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덩이 진달래 등 좋은 이름도 많고 많은데 하필이면 복수초라 누군가 고약한 사람이 이름을 그렇게 참 잘도 지었구나? 복수초라 그 말을 듣고 있던 민들레가 내 이름은 민들레란다 며 민들레 이름 좋지? 그런데 궁금한 것이 너같이 키도 작고 땅에 겨우 붙어사는 주제에 누구에게 복수를 한다는 것인지 도대체가 알다가도 모르겠구나.
복수를 하려면 하다못해 장미처럼 뾰족 뾰족 돋은 앙상한 가시로 무장을 했다거나 석류처럼 붉고 커다란 돌덩이라도 주렁주렁 달고 있다 던지? 그렇지도 못하면서 누구에게 복수를 한다고 하는지?
민들레 내가 보기에도 가소롭다. 뭐! 민들레 네가 복수초 나더러 가소롭다고 무슨 소리야? 나 이래봬도 사람들이 그것도 무엇 좀 안다는 사람들이 복과 장수의 상징이라 말하는데 그래 무식해서 그러겠지? 이해를 한다만.
일본 북해도 '아이누족' 원주민은 복수초 우리들을 '크론'이라고 부른다. 뿐만 아니라 전설도 하나 전해 내려오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인 즉, 옛날 북해도에 크론이라고 하는 아름다운 여신이 살고 있었다. 크론에게 죽기 살기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아버지는 외동딸인 크론을 용감한 땅의 용신에게 강제로 시집을 보내려고 했다. 그 때 딸 크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밤을 틈타 도망 다른 지방에 숨어버렸다. 그런 딸에 분노한 아버지가 사람을 동원 각지로 보내 그들을 찾아내 호되게 꾸짖다 못해 꽃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때 만들어진 꽃이 '복수초'다.
아버지에게 쫓겨 난 크론과 그 애인이 찾아 떠난 곳 그 길이 '영원한 행복'이었다. 그 영원한 행복 그것이 복수초의 꽃말이 됐다.
이른 봄, 눈과 얼음 사이를 뚫고 꽃이 핀다. 그 꽃을 얼음 새 꽃, 눈 새끼 꽃이라고 부른다. 중부지방에서는 복풀이라고도 부른다. 새해 들어 가장 먼저 꽃이 핀다고 하여 원일초란 별호를 가지고도 있다. 음력 설 무렵 꽃이 피기도 한다.
복과 장수의 상징, 높은 산 숲속에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 그 크기가 5㎝에서 15㎝정도로 꽃이 피었다 진 다음 더 자란다. 꽃은 노란색이며 2월 중순에서 4월 초순에 핀다.
복수초는 약제로도 쓰인다. 복수초는 강심작용이 탁월하여 심장대상기능부전증, 가슴 두근거림, 숨 가쁨, 심장쇠약 등을 치료하는 데 효능이 있다고 한다.
또한 신장질환, 방광질환, 복수가 찰 때, 심장병 등에 귀중한 약으로 쓰인다. 중추신경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어 작은 일에도 잘 놀라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숨이 가빠지는 증상에 잘 듣는다. 이뇨작용이 강하여 소변이 잘 안 나오거나 몸이 붓고 복수가 차는 데에도 효과가 있고 더러는 민간에서 간질이나 종창 치료에도 쓴다. 그러나 복수초에는 독이 있어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
2-3월이면 추위도 마다하지 않고 한반도 중부지방 풍도와 구봉도 해변에 노랗게 꽃봉오리를 달고 사람들을 맞아 복수가 아닌 아름다움을 선사하느라 바쁘다. 그 모습이 참으로 고맙다. 고마워. 한정규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