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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창고가는길
 
 
 
카페 게시글
생활을 발견하다 스크랩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tazan 추천 0 조회 107 14.07.27 15:08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의 저자 마루야마 겐지

 

귀농하기 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귀농을 고민하는 사람들께 꼭 읽으라고 권하고 싶은 책...

신기하게 일본이나 한국이나 어쩜 이리 현실이 똑같을까?

이런 것이 세계화의 결과인가?

 

구구절절히 밑줄 쫙쫙 긋고 싶은 공감 가득한 말들...

"어딜 가나 삶은 따라온다"

도시에 있을땐 그저 모든 것에 지쳐서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골에 가면 낙원이 펼쳐질 것이라 여겼건만...

 

"풍경이 아름답다는 건 환경이 열악하다는 뜻이다."

그 아름다운 풍경은 잠시의 감동으로 끝나고, 자연에 천지불인함의 실체를 그대로 보고 나니,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구나.

 

"구급차 기다리다 숨 끊어진다"

시골 비탈길에 잠시 멈추다가 기어 풀려서 뒤로 밀려가는 차에 우리 세 여자가 탔다.

순간, 죽었구나...  정말 무서웠다.

다행히 고추밭으로 떨어져 가벼운 부상을 입었건만 119를 부르니, 성질 급한 사람 죽는게 더 빠를듯...

사고 장소가 어디냐고 물어도, 사방이 산이고 들이니, 뭐라고 설명할 길이 없네...

 

"당신의 가난은 고립무원이다.  외로움을 피하려다 골병든다"

시골이라고 생활비가 안 드는게 아니다.  그렇다고 돈벌이가 많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빚이 늘어간다.

대망의 꿈을 품고, 농작물을 키워봤자 손해 안 보면 성공...

긴 밤과 긴 겨울은 외롭기 그지 없다.

그 외로움을 술로 견디다가 골병든 친구들 많이 봤다.

낮에는 들판에서 미친 듯이 일해 지친 몸과 마음, 저녁 노을지면 외로움이 밀려오며 '술'이 부른다.

그 술에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그 끝은 말해 뭣하리.

 

"윗 사람이라면 껌뻑 죽는다. 자연보다 떡고물이 더 중요하다. 다른 목소리르 냈다간 왕따 당한다.  공기보다 중요한 지역 사람들의 기질..."

시골이라고 조용하다, 평화롭다?  새벽부터 농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시골 경제에서 큰 부분은 토목공사... 허구헌날 돌아다니는 중장비 트럭,기계들...

대부분의 공해시설은 도시가 아닌 시골에 건설된다.  폐기물 수집장, 항공시설, 핵발전소, 송전탑~~~

도시는 건설경기가 안 좋아도, 시골은 괜찮다는 말은 무엇을 뜻하겠는가?

윗분들의 중요한 공약이 아직도 "개발"이고, 이 개발공약 앞에 '자연보존'을 울부짖어봤자 왕따 당한다.

 

"심심하던 차에 당신이 등장한 것"

시골 사람들은 모두 한 가족이고, 마을이 곧 그들의 집이다.

그들은 모두 한치건너 두치로 다 연결되어 있다.

우리 집 앞을 지나갈 때 그냥 지나가지 않고 세세하게 다 살피며

조금만 친해지면 아무때나 문을 벌컥벌컥 열고

그들에게 인사라도 하지 않으면 곧 '교만한' 귀농자로 찍힌다.

그렇다고 너무 살갑게 대한다면 곧 그들의 요구에 지쳐간다.

매일 저녁 벌어지는 술자리에 불려나가든지, 연세 많으신 노인들의 요구를 다 들어줬다간 동네 머슴이 되기 쉽상!!!

"친해지지 말고 그냥 욕 먹어라"고 하는데... 왠만큼 강한 멘탈 아니면 힘들듯!!!

근데, 나름 친해진다고 노력해도 언제나 귀농인들은 이방인일뿐~~~

 

그래도 "엎질러진 시골 생활은 되돌릴 수 없다."

내 주위의 귀농자들 대부분, 이런 실상을 알지만 다시 도시로 가겠다는 사람은 없다.

나 같은 경우는 도시의 번잡하고, 경쟁적인 삶을 살 자신이 없다.

열악한 자연환경이지만 밤이면 찾아오는 그 자연의 모습을 그리워 할 거 같다.

 

"자신이란 자연을 먼저 지켜야 한다"   "불편함이 치유다" "천국이나 극락으로는 이주할 수 없다"

도시에서는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나를 볼 틈이 없었다.

솔직히 내가 하는 일만 할 뿐, 나 스스로 나를 위해서 뭔가 불편을 감수하며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하지만 시골에서는 너무 '나'를 들여다 볼 수 있기에 불편하다.

 

좁은 지역에 빤한 인간관계는 내가 어떤 인간인지 진짜 고민하게 만든다.

 

도시의 익명성이 얼마나 자유로웠는지 그리울 정도!!!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을 처절하게 체험하게 될 것이다.

 

'나'라는 인생의 주인이 되어 늙어감을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자신의 인생으로 받아들이는 귀농생활이 되기를...

 

 

 

마루야마 겐지의 책은 정말 인간에 대한 한치의 위로도 없다.

우리의 삶이 어떻게 노예화 되고, 어떻게 조직적으로 사기를 당하고, 어떻게 빙신같이 살아가고 있는지

정신차리도록 따끔한 충고들이다.

 

귀농하기 전에 귀농만 하면 세상만사 다 잊고, 귀농인들을 두 손 들고 환영할 것 같은 분위기의 귀농관련 자료둘...

그것들도 소중하지만 이런 현실적인 충고도 참고로 한다면...  '자신'이 주인되는 건강한 귀농인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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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4.07.28 13:09

    첫댓글 이 책 읽어야 겠어요.

  • 14.07.28 15:57

    햐 좋은 책일쎄
    시골도 싫고 도시도 싫어
    그냥 대강 살아갈래

  • 14.08.03 21:13


    도시에서는 대문끼리 따닥따닥 혹은 위 아래 천장과 바닥, 벽하나를 같이 쓰는 그런 집들에 살면서도 이웃이라는

    개념 없이 산다. 거리에 상관없이 내 맘이 가는 사람과 친교를 맺는다.

    그런데 사람들은 귀농이든 귀촌이든 시골로 가면 당연히 마을 사람들과 교제를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힘들어 한다. 꼭 그래야 하는 걸까? 마치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듯이... 강화로 온지 9월이면 만 3년이 된다. 처음에 이사 홨을때 처음 부녀회장이 부녀회에 들라고 한번 찾아왔고, 일년에 세번 정도 이장님이 찾아오는 게 다다. 보름때 5천원 걷으러 한번, 적십자 회비 받으러 한번, 여름에 모기퇴치제 주러 한번.

  • 14.08.03 21:53

    나는 벌레가 너무 싫다. 개구리, 귀뚜라미 이런 뛰는 것들... 그래도 시골은 좋은 것이 너무 많다. 별도 많이 보고 안방에 누우면 동화처럼 창가로 달님이 찾아온다. 보름에서 초승달까지 변하는 달의 모습을 매일 누워서 본다. 일찍 눈이 떠지고 거의 매일 거실에 앉아서 태양이 뜨고 시시 각각으로 구름이 조화를 부리는 것을 본다. 나는 이곳에서 몸으로 계절을 느끼고 시간과 공간을 느낀다. 마당의 정신없이 자라는 풀과 다르지 않음이. 내가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매일 경이롭게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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