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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 은재의 집 침실(낮)
방울 방울 링거액이 떨어진다.
은재가 침대에 잠들어 있다. 격렬하게 반항하느라 팔꿈치며 손등, 얼굴이 까지고 긁히고 멍들었다.
무열, 용수, 희경이 은재를 내려다본다.
희경 : (작은소리로) 얘 이래서 어떡하냐? 갈수록 심해지네.
용수 : (역시 작은소리로) 공황은 확장되기도 한대.
희경 : (은재가 걱정스럽다) 겉으로는 멀쩡한데...
용수 : (은재를 보며) 뭔일을 당한걸까? 어렸을때...
희경 : 에효~ 돈만 많으면 뭐하냐? 애가 이모양이니...
용수 : (희경을 의아하다는듯 빤히 쳐다본다)...?
희경 : 뭐?
용수 : 그냥..희경씨 입에서 돈을 무시하는 말은 처음이라서...
희경 : 뭐..돈 없고 아픈 것보다 돈 있고 아픈게 백배 낫지만서두... (나가려한다)
용수 : (따라 나가며) 돈 있고 아픈거랑 돈 없고 안아픈 것중에서는 뭐가 나아...?
희경 : (고민한다...) 어..................... (고민하며 문밖으로 나가려다가 그냥 서 있는 무열을 보며) 안나가?
무열 : (진지하게) 깨날 때까지 옆에 있어줄라구. 깨났는데 혼자면 무서울거 아냐.
희경 : (무열의 목을 휘감아 끌고 나가며) 깨났는데 니가 옆에 있는게 더 무서워.
무열이 키작은 희경에게 버둥대며 끌려 나간다.
문이 닫히자, 잠든줄 알았던 은재가 조용히 눈을 뜬다. 그들이 나간 문을 바라본다.
밖에서는 일상적인 소음들이 들린다.
'주스 먹을래?''난 됐어''유통기한 지났다''누나가 먹어치워''이런 쳐죽일놈'
문 너머의 그들이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 그들에게서 등을 돌리듯 은재가 돌아눕는다.
침대 머리맡에 액자속에는 어린시절의 은재가 아빠와 함께 찍은 사진이 있다.
그 시절 아빠와 함께했던 말장난이 들리는 것 같다.
(아빠) : 아빠는 은재를..?
(어린은재) : 사랑해요
(아빠) : 은재는 아빠를....?
은재가 사진을 엎어놓는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걸' 그렇게 생각하면서 눈을 감아버린다.
-----타이틀 (의뢰 NO.13 그 주제에 반전이었도다)-----
S#2. 은재네 집 거실(낮)
용수가 백민철의 비밀금고에서 가져온 것들을 보고 있다.
깁스한 다리를 테이블 위에 걸쳐놓고서...
무열과 희경은 용수의 깁스위에 낙서를 하고 있다.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유치한 낙서들...
희경 : (낙서하면서) 지도 같은 건 없지?
용수 : 그냥 서륜데....
희경 : 있을 줄 알았는데....
무열 : 중요한 서류면 협박해 볼까? 지도를 내놓지 않으면 태워버리겠다 이러구.
용수 : 중요한 서류면 그쪽에서 먼저 연락하지 않았을까? 근데 조용하잖어
무열 : 나쁜 시키들. 중요하지도 않은 걸 금고에 넣어놓고 지랄이야. 애만쓰게...
희경이 사인펜의 뚜껑을 닫고 일어서려다가 문간에 서 있는 은재를 본다.
희경 : ...언제 일어났어? (말하면서 동시에 은재의 시선을 따라간다) 뭘 그렇게 봐?
은재 : (애매하게) 예....
은재가 식당쪽으로 가서 냉장고를 열어 물을 꺼낸다.
희경 : (은재 자리에 서서 보면서) 뭘 보고 있었던 거지?
무열 : (당연하다는 듯) 날 보고 있었겠지. 사랑의 눈길로
희경 : 아닌데...각도상 용수씬데...
용수 : (우쭐해서) 그래? 하긴 내가 깁스가 어울리는 편이긴 하지
무열이 푸헤헤 웃는데 벨이 울린다.
무열이 현관쪽으로 가면서도 끝까지 용수를 돌아보며 크게 비웃는다.
용수 : 그 웃음 당장 그치지 못할까? 고얀놈
무열이 얼굴 가득 비웃으며 현관문을 연다.
S#3. 대문앞(낮)
대문이 열리면 얼굴 가득 웃던 무열의 얼굴이 썰렁해진다.
대문앞에는 아식스와 아디다스가 서 있다. 몇일전에 무열에게 얻어맞아서 얼굴에 각각 멍이 들어 있다.
무열, 뜻밖의 손님이라 잠깐 당황했다가 재빨리 대련 자세를 취한다.
그러자 두놈, 움찔하며 한걸음 물러선다.
아식스가 손에 든 둥근 통을 건넨다.
무열 : (받지 않으며) 이게 뭔데?
S#4. 황금빌딩 옥상(낮)
멀리 덕수궁이 보인다.
백민철이 덕수궁을 보고 있다가 돌아선다.
좀 떨어진 곳에 강승호가 있는데, 그는 백민철에게 불만이 있는 듯 보인다.
백민철 : 왜?
강승호 : (대놓고 불만을 이야기하진 못하지만) 전...형님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백민철 : (계속 말하라는 듯 쳐다본다)
강승호 : 형님은...제가 알기에 형님은 복권 한장 안사시는 분입니다.
백민철 : 그런데?
강승호 : 그런데도 20년 가까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황금을 찾으셨습니다. 그건 뭐... 형님이 지켜야 할 의리라고 생각하면
그럴수도 있겠다... 억지로 이해할수도 있습니다. 근데 이번 일은 정말 모르겠습니다.
백민철이 얼굴을 찡그리며 웃는다. 멀이 덕수궁이 보인다.
덕수궁으로 줌인해 들어가면서 덕수궁 그림으로 디졸브된다.
S#5. 은재의 집 거실(낮)
덕수궁 그림!!
아식스가 건넨 둥근 통에서 나온 것은 덕수궁 그림이다.
용수가 들고 있는 그림을 무열과 희경, 은재가 쳐다본다.
용수 : 이게 뭐야?
희경 : 이거 그건데? 금고 가리고 있던 그림.
무열 : (자기도 영문을 모르겠다) 지도래
용수, 희경, 은재가 무열을 본다.
은재 : 이걸 왜 보냈어요?
무열 : 선물이래요.
(백민철) : 김용수가 우리 어머니에게 보여준 호의에 대한 보답이다.
S#6. 황금빌딩 옥상(낮)
백민철이 덕수궁을 보며 말한다.
백민철 : ...이 말이 믿기질 않아?
강승호 : (백민철의 등뒤에서) ....솔직히 그렇습니다.
백민철 :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왜 이러는 건지...잘하고 있는건지... 사람의 감정은 생각만큼 선명하지가 않나봐.
하지만.... (돌아선다. 그의 얼굴은 개운해졌다) 김용수에 유은재...그리고 여기... (옥상을 한바퀴 둘러본다)
누군가 미리 알고 정해놓은 것 같지 않냐?
강승호 : ....
백민철 : 그렇다면 운명이 이끄는대로 가보는것도 괜찮겠다...그런 생각이 들었어.
자기 자신도 방금 납득한 이유를 백민철은 강승호에게 이해받고 싶다.
강승호의 어깨를 툭 치고는 옥상을 빠져나간다. 강승호가 그 뒤를 따른다.
S#7. 은재네 집 거실(밤)
조만기가 갖고 있던 첫 번째 지도와 백민철이 보내온 두 번째 지도!! 두장이 나란히 놓여져 있다.
무열, 희경, 은재, 용수가 지도를 바라본다. 분위기가 심각하다.
무열 : (문득) 가짜야. 가짜...진짜면 줄 리가 없잖아.
용수 : 냄새나 때깔은 그럴듯하거든.
무열 : 그러니까 그럴듯한 가짜야. 첫눈에 가짜면 우리가 속겠어? 그쪽에서도 노력을 한거지. 사악한 놈.
은재 : 가짜를 준 이유는 뭘까요?
무열 : (당연하다는 듯) 헷갈리라구요.
은재 : 우리가 뭔가 중요한 단서를 잡았다면 모르지만, 그것도 아닌데 이런 함정을 파는건 이상하지 않아요.
