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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꽃섬을 만든다면 이런 섬이 아닐까? 고흥 애도(艾島)
절대자가 천상에 꽃섬을 가꾼다면 애도처럼 만들지 않았을까? 사방으로 푸른 바다가 애도를 안고 있고 그 뒤로 올망졸망한 섬들이 호위하고 있었다. 자연 그대로의 풍경에다가 섬사람의 순박한 스토리 옷까지 입혔으니 더욱 사랑스럽다. 개발이란 명목으로 무자비한 삽질에 어울리지도 않는 벽화로 도배를 하고 있는 섬에 애도를 표하고 싶을 정도다. . 젊은 부부의 우직함과 아이디어로 일군 성과다. 전남도 역시 '전남민간정원 1호'라는 훈장을 선사할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특히 유난히 섬을 사랑하는 이낙연 전지사가 아꼈던 섬으로 알려졌는데 이 섬의 푸조 나무를 보고 총리로 영전되었다고 하니 운수태통의 섬이라 불러도 좋을 것 같다.
고흥사람들에게는 애도보다는 쑥섬으로 더 알려져 있다. 거센 바람과 파도와 싸워 이겨낸 기특하고도 약효가 좋은 쑥이다. 그래서 쑥 애(艾 )자를 써서 애도(艾島)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다. 한자 획순은 많지 않는데 눈에 익지 않는 글자다.
쑥섬은 고흥 나로도항 건너편에 있는 작은 섬이다. 대부분 외지인들은 나로도 여객터미널에서 쑥섬행 배를 찾는다. 그 뒷편 작은 포구를 보고나서 놀라고 트럭만한 크기의 철부선에 올라타면 웃음이 나온다. 공깃돌 처럼 작은 것이 쑥섬의 매력이다.
실은 이 포구앞에서 쑥섬을 보고 무척 고민을 했다. 암만 봐도 볼 것이 없을 것만 같다. '저 콩알 만한 섬에 무슨 볼거리가 있겠어. 가지 말고 나로도 우주센터나 둘러볼까? ' 발길을 돌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이런 선입견에서 벗어나는 것이 나의 직업이 아닌가?
배는 부부가 운영한다. 남편이 선장이고 부인은 선내를 돌아다니며 왕복 배삯을 걷는다. 쑥섬까지 3분밖에 걸리지 않아 미처 돈을 걷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돌아가는 배에서 내라고 신신당부한다. 옆 섬인 사양도로 향하는 주민이 더 많은 것 같다. 안부인사부터 시작해서 3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재미난 이야기가 오간다. 70년대 시골버스를 탄 기분이랄까
육지사람의
눈에는 오리처럼 보이지만 실은 갈매기란다. 쑥섬의 아이콘이자 무인카페다.
탐방로는
카페 뒤쪽으로 놓여 있다.
갈매기 카페 옆은 꽃게 펜션이 양팔을 쳐들고 이방인을 환영하고 있다. 성화등대에서 바라본 일몰을 만나고 싶다면 이 숙소에서 하루를 보내야만 한다.
3분. 순싯간에 공간이동하듯 쑥섬에 닿았다. 배에서 내리면 탐방비 내라는 무인 돈통이 보인다. 기분 좋게 낼 수 있지만 좀 미심쩍으면 섬을 다 둘러보고 내도 된다. 원시림과 천상화원을 가꾼 사람들의 노고를 생각한다면 5천원이 아깝지 않으리라.
이 섬을 가꾼 김상현씨다. 인근지역 중학교 현직 교사인데 약사인 아내와 함께 꽃섬으로 가꾼 산증인이다. 인간시대에도 나왔다고 한다. 요즘 방학이라 이렇게 직접 나와 섬의 스토리, 코스, 볼거리 등 살가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때 70여가구 300명이 북적거렸는데..지금은 15가구 30명만 남았다고 한다. 해안선의 길이이 3.2km 하늘에서 보면 소가 누워있는 와우형이란다. 이 섬에 없는 것은 무덤이 없고 개와 닭을 기르지 않는다고 한다. 섬이 워낙 작아 무덤을 조성하면 농사지을 땅이 부족해 뭍으로 건너가 묻힌단다.
개와 닭 울음소리는 제사때 부정 탄다고 해서 아예 기르지도 못하게 했다. 그러다보니 고양이가 동물의 왕자다.
