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뫼-
고운님 저고리 속 흰 살은 저리 따스해
비단결 소복한 은애(隱愛)로 쌓여도
그립다,
사위스러움 안으로 감춰 지엄(至嚴)이니
바람조차 심히 송구스러워
지나간 발자국 하나 남기는 법 없고
뛰놀던 메아리도 목청을 눕힌 여기서는
미미한 나부낌도 차마 눈이 부시어
세상이 여태 저지른 짓 맑게 씻기니
참선에 든 고요만 저리 돋보일 뿐
묶였던 일들 비로소 끈이 풀리네.
백결선생의 거문고 소리 돌아와
봉우리, 능선 계곡, 가리지 않고
스스로 울림 열어 길을 닦으니
고운님 저고리 속 살 아파 하실라
설피마자 벗어던진 햇살이 맨발인 채
조심 조심 서편으로 가는 중이네.
註: 설피-눈 위를 걷기 편하도록 만든 강원도의 겨울신발.
스키의 원조라고 생각하면 어떠할지요.
카페 게시글
心然 심연
茶泉 김환기님의 덕유평전에 부쳐 <설뫼>
엿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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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20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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