그건 그렇다.
네사람 다시 두장의 지도를 바라본다.
용수 : (문득) 진짤지도 몰라.
무열 : 진짜를 왜 주냐? 그 나쁜놈이...
용수 : 백민철이 나쁜놈인 건 맞는데, 거짓말할 놈 같지는 않거든.
무열 : 형이 어떻게 알어?
용수 : 그 왜..주먹으로 대화를 나눈 사이만이 알수 있는 그런 거 있잖어
무열 : 형 주먹은 한마디도 못했잖어. (부상중인 용수를 위아래로 본다)
용수 : ....(할말 없다)
무열 : 백민철 그놈은 사람을 죽인 놈이야....
은재의 시선이 순간적으로 흔들리는걸 아무도 못본다.
무열 : ...사람을 죽인놈이 거짓말을 안해? 똥싼놈이 오줌싸는건 일도 아니야. 이거 가짜야. 가짜.
용수 : 가짜라면 이런 일을 왜 하냐구?
무열 : 진짜라면 이걸 왜주냐?
내내 말없이 듣고 있던 희경이 뭔가를 깨달은듯 짧은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감싼다.
은재, 용수, 무열이 깜짝 놀라 희경을 바라본다.
희경은 뭐가 알아낸걸까?
무열 : (다급하게) 왜에?
희경 : 백민철의 의도를 알아냈어
세사람 : (주시한다)
희경 : (진지하게) 이 그림엔 마력이 깃들어 있어. 한 얘기 하고 또하고...계속해서 반복하게 만드는 거지.
마치 도깨비불에 홀려서 같은자리를 뱅뱅 도는 것처럼... (마치 무서운 것을 건드리듯 그림을 툭 치며) 이 요물!!
기대했던 세사람 '그럼 그렇지'하며 긴장을 푼다.
희경 : (정작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우리끼리 아무리 얘기해봤자 그 자리에서 뱅뱅인데...톡 까놓고물어보자구.
무열 : 누구한테?
희경 : (두번째 지도를 들어보이며) 이걸 보낸 놈한테.
무열 : 누나 미쳤어? 용수형을 보고도 그런 얘기가 나와?
백민철, 그놈은 용수형을 이지경으로 만든 놈이야. 그렇잖아도 모자란 사람을...
고개를 끄덕이며 듣던 용수가 마지막 말에 이건 뭔가 싶어 쳐다본다. '어쭈...'
희경 : 이게 진짠지 아닌지. 우리한테 왜 줬는지...알아낼 딴 방법 있어?
용수 : ....
희경 : 또.. 이 지도는 어떻게 갖게 된 건지. 놈들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조만기는 왜 황금빌딩 벽속에서 죽었는지...
이런건 어떻게 할거야?
무열 : ....물어본다고 말해줄까?
용수 : Q&A도 아닌데...
희경 : ...암튼 만나봐서 손해볼건 없잖어.
용수 : 하긴... 우리도 돌려줘야 할 것도 있구.
용수가 '비밀금고에서 꺼내온 자료'를 쳐다본다.
S#8. 희경의 방(밤)
세수를 한 희경이 들어온다.
화장대앞에 앉아 스킨 로션을 꼼꼼히 바르고 잘 스며들라고 얼굴을 톡톡 두드리다가
문득, 화장대 서랍을 연다.
서랍안에 부서진 플라스틱 꽃이 들어있다.
백민철의 비밀금고에 있던 그 꽃이다. 잠깐 바라보다가 서랍을 닫는다.
S#9. 지하주차장(밤)
두 대의 차가 들어선다.
강승호와 백민철, 아식스와 아디다스가 내린다.
S#10. 지하주차장 엘리베이터 앞(밤)
백민철을 비롯한 세사람이 엘리베이터쪽으로 다가오는데, 양복입은 남자들이 그 앞을 막아선다.
아식스와 아디다스가 앞으로 나가려하자, 백민철이 손을 들어 막는다.
백민철만 남자들 앞을 지나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아식스, 아디다스는 남자들과 눈싸움을 하듯 대치하고,
강승호는 엘리베이터안으로 들어가는 백민철을 바라본다.
S#11. 스카이 라운지 엘리베이터앞(밤)
엘리베이터에서 백민철이 내린다.
특별히 경계하는건 아니지만 그런 행동이 몸에 밴 듯 백민철이 스윽 좌우를 바라본다.
아무도 없다. 백민철이 안으로 들어간다.
S#12. 스카이 라운지(밤)
실내 역시 텅 비어있다.
백민철이 창가를 향해 거침없이 다가간다.
창가쪽 자리에 희경, 용수, 무열, 은재가 백민철을 기다리고 있다.
백민철이 자리에 앉자 종업원이 다가와 물잔을 내려놓는다.
백민철 : 커피 주세요 (네사람중 딱히 누구를 바라보는건 아니다) 내가 좀 늦었나요?
무열은 무시하고, 희경은 목이 마른 듯 물을 마시고,
은재는 '자신의 비밀을 아는' 백민철의 시선을 받기가 괴로워서 물잔만 바라본다.
용수 : (다른 세사람이 대꾸가 없자 할수없이) 아니..뭐...우리가 좀 일찍 온것 같기도 하고....
백민철의 시선이 테이블 밖으로 불편하게 뻗고 있는 용수의 깁스한 다리에 잠깐 머문다.
무열 : (꿍시렁댄다) 사람 다리를 이지경으로 만들어놓고서는....도대체 양심이 없어. 양심이...
하긴 양심이 있으면 깡패를 못하지.
용수 : (무열을 툭 친다)...
무열 : 뭐어?
마침 커피가 나오고, 백민철이 한모금 마신다.
용수 : (동그란 통을 꺼낸다) 저기...이거...이걸 왜 보냈나 싶어서요?
백민철 : (용수의 눈을 똑바로 본다. 마치 진실을 감정받기라도 하려는듯) 어머니 일에 대한 감사의 의미라고... 말 안하던가요?
용수 : 듣긴 들었는데....믿기지가 않아서...
무열 : (불쑥) 그러니까 이게 진짜 지도....(존칭을 쓰기가 싫지만)에요?
백민철 : 그렇습니다.
무열 : (혼잣말처럼) 어떻게 믿어.
용수 : 그렇단 얘기는 이제 그쪽은 이일에서 손을 떼겠다는...그런 의민가요?
백민철 : 그렇습니다.
용수 : (즉각적으로) 왜요?.....
백민철 : ...?
용수 : 아니 그러니까 왜 갑자기 그런 결정을 한건지...
백민철 : ...너무 오랫동안 같은 일을 하다보면 지치는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백민철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용수가 자기팀을 바라본다. 모두들 같은 느낌이다.
용수 : 그럼 몇가지 대답해줄 수...있을까요?
백민철 : 내가 아는거라면...
커피를 마시는 백민철을 희경이 슬쩍 쳐다본다.
백민철은 말하는 사람에게 시선을 줄뿐, 희경쪽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용수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테이블 밑에 두고 슬쩍 컨닝한다. 질문을 적은 메모다.
용수 : 그 조만기하고는 어떻게 알게 된건가요?
백민철 : 1989년 봄에 조만기가 찾아왔습니다.
S#13. 어딘가의 사무실(낮-과거)
(*이곳은 사실 명륜고서다. 그러나 카메라는 인물위주로 타이트하게 보여져서 이곳이 어딘지는 알 수 없다.
과거라는걸 보여주듯 질감이 좀 거칠었으면 좋겠다)
젊은 백민철이 문을 연다. 백민철 뒤에 누군가가 얼핏 보이지만 얼굴까지는 보이지 않는다.
문밖에 선 남자는 조만기다.
(백민철) : 그 당시 그는 도굴꾼이었는데, 구한말 고위관료의 무덤을 파다가, 이상한 지도 한 장을 얻게 됐답니다.
조만기가 품속에 넣고온 지도를 펼친다.
조만기가 죽을때 갖고 있던 건축도면같은 지도다.
(백민철) : 무덤의 주인은 비망록같은걸 남겼는데 거기에 '광무황제 황금 12옹'이란 말이 있었고,
그걸 조사하다가 우리한테까지 오게 된겁니다.
젊은 날의 백민철이 조만기에게서 지도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무열) : 왜?