선생님의 섬이야기를 듣다가 잠시 한눈을 팔았다. 무거운 짐을 지고가는 택배아저씨가 보였기 때문이다. 섬 택배는 우체국 직원이 한꺼번에 모아 전달한다고 한다. 배에 싣고 내리고 또 집집마다 전달하고...도심보다는 3~4배는 더 힘이 들 것이다.
탐방의 시작은 마을 돌담길이다. 젊은 연인들이 어르신의 눈을 피해 손을 맞잡았기에 '사랑의 골목'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다. 연인이 손을 잡으면 사랑이 이루어지고 친구들과 손을 잡으면 우정이 깊어진다는 골목길로 시내처럼 굽은 길이 매력이다. 여타 섬보다는 바람이 적은 탓에 돌담은 낮은편이다. 자로 잰듯한 직선길에 익숙한 도시인에게는 숨통 같은 길이다.
집은 섬크기에 비례하는가보다. 부부가 나란히 누우면 꽉 찰 것 같은 방. 그리고 화장실이 집의 전부다. 워낙 땅이 귀했기에 집을 넓힐 엄두를 못 냈던 것이다.
돌담 한 면을 통째로 시멘트로 발라 버린 곳도 보인다. "때려잡자 김일성, 무찌르자 공산당" 글귀가 써있었다고 한다.
숭숭 뚫린 돌담은 삼베옷을 걸친 것처럼 시원하다.
이집은 벽면에 구멍을 뚫고 스티로풀을 박아 넣었다.
돌게 펜션을 기웃거려본다.
갈매기 카페도 들어가본다. 내부는 복층건물로 은근히 넓다. 냉장고에는 탄산음료수와 커피 그리고 생수가 있으며 무인카페로 운영된다. 물 1천원, 커피 2천원, 음료 2천원 갈매기 돈통에 넣으면 섬 가꾸는데 사용된다고 한다. 잔돈이 없다면 나중에 농협게좌로 입금하면 된다. 이런 신뢰가 참 맘에 든다. 2층은 쑥섬의 일몰과 야생화, 바다풍경을 담은 사진이 전시되어있다.
버섯모양의 쉼터 옆으로 길이 놓여 있는데 70미터면 경사길이고 나머지는 수월한 평지길이다. 그러니 포기하지마라
그 다음부터는 평지 숲길. 하늘 한 점 보이지 않는 원시림이 서늘할 정도 무게에 못이겨 90도로 허리를 숙인 나무도 있고 난대상록수인 육박나무도 나타난다. 나무껍질이 육각형 얼룩이 생겼다고 해서 육박나무라고 하는데 섬의 이 섬의 마스코트다. 식물원에도 보기 힘든 귀한 나무로 200살은 되었다고 한다.
섬사람들이 당할머니 나무로 통한 후박나무가 태풍 한방을 맞고 길게 누었다. 그래서 자식을 업고 기르느라 등이 굽은 어머니 나무로 통한다. 몸살을 앓고 누운 덕분에 둥근 옹이를 가까이 볼 수 있는데, 어머니의 젖가슴처럼 탐스럽다. 터치하면 좋은 일이 생긴단다.
섬사람들은 당숲은 소중히 지켜냈다. 당제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데 풍어와 안전을 기원한다. 바다야 말로 이들의 삶의 터전이며 생명을 앗아가는 흉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바다신을 소중히 모시고 또 개와 닭을 키우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연에 쓰러진 나무는 자연이 치유하도록 내 버려 두었다. 2003년 매미, 2012년 볼라벤~~판자에 또박또박 쓴 선생님의 글씨가 고마울 따름이다.
동백나무, 너도밤나무가 있고 행운을 선사하는 푸조 나무가 보인다. 나무마다 표찰이 있고 스토리까지 담고 있어 생태공부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이들 생태공부는 식물원이 아니라 이런 곳에서 해야 한다.
원시난대림에서
벗어나니 갑자기 하늘이 열리더니, 사방 탁 트인 공간이 나온다. 나로도
내해는 호수같이 잔잔한데 바로 쑥섬이 거센 바람과 홀로 싸웠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로도는 수문장인 쑥섬에 감사해야 한다.
쑥섬의 서쪽은 해식해가 발달되어 영화 삐삐용의 절벽이 떠오른다. 사진 포인트이기도 하다. 눈을 부라리면 저멀리 손죽도, 초도, 거문도까지 눈에 들어온다. 날이 쾌청하면 한라산까지 조망된다고 하는데~눈을 지긋히 감으니 보이는 것 같다.
