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영화 - <블루 자이언트>(일본)
젊은이들의 성장 드라마는 언제 보아도 흥미롭고 감동적이다. 특히 그 분야가 ‘음악’이라면 매력은 더욱 커진다. 일본에서 빅 히트를 거둔 만화 <블루 자이언트>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다. 주제는 ‘재즈’다. 최고의 재즈 뮤지션을 꿈꾸는 세 젊은이들의 도전과 좌절 그리고 성공이 그려지고 그 가운데 만나게 되는 사람과의 다양한 관계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재즈를 통해 밴드를 구성한 세 젊은이는 다음과 같다. 최고의 연주자가 되기 위해 지방에서 도쿄로 올라온 노력형 A, 연주에서 작곡까지 재즈의 모든 영역에 천재성을 발휘하는 B, 축구를 하다 뒤늦게 재즈에 입문한 C, 세 젊은이들은 최고의 음악을 만들어내기 분투한다. 그 과정은 성장 드라마의 전형적인 공식을 따라간다. 우여곡절하게 세 젊은이가 만나고 서로의 어려움을 겪고 성장하면서 성공의 끝에 도달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 때문에 B가 부상을 당하면서 최고의 무대에서 예정되어있던 공연은 두 사람만의 공연으로 치러지지만 그것은 또 다른 감동의 세계로 안내한다.
대부분 이런 성장 영화는 특별한 해석이나 선입견 없이 극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감동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누구나 알고 있는 상황이고 상투적인 이야기의 전개이지만, 수많은 사랑 이야기가 사랑들에게 의미가 있듯이, 성장 이야기 또한 그자체로 흡입력있는 이야기의 소재가 되는 것이다. 어쩌면 <블루 자이언트>의 핵심은 이야기의 전개가 아니라 이야기의 전개 속에서 분출되는 ‘재즈’ 그 자체의 매력인지 모른다. 세 젊은이들의 연주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멋지게 표현된다. 특히 마지막 공연에서 화면을 압도하는 강렬한 사운드와 자유로운 리듬과 멜로디는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기억을 제공할 것이다. 영화 속 젊은이들이 말하듯이 재즈의 장점은 자유로움과 강렬함이며, 기술적인 재주를 넘어 내면의 힘과 에너지를 표출시키는 황홀경의 영역인 것이다.
하지만 영화 속 영상의 힘을 보조받으면서도 ‘재즈’의 매력에 동의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재즈의 터져나오는 음악적 힘에 대해 특별한 매력을 얻을 수 없는 것이다. 결코 ‘음악’이 갖는 평균적인 매력 그 이상이 느껴지지 않는다. 난해한 철학과 사상을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렵듯이, 재즈는 일정한 음악적 학습을 통해서만 감동을 느낄 수 있다고 누군가는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또한 자신들의 이해에 대한 지나친 자만심에 불과할 것이다. 한때 ‘재즈’를 세련됨의 한 상징으로 소모했던 시대처럼 말이다. 어떤 음악을, 어떤 이유로 좋아하든, 사상적 영역과 음악적 영역은 인간의 다른 능력이 참여하는 분야이다. 음악은 인간의 감정에 호소하는 독자적이고 개별적인 영역이다. 그것은 맞고 틀리고의 진리의 세계가 아니라 다만 감정의 선호에 따른 취미의 영역인 것이다. 분명 많은 경험과 지식이 음악에 대한 선호를 증가시키겠지만 음악에 대한 접근은 우선 ‘끌림’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재즈’는 나의 선호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것은 재즈에는 애상과 쓸쓸함 그리고 내가 선호하는 고독의 느낌이 부족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재즈의 모태가 된 ‘블루스’에서 얻게 되는 감정이 대부분의 ‘재즈’에서는 사라진다. 지나친 현란함과 불규칙적인 혼란의 표현 때문인지 모른다. 자유롭다고 하지만 그 자유에 이끌려지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세계의 민속음악과 한국 전통음악의 특별한 애조와 담담함 그리고 과장되지 않는 음들의 조화가 아름답고 매력적이며 때론 더 큰 강렬함을 발견하게 된다. 영화는 엄청나게 ‘재즈’의 매력을 강조하고 그것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찬사를 바치지만, 나 자신이 그 속으로 동화될 수 없다는 것을 보면서 생각해보았다. 음악은 철저하게 개인의 영역이며, 타인의 기호에 동조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이 세상 무궁한 음악 속에서 자신의 세계 그 자체를 찾는 과정이 더욱 흥미로운 탐색이며 더 많은 음악, 더 많은 노래를 들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런 과정 속에서 훗날 ‘재즈’도 좋아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 나에게는 더 좋은 음악들이 있고, ‘재즈’는 그 속에 아직 포함되지 않고 있다.
첫댓글 - 분출되는 ‘재즈’ 그 자체의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