S#14. 스카이 라운지(밤)
백민철이 용수에게서 무열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무열 : (도전적인 어투를 억지로 감추며) 그러니까 왜...조만기가 댁들을 찾아왔냐는 거지... 내말은...
백민철 : 우리가 다른 한 장의 지도를 갖고 있다는걸 알아낸거지.
무열 : 어떻게?
백민철 : 글쎄...그건 조만기가 대답할 문젠데...(여유있게 웃는다)
무열 : (기분 나빠서 꿍시렁댄다)....
용수 : (통을 가리키며) 그럼 이 지도는 어떻게 갖게 된겁니까?
백민철 : ....인사동 헌책방에서 찾았습니다.
대답이 만족스럽진 않지만 그럴 것도 같다.
용수가 자기팀에게 다른 의견이 있는지 둘러본다.
세사람 다 별다른 추가질문이 없어보인다.
용수 : (컨닝 페이퍼를 슬쩍보고) 조만기를 만난 다음엔...그리고 어떻게 됐죠?
백민철 : 조만기는 정말 대단하더군요. 두장의 지도만으로도 땅속 통로에 대해 감을 잡은 것 같았어요.
물론 정확한건 말 안했지만... 근데 문제는 금이 묻힌 비밀 장소의 입구가 덕수궁이래는거였습니다.
할수 없이 다른 한사람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용수 : 누구요?
은재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든다. 백민철과 눈이 마주친다.
백민철이 커피를 한모금 마신다.
카메라가 갑자기 스윽 빠지면 이곳은 다섯사람 외엔 텅빈 스카이라운지다.
스카이라운지는 다섯사람 이외에 텅 비어있다.
바텐더가 마른 수건으로 컵을 닦으며 다섯사람을 흘깃 쳐다본다.
백민철 : 덕수궁 근처의 재개발을 담당한 건설업자였습니다.
은재가 자기도 모르게 눈을 감는다.
S#16. 덕수궁 근처 공사장(낮-과거)
덕수궁이 얼핏 보인다.
공사현장인 포크레인같은 중장비차도 보인다.
(백민철) : 공사현장이라면 땅을 파든 굴을 파든 다른 사람 눈을 속일수 있었으니까요.
30대 후반의 안전모를 쓴 남자가 뒤돌아본다. 사진속에서 본 은재의 아빠다.
은재의 아빠가 조만기와 악수를 나눈다.
(백민철) : 게다가 재정적인 도움도 필요했고.
S#17. 스카이 라운지(밤)
백민철이 커피를 마시느라 말이 끊긴다.
테이블 밑. 은재가 왼쪽 손톱으로 오른쪽 손등이 패이도록 찍고 있는걸 아무도 모른다.
백민철 : 조만기는 공사장 인부로 위장하고 여기저기를 조사하고 다녔습니다. 출퇴근하기 어렵다고 해서
덕수궁 근처에 숙소까지 잡아줬죠. 그리곤 사라졌다가 17년후 벽속에서 시체로 나타난겁니다.
용수 : (질문하고 있다는걸 잊어버리고 호기심에 가득차서) 황금을 혼자 차지할려다가 그렇게 된거구나
백민철 : 아마도....
백민철의 말을 곱씹으며, 과거의 일들을 꿰맞추느라 용수가 입을 다문다.
희경이 다시한번 백민철을 바라본다. 여전히 백민철은 희경을 신경쓰지 않는다.
모두들 자기 생각으로 말이 없는데...
무열 : (불쑥) 사람은 왜 죽인겁니까?
은재가 움찔하는 걸 백민철만이 흘깃 쳐다본다.
무열 : 고등학생이었다면서요? 왜 죽였습니까?
백민철 : .......사고였어. 아무도 원하지 않았던...그야말로 그냥 사고.
무열 : (어이없이 백민철을 빤히 쳐다보다가) 그게 다야? 사고였다 그 한마디면 다냐고...?
백민철은 비난을 동요없이 받아들이고,
은재는 견딘다.
용수는 이 자리가 불편하다.
무열 : (계속해서) 끝끝내 미안하단 말 한마디를 안하네. 아까부터 봤는데.... 거 참 뻔뻔하네.
자기가 죽인 사람 동생을 앞에 놓고 그러고 싶어? 아무렇지도 않어? 공소시효 지났으니까 상관없다 그거야?
당신 때문에 한 집안이 어떻게 된줄 알어? 개박살이 났어. 무릎을 꿇고 싹싹 빌어도 시원찮은데...
무열의 비난이 칼날처럼 은재를 후벼판다. 더 이상은 못참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희경) : 잠깐만...
모두의 시선이 벌떡 일어난 희경에게 쏠린다.
희경 : ...화장실 좀 갔다올게
희경이 자리를 뜨는 동안, 무열의 열이 식는다.
테이블 전체의 열기도 가라앉는다.
S#18. 화장실(밤)
희경이 손을 닦다가 문득 거울을 본다.
공들여 한 화장, 귀거리, 팔찌...스스로를 비웃고 싶어진다. 휴지를 뽑아 립스틱을 지운다.
참담해서 거울속 자기를 비웃어본다.
S#19. 스카이 라운지(밤)
화장실에서 나온 희경이 창가쪽 자리로 향해 간다.
그동안 용수가 백민철에게 '금고에서 꺼낸 자료' 등을 건네고 있다.
백민철 : (봉투안을 대충 훑어본다) 하나가 빠진거 같은데요...
용수 : 잘봐요... 그대로 다 가져온건데....
백민철 : 분명히 하나가 빠졌습니다.
용수가 당황해 무열과 은재를 본다.
백민철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마침 테이블 가까이 도착한 희경과 마주서게 된다.
백민철 : 대신 이걸 가져가죠.
백민철의 손이 희경의 가슴쪽으로 향한다.
희경이 주춤하는 사이 백민철이 그녀의 윗도리에 붙어있는 코사지를 떼어 봉투속에 넣고는 스카이 라운지를 빠져나간다.
당황한 희경이 사라지는 백민철을 쳐다본다.
무열과 용수가 자기를 쳐다보는것도 모르는채...
S#20. 은재네 집 식당(밤)
두장의 지도!!
식탁 의자에 앉은 용수가 두장의 지도를 보고 있다.
무열은 라면을 끓이고, 희경은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낸다.
용수 : 이제 남은 문제는 하나야. 이 두장을 하나로 연결하는 암호지도!!
희경 : 조만기는 그 두개만 갖고도 찾았다며?
용수 : 그 사람은 난 사람이고.
무열 : 은재씨 라면 먹으라고 해.
희경 : (은재방쪽으로 가며) 때되면 알아서 나오지 못하고 꼭 불러야 나오지.
S#21. 은재의 방(밤)
노크소리와 함께 희경이 문을 연다.
희경 : 라면 먹어...
하는데 방안에 아무도 없다.
어디갔지...돌아서려다가 다시보면, 반대쪽 침대에 기대앉아있던 은재가 고개를 든다.
희경 : (거기있었나 싶은) 라면 먹으라구.
은재 : 됐어요.
희경 : 그래? 그래 그럼...
희경이 나간다. 은재가 들고있던 아빠와의 사진을 엎어놓는다.
은재가 무릎에 얼굴을 묻는다.
S#22. 은재네 집 식당(밤)
무열이 냄비를 막 식탁에 올려놓고 있다.
희경 : (자리에 와 앉으며) 저거 얼른 아빠한테서 졸업해야되는데...
무열 : (쳐다보면)...
희경 : 또 아빠사진 붙들고 있더라구.
무열 : 괜찮아. 좋은 남자 만나면 금방 벗어날거야.
희경 : 그러게 말이다. 어서 좋은 남자를 만나야 할텐데... (무열을 보다가 한숨을 폭 쉰다)
무열 : (어쭈...)그 한숨의 의미가 뭔데...?
희경 : 한숨은 그저 한숨일뿐 의미같은건 없단다.
무열이 라면을 먹으며 희경을 째려본다.
용수 : (문득) 근데 말이야...아까 백민철, 희경씨 가슴팍에서 그건 왜 떼간거야?
희경 : (속으로 허걱 하지만) 내가 어떻게 알어.
무열 : 알게 뭐야? 변태새끼...
희경 : (변태라는 말에 자기도 모르게 무열을 슬쩍 쳐다본다)...
무열 : 왜? 변태라니까 기분나뻐?
희경 : 내가 왜?