절묘한 위치에 나무벤치를 만들어 놓았다. 짜릿한 감동은 물을 들이켜 식혀보려 한다.
야생 무화과인 천선과가 탐스럽게 열렸다. 반쪽을 먹으면 2년이 젊어진다고 하니 그야말로 천상의 선물이 아닐까
산마루를 따라 천천히 걷다보니 드디어 천상화원이 펼쳐진다. 편안하게 감상하도록 평상까지 놓여 있어 비스듬히 누워 자연속에 폭 빠져들었다. 자세히보면 화초로 가득한 별정원, 광장으로 조성된 태양정원, 초승달모양의 달정원 그리고 쉼터로 이루어져 있다. 바다를 배경삼아 핀 야생화에 흠뻑 취해보라.
"이 많은 꽃들을 어떻게 가져다 심었지"
꽃은 바람에 수없이 피었다 사라졌을 것이다. 단단히 뿌리내리는 법을 스스로 터득했을 것이다.
저 멀리 나로대교가 보인다. 패튜니아
칸나도 잘 자란다.
벤치가 놓여 있어 편안하게 꽃구경을 한다. 봄, 여름, 가을 삼계절 꽃이 피고 진다고 한다. 겨울을 제외하고는 릴레이 선수마냥 별정원은 트랙을 돈다.
이 섬에 들어오지 않았으면 어떻할 뻔 했어
거문도를 운항하는 줄리아 아쿠아호
고흥 발포도 보인다.
그루터기는 나이테 책으로 변신했다.
다시 능선을 따라 가니 너른 바위가 나타나는데 여자산포바위다. 경치가 좋으면서 놀거나 쉬는 것을 산포하고 한다. 여인들이 명절과 보름날 달밤에 음식을 싸와서 춤과 노래를 즐겼다고 한다.
여자 산포바위에서 200미터 더 가면 남자 산포바위가 나온다. 좀 뾰죡해 남성미가 느껴진다.
기상은 하늘을 찔러 에베레스트와 백두산 한라산에 견줄만하다. 남자들이 놀 만한 곳.
여자산포바위와 남자산포바위 사이는 야생화가 가득...연인들은 중간쯤 만나 애틋한 마음을 나눴다고 한다. 자연도 화답하듯 꽃을 펴주고 ~~섬 연인들이 썸타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성화등대는 태양에너지로 작동되는 무인등대다. 이곳의 일몰이 끝내준다는데~~다음 쑥섬여행은 일몰여행이 될 것 같다. 등대에서 마을까지는 1km
대숲을 지나 타박타박 걸어본다. .
우끄터리 쌍우물. 위쪽은 둥근 형태, 아래쪽은 사각.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라는 천원지방을 의미한다. 쑥썸 아낙네들의 정보교환처다. 복원하면 시원한 우물맛을 볼 수 있겠다.
바닷쪽으로는 가다보면 다리통만한 동백숲이 길 게 이어졌다. 2~300년은 족히 되었다고 하는데 3~4월 동백꽃이 바닥에 깔렸을 때 장관이란다. 뱃시간 시간 여유가 있다면 숲기운을 느끼며 바다를 바라보는 호사를 누려도 좋다.
텅 빈 의자에 쑥섬을 사랑하는 마음을 놓고 왔다.
다시 철부선에 올랐다. 아듀~!
-섬여행 팁 뱃시간을 보면 섬에서 대략 2시간이 주어진다. 섬은 대략 1시간 30분이면 전부 둘러볼 수 있다. 시간이 남으면 갈메기 카페에서 잠시 쉬었다 가는 것도 방법이다. 배삯은 왕복 3천원, 탐방비 5천원....8천원이면 다녀올 수 있다. 단체일 경우 사양호 선장(010-2504-1991)에게 연락하면 언제든 배가 뜰 수 있다고 한다. 화장실은 큼직한 나로도터미널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이 좋고 섬내에는 갈매기 카페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 등산화를 신는 것이 좋고 숲이 우거져 모기 기피제를 바르면 좋다. 스틱은 탐방로를 훼손할 수 있으니 가져가자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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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모놀답사에서 한번 가려구요~~~
쑥섬 다녀오셨네요 ㅎ
아기자기하고
너무나 예쁜 섬이네요
모놀답사를 기다려 봅니다
Good! 감사합니다.
대장님따라 섬을 한바퀴도니 아기자기한 쑥섬에 가고싶어지네요
편안해 보이는 섬...그런 분위기네요...얼마전 고흥 녹동신항에서 거문도,백도 다녀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