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즈존(no kide-zone)
-한국인은 멸종할지도 몰라-
글 德田 이응철
요즘 하루를 보내면서 유난히 말수가 적어져 자신도 놀란다.
액자점에 갔더니 사장님은 연실 국내외 정세, 그리고 친구 죽은 이야기, 인구문제 그리고 아내 몰래 사둔 주식의 급락 등 묻지도 않는 말을 연속적으로 풀어놓는다. 특전사 출신이라고 무게만 잡고 있지 않음이 다행이지만, 부화뇌동하지 않고 네-네 하면서 답변만 하다가 액자가 완성되면 이내 빠져 나온다.
오늘 자칭 행복의 전도사가 힘을 주며 말한 것 중 핵심은 출생률이 낮아 큰일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사라지면 희망이 사라지고 지구에서 특히 한국인은 멸종할지 모른다고 껑충 비약해 열변을 토한다. 참으로 오랜만에 맞장구를 쳤다.
사실 2022년 1월 통계청 발표를 보면 출생률과 혼인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지는 사이 사망은 최고기록을 갈아치우며 저 출산과 인구절벽이 점점 더 가속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엔인구기금(UNPFA) 조사에 따르면 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가 2021년 0.82명으로 이는 198개국 가운데 198위의 기록이란다. 2년 연속최하위 꼴찌라니 이대로 가다가는 2750년에 한국인이 자연 멸종할 것이란 주장이다.
글을 쓰는 내겐 1남 2녀를 두고 있다.
반평생을 넘게 오로지 가르치며 비바람 천둥소리에 귀막음하고 키운 세 녀석들이다. 아들의 경우 현직에 근무할 때 순리대로 혼처가 생기고 큰 저항 없이 결혼했다. 현재 여식아 한 명을 두고 부부가 한껏 제 역할을 소화하며 살아간다.
문제는 딸 둘이 혼기를 놓치고 우두망찰하니 큰일이다. 어디 나 뿐이랴만 집집마다 아들이건 딸이 건, 직장이 있건 없건 부모에겐 골치덩이임에 틀림없다. 시집 보내는 것이야말로 부모에겐 큰 책임이지만 그런 걱정마저 자식에겐 스트레스가 된다고 입을 함묵시키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시대적인 유행병으로만 치부하고 돌아설 것인가?
결혼을 하지 않은 청년들은 한결같이 태어날 자식에게 못할 짓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끔찍한 죄를 넘겨주기 싫어서-. 어떤 죄일까? 태어난 녀석은 부모가 넉넉하지 못해 남들이 다니는 특별과외도 받지 못할 것이다. 결국 성장하면서 남을 앞서가기 어렵고 결국 하층으로 전락해 잘 사는 사람을 부러워하며 겨우 밑바닥 층에서 살아간다면 부모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특수한 경우도 아닌 아들 녀석을 기준으로 볼 때 요즘 젊은이들의 결혼과 출산문제에 수긍이 간다.
내겐 손자를 만끽하지 못했다. 늘그막에 녀석을 꼭 닮은 아들 한 명을 낳았으면 하고 바라지만 그렇다고 손주 한번 제대로 돌봐주지도 못하니 시대에 뒤진 사고방식이리라. 친구 딸은 유명 설계사이나 벌써 십여 년이 넘는데 불임이라 일구월심 임신이 최대의 소원이란다. 또 다른 친구는 며칠 전 낭보를 전해왔다.
-친구야! 손주를 기다린 게 10년은 된 것 같은데, 삼신할머니께서 우리의 바람을 아시고 어제 딸을 점지하셨다네, 축하해 주게 -.
물론 예전에도 3대 독자, 임신을 위해 장독에 정화수 떠놓고 신령님께 빌기도 했지만, 시험관, 인공수정 사실이 밝혀질 정도로 불임이 판을 친다.
출산률 저하로 2750년 한국인 멸종이란 극단적인 가설을 들고, 평소 잘 아는 산부인과 의사와 점심을 하면서 기탄없이 출산율 저하의 원인을 물었다. 작가라고 핀잔을 주면서도 들려준 그날, 식상하게 기다린 답이 아니다. 새로움은 몇 개 쌀에 뉘 섞이듯 하지만, 과학의 신이 포기한 것들은 과연 인재만일까? 곱씹으며 돌아왔다.
첫째가 맞벌이 시대에 스트레스는 난소 기능 저해가 가장 크고, 둘째가 예전에 비해 초산연령이 늦춰지고 있기 때문이란다. 과거엔 스물 후반이면 임신했지만, 요즘은 30대 중반이며 35세가 지나면 노산(老産)이라고 강조한다. 35세.
다음이 수면의 부족이다. 밤 시간의 수면은 자궁과 난소에 음혈을 보충하는 주요 역할을 하는데 최근 너나할 것 없이 12시 이전에 취침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그리고 현대인을 둘러싸고 있는 화학물질에서 나오는 환경호르몬이 침투해 정상호르몬을 교란시키며, 그밖에 아이는 필요치 않은 무분별한 성생활이 골반 염증질환을 발생하면서 난소기능을 저하시킨다고 한다.
국가 보장이란 전제를 외면하지 않지만, 영아기 때인 4세까지 3천64만원, 유아기인 7세까지 3천 6백86만 원이니 7세까지 얼핏 계산해도 6천 8백만 원이 넘는다. 참 감당하기 힘든 비용이니 누가 둘, 셋을 낳으려 할 것인가? 국가가 이런 사회적 비용이 줄도록 해야 나라의 비전이 있다. 이젠 개인 탓이 아니다. 사회보장제도의 국가 탓이리라.
요즘 노키즈존(no kids zone) 란 신조어가 있다. 영유아와 어린이를 동반한 고객의 출입을 제한한다. 서울 유흥가에서 주로 볼 수 있었던 구호가 최근 수도권 전역으로 퍼지고 있는 실정이다. 다른 손님께 피해를 준다. 어린애가 상점을 돌아다니기 때문이란다. 노키즈존은 어린이에 대한 차별이다. 부모 책임이 가중된다. 아이들이 성가시고 어른만 즐긴다면 인류가 늙어가면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환대할 능력이 없는 사회가 아닐까 심히 걱정된다. 우리 사회에서 할 첫 번째 할 일이다.
사람의 아이들을 쓴 제임스는 말했다. 과학의 신은 죽었다고 잘라 말한다. 다소 어페가 있지만. 그 동안 인류가 쌓아 올린 모든 지식과 지능, 힘을 합쳐도 동물들이 하루 생각없이 해내는 일을 인간은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 (끝)
첫댓글 오늘 신청한 책이 도착했다. 단번에 꽉 끌어앉았다. 무더위도 관심 밖이다. 이제부터 왕창 읽어내는 일이다. 무더위를 독서로 셧아웃시키리라.세상의 아이들-. 6/25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