무열 : 그래. 그런 놈 잊어버려. 깡패에다 도덕관념없는 놈. 길거릴 가다가 아무나 골라잡아도 그 놈보단 나아.
희경 : 다끝난 얘길 하고 그래
무열 : 그래 잘된거야. 행여 그런놈하고 연결돼봤자 끝은 뻔해. 연탄 불 꺼진 방안에서 빽빽우는 애기 업고
인형 눈깔 붙이고 있겠지. 그 자식의 출소날을 기다리면서...
희경 : 그만해라.
무열 : 나오면 뭐해. 술 사오라고 마누라나 쥐어패구....
희경 : (버럭) 나 백민철 싫어! 완전 싫어! 다 끝났어!! 됐어?
무열 : (벙찐다)...
희경 : (으르렁댄다) 한마디만 더해? 아주 그냥... (터프하게 라면을 먹는다)
무열 : (갑자기 벌떡 일어난다)...
희경 : (해보자 그거냐 젓가락을 쌍칼처럼 양손으로 잡는데)
무열 : (희경의 등뒤를 향해) 안먹는다고 해서 우리끼리....
돌아보면 은재가 서 있다.
무열 : (부시럭대면서) 하나 끓여줄까요? 금방 되는데...
은재 : 할 얘기가 있어요.
무열 : 아. 예
무열이 앉으라고 옆에 의자를 빼주는데, 은재가 어두운 표정으로 식탁 모서리에 선다.
말 하기가 어려운 듯 은재가 뜸을 들인다.
희경 : 뭔데?
은재 : (결심한다) 백민철이 우릴 더 이상 방해하지 않겠다고도 했고,
나는 오랫동안 혼자 살아와서 누구랑 같이 있는게 불편하기도 하고...
은재가 뒷말을 잇지 못한다.
분위기가 싸해진다.
용수 : (수습하기위해) 역시 그렇죠...우리도 그생각 하고 있었어요. 그만 돌아가야지....집을 너무 오래 비워서...
집 비우면 그게 꼭 티가 나. 그치?
무열 : ....그럼요. 가야죠. 우린 그냥 은재씨가 걱정돼서...
용수 : 그래도 우리가 너무 오래 있었어. 눈치없이... 내일이라도 짐 싸서 옮기자. 응 희경씨?
희경은 은재를 빤히 본다. 은재의 행동이 갑작스럽다.
은재 : .........그럼.
은재가 대충 인사하고 방으로 들어간다.
그때까지 억지로라도 웃고있던 무열과 용수의 얼굴이 허물어진다.
정적이 잠깐...
무열이 라면을 한젓가락 들었다가 내려놓는다.
무열 : 불었네....
식탁에 멍하니 앉은 세사람, 마치 실연당한 것 같다.
S#23. 은재의 방(밤)
침대에 걸터앉은 은재는 울고 싶다.
(f.o)
S#24. 무열과 용수의 방(아침)
무열이 짐을 싼다.
속옷, 양말, 자질구레한 것들을 가방에 쑤셔넣는다.
S#25. 거실(아침)
방에서 나온 무열이 욕실로 들어가려다가 멈춰선다.
은재가 커피를 마시면서 창밖을 보고 있다. 아는 척을 하려고 다가가던 무열이 멈춰선다.
은재가 보고 있는 것은 정원의자에 앉아 있는 용수다.
용수를 보는 은재의 얼굴은....슬퍼 보인다.
S#26. 희경의 방(아침)
화장품을 하나하나 가방에 넣던 희경이 신경질적으로 쓸어담는다.
무열이 들어와 침대에 걸터앉는다.
희경 : 다 쌌어?
무열 : (멍청하게) 응....
희경 : (짐을 싸느라 왔다갔다하면서) 집도 많은데 좀 있으면 어때서... 이제 추워지는데...
거기 기름보일러라 난방비 엄청 드는데... 있는 것이 베풀고 살아야지. 부의 재분배 몰라? 이기적인 기집애.
무열 : 누나!
희경 : 왜에?
무열 : 그때 말했던 그... 파파걸이란거 말이야
희경 : 그게 뭐?
무열 : 아빠를 일찍 잃은 여자애는 나이 많은 남자를 좋아한다고 그랬잖어. 어느정도 많은걸 말하는 거야?
희경 : 그냥 아빠 냄새가 나는 정도...?
무열 : (생각해본다) 은재씨 아빠가 죽은게 서른 여섯, 일곱정돈가?
희경 : (무열을 빤히 본다. 머리가 파파팍 돌아간다) 왜에? .....은재가 용수씨 좋아한대?
무열 : 됐고...짐이나 싸. 뭔짐이 이렇게 많어?
서둘러 나가는 무열을 희경이 쳐다본다. '오호 이것봐라...'
S#27. 은재네 집 대문앞(낮)
은재의 차중에서 가장 큰 차의 트렁크에 무열이 짐을 싣는다.
배웅하러 나온 은재는 이래저래 마음이 불편해서 그들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다.
용수는 그런 은재의 마음을 눈치채서 일부러 너스레를 떤다.
용수 : 아, 이것도 이사라고 짐이 많네. 그만 들어가요. 아주 헤어지는것도 아닌데...뭘 배웅씩이나 하고...
희경 : 그래. 뭐... 우리한텐 아직 공동의 미션이 남아있으니까...연락할게
무열 : (은재쪽은 보지도 않고 운전석에 타면서) 안 갈거야.
무열의 냉정한 태도에 용수, 희경은 물론 은재가 움찔한다.
용수 : (차에 탄다) 은재씨, 갈게요.
희경 : (조수석에 탄다) 잘 있어
용수, 희경이 타자마자 무열이 차를 출발시킨다.
혼자 남은 은재가 멀어지는 차를 오래도록 바라본다.
S#28. 차안(낮)
용수와 희경이 무열의 눈치를 본다.
용수는 무열이 은재에게 화가 났다고 생각해, 그녀를 변명해준다.
용수 : 우리가 너무 오래 있긴 했어. 은재씨가 짜증낼만한도 하지.
무열 : ...
용수 : 은재씨 말이 맞어. 혼자 살던 사람은 누가 옆에 있으면 지친대더라.
무열 : ...
용수 : 그리고 아무래도 내집이 낫지... 눈치보이고 불편하고.
무열 : (불쑥) 그래서 뭐? 뭔 얘기가 하고 싶은건데?
용수 : 아니...그러니까 은재씨를 좀 이해하라고...
무열 : 형이 왜 은재씨 변명을 해주는건데? 형이 나보다 은재씨랑 더 친해?
용수 : 뭐?
무열의 뒷통수가 진짜 화난 것 같다.
용수 : (작은소리로 조수석의 희경에게) 얘 왜이래?
희경 : (의미심장하게 무열을 보면서) 나름대로 질투하나봐.
용수 : 나를? 내가 왜? 난 숨만 쉬고 있었는데...
무열 : (버럭) 아. 진짜....
희경과 용수, 움찔한다.
무열 : (혼잣말처럼) 신경쓰여서 운전을 할 수가 있나...
희경과 용수, 무열의 눈치를 본다.
S#29. 황금빌딩앞(낮)
오랜만에 봐서 더 우중충한 황금빌딩앞에서 강모가 퍼즐을 맞추고 있다.
(*16칸으로 만들어진 숫자판에 15까지의 숫자가 있고, 빈칸이 있고, 숫자를 순서대로 배열하는 퍼즐)
강모가 문득 고개를 든다. 손은 여전히 퍼즐을 맞추면서 차에서 짐을 내리는 무열, 용수, 희경을 본다.
용수 : 어이. 강모!! 잘 있었냐? 엄마도 안녕하시고?
강모 : (퍼즐을 움직이면서) 다리 왜 그래요?
용수 : (자랑하듯) 다쳤어. 깁스했다. 굉장하지. 봐봐!!
강모 : (혀를 끌끌 찬다) 쯧쯧...왜 그러고 살까?
강모가 수선집 안으로 들어간다.
무열과 희경이 짐을 들고 안으로 들어간다.
S#30. 태권도장(낮)
무열이 오랫동안 비워둔 태권도장을 둘러보다가 가방을 매트리스 위에 툭 던진다.
풀석 솟아오른 먼지 때문에 콜록 콜록 기침이 난다.
