어울려 한 몸으로 이루어진 그것을 물아일체(物我一體)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