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1.30일.
이른 새벽 살을 애는 날씨만큼 싸~한 분위기속에 우리 가족은 말없이 입대전용 관광버스에 올랐다.
의정부 306보충대 휑한 연병장.
눈발이 조금씩 나리고 '군대생활 잘하고 돌아오겠다'며 돌아서는 아들의 뒷모습에서 30년전 나를 보았다.
돌아오는 내내 텅 빈 옆자리가 가슴에 아리고 차창으로 보이는 세상이 조금씩 하얗게 물들어 갔었다.
그런 녀석이 추석을 앞두고 제대 한 달 남았다며 말년 휴가를 나왔다.
누굴 닮았는지 상당히 까딸스러워 자기 방을 깨끗히 치워 달란다.
이곳으로 이사오며 아들 방에 방치해둔 잡동사니를 정리하는데 반나절이 걸렸다.
아남 델타 클래식-1
1998년인가 99년인가 거금 110만원을 주고 구입한 하이랜드급 오디오다.
음악에 별로 아는게 없는 놈이 뭔 맘으로 그랬는지 모른다.
듣는둥 마는둥 장식용으로 방치하다 이사하면서는 아예 코드 한번 꼽지 않았다.
세월의 무게만큼 묵은 때가 가득한 케이블을 걸레로 깨끗이 닦아 내고
하나하나 새로 조립하여 큰 방으로 옮겼다.
마음속의 묵은 소소함도 닦아내는건 덤이었다.
오래된 것들....
몇 년 전 10년을 함께한 애마 엑센트와 헤어지며 '아! 물건에도 감정을 공유할 수 있구나'하는 야릇한 섭섭함을 느꼈다.
일본의 어떤 정리의 달인은 '무엇을 버릴것인가 고민하지 말고 무엇을 남길것인가를 고민하라'고 했다지만
정 때문에 함부로 할 수 없다.
이제야 제 자리를 찾은 오디오에 전원을 넣으니 엠프에 빨간 불이 들어온다.
물건은 변함없는데 사람이 변한 것이다.
처박아 둔 CD도 정리하고 그 중 눈에 띄는 가요 "명작"을 넣고 볼륨을 올리니 스피커의 울림이 방안 가득하다.
들국화...이소라...임재범...김광석...
세월은 흘러 사람은 있고 없어도 그 목소리, 그 선율은 변함이 없다.
연휴 기간
오래 묵혀 두었던 것들(물건, 나의 마음)이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오늘 아침 모닝콜되는 FM 라디오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정감 있는 멘트와 노랫말이 나를 즐겁게 한다.
가벼운 맘으로 출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