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전세 보증금이 매매가격에 육박하는 ‘깡통전세’로 인한 전세보증 사고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아파트도 깡통전세 피해를 비껴나갈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에서 아파트 깡통전세가 우려되는 지역은 30곳이 넘는다.
세종시 보람동의 아파트 단지 /유병훈 기자
2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3월 전국 시·군·구 중 아파트 전세가율이 80%를 넘는 지역은 33곳으로 집계됐다. 광역시·도 단위는 제외한 것으로 실거래 사례가 적어 공개되지 않는 기조자치단체까지 포함하면 전세가율이 80%를 넘는 지역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깡통전세는 주택 매매가격보다 전세 보증금이 더 많은 것을 의미한다. 보통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80%를 넘으면 깡통전세 위험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데, 최근 문제가 되는 ‘전세사기’ 대부분이 연립·다세대주택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에서 일어났다.
전국에서 아파트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경북 영주시로, 이 지역의 전세가율은 101.2%에 달했다. 아파트 매매가가 1억원이라고 가정하면 보증금이 1억100만원을 넘는다는 것이다. 수도권 지역에서는 경기 이천의 전세가율이 82.5%로 가장 높았다. 가평의 전세가율도 80.8%로 나타났다.
아파트 깡통전세 우려 지역 상당수는 지방에 있다. ▲강원 4곳(동해·태백·삼척·고성) ▲충북 6곳(청주 상당구·청주 서원구·청주 청원구·충주·제천·진천) ▲충남 2곳(보령·당진) ▲전북 3곳(군산·익산·완주) ▲전남 4곳(목포·순천·광양·영암) ▲경북 6곳(포항 남구·포항 북구·경주·안동·구미·영주) ▲경남 6곳(창원 마산합포구·창원 마산회원과·사천·밀양·함안·고성) 등이다.
연립·다세대주택의 경우 전국 시·군·구 중 전세가율이 80% 이상인 지역은 25곳으로 나타났다. 연립·다세대주택은 아파트보다 전세가율이 공개되지 않은 지역이 많았다. 지역별로는 서울에서만 10개 자치구의 전세가율이 80%를 넘을 정도로 깡통전세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했다. 경기와 인천도 각각 7곳, 4곳으로 위험이 큰험이 높은 지역 84%가 수도권이었다.
아파트 깡통전세 위험이 큰 지역 상당수는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저가 아파트가 많은 곳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공시가격이 최고 1억1500만원인 경북 포항 북구 ‘창성주공2단지’는 지난 1월 전용면적 59㎡가 1억1000만원에 매매됐는데, 한달 후인 2월 같은 평형이 95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또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 중 산업단지 등이 있어 배후 수요를 갖춘 곳도 많았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배후수요가 있는 지방 지역들은 전통적으로 단기 거주를 위한 전세 수요가 많은 곳”이라며 “이들 지역에서는 투자를 위해 집을 매수하기 보다는 실거주를 위해 전세를 찾는 사람이 많아 전셋값이 상승해 전세가율이 높다”고 했다.
고준석 제이에듀 투자자문 대표는 “지방은 매매가격 상승폭이 수도권에 비해 작지만, 일자리가 많은 곳일수록 전세 수요가 꾸준히 있어 전세가율이 높은 편”이라며 “전세 수요가 많은 곳일수록 갭투자 수요 유입도 꾸준하다. 전세가율이 높으면 아파트라도 역전세 등에 따른 피해에서 안전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최근 3개월간 전국에서 발생한 전세보증사고는 지난달 기준 1385건으로 집계됐다. 연립·다세대주택과 아파트에서 발생한 사고가 모두 포함된 수치다. 사고금액은 3199억3702만원으로, 업계에서는 2021년 이후 계약된 전세 만기가 올해 속속 도래하며 보증금 미반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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