S#31. 만화가게(낮)
용수가 들어와 창문을 연다. 빡빡한 창문을 억지로 열면 창문이 창틀에서 벗어나 떨어질 것 같다.
S#32. 아란샤(낮)
늘 그렇듯 잔뜩 어질러진 방.
희경이 발로 바닥의 것들을 밀어가며 침대에 가 걸터앉는다. 심난하다.
전화기 녹음 버튼을 누른다.
(소리) : 가스 관리공단입니다. 가스비 연체 때문에 전화드렸습니다. 25일까지 가스비 안내시면...
희경이 벌렁 누워버린다.
S#32. 슈퍼앞(밤)
슈퍼앞 파라솔에서 무열, 용수, 희경이 소주를 마시고 있다. (때는 11월 초다)
이때의 무열은 우울해서 말없이 소주만 들이킨다.
희경 : 찬물로 머리감느라 머리 뽀개지는줄 알았어. 보일러 좀 고쳐놓지. 아...그집 욕조엔 맛사지 기능까지 있었는데...
용수 : 우리 싱크대에 버섯 폈더라. 뜯어먹을 뻔 했잖어
희경 : 그거 나 줘라. 먹고 콱 죽어버리게.
용수 : 좀만 참어. 곧 익숙해질거야.
희경 : (황금빌딩을 올려다보며) 원래 이렇게 우중충했나. 이정도까진 아닌줄 알았는데...
용수 : (희경 잔에 술을 따르며) 근데 은재씨 말이야. 왜 갑자기 그런걸까?
희경 : 가진 분의 변덕을 없는 이년이 어떻게 알겠어요?
용수 : 이래저래 짜증은 좀 낫겠지만 그전까진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잖어
희경 : 짜증이 나도 그렇지. 참아야지. 우린 한배를 탄거잖어. 불편한건 참고 도와주고 그래야지. 우리가 어떤 사이야?
같이 경찰서까지 드나든, 말하자면 전우 아니야? 서로의 등을 지켜주는 동지!
용수 : 그런 차원이 아니라, 은재씨가 갑자기 좀 변한 것 같지 않어
무열이 불쑥 끼어든다. 그는 이미 취했다.
무열 : 형 때문이야.
용수 : 뭐?
무열 : 형 때문이라구. 형이..... (용수를 빤히 쳐다본다)
용수 : (뭔말인가 싶어 무열을 본다)...내가 뭐?
무열 : 형이 나이보다 늙어 보여서 그래. (고개를 푹 떨군다)
용수 : 뭐?
무열 : (진심이다) 형은 좋겠다. 겉늙어보여서...
비틀거리며 일어난다.
용수 : 얏마. 내가 얼마나 동안인데...안 꾸며서 그렇지 (멀어지는 무열을 보다가) 기분탓인가?
오래도록 날 따르던 동생같은 녀석이, 지금 날 갈구는 것같이 느껴지는게 이거.... 기분탓이겠지?
희경 : (술을 따르면서) 쟤속이 지금 속이겠어. 이해해
무열이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벽을 잡고 선다. 울고 있는걸까?
용수 : (보면서) 왜 저렇게 취한거야? 술 먹어도 잘 안취했잖어.
희경 : 술먹어서 취하나? 취하고 싶으니까 술을 먹는거지.
용수와 희경이 안스러운 시선으로 무열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그순간. 우욱! 하는 소리에 용수와 희경 얼른 외면한다.
싸한 침묵속에 들리는 토하는 소리!!
잠시후 무열이 비틀대며 안으로 들어간다.
희경 : (외면하며) 내일 집주인 할아버지 보면 살인날텐데...
용수 : (역시 외면하며) 그러게.
희경 : 어떡하지?
용수 : (일어난다) 뒤를 부탁하네. 정 동지.
희경 : 왜 내가?
용수가 목발을 들어보이고는 토사물을 피해 안으로 들어간다.
희경이 끄응...분노를 참는다.
(점프)
희경이 호스를 이용해 머릿돌에 묻은 토사물을 쓸어낸다.
희경 : (청소하면서) 지만 속상한줄 아나? 나도 취해서 토하고 싶다고, 뭔데 이렇게 안떨어져...에잇...
(호스끝을 잡아 물줄기를 쎄게 한다) 나쁜놈의 지지배.
머릿돌의 글자.
시공업체 '동명건설'
완공날짜: 1989년 8월 4일
S#33. 은재네 집 거실(밤)
넓은 소파의 가장 구석자리에 잔뜩 몸을 웅크린 은재가 앉아있다. 소파가 너무 넓어서 은재가 더 작아보인다.
넓은 공간에서는 시계 초침 소리까지 크게 들린다.
문득, 은재가 소파사이에 낀 것을 발견한다. 무열의 핸드폰에 매달려 있던 핸드폰 장식품이다.
(태권도복인형이었으면 좋겠다. 그전에 한번 보여져야 할 듯) 줄이 끊어져 있다.
쓰레기통에 넣고 다시 몸을 웅크린다. 시계초침소리가 다시 커진다.
S#34. 흥신소(낮)
백민철이 건넨 덕수궁 지도가 복사된다.
복사 되는대로 용수가 한 장씩, 희경과 무열에게 건넨다.
(용수) : 일단 덕수궁부터 조사해보자구. 그림하고 다른게 있으면 체크하고
S#35. 덕수궁 몽타쥬(낮)
-덕수궁 입구
지도를 든 용수, 무열, 희경이 들어온다.
-중화전
중화문 정면. 품비석들이 들어서 있는 곳.
희경이 품비석 하나하나를 건드려본다.
용수 : 뭐하는거야?
희경 : 영화같은데서 보면, 이런거 건드리면 비밀 통로가 나타나잖어.
용수가 한숨을 푹 쉰다.
희경 : 왜?
용수가 말없이 어딘가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무열이 희경처럼 품비석을 하나하나 건드려보는 중이다.
희경, 휘청한다. 내가 저놈하고 같은 수준이라니.
- 중화전 지붕. 잡상을 바라보는 용수.
이상하다는 듯, 복사한 고궁 그림에 체크하고 메모해넣는다.
-중화전 천장
투각된 용을 올려다보는 무열, 용수, 희경
너무 올려다봐서 고개가 뻣뻣해졌다.
-중화전 석계의 석수
무열이 이리저리 바라본다.
-즉조당의 누하주
용수가 사방을 손으로 더듬어본다.
-석어당 장독대
계단에 앉아 쉬던 희경이 장독대를 발견한다.
혼잣말을 한다. '황금 열두항아리'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다가간다. 주위에 누가 있나 살펴보고 조심스럽게 뚜껑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다가 퉁하고 닫는다.
S#36. 정관헌 앞(낮)
무열, 용수, 희경이 정관헌 앞 계단에 앉아 쉬고 있다. 지쳤다.
용수 : (그림을 들어 고궁 그림과 덕수궁을 동시에 본다) 분명히 뭔가 힌트가 있을텐데...
희경 : (지쳐서 짜증이 났다) 없어. 없어. 아무것도 없어. 그냥 그림이야.
용수 : 고종이 바보냐? 그냥 그림을 지도로 남기게? 뭔가 표시가 돼있을거야.
희경 : 고종 생긴거 봐봐, 티미하게 생겼잖아. 뭔가 실수한거야.
무열 : (생각없이 관광객을 위한 팻말을 읽는다) 정관헌, 러시아 건축가 사바틴에 의해 건축... 사바틴? 형. 사바틴이 누구지?
용수 : 러시아 공사관을 지었다는 그 사람이잖어.
무열 : 전에 형이 그러지 않았어? 이 사람은 반드시 비밀 통로를 만든다구. (급하게 자료를 뒤진다. 그리고) 정관헌 지하실에
비밀통로가 있다는 설이 있다. (생각해낸다) 맞다. 전에 그 여자도 그랬는데...
희경 : 어떤 여자?
무열 : 덕수궁 관리사
희경 : 아. 그 근육 매니아!!
(인서트)
무열의 근육을 보며 이것저것 설명해주던 그 아줌마가 '네. 저예요'하는 듯 카메라를 향해 씨익 웃어보인다.
(무열) : 그 여자가 그랬거든
아줌마 : (카메라를 향해 설명하듯) 정관헌 지하실은 러시아 공사관과 비밀통로로 연결된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S#37. 정관헌 뒤쪽(낮)
정관헌 지하실 입구를 가리는 철판이 들썩인다.
