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발레음악의 원작은 1697년 프랑스의 작가 샤를 페로가 쓴 동화 [잠자는 숲 속의 미녀(La Belle au Bois dormant)]이며, 이 이야기는 페로의 동화집 [어미 거위 이야기(Contes de ma mere l'oye)]를 통해 처음 간행되었다. 차이콥스키의 발레음악 중 가장 연주시간이 길어서 무삭제 스코어의 공연시간이 4시간 가까이 되고, 축약판도 모두 공연하는 데 총 2시간 이상을 요한다. 영어 제목(Sleeping Beauty)와 러시아어 원제(Спящая красавица)는 모두 ‘잠자는 미녀’로 직역된다.
1888년 5월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궁정극장의 총재였던 이반 프세볼로지스키는 차이콥스키에게 페로의 동화 [잠자는 숲 속의 미녀]에 근거한 발레음악을 써달라고 편지를 썼다. 당시 차이콥스키가 작곡한 발레곡은 [백조의 호수]가 유일한 작품이었고, 그 작품마저도 당시에는 별로 대중의 환영을 받지 못했다. 나중에 알려진 이야기에 따르면, 프세볼로지스키가 차이콥스키에게 처음 청탁했던 작품은 ‘잠자는 숲 속의 미녀’가 아니었다. 그는 물의 요정 ‘운디네’ 이야기를 발레로 써달라고 요청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차이콥스키는 1869년 오페라로 쓰다가 폐기해버린 소재였던 ‘운디네’에 잘 집중하지 못했다. 결국 차이콥스키는 ‘잠자는 숲 속의 미녀’를 새 작품의 소재로 택하는 것으로 새 작업의 가닥을 잡았다. 그 해 8월 프세볼로지스키가 쓴 각본을 손에 넣은 차이콥스키는 주저없이 작곡에 착수했다고 한다.
안무는 러시아 궁정발레의 탁월한 안무가며 연출가인 마리우스 프티파가 담당했다. 프티파는 차이콥스키에게 작곡에 필요한 지침을 깨알같이 상세하게 적어 주었다. 그 지침에 따라 차이콥스키는 러시아 북부의 숲으로 둘러싸인 프롤로프스코 마을에 머물며 자신의 걸작을 완성했다. 작곡의 진척은 빠른 편이었다. 1888년 겨울 초안에 착수한 그가 관현악을 덧붙이기 시작한 것은 1889년 5월이었다. 작품은 1890년 1월 15일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됐다. 러시아 왕 알렉산드르 3세는 초연보다 앞서 열린 ‘드레스 총리허설’에 여러 왕족들과 더불어 참석했다. 그는 관람을 마치고 나서 “아주 좋다”라는 한 마디 말만 남겼다고 한다. 기대가 컸던 차이콥스키는 그 일로 상처를 받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초연을 지켜본 일반 관객들의 반응은 [백조의 호수]보다 훨씬 좋았다. 작품은 시간이 갈수록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차이콥스키는 1893년 세상을 떠났고 이 작품이 해외에서 대성공을 거두는 순간은 지켜볼 수 없었다. 그로부터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러시아 궁정극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들 가운데 하나로 사랑 받았고, 1921년 런던 공연에서 대히트를 기록함으로써 불후의 발레 레퍼토리가 되었다.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 손 꼽히는 걸작
발레 [잠자는 숲 속의 미녀]의 줄거리는 대략 다음과 같다. 플로레스탄 14세 왕에게 귀여운 오로라 공주가 태어났다. 축하 사절 가운데는 6명의 요정도 있었다. 요정들이 공주를 축복하는 가운데 사악한 요정 카라보스가 나타난다. 자신을 초대하지 않은 데 앙심을 품은 카라보스는 오로라 공주에게 저주를 내린다. “스무 번째(개정판은 16번째) 생일에 손가락을 찔려 죽음을 당할 것이다.”
그러자 아직 공주에게 축복의 세례를 내리지 않은 릴라(라일락) 요정이 나타나 이렇게 말한다. “카라보스의 저주는 너무 강력해 완전히 없앨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오로라 공주가 손가락을 찔리긴 하겠지만 죽지는 않습니다. 100년 동안 잠든 후 언젠가 왕자님이 나타나 그의 입맞춤으로 공주는 깨어날 것입니다.” 여기까지가 프롤로그이다.
