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19 저녁 8시30분..
전날의 숙직의 피로가 채 가시지 않은채
40리터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선다..
숙직하고 집에서 쉰다는 죄로 모든 부식거리며 장비를 내가 다 책임지다보니 배낭이 얼추 15kg은 넘는 것 같다...
9시15분에 인천터미널에서 동료(3명중 2명 아름회원)들을 만나 9시 40분 막차를 타고 백무동행 심야버스를 타기위해 동서울 터미널로 향한다.
10시40분 동서울 터미널 도착...
소주 한병만 딱 먹고 차에서 그냥 자자는 팀장님 말에 터미널 앞 포장마차에서 순대와 어묵으로 늦은 간식을 한다..
소주병은 어느새 3병이 넘어가고..시게는 어느덧 11시50분이 다 되어 간다..
서둘러 정리를 하고 차에 오르니 12시가 다 되었다.
차안은 만석이고 마치 산악회 전세버스인양 거의 등산객이다.
차가 출발하려는데 몇몇 젊은이들이 탄다. 입석이란다(..이런 고속버스도 입석이 있나?)
서서가는 사람이 힘들기도 하겠지만 위험할 것같다.
그런데 하필이면 우리 좌석옆에 떡하니 자리를 잡는다..
웬지 초장부터 오늘 산행이 힘들어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ㅎㅎ
방송소리에 눈을 뜨니 덕유휴게소란다. 화장실을 가려고 나와보니 웬 비가 이리내리는지..또다시 죄없는 기상청만 욕한다.(지리산도 비오면 장난 아닐텐데...함께 온 직원들이 걱정된다)
03시 40분 버스는 정확히 백무동에 우리를 내려 놓는다.
신발끈을 묶고 랜턴을 정리하고 카메라를 허리에 차고..
이번산행은 나름대로 기록을 할 모양으로 카메라를 준비했으나 이게 웬일... 밧데리가 없단다.
하여튼 이리 정신이 없어서.. 투덜거리는데..
후배가 카메라를 가져왔단다. 그래 우선 차 시간표 부터 찍고
04:00 드디어 오늘 산행의 첫 기착지인 장터목 산장을 향해서 출발..
관리소를 지나 세석과 장터목 갈림길에 도착. 장터목 방향으로 좌회전..
그런데.. 들머리가 보이질 않는다..한 무더기 사람들과 함께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다가 겨우 내가 흔들다리를 찾는다...(아니 이 많은 사람들 중에 이 길을 와본 사람이 하나도 없나...) 괜히 혼자 쿵얼거리며 산행을 시작한다...
설악의 오색에 비하면 생각보다는 쉬운 산행이나..동료들이 조금 힘들어 하는 것 같다..
그래 쉬엄쉬엄갑시다.. 한시간 쯤 오르다보니 하동바위다
한참을 오르다 고도계를 보니 1,500m 정도 된것 같다.
날은 어느덧 시나브로 하늘이 밝아지고..시계는 06:00를 넘어간다.
이제야 주변의 단풍도 보이기 시작한다.
후배보고 한 방찍어보라니.. 이런 밧데리가 다 되었는지 충전불이 들어왔단다.
(이런.. 이러다 천왕봉에서 사진 한 번 못 찍는것 아닌지..증명사진 찍어야되는데.. 특히 지리산에 처음온 동료들이 아쉬워 한다)
날이 추워 그럴지도 모른다고 품에 품고 오르자 했다.
좀 오르다 보니 나무다리가 뭔가 흰 것에 덮혀있다. 아니 서리가 아닌 눈이다..
고개를 들어 능선쪽을 보니 나무들도 하얗게 옷을 입고 있다.
에라 밧데리 녹았을지 모르니 한장 찍자...
그리곤 내쳐 장터목으로 오른다..
장터목 산장에 도착하니 07:30분.. 3시간 코스라는 남들 보다 쬠 늦은것 같다.
미리 씻어온 쌀로 밥을 앉히고, 즉석 된장국 3개를 풀어 끓인다.
재학이가(지난 명성산에 함께한 아름회원) 밥이 설었다며 물을 넣어야하느니 어쩌느니..말이 많다.
한마디 했다. 산에서 밥해먹어 봤냐고?ㅎㅎㅎㅎ 산행경력으로 따지면 감히..
내가 다시 밥을 맡고..역시 밥이 엄청 잘 되었다. (잘 못됐으면 앞으로 산행줄 놓을 뻔했다..ㅎㅎ)
가져간 양주에 떡갈비 안주로 거나하게(?) 아침을 먹고는 다시 천왕봉으로 출발...겁나게 춥다.
(왼쪽에 있는 친구가 총각, 가운데 이재학, 오른쪽 이정용(역시 아름회원이다))
길이 미끄러워 조심조심...10시경 드디어 해발 1915m 천왕봉에 도착한다. 바람이 무척부니 지난 대청봉이 생각난다...
얼른 1장 찍고 바람을 피해 자리를 잡는다.
간단히 가져온 양주 홀랑 비우고 각자 산신께 가족의 안녕을 빌고는 중산리로 하산을 시작한다.
길이 너무 가파르다느니 어쩌느니 무릎이 아프다며 다들 엄살을 떤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하산..ㅎㅎ(이 길을 11월에 아름과 함께 와야하는데..왠지 회원들 걱정도 된다)
천왕샘을 지나 내려오다 상고대가 예뻐서 부러워 할 영란누님 생각에 석장..
하산길을 재촉해 내려오던 중 저 아래 헬기장이 보인다.
이제 법계사에 거의 다왔나 보다.
법계사에 도착하니 12:00....
