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을 어느 정도 허구를 가미해 그려낸 영화라는 걸 모르시는 분은 거의 없을 겁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당연히도 실존했던 '모델'이 계속 떠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분에 대한 관객의 생각에 따라서 영화에서 서로 다른 느낌을 받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그와 같은 어쩔 수 없는 소재적 측면을 제외하면 영화는 많은 부분에서 균형을 잡고 있습니다. 우선 이건 기본적으로,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이 아니라 '노무현이라는 변호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울러 이 영화는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2012년 12월이 아니라 적어도 시기적으로는 가장 비정치적이라고 할 수 있는 대선 이후 1년이 지난 2013년 12월에 개봉 날짜를 잡았습니다. 사실 이 영화에는 이렇다 할 정치적 주장도 없습니다. 있다고 해봐야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지극히 원론적인 대한민국 헌법 제1조의 내용이 있을 뿐이고, 그에 뒤이어, 극중의 비뚤어진 국가주의자에게 내쏘는 "국가란 곧 국민이다"란 상식적인 일갈이 있을 뿐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스스로 속물 변호사로 자칭하던 주인공 송우석이 갑자기 국가보안법 관련 재판의 변호인이 되겠다고 자청할 때 그가 내뱉는 말이 "이라믄 안되는 거잖아요? 이런 게 어딨어요?"라는 것은 의미심장해 보입니다. 그는 명확하고 능동적인 정치적 비전을 가지고 임한 게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상식조차 폭력적으로 제압되는 상황을 목도하고서 원칙주의자이면서 동시에 한 명의 뜨거운 인간으로서 더이상 물러서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지극히 상식적인 주장이 지금도 호소력이 있고 유효하다면 현재의 한국사회가 어떠한지를 역설적으로 말해주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실존 인물이 드리우는 거대한 그림자를 (물론 쉽지는 않지만) 잠시 거두고 보면, '변호인'의 이야기가 지닌 기본 골격은 특정 사건을 계기로 인물이 변화하는 과정을 다루는 허다한 휴먼 드라마의 궤적에 고스란히 일치하기도 합니다. 영화적으로 볼 때 '변호인'에서 가장 뛰어난 것은 연기입니다. 송강호씨가 탁월한 연기를 선보여온 것은 오래 전부터지만, 이 영화에서의 그는 실로 대단합니다. 전반부에선 정이 가득한 너구리처럼 연기하고 후반부에선 무섭게 돌진하는 사자처럼 연기한다고 할까요. 말하자면, 묘기처럼 기기묘묘해서 팔짱을 끼고 탄성을 연발케 하는 연기가 아니라 연기인 것과 연기 아닌 것이 구분될 틈도 없이 의자에 등을 떼고 내내 빠져들게 한 후 영화가 다 끝난 뒤에야 뒤늦게 크게 한번 무릎을 치게 만드는 연기입니다. 배우로선 감당하기 쉽지 않은 무거운 짐일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론 일생일대의 기회일 수도 있는 배역을 맡아서 송강호씨는 그야말로 후회없이 마음껏 연기합니다. (이 영화의 송강호씨는 오래도록 되풀이되어 이야기될 것 같습니다.) 다른 배우들의 연기들도 다 좋은데, 특히 곽도원씨가 송강호씨와 법정에서 맞붙는 대목은 보는 것만으로도 짜릿짜릿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장면을 보면서 '다우트'에서 메릴 스트립과 필립 시무어 호프먼이 격심하게 대립하는 명장면이 떠오르더군요.) 사실 '변호인'은 영화적으로 흠결이 있는 영화입니다. 재판 장면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면서 드라마적으로나 캐릭터 묘사의 측면에서 한쪽으로 확 쏠리면서 영화가 지나치게 뜨거워집니다. 가뜩이나 실화의 무게 때문에 무겁고 격렬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이야기에서 일례로, 관객의 가슴에 즉각적으로 불을 지르는 고문장면들은 양으로나 묘사방식으로나 과하게 느껴집니다. (시대가 엄혹했다고 그런 시대를 묘사하는 영화적 방식까지 반드시 즉각적이고 직접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특정 캐릭터들이 너무 일면적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것까지 생각하면, '변호인'은 관객이 판단하기 전에 영화가 먼저 판단하고, 설득하려 하는 대신 쏟아내려고 하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변호인'은 캐릭터 드라마와 법정영화로서 상당한 힘을 갖고 있는 영화인 것을 부인할 순 없습니다. 캐릭터의 변화가 정치적인 각성이 아니라 성격의 자연스러운 귀결로 이뤄지는 것을 매우 생생하게 묘사한다는 점에서 그렇고, 법정장면을 액션영화 이상의 실감으로 내내 끌고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그런 인물이라면 송우석은 꼭 극중에서 묘사되는 '부림사건'이 아니더라도 또다른 발화점을 만나서 결국 자신의 길을 찾아갔을 것 같습니다.) 좌고우면 하지 않는 정공법의 돌파력이 관객의 마음을 뻥 뚫린 듯 시원하게 해주기도 하고 곳곳에서 눈물이 솟게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미미추(미리미리추천)도 걸렸어요! 동진기자님 항상 느끼는 거지만 글을 참 잘쓰세요..개인적으로 기대하고있습니다 부디 영화가 잘되서 오래오래 걸렸으면 좋겠네요.. 씨네21에서 7점이니까 별점 세개반(보통 추천하는영화)이네요! 출처는 베스티즈 epdl님 원출처는 이동진 기자님 네이버 블로그입니다. 여러모로 기대가되는 영화인거같네요 지금 시국에 일깨워주는게 많은거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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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기자의 영화 변호인 평(스포무)
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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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468
13.12.18 07:45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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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머니 퇴원하는대로 어머니랑 여친이랑 보러간답니다.저 빼고요..이걸 어떻게 이해해야하나..그리고 쇼핑한다는데..그래서 저는 친구꼬셔서 볼라고요..새누리당청년간부녀석 꼬셔서 보려고요..ㅋㅋ
전 내일 보러가는데 기대됩니다!!
어쩔 수 없이 보면서 울컥하겠지만, 영화적 완성도 자체는 그냥 딱 나쁘지 않은 수준일 것 같네요. 다만 다들 송강호 연기를 극찬하기 때문에 그게 가장 기대됩니다. 보통 이미 검증 될대로 되고 정점을 찍어도 한참 전에 찍은 연기자의 연기를 새삼스럽다 싶을정도로 영화평마다 빠뜨리지 않고 칭찬하는 것은 드무니까요.
2222 송강호 연기는 이미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인데 다시 새삼스래 언급되는걸 보면 어느정도일지ㅎㄷㄷ
오늘 압구정 cgv 여덟시 예매했어요~ 아마 대성통곡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저도 오늘 압구정 cgv 7시 45분꺼 예매해놨습니다~ 칼퇴만 가능하면 ㅠ
토요일날 심야로 울면서 보겠습니다..ㅜㅜ
8시 예매했습니다 ~와이프한테 티슈준비해놓으라고 했습니다 ~~
참고로 개봉전 5점대에 머물던 네이버 평점은 어느새 2점대까지 떨어졌네요, 정말 무섭습니다.
내일자로 예매했습니다..눈물 많은 아내를 위해 티슈 준비해야겠네요..
오늘 보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