희경과 무열이 철판을 움직이고 있다.
용수 : (안절부절 못하면서) 어쩔려구?
희경 : (당연하다는 듯) 들어가봐야지
용수 : 잠깐 생각 좀 해보고
무열 : (용수에게 자료를 건네며) 생각은 이제 그마안!! 지금은 움직일때야.
무열이 지하실 안으로 들어간다.
용수 : (희경을 잡으며) 희경씨!!
희경 : (무열처럼 자료를 건네며) 갔다올게
희경이 지하실 안으로 들어간다.
용수, 누구 본 사람이 없나 주위를 둘러본다.
S#38. 정관헌 지하실(낮)
무열이 핸드폰을 연다. 핸드폰의 손전등 기능을 사용한다.
희경도 핸드폰을 연다. 입구가 완전히 막힌 것이 아니어서 새들어오는 빛도 있다.
지하실 곳곳을 살피는 희경과 무열.
희경 : 비밀 통로가 어디있는데?
무열 : 아직 못찾았대
희경 : 뭐? 아직도 못찾았으면 비밀 통로고 뭐고 다 헛소리 아니야?
무열 : 덕수궁에 대해 아직 모르는게 많대. 학자들도
희경 : 그래?
무열 : 러시아공사관 탑옆에 그 굴도 아직 뭔 용돈지 모른대잖어.
희경 : (여기저기 살펴보면서) 근데... 비밀 통로는 왜 만들었을까?
무열 : (역시 살펴보면서) 그때 그 여자가 알려줬는데... 뭐랬더라. (생각해본다)
(인서트)
블랙화면에 나온 '덕수궁 관리사' 역시 EBS 강사처럼 설명한다.
덕수궁관리사 : 을미사변때 명성황후를 참혹하게 잃은 고종은 그후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언제 일본군인이 들어와
참혹한 일을 당할지 걱정했던거죠. 아관파천이후 원래의 궁궐인 경복궁으로 돌아가지 않고,
덕수궁으로 거처를 옮긴것도 주위에 외국 대사관이 많아서입니다. 담만 넘으면 곧바로 외국 망명이 되거든요.
함녕전 뒷길의 오솔길이나, 지금은 없어졌지만 러시아공사관까지의 무지개다리등이 그 때문에 만들어졌고.....
-다시 정관헌 지하실
무열 : (덕수궁 관리사의 말을 잇듯이 말투를 흉내내며) 여러 가지 비밀통로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희경 : (감탄한 듯 쳐다본다)...
무열 : (으슥해서) 굉장하지?
희경 : (다른쪽을 찾으러 가면서)... 하긴 워낙 백지상태니까 흡수가 빠른거야.
무열과 희경 나눠져서 찾는다.
(무열) : (급하게) 누나!!
희경 : (무열쪽으로 다가온다) 왜?
무열이 핸드폰 액정을 비추는 곳, 사람이 겨우 빠져나갈 정도의 작은 공간이 있다.
무열과 희경의 시선이 부딪친다.
무열이 구멍으로 몸을 들이민다.
희경 : 조심해.........................뭐가 있어?
무열 : (몸이 반쯤 들어갔다) 좀만 기다려봐. 뭔가 잡혀...
희경 : (조바심이 난다) 뭔데? 뭐야?
S#39. 정관헌 마당(낮)
유치원 어린이들이 가을 체험 학습같은 걸 왔다.
남자아이들은 노란모자, 여자아이들은 분홍색 모자를 썼다.
관리사가 아이들에게 알아듣기 쉽게 설명중이다.
관리사 : 이곳은 임금님이 신하들이랑 연회를 베풀던 곳이예요. 사방이 돌로 만들어졌구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여기보이는 이 구멍으로 불을 피웠어요.
관리사가 아궁이를 막아놓은 나무 판자를 치우는 순간 아이들이 비명을 지른다.
고개를 내밀던 무열이 아이들의 비명소리에 같이 놀란다.
여자아이들은 울고, 남자아이들은 들고 있던 걸 집어던진다.
무열이 다급하게 몸을 뒤로 빼느라고 여기저기 부딪친다.
S#40. 정관헌 뒤쪽(낮)
사람들이 빙 둘러서 구경중이다.
무열과 희경이 덕수궁 관리인들에게 붙잡혀 어딘가로 끌려간다.
어떤 할머니가 혀를 끌끌 찬다.
용수, 슬그머니 외면한다.
S#41. 덕수궁 관리실(저녁)
희경과 무열이 고개 숙이고 앉아 눈치를 본다.
그 앞에 60대의 관리소장이 잔뜩 못마땅한 얼굴로 그들을 꼬나본다.
귀를 세네 개 뚫고, 헤드폰 끼고 껌을 씹으며 전산작업중인 공익요원도 구석에 보인다.
관리소장 : 요즘 사람들은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희경 : ...
무열 : ...
관리소장 : 학교에서 뭘 가르치는거야? ...하여튼 요즘 젊은 것들은... (공익요원을 흘깃 본다) 거참 정신사납게...
공익 : (자긴줄 모르다가 뒤늦게 헤드폰을 벗으며) 예...?
관리소장 : 다리 좀 가만히 두라고.
공익 : (화를 내거나 말거나) 예... (다리를 멈추는 대신 고개를 까닥댄다)
관리소장 : (못마땅하지만 참는다, 희경 무열에게) 대체 거기서 뭐하고 있었던거요?
희경 : 그냥...
무열 : 그게요. 길을 잘못 들어서...
관리소장 : (콧방귀를 뀐다) 그것도 변명이라구.
희경 : ...
무열 : ...
관리소장 : 문화재는 예술이고 혼이여. 이 나라의 혼. 이 아름다운 예술품을 보면서 아 좋다. 아름답구나 이런 생각은 못하고
구멍이 있으면 들여다보고, 들어가지 말라면 꼭 들어가보고. '선영아 사랑해?'
그걸 꼭 기둥에 써야만 사랑하는건감?거기같은 사람들이 있어서 이나라가 선진국으로 못가는거여 알어?
무열 : (할말없다)...
희경 : (역시 할말없다)...
관리소장 : 하여튼 요즘 젊은 것들은...
공익 : (툭 던지는) 요즘 젊은 것들만 그런건 아닌데요
관리소장 : 뭐여?
공익 : 문화재 훼손은 옛날에도 있었다구요.
관리소장 : (뜻밖의 반격에) 무슨 소리여?
공익 : 옛날 사람도 문화재 훼손은 했다구요. 1947년 9월. 술취한 사람이 두차례에 걸쳐 덕수궁 구들장을 뜯었다!!
관리소장 : ...누가 그려?
공익 : (전산작업중인 자료를 가리키며) 덕수궁 일지가요
관리소장 : 그건 왜봤어? 할 일 없이...
공익 : (한마디도 안진다) 전산작업하라면서요.
관리소장 : (우물쭈물하다가 되려 화내는) ...그건 어쩌다가 한번 그런 거구...
공익 : 그 다음해 3월, 같은해 10월에도 또 그랬다는데요
관리소장 : (대꾸할말이 없어서 콧김만 쎄지는데)....
장택수 : (들어오면서) 수고하십니다. 문화재 훼손범을 잡았다구요?
장택수의 시선이 무열과 희경에게 멎는다.
장택수 : 얼씨구... 박무열이... 이제 하다하다 문화재훼손까지 다 하시구.
무열이 말없이 장택수를 향해 다가온다.
장택수, 무열의 박력에 밀려 주춤 밀려난다.
장택수 : 어이..왜 이려? 해보자 그거여? 박무열이.... (하면서 가스총을 빼내려는데)
무열 : (장택수 뒤의 공익의 어깨를 탁 집는다) 어딥니까?
장택수 : ...?
공익 : 예?
무열 : (비장함까지 감돈다) 뜯어낸 구들장. 어디 구들장입니까?
장택수, 공익, 관리소장까지 이 사람 뭐야 싶은데 역시 똑같이 비장한 눈빛을 한 희경이 무열옆에 선다.
희경 : 어디 구들장이냐구요?
공익 : (완전히 쫄았다..눈치보며) 정관헌!
희경과 무열,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쥔다. 그러나 곧이어 들리는 조그만 소리
공익 : ...그 다음엔 석조전!! 그리고 함녕전
엥? 무열과 희경이 돌아본다.
