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2008.8.19.화요일. 흐린후 맑음
*산행구간:호남4(개운치-추령-내장산비로봉-백암산-감상굴재)
*산행시간:11시간50분(도상:약21km)
용산역(19:20)-정읍역(21:29-05:15숙박)-개운치(05:35)
개운치(05:40)-망대봉(06:10)-435봉(07:20)-추령(09:10)
-장군봉(10:30-11:00중식)-연자봉(11:25)-신선봉(12:00)
-까치봉갈림길(12:40)-영산기맥분기봉(13:55)-순창이재(14:00)
-상왕봉(14:40)-정맥/백학봉갈림헬기장(15:30)-구담사갈림4거리(15:40)
-암릉지대(15:50)-감상굴재(17:30)
감상굴재(18:00)-정읍(18:30)/(20:05)-행신역(23:04)
(보보스 807호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했다)
*후기
단골(두번째지만)택시기사분이 일러준
정읍의 보보스 모텔에서 아주 편안하고 달콤한 숙면을 취했다.
그리고 5시 다 된 시간에 모텔을 나와
그들이 많이 이용한다는 길 건너에 위치한 영복회관에서 아침을 먹었다.
아주머니 두 분이 일하는 식당에서 정성들여 싸준 도시락을
챙겨 갖고 나와 저번에 이용했던 택시를 타고 개운치로 향했다.
새벽 공기는 시원하고 상쾌했지만 주위는 어둠뿐인데,
하늘은 그어둠보다 훨씬 더 시커먼 구름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택시를 타고 산길로 접어들자 내가 오늘 왼 종일 가야할
내장산쪽 하늘은 밝은 달이 구름사이로 조금씩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다.
비가 올 것만 같은 무겁던 분위기가 달빛에 조금씩 지워지고 있었다.
달이 그렇게 보이니 분명 비는 오지 않으리라!
이렇게 혼자서 확신을 갖게되었다.
어둠속을 쌩쌩 달리는 택시기사에게 천천히 가자고 했다. 약간 사위가 밝아진 뒤에
산행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정읍역 부근에서 개운치 까지는 약15분이 소요되었다.(차비:13,800백냥)
저번에 하산했던 외딴집과 함께 버스 승강장이 있는 곳에서 내려
바로 옆의 정맥 길로 접어드니 간밤에 비가 뿌리고 갔는 숲은 흠뻑 물을 머금고 있었다.
최근의 연이은 비로 웃자란 풀들이 많이 무성해
발 아래가 보이지 않았다. 더불어 약간 어두어 후레쉬를 켰다.
(5시30분인데 호남정맥의 개운치는 암흑이었다)
개운치에서 곧장 치고 올라가면 첫 번째가 망대봉인 줄 알았더니
편안한 능선줄기에 올라섰고 그 완만한 능선을 따라 망대봉의 통신탑을 우회한다.
철조망을 따라 물기를 머금은 빽빽한 잡목 길을 따라 망대봉의 사면을 지나간다.
아차, 하고 잘못 미끌어지는 날이면 어두운 숲의 굴레로 빨려들 것 같다.
조심조심 통신탑이 있는 비탈을 우회하여 망대봉 바로 밑에 있는 헬기장에 닿았다.
헬기장에서 안개에 쌓인 망대봉의 통신탑을 바라보니
윙윙-거리는 전파음과 더불어 영화에 나오는 외계의 괴물처럼 보인다.
느낌이 좋지 않아 얼른 풀었던 배낭을 둘러매고 큰길을 따라 내려간다.
포장된 큰 길이 몇 백 미터 길게 이어진다.
망대봉 부근의 물기 머금은 숲을 고생고생 빠져나와
넓은 길을 따라 가니 아주 홀가분하다.
추령까지 이렇게 설렁설렁 가고 싶어지는데~~
몇 백 미터 포장길을 따라 내려와 길이 크게 돌아가는 지점에서
다시 정남방향의 정맥 길로 접어든다. 다시 숲에는 시원하게 바람이 불어온다.
오늘 서해안은 풍랑이 예고된다고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아주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산속에서 이정도의 바람은 아주 딱 좋은 것 같다.
그렇게 건너편의 완만한 산을 넘어 안부로 떨어졌는데
그곳이 여시목이란 안부 같다. 보통 안부에는 키큰 억새와 줄기 까시나무같은게 많았다.
그러면서 바람도 없으면서 거미줄도 많아 아주 고역이었다.
줄기 까시는 잔 까시가 아주 많아 한번 피부에 닿으면 아주 쓰라렸다.
그리고 발 아래에는 길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풀이 우거져
어느덧 말라가는 옷을 다시 적신다.
하여튼 <개운치-추령>구간은 걷기에 좋은 길은 아닌 것 같다.
