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량 이바구길~엄광산 둘레길=근교산&그너머 <887>
https://youtu.be/qcHgDj3LPX8동영상
지역에 따라 일기상황이 들쭉날쭉한 여름철에는 조금 먼 거리의 산으로 산행을 떠나기가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마음 같아서야 시원한 물과 짙은 녹음이 있는 계곡을 낀 큰 산으로 가고 싶지만, 출발할 때 맑던 날씨가 정작 해당 산이 있는 곳에서는 폭우로 변해 있을 경우가 적잖게 있기 때문이다. 멀리 떠나기가 부담스러운 요즘같은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까운 부산 시내에서 가볍게 걸어보는 것도 괜찮다. 설사 산중에서 폭우를 만난다 하더라도 쉽게 탈출해 귀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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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부산 도심을 휘도는 엄광산 둘레길의 부산진구 개금동 임도 구간을 지나고 있다. |
그런 연유로 이번 주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부산 원도심에서 걸을 수 있는 코스를 답사해 소개한다. 일명 '초량 이바구길~엄광산 둘레길' 연계 코스. 부산역 맞은 편 인도에서 출발해 지난해 봄 조성 완료된 원도심 산책코스인 초량 이바구길을 걸어 오른 후 구봉산과 수정산 엄광산이라는 원도심 3산의 허리를 휘돌아 서구 서대신동 구덕운동장 근처에서 끝내는 코스이다. 어느 산의 정상도 밟지 않고 친숙한 지역 산들의 둘레길을 걷는 코스이기에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걸어볼 만하다. 길목 곳곳에 깨알처럼 박혀 있는 숨은 볼거리와 이야깃거리도 많아 우리가 살고 있는 부산에 대해서 좀 더 깊고 넓게 알 수 있는 코스이기도 하다. 안창마을, 꽃마을 등 부산의 대표적인 오지마을도 아우른다.
■부산 중심부 구봉·수정·엄광산 휘도는 코스
코스의 전체 길이는 18㎞가량 되니까 꽤 긴 편이다. 산행 시간도 휴식시간을 포함해 약 6시간쯤 걸린다. 부산역 맞은편 금호보리밥 식당 앞(초량 이바구길 출발점)~초량교회앞~168계단~김민부전망대~장기려기념관~당산~이바구공작소~금수사~초량6동산림초소~수정가족체육공원~안창마을~수정산고개~수정산임도~약수터~임도~백병원갈림길~동서대갈림길~삼운정약수터~꽃마을~내원정사~구덕수원지~서구민방위체육공원 순.
부산역광장 맞은편 금호보리밥 식당 앞 인도에 초량 이바구길 안내판이 있다. 이바구길의 전체 개념도를 일별한 후 구봉산을 보면서 소방도로로 진입한다. 이바구길의 이정표가 워낙 잘 돼있어 길이 헷갈릴 우려는 거의 없다. 옛 백제병원 건물, 옛 남선창고터, 담장갤러리, 초량교회앞, 동구인물사골목, 이바구정거장(휴게쉼터)과 뒷편 일제강점기 시절 방공호 터널, 168계단, 김민부전망대, 이바구충전소(게스트하우스), 장기려기념관, 당산, 이바구공작소 등으로 이어지는 이바구길은 부산 원도심 사람들의 삶의 애환이 서린 길이다. 각각의 장소마다 안내판에 상세한 이력과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으니 찬찬히 둘러볼 만다. 산복도로 이바구공작소에서 동쪽으로 300여m 걸어가면 왼쪽에 금수사가 나온다. 부산항대교와 부산 북항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풍광 좋은 이곳 구봉산 자락 금수사에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부산역 출발, 산길로 구덕운동장까지 18㎞
