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한번도 와보진 않았지만 완행을 타면서 몇번 지나다보기는 했었다
그때 안동철교 밑으로 쫙 넓게 펼쳐진 낙동강의 절경
꼭 한번쯤 출사를 가볼만한 곳이었다
올때마다 날씨가 않좋아서 제대로 감상하긴 힘들었지만 날씨만 좋다면야 얼마나 장관일까를 생각하면서...
장관은 특별한데서 찾는게 아닌것 같다
드디어 안동에 갈 기회가 생겼다
기회랄 건 없고 그냥 내가 잡은 것이다
청량리-안동간 구형특실이 운행된다길래 언제 마지막운행이 될지 모르는 특실을 타보기 위함이었다
이 열차를 오래 타보고 싶어서 원주에서부터 출발지를 잡았는데 교통편이 여의치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제천으로 출발지를 결정하고 곧바로 예약(사실 예약할 필요도 없었음)
아침일찍 신탄진으로 나왔다
오늘은 출사길이 아니니 카메라만 달랑들고 편한 마음으로 출발
여기서 제천까지는 #9371을 타고가야 한다
강원도나 경북등으로 여행하기 위해선 제천이란 관문을 거쳐야 하고
제천으로 가기 위해선 매번 타야하는 #371(#793)
이젠 내 전용열차가 되어버렸다
이 열차가 시간대가 딱 좋은건 사실이다
버스타고 간편하게 출발할 수 있으니...(이전 열차를 타려면 엄청난 택시비를 물어야 한다)
자리에 앉아 차표를 들여다보니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제천까지만 운행하는 모양이었다
억지로 잠을 청하려고 했으나 오랜 공백기간 뒤의 여행의 설레임인지 잠은 쉬 오지 않고...
아침을 먹지않아 일단 계란으로 때우고
허리가 아파 잠시 뒷칸으로 가서 지나가는 철길을 구경하고 있노라니 어느덧 제천
제천도 열차가 참 많다
1시간 대기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밀물처럼 마구 몰려들고 시간되면 썰물처럼 싹 사라져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썰렁한 역내에 사람들이 밀물처럼 몰려들어 표를 구하는데 태풍의 영향으로 #9522가 운행을 안한단다
역내는 순간 아수라장이 되고 사람들은 이럴수 있느냐 항의하고 역무원들은 해명하느라 진땀빼고...
그래도 어쩌겠는가 천재지변을 인력으로 막을 수 있는가?
열차가 늦어도 사유가 천재지변이면 지연료도 안준다던데...
시간이 되자 홈으로 나오고 기차가 들어오고
내가 탈 열차는 #9695
특실 5량에 일반객차 2대를 더 붙여 놓은 편성이다
안에 들어가니 바로 그 냄새!
아까 타고 온 열차에서는 전혀 맡을 수 없는 그 냄새
통일호를 타면 어김없이 맡을 수 있는 특유의 그 냄새가 바로 그 객차에서도 풍기고 있었다
마치 통일호를 탄 분위기였다
나는 이런 분위기를 좋아한다
어렸을때 완행을 타면 부러운 눈으로 쳐다봐야 했던 바로 그 객차를 지금에서야 타는 것이다
오늘 이 열차는 텅텅 비어 간다
단독전세객차를 낸 분위기
전망 좋은 오른쪽에 자리를 잡고 있으니...
오랫만의 따스한 햇볕아래 스르르 잠이 오려고 한다
아까 눈좀 붙었어야 했다
지금 자면 안되는데...
