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눈/ 리상각
설눈은 별빛
파르므레 눈부시다
티끌이 없는 세상
한바탕 딩굴을가
하느님
새로 만든 세상을
더럽히면 어쩌리
***
눈/ 리상각
간밤에 내린 눈이
지붕을 덮었구나
지붕에 내 시름도
골고루 펴놓을가
봄에는 눈과 시름이
락수물로 녹으리
***
개울/ 리상각
이 애야
비가 온다
그만 놀고
들어오렴
문 열고
웃고 뛰는
막둥인 줄 알고
불렀더니
개울이
뛰며 딩굴며
날 반겨
깔깔 웃네
***
갈매기/ 리상각
창공에는 갈매기
너울너울 날개짓
푸른 바다 물이랑도
너울너울 날개짓
부르고 대답을 하며
해를 안아올린다
***
꿈/ 리상각
꽃이 피는 고운 꿈
망울속에 묻혔다
잎진다 두려워서
활짝 피지 못할가
마음것 피고 지는것
살아가는 꿈이리
***
해동성국/ 리상각
해동성국 어드메냐
농군에게 물었더니
해동성국 모르지만
발해왕터 여기란다
김맬 땐
기와쪼각이
시끄럽다 하더라
천여년 잠을 자던
해동성국 기와장
호미끝에 걸려나와
딸그락 그 한마디
찰라에
온 해동성국이
일어설듯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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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레종소리/ 리상각
어머님 등에 업혀
만리길을 떠나서
파란 많은 인생길
가시덤불 헤쳤나니
가슴에 노상 울렸네
에밀레종소리
에밀레종소리
속시원히 들어볼가
조약돌 들었다가
슬그머니 놓았어라
불쌍한 어머님생각
눈물눈물 솟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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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조 꽃송이/ 리상각
석줄 시행은
세줄기 빛이로다
작은 그릇에는
우주를 담았노니
만방에 향기로와라
우리 시조 꽃송이
짓기는 어려워도
읊기는 즐겁도다
읊을수록 맛이 난다
깊은 뜻에 무릎치며
아뜰히 가꾸어가세
우리 시조 꽃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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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상각 시인: 1936년 강원도 양구 출생. 1938년 중국 북만주로 이주. 1961년 <천지> 문학월간지 편집.
1979년 중국작가협회 회원. 시집 [까마귀], [두루미], [울지를 않으마] 등16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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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은 2013년 가을, 시와사람사 발행인인 시인 강경호 선생으로부터 기증받았다.
광주광역시문인협회에서 발간하는 [광주문학] 가을호를 준비하러
출판사에 왔다갔다 하는 도중이었다.
강 시인께서 2002년 중국 연길의 리상각 시인으로부터 받은 시집이라고 하였다.
시와사람사는 오래 전부터 중국에 있는 우리 동포들에게 책을 발간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알 수 없는 것이 시집 표지에는 '국학자료원'이라고 되어 있는데
판권란에는 발행처가 '새미'라고 되어 있다.
어쨌거나 서울에 있는 출판사인데 한글맞춤법에 맞지 않는 어휘가 상당하다.
그래도 그대로 옮겨 적는다. 연길에 사는 리상각 시인의 정서를 느낄 수 있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