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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ggart-arc
나방, 달, 구두
[1] 검은 나방 메마른 사막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랜달은 뒤를 돌아보았다. 이미 푸른 초지는 보이지 않았다. 어디를 돌아봐도 회색빛 자갈과 암갈색의 바위들뿐이었다. 듬성듬성 퍼진 둥근 초목만이 색을 가진 듯 보였다. 많은 여행을 다녔던 그였지만, 사막은 처음이었다. 말은 오래 버티지 못할 거라는 충고를 무시한 것이 후회되었다. 해가 진 다음에 길을 나서는 것이 좋을 거라는 말이 하루치 숙박비를 더 받으려는 주인의 술수라고 생각한 것이 한심스러웠다. 그는 짐 꾸러미를 뒤졌다. 물주머니에는 포도주가 있었다. 양의 위에 담겨있는 모습이 볼품없었지만, 그것은 칼데라 83년산 최고급 와인이었다. 그러나 작은 희망도 남아있지 않았다. 주머니를 쥐어 짜보았지만 붉은 물방울이 두어 방울 떨어졌을 뿐이었다. 갈증은 아까보다 더 심해졌다. 거칠고 뿌연 바람 너머로, 기괴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많은 이교도의 신화에 나오는, 하늘을 떠받히는 거인, 앙겔스의 다섯 손가락이었다. 앙겔스의 뾰족하고 기괴한 다섯 봉우리는 정말 하늘을 들고 있는 듯 했다. 랜달은 생사의 기로에서 정신을 차렸다. 태양의 도시에 들이닥친 전염병은 신의 권위를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보름달이 뜬 하룻밤 사이, 팔천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영원불멸의 영광을 자랑하던 도시는 공포에 휩싸였다. 많은 사람들이 태양신에게 기도하며 삶의 희망을 찾으려했지만, 신의 전당은 전염병이 퍼지는 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이 되었다. 사람들은 신의 절대성에 의심을 가졌다. 폭동이 일어났고, 도시 곳곳에 불길이 솟아올랐다. 상황이 절정에 다다랐을 때, 누군가가 랜달의 문을 두드렸다. 그는 태양신전의 신관이었다. 랜달은 과학자였다. 그것도 의학 분야에 놀라운 성과를 거둔 과학자였다. 그는 신전으로부터 이단자로 취급받았다. 그는 무상으로 도시의 빈민들을 구제하였으나, 교회는 그의 행동을 악마의 술수라 매도했다. "도와주시오, 선생." 사제는 달아나려하는 랜달을 향해 말했다. 랜달은 그의 귀를 의심했으나, 사제의 눈빛에는 진실함이 묻어있었다. 그가 신전을 대표해서 자신을 찾아온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랜달은 자신의 존재가 드디어 신전으로부터 인정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사제의 말을 더 들을 것도 없이,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것을 받아들이기 전부터 랜달은 이 전염병을 막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었다. 좀처럼 단서를 잡을 수 없었으나, 500년도 더 된 고서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그 책은 마법에 관한 책이었다. 신전에서는 그것을 금서로 지정해 놓았다. 랜달 역시 마법이란 것을 믿지는 않았지만, 검은 나방의 독가루가 사악한 악의 화신의 저주로부터 사람들을 구해낸 마법에 사용되었다고 적혀있었다. 랜달은 검은 나방의 독가루가 전염병 치료약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임을 확신했지만, 검은 나방을 본 적은 없었다. 