S#42. 흥신소(밤)
무열이 경범죄 범칙금 고지서를 상황판에 붙인다.
희경은 냉장고에서 조금 남은 쥬스를 꺼내 통째로 들이킨다.
무열 : 빡빡한 장경사. 3만원 짜리로 해달라니까는...
희경 : 초콜릿이나 단 것 좀 없어? 당분이 떨어져서 그런가 자꾸 의심하는 마음이 드는 거 있지. 혹시 황금이 없는건 아닐까.
영원히 못찾을지도 몰라. 이런 못된생각!!
용수 : 그래서 누구래?
무열 : 뭐가?
용수 : 구들장을 파헤친 사람?
무열 : 듣긴 들었는데 누구랬지? 누나 누구랬지?
희경 : (냉장고를 뒤져 먹을걸 찾으며) 이재승!!
무열 : (용수에게) 맞다. 이재승.... (문득 들어본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어 갸우뚱한다)
용수 : 또 이재승이야?
무열 : 이재승이 누구지? 들어본 이름인데...
용수 : (고궁그림을 가리키며) 맨처음 이 지도를 갖고 있던 사람. 나중에 고종이 유언까지 남겼다고 기미일기에 나왔잖어.
무열 : 아. 맞다!! 공동묘지
용수 : ...?
무열 : 누나 공동묘지에 카메라 그대로 뒀지?
희경 : (냉장고에서 찾아낸 과일을 먹을수 있나 없나 냄새맡아보고 버린다) 그러네...
용수 : 무슨 카메라?
무열 : 형이 백민철한테 쥐어터지고 있을때 우리가 이재승 무덤에 카메라를 달았거든
S#43. 공동묘지 이재승의 무덤(밤)
산짐승이 지나간다. 들고양이든 다람쥐든 상관없다.
움직임을 따라 나무속에 매달아놓은 카메라의 불빛이 깜박인다.
(무열) : 그때가 추석이니까 자식이 있다면 한번은 찾아올거라고 생각한거지
S#44. 흥신소(밤)
희경이 화장실로 들어간다.
용수 : 카메라만 달았어? 누구 생각이었어?
무열 : (화장실쪽을 흘깃 보며) 뭐 거의 내 생각이라고 할수 있지. 내가 안써서 그렇지 머리는 좋거든. 우리 할머니도 그랬어.
공부를 안해서 그렇지 내가 머리는 좋다구.
용수 : 바보 아냐?
무열 : ...?
용수 : 사진만 찍으면 그게 어디 사는 누군지 어떻게 아냐? 사진만 갖고 4천만 국민을 일일이 찾아다닐래?
뒤를 밟든가, 하다못해 차번호라도 적어놔야지.
희경이 나오다가 뭔가 싶어 쳐다본다.
희경 : 뭔데? 왜?
용수 : 아...모자란놈, 그렇게 생각이 안돌아가냐? 어떻게 카메라만 달랑 달 생각을 할까? 아무리 바보라도...
희경 : 용수씨가 이해해. 무열이 하는 게 다 그렇지 뭐.
무열 : (억울해서 희경을 본다)...
희경 : (내가 뭐 하는 얼굴로 시침뗀다)
용수 : 카메라 얼마줬냐? 엄한데 돈쓰니까 은재씨도 두손들지.
무열 : 렌트한거거든, 찾아오면 될거아냐? 쳇....노안 주제에...잔머리를 팽팽 돌아가지...
무열이 일부러 용수를 툭 치고 지나간다.
용수 : 저거, 저거...지가 잘못한 생각은 안하고,
희경 : (무열이 다 나가는걸 확인하고) 은재한테서는 전화없어?
용수 : 응...
희경 : 그만 둘라고 그러나. 그럼 어떡하지? 카드 돌려줘야 돼?
용수 : 아무래도...
희경 : 그전에 잔뜩 긁어야 되나?...(나간다)
희경이 나가자 용수 문득 거울을 보며 자기 얼굴을 확인해본다.
용수 : 어디가 늙어보인다는 거야? (자기 배를 만지며) 이부분인가?
S#45. 서재(밤)
은재가 아빠의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다. 커다란 상자에 되는대로 집어넣는다.
아빠가 쓰던 담요, 담배 파이프, 라이터, 읽던 책, 슬리퍼, 아빠의 사진...무거워진 상자를 질질 끌며 밖으로 나간다.
S#46. 만화가게(낮)
늘 그렇듯 만화가게 풍경이다.
츄리닝 백수와 뿔테 처녀가 각각 자기 자리에 앉아 만화를 싸놓고 보고,
카운터에 앉은 용수는 수학문제를 풀 듯 골똘하다.
용수가 끄적거린 글자들...
고종--->이용익(토목건축도)
고종------>이재승(고궁 지도, 유언?)
덕수궁...? 1904년 대화재.
재건축....러시아공사관 탑.
지하통로...황금 31톤..
사바틴...까지 쓰다가 에이...줄을 마구 그어버린다.
조각이 빠진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꽉 막힌 느낌이 든다. 용수는 지쳤다.
마침 들어오는 강모를 슬쩍 보고 밖으로 나간다.
강모는 이제 육각 퍼즐을 돌리고 있다.
S#46-2. 흥신소(낮)
희경이 팔짱을 끼고 서있다.
용수가 들어온다.
희경 : (용수를 흘깃 보더니) 꽉 막혔어
용수 : 그래 꽉 막혔어
희경 : 방법이 없어
용수 : (한숨쉰다) 그러게 말이다.
희경 : 나는 할수 있는건 다 했어.
용수 : 그래. 우린 할수 있는데까진 했어.
희경 : 내 잘못은 아니야.
용수 : 누가 뭐래?
희경 : 그래서 전문가를 불렀어
용수 : 뭐?
그제서야 희경이 보는 쪽을 보면, 흥신소 화장실...뚫어뻥아저씨가 작업중이다.
아저씨가 물을 내리면, 시원하게 내려가는 소리.
희경 : 뚫렸다.
용수 : (상황판을 보며) 이쪽도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데... 어디 용한 점쟁이 없나?
희경 : (문득 용수를 본다)...있어
용수 : 누구? 자기라고 하지는 않겠지 설마.
희경 : 아니..진짜 있어.
S#47. 점집(낮)
포스가 느껴지는 물건들, 태극도, 팔괘도, 산신도, 칠성도....
무당이 쓰는 칼도 보여지고, 다윗의 별도 있고, 국적 불명의 요력 증각 아이템들이 곳곳에 셋팅되어 있다.
입 벌린채 방안을 둘러보는 용수를 희경이 툭 건드린다.
용수 : 근데 이건 쫌...
희경 : 스읍!! 부정타게...믿지 않는 자에겐 기적도 없는거야.
용수 : 그래도..
희경 : (작은소리로) 봐봐. 이 불신의 시대에 이 많은 사람들이 시간 죽이면서 기다리고 있어. 뭣도 없는데 이러겠어?
그때 안에서 40대의 아저씨가 나온다. 자못 감동받은 눈치다.
그 다음 사람이 얼른 들어간다.
용수 : 그치만 이건 뭔가... 막장 느낌이 나잖어. 전 재산을 털어 복권 사는 것 같은...갈곳없는 자의 처절한 몸부림!!
희경 : 나도 명색이 점쟁이야. (기운을 느끼듯) 느껴져. 내 능력을 초월한 상위 능력이...
용수 : (주위를 둘러보며) 사기적인 포스만 느껴지는데...
희경 : 예수도 처음 나왔을땐 사기꾼 약장사 소리 들었어.
용수 : 기독교인한테 돌 맞고 싶어?
희경 : 그러니까 비밀로 해줘.
기다리는 동안 건설회사 유니폼을 입은 남자 두명이 또 들어온다.
문 앞에 설치된 번호표를 뽑는다. 17번이다.
희경이 들고 있는 번호표는 11번이다.
희경 : 여기 만신 전문업종이 부동산이래. 오른다 하면 올라가고, 내린다 하면 내려가고...분양가는 기본이고.
용수 : 그래서 건설회사 사람들이 많은 거야?
그러고보면 기다리는 사람들 대부분이 회사원 느낌이다.
건설회사 유니폼을 입은 팀도 두팀이나 된다.
희경 : 지난달에 어떤 사람이 지도를 갖고왔는데 만신께옵서 한군데를 딱 찍더래. 거기서 온천이 터졌대잖어.
