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15. <고성 구절산 폭포암>
진주에서 맞은 아침은 남강을 중심으로 도시의 한복판인 듯하지만 그지없이 고요하다. 숙소에서 밖을 내려다보니 편도 5차선으로 널찍한 도로가 시원하다. 낯선 곳은 늘 신선해서 여행의 기분을 더해준다. 그나마 혼자 여행을 할 때는 여유보다는 시간이 아까워 한 곳이라도 더 들러보기 위하여 잠을 설칠 정도인데 가족끼리는 차분해서 좋다. 충분히 늦잠을 자고 특별할 것만 같은 진주의 아침 햇살을 받으며 우리 동네 같은 밥집인 김밥천국을 찾는다. 그곳은 늘 찾아도 부담이 없으며 메뉴 또한 다양해서 골라먹기에도 좋은가 하면 혼자서 가볍게 식사하기에도 편하다. 또한 전국의 어디를 가도 같은 이름의 간판을 매달고 있으니 참 친숙하다. 느긋한 아침식사를 하고 고성 구절 폭포암으로 향했다. 그런데 진주 시내를 벗어나려던 찰나 도로변에 펄럭이는 <소힘겨루기> 플렌카드를 발견한 남편이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물론 계획에도 없었던 일정이지만 우리는 모두의 호기심으로 그 현장에 들러보기로 하였다. 뜻밖의 소싸움 관람이었기에 신기하기도 하고 출전한 소들이 마음으로부터 안쓰러움도 자아냈다. 진주 소힘겨루기는 삼국시대 전승 기념 잔치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해지며 조선의 민속놀이로서 진주지방 소힘겨루기 민속놀이가 언급될 정도로 그 유래가 깊고 우리나라 소힘겨루기대회의 발원지라고 할 수 있단다. 원래는 남강 백사장에서 행하여졌는데 소힘겨루기가 벌어지는 며칠 동안은 수만 군중의 함성은 하늘을 찔렀으며 양조장 술은 동이 났다고 한다. 이러한 진주 소힘겨루기대회는 일제 때 민족의 억압된 울분을 소 힘겨루기로 발산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소싸움은 동물 학대라고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 인간의 욕심에서 경제적 도구로 이용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고는 하나 잠시 머물러 tv에서나 볼 수 있었던 풍경을 잠시 접하고 점심시간을 맞는 대회장을 뒤로하고 우리는 서둘러 고성 구절산 폭포암으로 향했다. 여행을 즐겨하다 보니 전국의 여행지를 인스타나 블로그를 통해 둘러보곤 한다. 그 중에 요즘 핫하게 등장하는 곳이 고성 구절산 폭포암이었다. 물이 많을 때는 웅장하게 떨어지는 구절산 폭포암과 구절폭포가 절경을 이루는 곳으로 알려져 있으나 비가 드문 요즘은 낮은 곳이나 높은 곳이나 물이 거의 말라 있으니 폭포의 절경까지 기대하기에는 무리인 듯 하였다. 폭포암 주차장은 암자와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지만 주차장까지 가는 길이 좁은 논길을 지나게 되어 난감하였으나 고성군에서 나오신 주차요원들께서 워낙 꼼꼼하게 주차안내를 해주신 덕분에 빨리 갈 수는 없으나 안전하고 편안하게 들어갈 수 있었다. 주차를 하고 폭포암까지 가는 길은 제법 가파르다. 가는 길에 여러 형상들의 돌탑들이 서 있고 가을이 무색할 만큼 동백은 무성하고 목탁소리와 불경소리가 꾸준한 리듬으로 쉼 없이 들린다. 암자에 관련된 시설물들은 폭포 아래쪽에 층층이 세워져 있다. 비록 물이 없으니 폭포의 절경까지는 볼 수 없었으나 어느 계절에 와도 좋을 것 같은 폭포암의 대웅전에 올라가는 계단 아래에 폭포암의 유래와 전설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곳은 예곡에 살던 용이 등천하려고 하늘로 오르다가 마침 마을 아낙네가 목욕을 하고 있어 그 광경을 훔쳐보다가 하늘에서 내려치는 번개 칼에 맞아 떨어진 잔해가 흩어져서 병풍을 두른 듯한 암반으로 변했다는 전설이란다. 폭포가 아니라도 조금만 오르면 주변의 울창한 산세와 비경을 볼 수 있으니 그토록 전국적인 핫플레이스가 될 만하겠다 싶다. 출렁다리까지 오르는 길에 흔들바위에 기대어 소원도 빌어보고 내려오는 길에 붉디 붉은 맨드라미에 눈길도 나누어 주면서 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둥지를 찾았다. 출발하던 날 아들아이가 챙겨 온 꼼꼼한 간식 덕분에 가는 길부터 오는 길 내내 이것저것 골라먹는 재미 또한 여행의 맛에 덤으로 차지하였다. 계획하고 출발할 때까지만 하여도 너무 타이트하고 주말에 다녀오기에는 피곤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무사히 알찬 주말여행으로 남기게 되었다. 그렇다. 여행은 늘 떠나고 보면 모든 것이 가볍고 에너지까지 충전되어 일상에 시너지 효과를 불러오는 또 하나의 삶인 것이다. 인생의 맛을 진미롭게 곱씹어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수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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