여러 책을 찾아보며 검은 나방에 대해 조사를 했지만,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가 오래전 마법서에 현혹되어 헛된 시간을 낭비했다고 생각할 때, 불현 듯 그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그의 스승이자 작은 아버지였던 제프리는 곤충학자였다. 그는 전 세계의 희귀 곤충들을 찾아다니며 그의 수첩에 기록하곤 했다. 랜달이 여섯 살 때, 제프리는 그에게 자랑스러워하며 곤충 한 마리를 보여주었다. 더듬이부터 날개, 몸통에 난 보송보송한 털까지 모두 새까만, 마치 지옥에서 올라온 듯한 끔찍한 모습의 나방. 제프리는 이 세상에서 처음 발견된 희귀한 나방이라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랜달은 징그럽다며 거들떠보지도 않았었다. '제프리의 수첩이라면!' 온갖 유명한 서적들을 찾았으면서, 정작 곤충학자인 작은 아버지를 생각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랜달은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그의 기대대로, 제프리의 수첩에는 검은 나방에 대한 기록이 있었다. 앙겔스의 네 번째 손가락의 둘째 마디. 터무니없이 추상적인 기록이었지만 랜달은 그 날로 짐을 꾸려 태양의 도시를 나섰다. 그 후 석 달. 얼마나 많은 사람이 더 죽었을까. 신전에서 그를 이교도로 공표해 목에 돈까지 걸었다. 아무래도 그에게 도움을 부탁했던 신관은, 그가 자신을 기만하고 달아났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많은 고난을 헤치고 그는 앙겔스의 다섯 손가락 앞에 서 있다. 어디에도 앙겔스라고 적힌 푯말은 없었지만, 그는 전설과 기괴한 바위산의 모습으로 그것이 앙겔스라는 확신을 가졌다. 그는 지친 말을 닦달하여 길을 재촉했다. 산 초입에 물이 솟아나는 작은 샘이 있었고, 그 주위로 관목과 좁은 초지가 있었다. 랜달은 그곳에 말을 묶어놓고 목을 축였다. 그곳에서 앙겔스를 올려다보니, 높이가 굉장했다. 바위들은 촛농을 떨어트려 만들어 놓은 듯 기괴했다. 바위틈과 회색 자갈 위로 작은 나무들이 존재했으나, 죽은 것 같아 보였다. 과연 이곳에 살아있는 것이 존재할까. 랜달은 제프리의 기록이 30년 전의 것이라는 사실이 불안해졌다. 그는 샘 근처에서 잠깐 눈을 붙이고, 달이 떠오를 무렵 산을 올랐다. 일반적으로 밤에 산을 오르는 것은 맹수의 위협을 받을 수 있어 위험하지만, 이곳에서는 그것보다 태양빛에 익어버리지 않을 걱정을 하는 것이 더 현명해 보였다. 험한 바위들 사이를 약 세 시간가량 올라가자, 그를 보고 화들짝 놀라 달아나는 사막 여우가 보였다. 그가 앙겔스에서 본 첫 번째 동물이었다. 땅에는 엄지 손톱만한 개미도 기어다녔다. 올라갈수록 생명의 기운은 점점 강해졌다. 랜달은 지칠 줄 모르고 산을 올랐다. '앙겔스의 네 번째 손가락 두 번째 마디…' 랜달은 제프리의 메모를 떠올리며 네 번째 봉우리를 올랐다. 희한하게도, 봉우리를 돌아 올라가는 길이 있었다. 곳곳이 끊기고 매우 좁아 길이라고 부르기엔 미흡했지만, 분명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흔적이 눈에 띠었다. 오른쪽으로는 황토빛의 바위가 끝없이 치솟아 있고, 왼쪽은 아찔한 낭떠러지였다. 협곡 너머로는 세 번째 봉우리가 보였다. 아득한 지평선에서는 사막의 모래바람을 뚫고 태양이 떠올랐다. 그 때였다. 그의 눈앞으로 무언가가 팔랑 거리며 날아갔다. 랜달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것을 쫓아갔다. 시커먼 점이 아른거렸다. 그는 눈을 비비고 다시 쳐다보았다. 절벽에 튀어나온 죽은 나뭇가지 위에 앉은 그것은 틀림없는 검은 나방이었다. 랜달은 가슴이 쿵쾅거렸다. 그는 손을 위로 올려 보았다. 