(고궁그림을 슬쩍보면서) 이중에 하나 슬쩍 찍어달라고 하자구. 땅속의 뜨거운 물도 찾는데...
희경이 기대에 차 말하면서 별 생각없이 옆에 앉은 건설회사 사람을 본다. 유니폼의 회사 이름 '시형건설'이다.
그런가.. 처음엔 무심하다가 다시한번 건설회사 유니폼을 본다.
유니폼 주인이 희경의 시선에 당황한다.
희경이 뭔가 생각해낸다.
용수 : (희경을 본다) 왜?
희경 : (일어난다) ....잠깐만......나 좀 나갔다올게
용수 : 어디가는데...?
희경 : (자기 생각에 빠져서) 아니..별건 아닌데.. 있어봐
용수 : (다리가 불편해서 쫓아가지는 못하고) 나만 두고 가면 어떡해? 희경씨!!
사람들이 용수를 쳐다본다.
용수, 자기도 나갈려고 어렵게 일어나는데 안에서 소리가 들린다.
(소리) : 11번 들어오세요.
S#48. 점집 앞(낮)
절자 깃발이 걸린 점집에서 나온 희경이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든다.
택시가 와 멈춘다.
S#49. 택시안(낮)
희경이 생각의 퍼즐을 맞추고 있다.
(인서트)
스카이 라운지의 백민철
백민철 : 덕수궁 근처의 재계발을 담당한 건설업자를 끌어들였습니다.
(인서트)
무열이 토해놓은 토사물을 쓸어내릴때 보여진 머릿돌. '동명건설'
(인서트)
백민철의 비밀금고에서 빼낸 서류중 '동명건설'에 대한 자료
S#50. 은재네 집 앞(낮)
희경이 택시에서 내린다. 벨을 누르는데 대꾸가 없다.
디지털 도어록의 비밀번호를 누른다.
S#51. 은재네 집 거실(낮)
은재네 집 소파며 거실의 물건들에 하얀 천이 덮여져있다.
희경이 그것들을 일별하고 은재의 침실로 들어간다.
S#52. 은재의 침실(낮)
침대 머리장식장에 있던 사진이 없다.
희경이 서재로 간다.
S#53. 서재(낮)
은재 아빠의 물건들이 모두 사라졌다.
희경의 눈에 못보던 박스가 보인다. 그안에 은재 아빠의 물건들이 들어있다. 액자를 찾아낸다.
그때...
(은재) : 뭐하는 거예요?
은재가 문앞에 서있다.
문앞에 선 은재가 희경을 바라본다. 희경이 액자속 사진을 확인한다.
어린날의 은재를 안고있는 아빠의 유니폼에 '동명건설'이라는 마크가 있다.
희경 : 동명건설...
은재 : ....
희경 : (자기가 알아차린것에 대해 두서없이 이야기한다) 그거 알어, 황금빌딩이랑 그 옆에 청아빌딩...
전부다 동명건설이 지었어. 백민철이 그랬잖아. 땅을 파기 위해 덕수궁근처 재계발 건설회사 대표를 끌어들였다고.
은재 : ....
희경 : 근데 봐봐, 여기 은재씨 아빠 회사이름...동명건설이야. 이때... 은재씨 아빠가 회사의 뭐였어? 대표였지?
은재 : ...
희경 : 그렇다면 다 말이 돼. 어렸을때 은재씨가 황금빌딩에 왔던것도 은재씨 아빠가 황금을 갖고 있던것도...안그래?
희경이 은재를 보며 동의를 구하지만, 은재는 외면한다.
희경 : (은재가 못알아 들었나 생각한다) 그러니까 내 얘기는 은재씨 아빠는 백민철이랑 조만기랑 예전에...
은재 : (말을 끊으며) 그래서요?
희경 : ...그래서라니?
은재 :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한다)...나는 이제 그 일에 관심없어요.
희경 : (뜻밖이다) 왜?
은재 : 그냥 싫증났어요.
희경 : ...?
은재 : 당분간 외국에 나가 있을 생각이예요.
희경이 그제서야 가구를 덮고 있는 하얀 천을 둘러본다.
은재 : 미안한데...그만 나가주세요.
S#55. 현관(낮)
나가는 희경을 은재가 배웅한다.
손잡이를 돌리려다가 희경이 돌아본다.
희경 : (은재를 똑바로 본다) 뭔가 있는 거지?
은재 : (희경과 눈싸움을 하듯 쳐다본다) 그런거 없어요
희경 : ...거짓말이란건 말이야. 누구한테든 이득이 있을때 하는거야. 나든, 다른 사람이든.
방금 그 거짓말은 누구 좋으라고 하는 거짓말인데?
은재가 끝내 시선을 돌린다.
희경 : (나가면서) 지금 너한테 화가 난다기보다는.....좀 서운하다.
문이 닫힌다. 은재가 그 자리에서 한동안 움직이질 못한다.
S#56. 황금빌딩앞(저녁)
희경이 터덜 터덜 걸어온다.
강모가 큐빅을 돌리다가 슬쩍 올려다본다.
희경이 어깨를 축 늘어트린채 안으로 들어간다.
S#57. 흥신소(저녁)
무열이 이재승 무덤에서 회수한 카메라를 tv에 연결한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소파에 앉는다. 무덤만 계속 보인다.
문소리에 돌아보면 희경이 들어온다.
희경 : 카메라는 무사하대?
무열 : 응. 어디갔다와? 용수형은?
희경 : 아직 안왔어?
무열 : 없으니까 찾지.
집주인 : (문을 빼꼼히 열면서) 어이 태권도...좀 나와봐
무열 : 왜요?
집주인 : 뭣 좀 들어줘.
무열 : 뭔데요.
집주인 : 바둑판이 새로왔는데 비싼거라 그런지 되게 무겁네.
무열 : 내가 짐꾼이예요.
무열이 툴툴대면서 일어난다.
희경, 멍하니 앉아있다가 일어나 나가버린다.
빈 방안. 텔레비전에서는 계속 무덤이 보인다. 가끔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는게 보이지만 정작 이재승 무덤은 조용하다.
용수가 들어온다. 휙 둘러본다.
텔레비전에 저건 뭔가 보다가 알아차린다. 별 관심없이 냉장고에서 캔 맥주를 꺼내 소파에 앉는다.
시원하게 들이키고 무심코 고개를 돌리다가 다시 tv를 본다. 두루마기를 입은 할아버지가 보인다.
그는........이산이다.
용수, 자기도 모르게 맥주 트름이 나온다.
S#58. 황금빌딩계단-2층복도(저녁)
무열이 짐을 들고 계단을 올라간다. 그 뒤를 따라가는 집주인과 이산.
이산 : '만화' 집에 있어?
집주인 : 좀전에 올라가던데...
이산 : 새 바둑판 기념 대국을 한번 둬볼까?
이산이 2층 복도로 들어선다.
S#59. 흥신소(저녁)
용수가 멍한 얼굴로 '이재승의 무덤'에 술 뿌리고 절하는 이산을 보고 있다.
문득 인기척을 느끼고 시선을 돌리다가 창문너머 복도를 걸어오는 이산이 보인다.
화면속의 이산의 창문너머 이산을 번갈아보는 용수, 자기도 모르게 입이 벌어진다.
S#60. 번외편(제목: 낯선 점쟁이에게서 익숙한 향기가 난다)
점집안 만신이 앉아있다.
용수가 조심 조심하며 다가와 방석위에 얌전하게 앉는다.
긴장해서 눈도 조심스럽게 뜬다.
용수 : 저기...
점쟁이 : 알어. 말안해도 알어, 타고난 복도 없어. 인복도 없어. 운도 안따라... 뭔 재미로 살았나 이제까지.
용수 : 예?
용수가 고개를 든다.
앞에 앉은 만신은....?
언젠가 나왔던 희경 스승, 바로그녀다.
점쟁이 : (눈을 감은채로) 답답한 이세상. 한점 빛없는 어둠을 손으로 더듬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그 기분,
폭풍우치는 바다에 일엽편주처럼 흔들리고 나서야 등대를 찾을 마음이 생기는 법이지
용수 : (점쟁이를 빤히 보다가).... 저기요. 혹시 정희경이라고 알아요?
쌀점을 치기 위해 쌀을 그러모으던 점쟁이가 허걱!! 쌀을 놓친다.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