그렇게 한참을 지나 435봉으로 추측되는 곳을 지나
목장울타리 같은 곳을 지나고 가끔 출입금지표지와 함께
국립공원지역을 알리는 시멘트 표식을 대한다.
그런 것들을 대할 때면 내가 은밀한 침입자처럼 느껴져 긴장이 되곤 한다.
우리의 산줄기를 밟아 보라고 널리 장려해야 좋을 것 같은데
뭐, 산 휴식이니 하는 탁상적인 이유를 만들어 규제를 하니 악법같이 느껴졌다.
솔직히 개발 때문에 자연이 망가지지 조용히 다니는 산사람들 때문에
자연이 회손 된다는 건 많이 틀린 것 같다.
대간이니 정맥 같은 것은 국민들에게 장려를 하면 할수록 좋을것 같다.
우리의 산줄기를 밟아본 사람이 더욱 우리 산줄기를 사랑하게 될거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
어쨌든 우리의 산줄기를 밟아 가는데도 기분이 묘했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추령이 보이는 봉우리에서니 내장산이 보인다)
드디어 추령으로 이어지는 49번 도로가 내려다 보이는 봉우리이다.
더불어 말발굽처럼 생긴 내장산의 여려 봉우리들이 부연 안개 사이로 자태를 드러낸다.
9시10분에 추령으로 내려서니 모텔과 음식점이 보인다.
내장산으로 들어가는 철문은 직원들의 실수인지, 어쨌든 열려 있었다.
문을 통과하여 내장산으로 들어서니 시원하게 뚫린 길이 이어졌다.
그렇게 멋진 길을 따라 장군봉아래에서 한참을 쉬면서
두유하고 소보로빵을 먹었다. 팩두유는 잘 상하지 않고 소보로빵도
건조하고 앙코가 없으니 잘 상하지 않아 여름 산행에 괜찮은것 같다.
국립공원 표식이 박힌 그곳에서 앉아서 보니 장군봉이 무지 높게 보인다.
저기만 오르면 좀 길이 편해 보일듯하다.
이제 휴가철이 살짝 벗어난 때문인지 아니면 날씨가 화창하지 않아 그런지
산속에는 한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인기척이라곤 전혀 없었다.
그냥 숲에는 나 혼자뿐이었다.
그리고 계속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오늘산행은 아주 부드러울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기분 또한 굉장히 좋아졌다. 그래서 마누라가 좋아할 문자를 가슴이 두근거리며 보냈다.
<그대가 갑자기 보고 싶어...>
가파른 장군봉을 올라간다. 가능하면 쉬지 않고
천천히 올라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 걸음 한걸음 올라갔다. 장군봉에 올라가니 조망이 아주 좋았다.
특히 건너편의 서래봉 암벽이 인상적이었다.
장군봉 바로 옆 연자봉 조망이 좋은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식당 아주머님이 밥도 많이 싸주셨네...
정성들여 은박지에 싸준 열무김치에 계란에 오이지에...
냠냠~ 짭짭~ 맛있게 먹었다.
아침을 5시경에 먹었으니 지금(10:30) 점심을 먹는 것이 정상인지도 모른다.
밥 먹는 내주위로 개미들이 많이 몰려들었다. 내가 흘린 계란조각을
개미 몇 마리가 열심히 가져간다.
이넘 들은 아무런 말도 없이 열심히 움직인다.
(내장산 최고봉인 비로봉을 지나다가 아쉬운것 같다. 새로 장만한 보따리라도 찍자!)
밥 힘으로 저 멀리 백암산 상왕봉 까지 버티고
그 담 부턴 빵으로 비비자고 계획을 세웠다. 아주머니가 싸준 밥을 먹고
주변경관이 아주 잘 보이는 암릉지대에서 구경을 만끽하면서
연자봉과 내장산 최고봉인 비로봉을 지나 정맥이 갈려지는 까치봉 갈림을 지난다.
내려와 올라선 중간 암봉에서는 백암산쪽과
내장산쪽의 조망이 삼삼했고 대가와 반월리 쪽은 넓은 숲의 바다같다.
이곳을 내려와 지겹게 이어지는 산죽 숲을 헤치며 영산기맥 분기봉에 닿았다.
(분기봉이 나타나지 않아 영산기맥으로 잘못 든줄알고 빠꾸 할가도 생각할 정도였다)
영산기맥 쪽에도 표지기가 많이 보인다. 이제는 오지도 많이 많이 사라지나보다.
열심히 산행해서 저쪽도 가보자고 다짐했다.
왼쪽으로 90도 꺾여 내려가니 바로 순창이재가 나왔다.
