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들꽃 이효상입니다.
한참동안 써내려간 글이 갑자기 꺼져서 저장도 못하고 없어졌네요.
회사 정보시스템을 켜놓고 시작해서 생긴 일인데,
30분을 썼다는 뜻이 되네요.
'썩다'와 '삭다'를 글감으로 다시 씁니다.
우리 말글이 만들어 질 때
밝은 쪽은 'ㅏ'나 'ㅗ'쪽으로
어두운 쪽은 'ㅓ'나 'ㅜ'쪽으로 만들어 씁니다.
우리말글 교육을 할 때 항상 그렇게 가르칩니다.
여기서 우리가 매일 만나는 음식 쪽으로 보면,
'썩다'라는 낱말과 '삭다'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썩다'는 어두운 쪽이고, '삭다'는 밝은 쪽이죠.
어두움과 밝음,...
음식의 모습에서 어떻게 어두움과 밝음을 나누었을까 하는 거죠.
어떻게 나누어서 '썩다'라는 소리와 '삭다'라는 소리를 만들었을까...
두 낱말 모두 음식이 오래될 때 씁니다.
바로 생명을 잡아서 못 움직이게 죽이고 나서 시간이 한참 지난 낱말들입니다.
그런 모습이 음식에만 쓰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삭힌다'거나, '마음이 썩는다'거나 하면서 마음에도 썼던 낱말입니다.
'썩다'와 '삭다'를 조금만 더 세세히 살펴볼까요?
생명은 물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진 물이 생명의 내부를 순환하면서 스스로 부활하게 하는 힘이 있는데,
어떤 힘과 부딪혀 그 생명이 가진 부활이라는 힘의 질서가 부서지면 움직이지 못 합니다.
움직이지 못하면서 자연이라는 한결같은 모습에 실려서
물이 양분들과 하나 둘 씩 헤어지거나,
양분들이 물을 오래 갖고 싶어서 나름의 화학작용을 한 모습이
'썩음'이나 '삭음'이라는 것이지요.
'썩음'은 새로운 생명의 고리가 생긴 모습이고,
'삭음'은 죽기 전 생명이 가졌던 고리만 없어진 것이구요...
그런데, 썩음과 삭음도 모두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본 것이라,
다른 생명들이 죽으면서 이뤄낸 모습이
사람을 더 살 수 있게 하면 '삭음'이라고 밝은 소리를 내고,
살기 힘들게 하면 '썩음'이라고 어두운 소리를 냅니다.
이걸 다른 소리로 '발효'와 '부패'가 되겠지요.
그럼, 한 생명이 죽어서 한결같은 자연 안으로 돌아 가는 과정을
어떻게 하면 우리에게 좋게 만들 수 있을까하는 걸 찾아내
공식으로 만든 것이 '발효','삭음','곰삭힘'입니다.
'곰삭힘'은 '필요한 양분을 갈무리해서 저장함'이라고 하는 우리 말입니다.
누구도 싫어할 수 밖에 없는 죽음조차도
밝게 볼 수 있는 공식을 만든 것이죠.
드라마 '대장금'에서 겨울김장을 위해 잘라진 무우는 분명히 죽은 것이죠.
우리 사람은 생명을 죽여서 먹고
그 생명의 힘을 우리 몸에 다시 부활시켜야 살아갈 수 있는 생명이라
어떤 생명은 그 생명이 자랄 수 있는 씨앗을 먹기도 합니다.
무우를 그냥 햇볕에 말리면 물기가 다 하늘로 올라가 버리죠.
물이 변화하면서 심한 온도변화를 일으키고 거기에 적응하며 다르게 바뀝니다.
그 모습 중에 '삭힘', '곰삭힘'은
물의 변화를 적게 하기 위해서 최대한 온도를 일정하게 만듭니다.
장독을 만들어서 김장을 한 무우를, 요즘은 배추를
소금을 뿌리고 넣고 땅을 파서 땅에다 장독을 심어서 겨울을 나게 하죠.
땅은 온도 변화가 거의 없습니다.
땅에는 열을 소화할 수 있는 물이 있기 때문에,...
더우면 물이 기화하면서 열을 빼앗아가고,
추우면 물이 응고하면서 열을 흡수하거든요.