그 나뭇가지는 너무 멀리 있었다. 채집망을 꺼내 끝을 아슬아슬하게 잡고 들어 올려보았지만 그래도 닿지 않았다. 그는 절벽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완전히 떠오른 태양이 자신의 위용을 과시하자, 피로가 쏟아졌다. 손에 힘이 풀리면서 잡고 있던 돌부리를 놓쳤다. 아차-하는 사이 몸이 절벽에서 멀어져갔다. 검은 나방은 사뿐히 날아 절벽의 틈 사이로 사라졌다. 랜달은 정신을 차렸다. 주위는 어두웠고, 그는 짚더미 위에 누워있었다. 희미한 불빛들이 가득 찬 연기 사이로 흔들거렸다. 몸을 움직여보려 했지만 고통스러웠다. 갈비뼈가 부러진 것 같았다. 그는 신음을 흘렸다. 누군가가 그에게 다가왔다. 검은색 구두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정신이 드나?" 음산하고 서늘한 목소리였다. 숨을 내쉴 때마다 쇳소리가 났다. 그는 은으로 만든 파이프를 내밀었다. 핏기와 생기가 없는 푸석푸석한 하얀 손이 섬뜩했다. 얼굴 역시 분칠을 한 듯 하얬다. 정돈되지 않은 검은 곱슬머리가 어깨까지 내려왔고, 눈동자는 붉었다. 그는 랜달에게 건넨 것과 같은 파이프를 입에 물고 있었다. 희뿌연 연기가 그의 입과 코로 나왔다. 저승과 유령을 믿지 않는 랜달이었지만, 그는 이곳이 지옥이고, 눈앞의 사내는 유령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온몸을 찌르는 고통이 아니라면. 아니면, 신관들이 이교도들을 위협할 때 이야기하듯, 고통은 죽어서도 이어지는 걸까? 그가 비명을 지르자, 유령은 그의 입에 파이프를 억지로 물렸다. "빨아들여. 한결 나아질 거다." 유령은 파이프 끝에 불을 붙였다. 손가락을 튕기자 불꽃이 절로 일어난 듯했다. 숨을 들이쉬자 허연 연기가 폐 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그는 재채기를 했다. 속이 타들어가듯 화끈거렸다. 작고 긴 신음을 흘린 뒤에, 랜달은 고통이 사라져가는 것을 느꼈다. 그가 몸을 일으키려하자, 유령이 그의 어깨를 눌렀다. "움직이면 안 돼. 기분이 나아진 거지 당신 몸이 좋아진 것은 아니니까." "이, 이게 뭡니까? 그리고 여기는 어디요?" "광대버섯과 검은 나방 날개 가루로 만든 내 걸작이지." 랜달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고통이 몰려왔다. 그는 다시 파이프를 깊이 빨아들였다. "그렇게 놀라지 않아도 돼. 둘 다 맹독이지만, 당신 죽으라고 건넨 건 아니니까. 다시 말하지만, 이건 나의 걸작이지. 쾌락의 절정을 맛보게 해 주거든." 그도 파이프를 빨아들였다. 그의 미소 사이로 날카로운 이빨 하나가 보였다. 이곳이 저승이고 저 사람이 유령이 아닌 것은 확실한 듯 했지만, 결코 평범한 곳은 아닌 듯 했다. 랜달은 다시 파이프를 빨았다. 기분이 몽롱해지면서 헛웃음이 나왔다. 그는 왜 몸을 일으켰는지 깨닫는데 한참이 걸렸다. 광대버섯과… 검은 나방 날개 가루. "검은 나방…이라고 했습니까?" "그래. 나한텐 둘도 없는 보물과도 같은 녀석이지." 그는 유리벽을 가리켰다. 그 안에는 죽은 나무 하나가 덩그러니 서 있을 뿐이었다. 그가 유리벽을 두드리자, 검은 나방이 일제히 날아올랐다. 랜달은 깜짝 놀랐다. 유리벽 안쪽에는 수를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나방들이 있었다. 그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파이프를 한 모금 더 빨았다. 검은 나방을 찾아 나섰던 석 달 동안의 여행이 너무나 허무하고 초라하게 느껴졌다. "여기는 대체 어디…" 랜달은 말을 끝마치지 못하고 쓰러졌다. 덜컥-하는 소리와 함께 어두운 공간에 빛이 쏟아졌다. 붉은 단발의 소녀가 두 팔로 분주하게 연기를 헤치며 들어왔다. "오르난도! 그 아저씨는 잘… 죽었냐!"