백암산으로 꾸준히 이어지는 오름길을 따라 백암산 상왕봉에 오르니
강렬한 햇살이 작열하고 있었다.
이젠 심한 굴곡은 대부분 지난 것 같다.
남동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천천히 이어간다.
군데군데 조망이 좋은 곳이 보인다. 건너편에 있는 가인봉이 멋졌다.
백학봉으로 갈려지는 곳을 지나고 그리고 다시 헬기장에서
백학봉으로 가는 남쪽 길을 버리고 왼쪽의 남동방향의 길로 접어들었다.
아주 호젓하게 길이 이어진다. 군데군데 출입금지 간판이 보인다.
정맥이나 대간 정도는 넓게 생각해주는 무엇이 필요하지 않나!
다시 그런 답답함을 느끼면서 걸었다.
(내장산국립공원을 벗어나는 암벽에서 감상굴재로 이어지는 정맥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드디어 절벽지대가 나타났다. 줄도 없이 제법 가팔랐지만
차분히 내려가니 눈 내린 겨울만 아니면 별것 아닐 것 같다.
절벽 위에서 곡두재 쪽을 지나 감상굴재로 이어진 낮은 정맥이 보인다.
옆으로 바둑판 같은 논의 벼들이 누렇게 물들기 시작하는것 같다.
바로 이어서 또 절벽지대가 나타났는데 비슷한 방법으로 내려갔다.
절벽을 내려와 외길을 따라가니 약간의 계곡 같은 곳을 지나가기도 한다.
내가 길을 잘못 들었다 생각했는데 다른 길이 보이질 않았다.
넓은 가수원 길을 따라 내려오니 다시 오른쪽으로 꺾여
곡두재로 이어지고 있었다. 곡두재에는 부서진 안내판이 있었고
지도에는 길 표시가 되었지만 임도 같은 길이 저 아래보이고 정맥길은 산길이나 다름없었다.
그곳을 지나 가는데 옆으로 멧돼지떼가 지나가는게 숲사이로 살짝 보였다.
무지 흔하다고 하는데 실제 눈으로 보기는 꾀나 어려운것 같다.
더불어 낮은 지역인데도 시원하고 날파리도 거의 없었다.
그렇게 따라가 동네 길을 건너 낮은 산으로 연결되어있었다.
감상굴재에 도착해 앞에 있는 신화회관에 들어가니
창문이 떨어져 나가고 깨진 유리파편이 널려 있었다.
수도꼭지는 떨어져나가고 없었다.
건물 뒤편 텃밭에서 노인 두 분이 밭일을 하고 있었는데 신화회관주인이란다.
4차선 도로가 새로 나게 되어 건물이 곧 철거될 거라고 한다.
옷이나 갈아 입고 가려고 창문이 제거된 빈 방에 들어가
땀을 닦아 내고 알몸으로 옷을 갈아 입는데
어데서 나왔는지 모기떼가 사정없이 물어 뜯었다.
여기서 대책없이 비박했다가는 물(?)한방을 남아나지 않을 것 같다.
오늘은 <개운치-추령>구간 도중 벌침 3방 맞고(팔뚝1,허리2)
산행 마치고 모기침까지 수 없이 맞은것 같다.
솔직이 모기침은 그렇지만,
초반전의 벌침땜에 오늘 산행 컨디션이 좋아지지 않았나 싶다.
첫댓글 들판의 벼들이 누렇게 익어 간다니... 그렇게 무덥더니만 벌써 가을의 문턱에 들어섰나 봅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내장산 봉우리는 높이가 모두 그만그만해서 어디가 정상인지 ... 정상이라 일컫는 (신선봉)에는 안내판만 있고, 정상석이 없지요. 신선봉에서 바라본 <금선대>비경이 볼만 했고요 .. 산행초창기 때 처음 목표한 국립공원탐방 ! 마지막코스로 무더운 여름날 내장산을 갔는데, 초입구 식당에서 복분자술 몇잔 얻어먹고 오르다가 신선봉에서 그냥 남진 .. 대가리쪽으로 거미줄 헤치면서 하염없이 내려가다가, 다시 땀 뻘뻘 흘리며 신선봉에 올랐던 추억이 생각납니다.^^ 멋진 산행후기글과 사진 잘 감상합니다. (^ . ^)
무더위에 지나다 고생했던 산줄기~~~ 이젠 추억입니다...망덕봉까지 무탈하시길...
벼들이 벌써 알알이 고개를 숙이기 시작하네요. 요즘 갑자가 시원해져서 열심히 산행을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추령쪽에서 올라가본건 처음이었고 아직 거미줄 무지심하고 벌들도 많아 꿀벌인지 뭔지에 따끔하게 쏘고 달아나더군요. 수달님,ksh형님 항상 즐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