절을 한 바퀴 둘러본 후 입구 오른쪽 장군암 가는 길로 오른다. 계단을 오르면 곧바로 갈림길 역할을 하는 초량6동 산림초소. 왼쪽으로 직진해서 오르면 구봉산(405m) 정상으로 가는 길이고 우측 8각정 쉼터 뒷편으로 편평하게 난 길이 취재팀이 가야할 길이다. 이정표 상으로는 가족체육공원 방향이다. 멋진 둘레길이 조성된 이 구간은 '동구 씽씽로드'라는 별칭이 붙여져 있다. 멋진 숲길을 따라 10분쯤 가면 월봉사 뒤 갈림길. 일단 우측으로 내려섰다가 왼쪽으로 꺾는다. 계단을 타지 말고 이정표의 가족체육공원 방향 표시를 보면서 철망 옆 길을 따라 화엄사 입구를 지나고 왼쪽 11시 방향으로 난 길을 따른다. 체육시설을 지나면서 아름드리 편백나무가 빼곡한 편백숲이 이어진다. 곧이어 B초량6동산림초소에서 다리를 건너 왼쪽 목재덱 계단을 오른다. 길은 편평하게 이어지고 편백숲도 계속된다. 40분가량 여유롭게 걷다보면 초량천을 만난다. 일단 다리를 건너자마자 계단을 오르면 체육시설이 있는 수정4동산림초소 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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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량 이바구길의 쉼터인 이바구정거장과 옛 방공호. |
보광사 이정표를 보면서 계속 길을 잡으면 부산항대교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망덱을 지나고 T자형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살짝 오르막을 따르다가 50m쯤 가서 다시 우측으로 길을 잡는다. 살짝 내리막을 타면 작은 하천을 만나는데, 다리를 건너지말고 오른쪽 길로 직진한다. 이윽고 협성파크맨션 뒤 갈림길을 만나면 왼쪽으로 튼다. 3분 후 수정가족체육공원에서는 입구 대형 무궁화 모형 우측으로 난 길을 따른다. 5분 후 시멘트길인 백운사 입구에서 안창마을 방향 왼쪽 오르막으로 가다가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진행하면 백운사약수터를 지난다. 곳곳에 무속신앙의 흔적이 역력하다. 이 또한 부산 민초들의 오랜 생활양식의 하나로 받아들이면 그렇게 눈살을 찌푸리지 않아도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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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부전망대에서 본 부산항대교와 영도 봉래산. |
아란야사 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길 또한 고즈넉한 숲길이다. 30여분 갔을까. '구도의길' 표지판이 뚜렷한 오거리를 만난다. 10시 방향 안창마을 쪽으로 길을 잡는다. 살짝 고개를 넘으면 동구의 오지마을인 안창마을이 눈앞에 훤하다. 일단 안창마을 쪽으로 내려선 후 수정가든 앞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도로를 따른다. 오리구이를 파는 식당들이 참 많다. 송학사 쪽으로 오르는 마을길이 조금 힘겹다. 곧이어 다시 숲길로 들어서서는 고갯마루까지 주욱 직진한다. 고개마루에 올라 24번 이정표를 만나면 농막골 방향으로 고개를 넘어간다. 체육시설 아래쪽으로 내려서면 우측으로 서서히 길이 휘어진다. 오른쪽 어깨 위에 수정산 정상을 두고 돌아가는 길이다. 5분 후 22번 이정표가 서 있는 또다른 고개 사거리에서는 '수정산 임도' 방향을 잡는다. 등산객들을 제법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헬기장을 지나 편백숲과 쉼터가 조성된 곳에 17번 이정표를 만나면 이번에도 역시 수정산 임도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철조망 문을 통과한다.
