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동아시아역사포럼 '국사해체를 향아여'를 참석해 보고 참 큰 일 났다는 생각 들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첨부화일 차고하십시요. 첫 번째 이영훈 교수 논문 빼놓고는 제목과 별 관계도 없는 논문들이었습다.
나의 논평은 다음과 같았다.
1. 국사, 국사학, 국사학자, 이런 것들은 '존재' 자체이기 때문에 해체할 수도 없고, 해체되지도 않는다. 단지 역사 연구 가운데 국수주의 적인 민족주의 같은 이데올로기의 해체를 주장할 수는 있다. 그런 점에서 "국사의 해체를 향하여'라는 주제는 상당히 논리를 벗어난 것이다. 또 '국사로부터의 해방'이란 말도 '해방'이란 억압의 반대말이므로 말이 되지 않는다. 학문이란 한 용어의 올라바른 정의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이번 내 건 '국사의 해체를 향하여'란 제목은 사람들을 모으기 위한 자극적 광/고 문안(성공적인)였다.
2. 국사에서 가장 큰 문제는 너무 과장한 나머지 '경박하게 창출된 신화' '짜여진 이야기'라고 라고 했는데 우리나라 역사학에서는 오히려 지나친 패배의식과 열등의식이 더 문제 아닌가?
3. 국사를 해체한 뒤 어떻게 하자는 얘기인가? 대안이 무엇인가?
'비판과 연대를 위한 동아시아 역사포럼' 이라고 했는데, 한, 일 학자만 있고 15명의 참가자 가운데 단 한 명의 중국 학자도 없는데 동아시아라고 한 숨겨진 이유는 무엇인가?
* 중국은 조직적이고 집체적인 역사 연구를 하고 있다. 중국변강사지연구소에서 국경지대 역사연구를 위해 5년간 무려 3조원을 투입하고 있는데 '우리는 단일 민족이 아니다' '민족은 필요 없다' 심지어는 '반드시 통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토론자는 아일랜드의 예까지 들었다)'고 하면 결과는 어떻게 되는가?
* 의도를 분명히 밝혀라. 1. 한일이 서로 비판하고 반목하지 말고 합심하여 중국의 제국주의에 대항하자는 것인가?, 아니면 중국까지 합쳐 그야말로 동아시아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역사적 방법을 개발하자는 것인가?
남북통일이 필요 없다는 논리에 대해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 하려고 했으나 발언 기회를 주지 않았다. 저녁 식사 때 다시 확인했으나 '통일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자유로운 나라가 되었다는 점에서는 자위도 해 보았지만 이런 학자들이 학문을 가르치고 있다는 점에서 큰 걱정이 아닐 수 없었다.
**** 신문 기사*****
동아일보 2003/08/24 18:07
동아시아 역사포럼 "민족은 신화일뿐…" 열띤 공방
한국과 일본에서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국사 해체를 주제로 뜨겁게 토론하고 있다. -권주훈기자 북한의 핵 도발과 그에 대한 미국의 위협, 일본의 우경화와 재무장화, 동아시아에서 헤게모니의 복원을 시도하는 중국. 아시아 각국에서 국수주의적 민족주의가 맹위를 떨치는 이때 서울 한복판에서 ꡐ국사 해체ꡑ 논쟁이 벌어져 주목을 끌었다.
민족주의에 반대하는 한일 학자들의 모임인 ꡐ비판과 연대를 위한 동아시아 역사포럼ꡑ이 2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공개세미나 ꡐ국사의 해체를 향하여ꡑ에는 200여명의 학자와 일반인들이 참석해 8시간에 걸쳐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포럼 소속 교수들이 주장하는 국사 해체란 ꡐ국사ꡑ를 ꡐ한국사ꡑ로 객관화해서 보자는 것.
이영훈 서울대 교수(한국경제사)는 ꡒ민족주의가 주장하는 공동체적 평균주의는 정치적 포퓰리즘의 원천일 뿐 아니라 분배를 둘러싼 계급갈등을 필요 이상으로 증폭시킨다ꡓ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특히 ꡒ민족주의가 ꡐ동포ꡑ라는 실체 없는 상징을 내걸고 반문명의 극치인 북한의 수령체제에 대한 비판을 봉쇄하고 있다ꡓ며 ꡒ민족주의 재생산의 제도적 장치인 국사는 해체돼 한국사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ꡓ고 말했다.
박지향 서울대 교수(영국?아일랜드사)는 아일랜드의 사례를 들어 ꡒ영국의 식민지였던 아일랜드에서도 역사해석이 국수주의적이었지만 유럽연합(EU)에 가입하고 경제적으로 발전해 자신감이 생기면서 일부 수정주의 역사학자들이 ꡐ친영파(親英派)ꡑ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역사 다시보기에 주력했다ꡓ고 설명했다. 우리도 민족의 독립, 통일이라는 협소한 개념을 넘어서서 역사를 분석해야 한다는 것.