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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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틀 5.0 |
첫댓글 조낸 어설프지 않아요~ 조낸 멋집니다!!
프헤헤 //_//
삭제된 댓글 입니다.
랜달은 좋은 꿈을 꾸고 있습니...(응?)
조낸 재밌다. 신진 낙서쟁이를 위해서 처치해야만 해! [맞는다]
저, 저는 후진(<-) 낙서쟁이가 된 겁니까? ;ㅅ;
흐음.. 레벨이 높은 괴물은 모여서 처치해야하는겁니까.. = ㅅ=..// 저희는 신(新)진, 아크님은 신(神)진 인겁니까.....//
방보합해서 10도 안 되니 맞으면 죽는다!! 스매시 5랭과 크리티컬 5랭으로 선제공격!!//그그그, 부끄럽잖아요. //_//
랭없이 그저 메카라 빔&겟타 빔.. 아님 기동무투 간담의 필살! 폭렬~ 빛나는 손꾸락(샤이닝 핑가) 털털.. 아님 가가가가오가이가의 디바이딩 도라이바나 이레이져라도;;//설마 가이낙스의 새로나온 신종 사도 아크 인겁니까?? -ㅅ-..
삐그덕 거리는 로봇따위! 가라, 베야야!!
크큭.. 어쩔 수 없군.. 비상벨을 눌러서 어서 안기부 지하 -inf층 속에 숨어있는 투명드래곤을 부르는 수밖에.. 털썩.. 투명드래곤의 브레스도 투명이라던가..
투명드래곤 따위 alt키를 눌러서 타겟팅!
크억, 당했다...... 쳇, 하지만 숨겨진 비장의 무기!!!! 스크래치 그림(대략 그림을 드래그하면 다른 그림이 나타나는) 뇌없는 벌레 놀이~
크윽! 정신에 크리티컬 히트!! 과연 아크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다음 편에 계속...(응?)
으아 뭡니까 그런.... 시스터 프린세스 다음회 예고엔 언제나 단 한마디만 나오는 것 같은.. 엔딩은..... 이쯤에서 휴전하는게 좋겠군요.. 너무 길어졌;;ㅇㅅㅇ..
훗훗, 저의 댓글 늘리기 작전에 말려드신 겁니다!
웃대,디씨에서 수련을 쌓은 제가 나..나..나..낚인.....겁니끄아~ ㅠ ㅠ. 수련이 필요해~
그렇담 댓글 F랭이 댓글 6랭을 낚은 것이군요! 훗훗. 저는 웃대나 디씨는 한 번도 들어가본 적이...;;
훗.. 낚이는 것은 댓사(士)의 수련의 일부.. 정진하겠습니다! 핫핫핫~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러게요. 어느새 20을 돌파해버렸네요;; 그렇게 읽을 거리는 없습니다만.. (헛소리들뿐;)
낚기 스킬 F랭인가? 난 회쳐먹기 S랭. 후훗. [광속도주]
낚시줄 길이가 inf 인겁니다..
뭣이라? 낚시줄 길이가? 인피니티? 무한? 때려 쳐!!!
세상은 요지경.. 낚시줄에 가이디드 미사일 달아놨으니 아스트랄 끝까지 따라가 드리죠. 참고로 광센서도 포함..;ㅇㅅ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