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정령-매화 정령
내용
이덕형(李德洞)의 인척 가운데 현감으로 있는 김씨는 집이 인왕산 밑 경치 좋은 곳에 있고, 집에는 아름다운 장미꽃이 많았다. 하루는 낮잠을 자는데 노랑 옷을 입은 남자가 꿈에 나타나 말하기를, 자신이 오래전부터 대감 집에 의탁해 살고 있는데, 대감 아들이 늘 오물로 얼굴을 더럽히니, 제발 불러 꾸짖어달라는 것이었다. 김 현감이 꿈을 깨어 무슨 뜻인지를 몰라 어리둥절했다. 다시 책상에 비스듬히 기대 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마침 어린 첩의 아들이 노랑 장미꽃 앞에 와서 오줌을 누어, 꽃송이에까지 오줌이 묻었다. 현감이 꿈속의 남자가 장미의 정령임을 깨닫고, 첩 아들을 불러 꾸짖고는 손수 꽃송이를 씻어 주고 또 시를 지어 위로해 주었다. 선비인 신씨가 남부 지방 읍재(邑宰)로 가니 관부의 연못 안 작은 섬에 오래된 매화나무가 있었다. 신씨 손자가 매화나무가 아름다운데, 외진 곳에 있음을 못 마땅하게 여겨, 동헌 앞으로 옮겨 심었다. 그러나 오래된 것이어서 뿌리를 많이 상해, 나무가 살기 어렵게 되었다. 어느 날 신씨의 꿈에 백두옹이 나타나 말하기를, “나는 100여 년 동안 내 집에서 편안히 잘 살았는데, 하루아침에 나를 옮겨 환경이 맞지 않아 죽게 되었으니, 너도 오래 살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하고, 사라졌다. 얼마 후 매화나무도 말라죽었고, 신씨도 이어서 사망했다. 약한 나무인 매화나 총생(叢生)인 장미도 정령이 있으니, 모든 사물에 정령이 있다. 꽃을 가꾸는 사람도 조심해야겠다.
출처:(문화원형백과 한국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