우리나라처럼 삼면이 바다이고,
또 산이 많아서 물이 많은 곳은 더더욱 그럴 테구요.
요즘 같으면 냉장고에 넣어 두면 삭힐 수 있는 거죠.
언제나 그 온도가 유지되니까요.
어떤 생명이든 그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힘이 있어서
사람이 그 생명을 먹으면 그 생명의 힘과 부딪힐 수 밖에 없는데,
삭히는 과정을 통해서 그 생명만의 질서는 하나둘 없어지고,
그 질서를 이루던 고리가 없는 원소들만 남아 있게 되는 거죠.
물의 변화가 없으니, 원소들이 새로운 화학작용을 하지는 않구요.
물의 변화가 없도록 삭힌 음식은 먹는 사람에게 바로 양분이 흡수되기 때문에,
많이 먹을 필요도 없이 힘이 납니다.
지금 50~60대 어른들은 삭힌음식이 맛있다는 분이 많으셔요.
삭힌 음식은 깊은 맛이 있다시면서,...
썩는 것과 달리 사람이 살아가는데 오히려 도움이 되니,
'삭다'라는 밝은 쪽 소리를 내는 거죠.
마음에 삭히는 것,...
어떤 아픈 일이 있을 때 그걸 마음에 삭히는 것은
그 아픈 일을 나쁘게 단정짓지 않고,
그걸 좋은 쪽으로 만들 때까지 저장해 둔다는 뜻도 됩니다.
밝다...
이 밝음은 당장 눈에 보이는 낮이라는 현상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밝음을 쓸 수 있는 우리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밝은 낮이니 남의 잘못이 더 잘 보이고,
조목조목 알 수 밖에 없는 나라이니 잘못한 것만 보여서 이민가고 싶어하고,...
......
언젠가 지하철 역사에 붙어 있는 글들을 읽다가 보니,
밝은 빛을 언제쯤 얻을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한 수도자 이야기가 있더군요.
그런데, 쭉 이야기가 가다가 마지막에는,...
내가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사랑스럽게 볼 수 있을 때,
그 때 빛을 얻은 거라고 하더군요.
'밝고 맑음'이 우리 겨레의 기상이라고 합니다.
그 중에 '밝다'는 주위에 태어나 있는 모습들을
부정하지 않으며 서로 협력한다는 뜻이 아닐까....
우리가 '썩다'가 아닌 '삭다'를 소리낼 때,
우리가 밝은 소리를 낼 수 있을 때,
사람이 가진 본성, 아름다움, 도움을 찾아 무한히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런가 봅니다...
좋은 하루^^
- 벼룩의 천정 -
아버지는 깡총깡총 뛰는 벼룩을 잡았다.
아버지는 그벼룩을
길다란 유리병 속에 넣었다.
유리병 속에 들어간 벼룩은 깡총 뛰었다.
그것은 놀라운 점프력이었다.
제 키의 백 배도 더 되는 높이의 유리병을
훌쩍 뛰어 나와 버리는 것이 아닌가.
아버지는 다시 벼룩을 잡아서
유리병 속에 가두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유리병 뚜껑을 살짝 덮었다.
물론 이번에도 벼룩은 탈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애석한지고!
유리병 뚜껑에 콩콩 머리를 부딪치게 되자
벼룩은 이내 다소곳해졌다.
얼마 후, 아버지는 유리병 뚜껑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탁 쳐서
벼룩을놀라게 하였다.
벼룩은 깜짝 놀라서 깡충깡충 뛰었다.
그러나 보라!
유리병을 벗어날 수도 있었던
천부의 점프력을 지닌 벼룩이
유리병 뚜껑의 그 아래 높이만큼만
뛰어오르는 것이 아닌가.
아들이 물었다.
"아버지 왠일이지요?"
아버지가 대답했다.
"더 이상 점프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스스로 정한 높이까지만 점프하는 습관이
들어버린 것이야."
아버지는 아들에게 결론을 말했다.
"네 능력이 무한하다는 것을 믿어라.
혹시 무한히 열려 있는 하늘을
네 스스로 천정 치는 일은 없는지 생각하며
살기 바란다."
[ 정채봉씨의 "나는 너다" 중 ]
♤♠♤♠♤♠♤♠♤♠♤♠♤♠♤♠♤♠♤♠♤♠♤♠ 2003.12. 7 들꽃 이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