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보게 된 잠시의 봉사
- 전용우, 주비오, 김태형, 유병우
이왕 봉사활동을 하는 것, 티만 내고 시간이나 때우기 보단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생각에 지난 여름에 왔었던 서울 정신 요양병원을 다시 찾았다.
지난번에는 환우분들과 뒷 동산을 등반하고 등산 코스를 정돈하는 정도의 단순한
활동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좀 더 다양한 것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정신요양원에 도착하자 모두들 매우 반갑게 맞아주셨는데,
특히 원장님께서 직접 요양원에 대한 안내를 해주셔서 좀더 요양원의 실상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이른바 '혐오시설' 이란 이유로 서울 중심가에서 쫓겨나
이제는 자원봉사자들의 발길마저 뜸한 위치에 자리잡게 되었다.
우리도 역시 처음 출발하기 전에는 '정신 질환자'들이 있다는 편견에
걱정을 하면서 왔던 터라, 부끄럽기도 하면서 우리의 편견과 선입견에
도움의 손길이나, 사랑의 관심이 필요한 곳이 외면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지난 크리스마스를 위한 장식을 모두 떼어내고 정돈을 하는 일을 했다.
먼저 오셨던 봉사자분들께서 만들어 주셨던 것이라고 하셨는데
어찌나 정성스럽게 만들어 놓으 셨던지 떼어내는 것이 아까울 정도였다.
1층부터 3층까지 크리스마스 장식을 정리한 후,
지하에 있는 직업재활소로 안내되었다.
쇼핑백을 직접 손으로 만들어 기업에 납품한다는 설명을 들었을 때는,
솔직한 심정으론 이름없는 기업이나, 시장에 납품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환우분들께서 만드시는 쇼핑백은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만한
유명 브랜들이었다.(ex, 캘빈 클X인,,,) 뿐만아니라 어떤 쇼핑백들은 수출품으로
따로 분류되는 것들도 있었다.
직업재활이라고 하여서, 그저 연습하는 수준일 거라는 나의 편견은 보기 좋게 무너졌고,
놀라운 손놀림으로 쇼핑백들을 제작하는 환우분들 사이에서 실수만 연발하며
애를 먹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직업 재활을 도와드리며, 환우분들과 즐거운 담소를 나눌 수 있었는데,
특히 지난 번 방문 때 만났던 '최영배'씨가 단번에 알아보시고 매우 반갑게 맞아주셨다.
6개월 전에 잠시 뵜을 뿐인데 기억해 주셔서 놀랍기도 하고 감사했다.
직업 재활 경험 후 복도 창문을 코팅하는 작업을 했는데,
평소에 해보지 않던 일이라 이도 역시 많이 서툴러 오히려 폐만 끼쳐드린 것은 아닌가
걱정이다^^;;
이번 방문에서 가장 인상깊고 생각을 하게 했던 것은 환우분들 발의 각질을
제거해 드리는 일이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환우분들의 발바닥을 상상 이상으로 상태가 심각했다.
각질이 발바닥 전체에 심각한 수준으로 덮혀있었으며
갈라짐, 상처 등이 보기만 해도 아파보였다.
발바닥의 각질이 너무 심하여 목재를 다듬는 사포로 '인정사정없이' 문질러야
된다는 안내를 받았다.
아프실까봐 걱정될 정도로 빡빡 문질렀는데, 그래야 겨우 각질이 한층 벗겨지고
발의 형체(?)를 알아볼 수 있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이 작업은 많이 힘들었다.
일 자체 보다는, 말그대로 '찝찝'했다.
무좀이 심하시기도 하시고, 발바닥에 병균이 심하게 느껴졌다.
폴리 비닐 장갑을 끼고 작업을 햇지만, 사포로 인해 금새 구멍이 뚫렸고,
각질들이 손에 묻고, 각질 가루들이 입과 코로 흡입되었다.
이미 다른 직원분들은 매일 이런 일을 하시고, 병도 없으시다는 것을 알지만서도
찝찝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엇다.
이런 나의 생각이 저절도 반성을 하게 만들엇고, 나에 대해 돌아보게 되엇다.
의대생이라고 하면서 어떤 봉사의지나, 희생정신도 갖고 있지 않았다.
뿐만아니라, 나중에 의사가 되면 여러 질병들, 특히 듣도 보도 못한 전염병들도
상대해야되는데 그 때의 나도 지금처럼 찝찝한 기분에, 의무감에
환자를 돌보게 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봉사의 기회가 나의 부족한 점을 깨닫고
내 자신을 성장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자주는 못해도 일년에 한번이라도 꼭 방문하여
환우분들에게 잠시나마 위로가 되고 싶다.
첫댓글 자원봉사 하느라 힘드셨죠? 너무너무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