■편평한 편백숲에 '원도심 이바구' 주렁주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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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동구 초량동 수정동 뒷산인 구봉산 허리를 휘도는 씽씽로드는 편백나무가 우거진 짙은 숲길이다. |
5분여 걸으면 수정산임도. 왼쪽으로 임도를 따라도 되지만, 숲길을 좀 더 걷기 위해 일단 임도를 가로질러 직진한다. 이윽고 약수터를 지나고 반질반질한 길을 따라 좀 더 가면 작은 갈림길. 우측으로 내려서다가 다시 갈림길에서 왼쪽 길을 택해 좀 더 내려선다. 3분 후 만나는 갈림길에서는 왼쪽으로 꺾는다. 곧바로 기둥에 '엄광산 나들숲길'이라고 쓰여진 이정표 앞 갈림길에서 왼쪽 오르막으로 '임도 0.3㎞' 표시를 따라 오른다. 다시 임도를 만나면 오른쪽으로 꺾어 줄곧 임도를 따른다. 중간 중간 쉼터와 벤치 등이 있는 걷기 좋은 길이다. 15분 후 백병원 갈림길에서 왼쪽 '동서대 1.0㎞' 방향으로 직진한다. 다시 10분 후 동서대갈림길에서도 직진한다. 우측으로는 백양산 자락이 훤하게 드러난다. 이정표에 '삼운정약수터'라고 쓰여진 갈림길에서 임도를 버리고 왼쪽 산길로 오른다. 계단길을 조금 오르면 삼운정약수터를 통과하고 곧바로 만나는 숲길안내도 앞 갈림길에서도 직진한다. 다음 사거리에서 '꽃마을우회로 1.6㎞' 방향으로 직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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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대표 오지 안창마을 골목길을 지나는 취재팀. |
시멘트임도를 만나면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서서히 꽃마을 안으로 들어서서 계속 길을 이어가면 꽃마을 입구마당 네거리. 여기서 왼쪽 내원정사 방향으로 틀어 5분만 가면 내원정사다. 내원정사 앞마당을 통과해 오른쪽으로 서서히 휘어져 내려가는 길을 잡으면 5분 후 구덕청소년수련관이다. 마당을 통과해서 내려서면 구덕야영장을 지나고 곧바로 구덕수원지에 닿는다. 수원지 왼쪽으로 내려서면 둑 왼쪽에 계단을 통해 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이 있다. 계곡으로 진입해 종착지인 서구민방위교육장입구까지는 10분쯤 걸린다. 산행은 끝났고, 도로를 따라 200m쯤 내려서면 버스정류소가 나온다.
◆떠나기 전에
- 부평동 수목횟집 우럭조림 감칠맛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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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부평동 수목횟집의 대표 메뉴인 우럭조림. |
산행 후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맛집을 한 곳 소개한다. 부산 중구 부평동 부평깡통야시장 인근 부평맨션 1층 상가에 자리잡은 수목횟집(051-245-3601)이 바로 그곳. 골목에서는 잘 보이지 않고 부평맨션 상가 1층으로 들어가야 찾을 수 있는 수목횟집은 올해로 83세인 김소경 할머니가 50년 가까이 운영하던 것을 딸인 강명(57) 씨가 대를 이어 운영하는 식당이다. 계절 횟거리를 주로 내놓는 식당이지만 이 집의 특미는 싱싱한 우럭을 통째로 넣어서 요리하는 우럭조림이다. 매콤달콤한 양념이 잘 밴 우럭조림은 입맛 까다롭기로 소문난 부평시장 및 국제시장 상인들이 일부러 찾아와서 먹을 정도로 감칠맛이 일품이다. 게다가 노모의 손맛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주인 강 씨의 정성 가득한 밑반찬도 깔끔하고 담백해 손님들의 극찬이 끊이지 않는다. 30여 명이 앉으면 꽉 차버리는 다소 아담한 규모인 수목횟집은 인근 주민들에게만 소문난 알짜 식당이지만 수십년 부산토박이 단골 손님들의 발길도 여전히 끊이지 않는 곳이어서 산행 후 적당한 맛집을 찾는 산꾼들에게는 딱 좋은 곳이다. 우럭조림 1마리에 1만 원으로 가격도 적당한 셈이다. 계절에 맞는 횟거리는 3만~5만 원. 산행 종점인 서구민방위교육장에서 도로를 따라 200m쯤 내려가면 나오는 첫 버스정류소(금호아파트 앞 경성전자정보고 정류소)에서 81번 시내버스를 타고 가다가 보수동책방골목 정류소에서 내려 부평동깡통야시장 쪽 골목으로 50m쯤 걸어가면 오른쪽에 부평맨션 상가가 있어 찾기도 쉽다.
◆교통편
- 도시철도·시내버스 이용해 부산역 하차
교통편은 매우 간단하다. 부산역에 정차하는 모든 노선버스와 부산도시철도 1호선을 이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부산시버스정보관리시스템(http://bus.busan.go.kr/)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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