이타가키 류타 도쿄대 교수(한국근대사)는 ꡒ민족의 이름으로 정당화되는 신 냉전체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한국 일본 중국이 공동으로 교과서를 기술하는 등 동아시아 연대망이 필요하다ꡓ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사옹호 쪽 입장에 선 서길수 서경대 교수(한국경제사)는 ꡒ국사 서술에서 몇 가지 과장된 것만을 강조해 국사 해체를 논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ꡓ며 ꡒ국사 서술에선 과장보다 오히려 열등의식이 문제ꡓ라고 지적했다. 이영호 인하대 교수(한국근대사)도 ꡒ일본과 중국이 모두 국수주의로 가는데 왜 우리가 나서 국사 해체를 논하는지 모르겠다ꡓ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임지현 한양대 교수(동유럽사)는 ꡒ한국이 국사를 해체한다면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이나 고구려사를 중국사에 포함시키려는 중국의 움직임에 오히려 근원적 비판의 칼을 들이댈 수 있다ꡓ고 주장했다.
ꡒ國史는 억압이며 은폐… ꡐ민족ꡑ 폐쇄성 벗어나야ꡓ
"개인의 고통과 희망, 추상적 '민족'에 억눌려…
다양한 측면들 살아있는 '역사의 민주화'를"
누구라도 웬만해선 정규 교육 과정에서 이런 말을 듣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ꡒ우리에게 ꡐ국사(國史)ꡑ는 억압이며 배제이며 은폐입니다. 국사는 역사를 일국사(一國史)라는 하나의 틀 안에 가둬버림으로써 다양한 역사상(歷史像)을 매몰하고, 역사적 상상력의 결핍을 불러오게 됩니다.ꡓ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공개토론회 ꡐ국사의 해체를 향하여(Deconstructing National History)ꡑ 석상. ꡒ왜 ꡐ국사의 해체ꡑ를 추구해야 하느냐ꡓ는 질문이 계속되자 이성시(李成市?한국고대사) 와세다대 교수는 단호한 어조로 위와 같이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한?일 학자들로 구성된 ꡐ비판과 연대를 위한 동아시아 역사포럼ꡑ이 주최한 것. 1990년대 이후 끊임없이 모색돼온 ꡐ일국사적 민족주의 역사학ꡑ에 대한 비판이 비로소 일반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대개 동?서양사와 경제사 전공자들인 이들의 문제 제기는 주류 국사학계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좌?우 민족주의 역사학 모두에 대한 비판인 셈. 민족국가를 역사 발전의 주체이자 대상으로 설정한 국사는 개개인이 일상적 삶의 영역에서 겪은 고통과 희망을 ꡐ민족의 고난과 영광ꡑ이라는 서사로 가려버리고, 결국 민족주의를 매개로 동원 논리를 정당화하는 ꡐ국가권력의 적대적 공범관계ꡑ를 이룬다는 것이다.
발표자로 나선 이영훈(李榮薰?한국경제사) 서울대 교수는 ꡒꡐ민족ꡑ이 20세기에 만들어진 상상적인 공동체라는 것에는 반론이 있을 수 없다ꡓ며 ꡒ민족주의가 조장하는 공동체적 평균주의는 정치적 포퓰리즘의 원천일 뿐 아니라 분배를 둘러싼 계급갈등을 필요 이상으로 증폭시킨다ꡓ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ꡒ역사가 마치 재판관이 된 것처럼 도덕적으로 선악을 판단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ꡓ고 말했다.
임지현(林志弦?동유럽사) 한양대 교수는 ꡒ식민지시대 ꡐ민중ꡑ의 고통은 어느 순간 ꡐ민족ꡑ의 고통으로 바뀌고, 민족은 다시 ꡐ국가ꡑ의 개념이 전유해 왔다ꡓ며 ꡒ그렇기 때문에 1980년대의 민중사학조차 국가권력을 정당화할 위험성을 갖추고 있었다ꡓ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ꡒ협소한 국민국가의 틀을 벗어나 인간 삶의 다양한 국면들을 존중하는 역사를 구축해야 한다ꡓ고 말했다. 신형기(辛炯基?한국현대문학) 연세대 교수는 소설가 이효석의 ꡐ향토ꡑ 개념을 분석하며 한국인들이 하나의 ꡐ추상된 이미지ꡑ인 민족사 속에 자신을 가두어온 과정이 오늘의 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패널로 참석한 이영호(李榮昊?한국근대사) 인하대 교수는 ꡒ국사가 국민국가의 권력을 정당화한다거나 선악 이분법으로 역사를 본다는 주장에는 무리가 있다ꡓ고 지적하고, ꡒ역사의 비판은 사관(史觀)의 문제이지 국사의 해체와 직결된 것은 아니다ꡓ라고 말했다. 질의에 참여한 임상우(林常友?서양지성사) 서강대 교수는 ꡒ국사의 새로운 대안을 위한 자리라면 주제를 ꡐ해체ꡑ가 아닌 ꡐ탈구축ꡑ이라든가 ꡐ국사를 넘어서ꡑ로 해야 하지 않았는가ꡓ라고 묻기도 했다.
