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상
<안연 편>에서 공자는 국가가 존립하는 데 가장 결정적이고 긴요한 존재가 ‘민(民)’이라는 사실을 확언한다. “자공이 정치를 물으니 공자가 답하였다.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 군비를 든든히 하면 백성이 나라에 믿음을 가질 것이다. 자공이 묻기를 세 가지 가운데 어쩔 수 없이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먼저 버려야 합니까. 공자 가라사대 군비를 버려야 한다. 자공이 묻기를, 그 두 가지 가운데 어쩔 수 없이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먼저 버려야 합니까. 공자 가라사대, 식량이니라. 예로부터 모두가 죽기 마련이거니와 백성들의 믿음이 없다면 나라가 설 수 없기 때문이니라.”
국가의 근본을 이루는 세 가지를 공자는 국민, 군비, 식량이라고 보았다. 그 가운데서 가장 긴요한 것을 백성들의 믿음이라 말하고 있다. 이 견해는 현대역사에서도 유효하다. 베트남의 경우 다민족 국가이지만 외부 침입이 있었었을 때마다 전체가 화합하여 침략자를 물리쳤다. 프랑스와 미국 제국 국가가 처들어 왔을 때 다른 나라의 도움 없이 이들을 물리쳤다. 국가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덕경> 17장에는 최고 지배자와 백성의 관계를 통찰하는 혜안이 번득인다. “최고 단계에서는 백성들이 통치자가 있다는 것만 안다. 그 다음은 친밀함을 느끼고 그 사람을 찬양한다. 그 다음은 그 사람을 두려워한다. 그 다음은 그 사람을 비웃는다. 통치자가 백성을 믿지 않기 때문에 백성들도 통치자를 믿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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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단계는 벡성들이 통치자를 비웃는 것이다. 통치능력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품위마저 결여한 자가 권좌에 앉아 있을 때 백성들이 보이는 자세가 비웃음이다.
이상과 같은 네 가지 단계로 통치자를 분류한 노자는 지배자와 백성들이 서로 믿지 못하는 까닭을 지배자에게서 찾는다. (...) 6.25 한국전쟁 당시 불과 사흘 만에 대전으로 내빼고서 한강 인도교를 폭파해서 많은 사람을 죽이고서도 한국군이 평양으로 북진한다고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늘여놓은 이승만, 그런 무능하고 치욕스런 지배자들을 백성이 믿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