법계사 로타리 산장에서 이제 남은 음식을 다 풀어놓는다.
돼지갈비 1.8kg, 라면 4개..가래떡 4개(썰어서 떡라면 먹었다), 맥주 5캔, 소주 500ml.....
한 시간 반은 먹었나보다. 늦을라 어서 출발....천왕봉의 아쉬움을 달래려 헬기장에서 기념촬영
천왕봉 밑으로 하얀 눈에 덮힌 나무들이 보인다....이 곳은 완연한 가을..주변 단풍이 아름답다..
드디어 한 참의 계단길.. 주변에 무릎을 주무르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동료들도 투덜거리며 영 힘들어 한다.
좀 내려가니 망바위...법계사에서 칼바위 갈림길 까지 반은 왔나보다... 어찌 어찌 힘겹게 내려오는 막내에게 스틱을 쥐어주고는 먼저 내쳐 달린다... 땀 좀 내려고..중산리 야영장입구에 도착하니 14:30분이다. 화장실에서 씻고 밴치에 앉아 이제 휴식을 취한다. 한 15분 쯤 기다리니 일행들이 도착했다.
(생각보다는 빨리 왔네) 무릎이 아프긴해도 다들 무사히 천왕봉에 다녀왔다는 생각에 약간은 들떠 있는 듯하다.
화초기르기를 즐겨하시는 어머니 생각에 관리소에서 산행쓰레기에 대한 설문지 하나 써주고는 조그마한 화분에 담긴 녹차 묘목(?)을 얻었다.
관리소에 물으니 차시간이 한시간 단위로 15:05, 16:05분에 있단다..
시계를 보니 14:50분...뛰어가면 탈 수 있겠으나.. 인생 뭐 있나?(인수버젼)
동동주 한 잔 하면서 16:05차를 타겠다는 생각에 주변 풍광과 맑은 지리의 공기를 흠뻑 마시며..
느릿느릿 버스종점으로 걸음을 옮긴다.
조금만 먹자는 말은 잊고 벌써 동동주 큰 것 한통에 소주가 한병이다.
에라...취했다..
버스에 올라 한 참을 자는데.. 누가 깨운다..17:15분 진주에 도착했단다.
웬 코를 그리 골았냐며..주변 사람들이 시끄러울 정도였단다..ㅎㅎㅎ(피곤하고 취한걸 어쩌란 말인가?)
예매해둔 표를 받고...또 어묵에 소주 한잔...으이그!!! (걱정되서 난 안먹었다..)
18:00시 버스는 정확히 인천을 향해 출발...
우등고속이 좋긴좋다... 완전히 누웠다...ㅎㅎㅎ
21:59분 예정보다 11분이나 빨리 인천에 도착했다.
운전기사님이 친절하게도 문 밖에 나와 일일히 인사를 하신다..
참! 대중교통 좋아졌다....
회사 직원들과 함께한 지리산행...어려웠지만 다들 잘 해냈다.
담엔 한라산을 가자고 다들 너스레를 떤다..ㅎㅎ
하긴 올해 벌써 설악산 대청봉도 갔다왔고.. 천왕봉이 두번째 산행이니..
잘하면 한라산도 갈 수 있겠다....
집에가는 길..
주말이면 산으로 내빼는 남편수발(?)에 여념이 없는 아내를 위해 맥주 피쳐와 오징어를 산다.
한 잔 먹고 맘 놓고 코골며 자야겠다...끝.
첫댓글 부럽당~~~ 두 계절을 느끼고 왔으니 얼마나 행복했을까?
햐!~~~ 지대로된 찍사들 대동하고 다녀 오시지.. 글을 읽고 있노라면 내가 다녀온듯눈에 선한데, 사진이 두계절의 풍경을 담았더라면 꺼뻑 디질번 했어라!!! 수고 많았어라...꿈의 천황봉...
나무에 눈꽃을 찍은 걸 보니 정말 부럽다. 좋은 산행했네~~~눈도 보고 비도 보고 단풍도 보고..지리산이 좀 지리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안산 즐산 해서 너무 좋다. 11월의 지리 종주를 기대하며......코골고 잘 자길....
상고대가 멋집니다^^ 비박 추진하세요..
여기저기 말은 흘려 놨는데.. 언제 가나...?
잡으면 간다
전에 함양에서 인천 오는버스 있던데, 인천에서 함양가는것좀 찍어놓지 .ㅎㅎ
좋은 산행 했네요...부럽네요....
눈내린 지리를 보았구나...부럽네...
눈이네요. 좋은곳에 좋은분들과 다녀 오셨네요. 좋았겠어요.
지도 펴놓고 지나온 길을 맞춰보니 하루 등산길은 좀 길다고 느껴지지만, 이코스가 11월 정기산행 코스인갑네.^^ 백무동에서 세석까진 갔다왔어도 아직 천왕봉 지킴이를 못뵈온지라 11월 엄청 기대... 수고 많았네~~
11월코스는 잠재적으로 중산리에서 대원사코스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아마 4기 산행대장과 기획에서 다시 정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중산리로 올라가면 넘 힘들지않나? 계단도 많고..
헐 한겨울이네...예전 점봉산 갔을때가 갑자기 생각이 나 버리네.....멋지다...그 풍경이 부럽기도하고....
부럼삼~ 눈이 더 마니 낼린 지리도 가고싶네~
단풍에서 상고대까지....미리 다해보고 왔구나....
부럽네요~~ 겨울 지리산이 기다려지네요!
부러버라...
와우 멋지다...벌써부터 겨울 눈산행이 기다려지네....동주 좋았겠당...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