토론회 중 고구려연구회장인 서길수(徐吉洙?경제학) 서경대 교수가 ꡒ현실적으로 엄연히 존재하는 국사를 어떻게 해체할 수 있느냐ꡓ며 목소리를 높이자 회의장엔 잠시 긴장감이 감돌았다. 서 교수가 ꡒ신화란 과장이 있더라도 존재하지 않은 것은 아니며, 한국사 서술에선 과장보다 오히려 열등의식이 문제 아니냐ꡓ고 지적하자, 이영훈 교수는 ꡒꡐ국사의 해체ꡑ란 모든 걸 파괴하고 허무주의로 돌아가자는 게 아니라 다양한 측면들을 볼 수 있는 ꡐ역사의 민주화ꡑ를 의미한다ꡓ고 답변했다.
이날 토론회엔 국사학계 학자들이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 객석엔 이만열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이기동 동국대 교수, 이종욱 서강대 교수 등의 모습도 보였지만 이들은 말을 아꼈다. 국사학계의 한 원로학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ꡒ이번 토론회에 관심을 끌기 위한 과격함도 있지 않았겠느냐ꡓ면서도 ꡒ국사학이 민족 중심의 폐쇄적 이해를 벗어나야 한다는 충고에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ꡓ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비판과 연대를 위한 역사포럼' 주최 공개 토론회는 '국사의 해체를 향하여'(Deconstructing National History)라는 도발적인 주제에 걸맞게 난상토론이 오갔다.
이날 토론회는 여느 학술대회와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미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 각 발표문을 참가자들이 숙독한 것으로 간주하고 각 발표문은 발제자가 3분 안에 요약하는 것으로 대체한 다음 곧장 토론으로 돌입했다.
주제가 워낙 민감해서인지 200여 명이 시종 자리를 지킨 이 토론회는 예상대로 '국사의 해체'를 주창한 대회 전체 표어 및 이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한 이영훈 서울대 교수의 발표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서양사 전공인 임상우 서강대 교수의 경우 아예 대회 주제 자체를 문제 삼기도 했다. 그는 "이번 대회가 '국사'를 해체한 다음 새로운 대안을 세우기 위한 자리인만큼 불필요한 오해를 줄 수 있는 '해체'가 아니라 '국사를 넘어서'라든가 '국사의 탈구축을 위하여' 정도가 옳다"고 제안했다.
고구려사연구회장인 서길수 서경대 교수는 고구려사를 자국사에 편입시키려 하는 중국을 예로 들면서 "국사는 실존하는 것이며 이러한 국사는 없어질 수도, 없앨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국사 해체'론 발표 당사자인 이영훈 교수는 "국사 해체가 모든 것을 파괴해서 '허무주의'로 돌아가자는 뜻은 결코 아니다"고 하면서 "다만, 국사라는 이름 아래 닫혀진 다양한 (역사적) 측면들을 보는데 '국사'가 큰 문제가 되는 것이며, 이런 뜻에서 내가 말하는 국사해체는 '역사의 민주화'라고 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국사'가 왜 문제인가라는 공방이 계속되자 이번에는 재일동포인 이성시 일본 와세다대 교수는 "우리(역사포럼)가 말하는 '국사해체'에 대해 참석자들이 의문을 품은 채 떠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운을 뗀 뒤 "우리에게 국사는 은폐이며,억압이며,배제"라고 주장했다.
최근 「만들어진 고대」를 통해 한국고대사는 20세기 한국 내셔널리즘이 만들어낸 언설임을 주장했던 그는 "국사는 역사를 일국사라는 하나의 틀 안에 가두어 버림으로써 다양한 역사상(像)을 매몰시키고, (그 결과 역사적) 상상력의 결핍을 불러온다"고 덧붙였다.
패널로 참여한 인하대 이영호 교수는 이영훈 교수 발표를 겨냥해 "국사가 국민국가의 권력을 정당화하는 도구라는 주장은 일방적이며, (기존의 국사학이) 선악이분법으로 역사를 본다고 몰아붙이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