어렸을때의 설레임이 잠앞에서는 어쩔수 없는 모양이다
비몽사몽하고 밖에나가 체조도 했지만 안동에 거의 다와선 의자까고 자버렸다
안동에 도착
없는 정신에 그래도 사진으로 남겨야 하는 사명에 정신없이 찍고 가장 늦게 빠져나왔다
안동에 온 김에 꼭한번 안동철교를 들리고 싶었다
기차시간대를 알아보니 안동이남으로 기차가 엄청나게 없다
완행들은 이미 가버린 시간이고 4시간뒤에 #543 딱 한편 있다
일단 여유있게 점심먹고 터미널에 들려 대전행 막차 승차권 구입하고
낙동강변으로 갔다
출사는 아니지만 사진하나 못남기면 서운하다
그리고 꼭 한번 와보고 싶었던 곳이고...
이리저리 돌아다녀 좋은 경치를 찾고 있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무개화차가 굉음을 내며 철교를 건너고 있었다
재빨리 포착했지만 실패
기차가 안 다니겠다는 생각에 일단 안동시내를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안동역 뒤편에는 멋들어진 체육관이 하나 있는데
좀 더 들어가면 증기기관차 시대에 쓰던 급수탑이 있다
역내에서도 찍을수 있지만 그곳에 있으면 가까이서 포착할 수 있다
시간 무지하게 안 간다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했다
안동시내 다 구경하고 1시간 정도가 남자 더 멀리 갈수도 없는 상황이라 근처 공원벤치에 누워 잠을 청했다
드디어 기차가 올 시간이다
재빨리 카메라 장전하고 초조하게 기차를 기다렸다
기차가 떠나고 정확히 30분후에 버스를 타야했기 때문에 너무 초조해서 오금이 저릴 정도 였다
이런기분은 출사길에서도 못느껴봤다
기차가 많이 다니는 곳만 찾아 다녔기 때문이다
사진한장 건지기엔 짪지않은 시간을 기다렸고 단 한장의 사진이기에 더욱 중요했다
드디어 열차가 기적을 울리며 요란히 통과한다
떨리는 손으로 셔터를 눌러 포착
그리 잘 나오진 않았지만 나름대로 만족한다
그리고 이미 기차는 떠났고 재촬영하기엔 기차는 다니지 않는다
이것저것 잴것없이 터미널로 가야한다
뛰기도하고 경보도 해서 15분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대기하고 있었다
세상에 이 많은 사람들이 대전행 손님인가?
나중에 보니 구미손님들도 섞여 있었으며 2대의 버스가 투입되어 사람들을 나눠 싣게 되었다
구미손님도 그렇지만 대전수요도 상당했다
아무리 추석이지만 텅텅비어 갈 줄 알았는데
다행히 어떻게 해서 창측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버스는 아진고속 117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나중에 찍기로 하고...
안동에서 대전까지 어떻게 가나 궁금했었는데
중앙선을 이용해 구미를 들러 경부선으로 향하는 코스였다
중앙고속도로는 처음 타보는 지라 구경하고 싶었지만 쏟아지는 잠은 장사도 이기지 못한다
가는동안 앞에 앉은 손님이 기사님에게 껌을 주며 이야기를 해오자
그때부터 기사님이 마치 불이 붙은듯 쉬지않고 이야기를 해댄다
너무 이야기에 몰입하여 기어변속 타이밍도 자꾸 놓치고 버스는 마구 삑삑대고...
이거 사고한번 날것 같았다
내용은 뭔지 모르겠지만 이야기는 출발부터 도착하는 내내 계속되었다
가산에서 잠시 막히긴 했지만 다행히 소통원활하여 3시간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말 무사하게도 말이다
원래 구형특실을 타는게 목적이었는데 초조하게 찍은 그리 잘 나오지 않은 사진한장때문에 목적이 바뀐듯 했다
오늘의 소득은 사진 단 한장이었다
첫댓글 후기 잘 읽었습니다. 어떤 사진일지 궁금합니다.
글 잼있어요^^ 이 열차는 텅텅 비어 간다 단독전세객차를 낸 분위기 전망 좋은 오른쪽에 자리를 잡고 있으니... 오랫만의 따스한 햇볕아래 스르르 잠이 오려고 한다 ~~부분읽으니....아 기차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