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뀌고 왕국의 주인이 달라지면 전 정권에서 부역하던 사람들은 대부분 숙청되고 제거된다. 하물며 사울이 다윗을 죽이려고 혈안이 되어서 온 나라를 이를 잡듯 뒤진 것이 한 두 번이었는가? 그러니 사울의 가족들과 남은 자손들이 다윗의 왕국에서 지낸다는 것이 얼마나 불편하고 힘이 들었겠는가? 하지만 다윗은 사울에게 원수를 갚기 위해 그의 후손들을 찾은 것이 아니라 은총을 베풀기 위해 찾았다.
(삼하 9:1) 다윗이 이르되 사울의 집에 아직도 남은 사람이 있느냐 내가 요나단으로 말미암아 그 사람에게 은총을 베풀리라 하니라 (삼하 9:2) 사울의 집에는 종 한 사람이 있으니 그의 이름은 시바라 그를 다윗의 앞으로 부르매 왕이 그에게 말하되 네가 시바냐 하니 이르되 당신의 종이니이다 하니라 (삼하 9:3) 왕이 이르되 사울의 집에 아직도 남은 사람이 없느냐 내가 그 사람에게 하나님의 은총을 베풀고자 하노라 하니 시바가 왕께 아뢰되 요나단의 아들 하나가 있는데 다리 저는 자니이다 하니라
여기서 은총이라는 말로 표현된 히브리어 단어는 헤세드(chesed)로 구약성경에서 하나님의 언약에 기초한 사랑과 자비의 친절을 나타낼 때 주로 사용되는 단어다. 다윗이 사울의 집안을 위해 어떤 채무도 지지 않았고 의무도 없었지만 오로지 그의 의형제 요나단으로 인하여 그의 후손들에게 베풀어진 은혜였다. 죽은 요나단에게는 어릴 때에 다쳐서 다리를 저는 므비보셋이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그가 아직 살아있었다.
(삼하 9:6) 사울의 손자 요나단의 아들 므비보셋이 다윗에게 나아와 그 앞에 엎드려 절하매 다윗이 이르되 므비보셋이여 하니 그가 이르기를 보소서 당신의 종이니이다 (삼하 9:7) 다윗이 그에게 이르되 무서워하지 말라 내가 반드시 네 아버지 요나단으로 말미암아 네게 은총을 베풀리라 내가 네 할아버지 사울의 모든 밭을 다 네게 도로 주겠고 또 너는 항상 내 상에서 떡을 먹을지니라 하니 (삼하 9:8) 그가 절하여 이르되 이 종이 무엇이기에 왕께서 죽은 개 같은 나를 돌아보시나이까 하니라
다윗의 호출이 있었을 때 므비보셋은 이제 마침내 때가 왔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다윗에게 인도 되었을 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접을 받게 된 것이다. 그에게 내려진 것은 벌이 아니라 자비였고 죽음이 아니라 생명이었다. 므비보셋은 이 당황스러운 친절에 “이 종이 무엇이기에 왕께서 죽은 개 같은 나를 돌아보시나이까”라고 부르짖었다. 그랬다. 그의 삶은 죽은 개 같은 삶이었다. 사울의 손자로 사람들에게 눈엣가시 같은 인물로 장애까지 있어서 스스로 살아가기도 벅찬 눈물겨운 삶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그는 자신을 산개도 아닌 죽은 개 같은 존재라고 표현한 것이다.
왕은 사울의 종이었던 시바에게 (삼하 9:10) 너와 네 아들들과 네 종들은 그를 위하여 땅을 갈고 거두어 네 주인의 아들에게 양식을 대주어 먹게 하라 그러나 네 주인의 아들 므비보셋은 항상 내 상에서 떡을 먹으리라고 하였다. 죽여도 말 못할 죽은 개 같은 인생에게 왕의 상에서 먹을 수 있도록 허락한 다윗의 은총은 죄로 죽을 수밖에 없던 우리 인생들에게 부어진 하나님의 은혜를 설명하기에 가장 좋은 실례가 된다. 성경에는 이러한 하나님의 모습이 넘쳐난다. 성경은 은혜의 책이다. 우리가 감당키 어려운 하나님의 사랑이 무작위로 쏟아지는 곳이 성경 속의 이야기기다. 돌아 온 탕자가 아버지의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허비한 후에 거지가 되어서 돌아와 품꾼의 하나로 삼아 달라고 했을 때 전혀 다르게 아버지는 아들에게 새 신을 신기고 옷을 입히고 송아지를 잡았다. 이것이 하나님의 은총이다. 이것이 아버지의 사랑이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 그 어떤 공덕도 올리지 못했고 어떤 혜택을 입을 만한 조건을 갖추지 못했지만 오로지 우리의 요나단 되시는 예수그리스도로 인하여 우리가 감당하기 힘든 은총을 입게 된 것이다. 므비보셋이 왕의 상에서 먹게 된 것이 그의 공로나 노력 때문이 아니라 전적으로 다윗의 은총에서 비롯되었듯이 우리가 장차 하늘에서 우주의 왕의 식탁에 앉게 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은혜였음을 알게 될 것이다. 죽은 개 같은 우리 인생을 왕의 식탁으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넘치는 하루가 아닌가?
하늘 아버지! 오늘 말씀을 묵상하면서 감개무량을 실감합니다. 인생이 과연 무엇인관대 이렇게까지 사랑하십니까? 우리가 누구이관대 온 하늘을 다 주셨습니까? 죽은 개 같은 인생을 천국의 신민과 하늘 왕의 생명으로 바꾸셨나이다. 이 은혜를 죽을 때까지 잊지 말게 하시고 주를 향한 감사와 사랑 변치않게 하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