오로라 공주는 무럭무럭 자란다. 어느덧 20세(16세)를 맞는 생일날이다. 뜨개질을 하는 딸들을 보고 국왕은 화를 낸다. 그 동안 오로라 공주를 지키기 위해 뜨개질과 바느질 등을 금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좋은 날이므로 국왕은 평정심을 되찾고 잔치를 시작한다. 오로라 공주에게 4명의 남자가 구혼을 한다. 그들 중 누군가가 장미꽃 다발(혹은 물레)을 선물했는데, 공주는 조심하라는 충고에도 불구하고 신나게 춤을 추다가 가시에 손가락을 찔려버린다. 공주에게 장미를 선사한 인물은 다름 아닌 카라보스였다. 이때 릴라 요정이 나타나 잔치에 참석한 모든 이들에게 수면의 마법을 건다. 성 안의 모든 이들은 잠들어 버린다. 여기까지가 1막이다.
100년이 지났을 무렵 데지레 왕자가 사냥을 하고 있다. 왕자는 사냥에 흥미를 잃고 혼자 있고 싶다고 하며 일행과 헤어진다. 갑자기 릴라 요정이 나타나고 오로라 공주의 환상을 보여준다. 공주의 외모에 반한 왕자는 모두가 잠든 채 세월만 흘렀기에 덩굴식물이 무성한 성에 도착한다. 왕자는 성 안으로 들어가 잠든 오로라 공주를 발견하고 공주의 입술에 입맞춘다. 왕자의 입맞춤에 오로라 공주가 깨어난다. 그녀가 눈을 뜨자 성에 있던 모든 이들이 깨어나고, 왕자는 공주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청혼한다. 여기까지가 2막이다.
3막은 결혼식이다. 요정들의 4인무와 오로라 공주와 데지레 왕자의 파드되 등이 이어지고 왕자와 공주는 행복하게 결혼한다.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두말 할 나위 없이 선(릴라)과 악(카라보스)의 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각각은 자신을 대표하는 라이트모티브가 있으며 발레 전체를 통해 계속 흘러 나오면서 기저에 깔린 플롯을 표현한다. 3막에서는 예외적으로 두 모티프에서 탈피해 궁정에서 춤추는 인물들 하나하나에 초점을 맞춘다.
5곡으로 구성된 ‘관현악 모음곡’ 버전
1922년 단장 세르게이 디아길레프는 자신이 이끄는 발레단 ‘발레 뤼스’(러시아 발레단)를 위해 ‘잠자는 숲 속의 미녀’를 45분 길이로 단축해 ‘오로라 공주의 결혼’이라고 이름 붙인 자신만의 새로운 버전을 만들었다. 이 작품은 1막 도입부와 3막을 연결하고 다른 부분을 혼합한 구성물이었다. 이 단축 버전을 지휘자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가 무대에 올리고 녹음했다. 디지털 시대에는 샤를 뒤투아가 지휘한 녹음이 존재한다. 또한 차이콥스키는 [백조의 호수]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도 관현악을 위한 모음곡으로 만들었다. 5곡으로 구성된 모음곡의 구성과 형식은 다음과 같다. 전곡이 길기 때문에 모음곡이 더 자주 연주되고 음반도 많이 나와 있다.
1곡 서주, 릴라의 집
요정 릴라를 상징하듯 격렬하고 활기찬 리듬으로 연주한다. 이어서 달콤하고 우아한 잉글리시 호른의 낭만적인 멜로디를 중심으로 연주되는 축하음악이다.
2곡 아다지오
[호두까기 인형]의 ‘꽃의 왈츠’와도 비슷한 분위기이다. 하프의 활약이 돋보이며, 부드럽고 느린 춤곡과 활발한 춤곡 등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
3곡 특성을 나타내는 춤곡 - 검은 고양이와 흰 고양이
처음에 나타나는 소리는 고양이가 우는 소리이다. 고양이의 표정과 동작, 우는 소리 등이 대화풍으로 짧게 전개된다.
4곡 파노라마
하프와 현악기가 연주하는 멜로디가 밝은 빛을 나타낸 듯하다. 풍경화처럼 아름답고 목가적인 느낌을 준다.
5곡 왈츠
서주부에서 금관악기와 현악기가 강렬하게 나선형으로 상승하는 분위기 뒤에 안정적인 왈츠가 나온다. 광고에도 많이 등장해 귀에 익은 부분이다. 물결이 흔들리듯 지속적인 멜로디를 타고 전개되다가 힘차게 끝난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5.14 2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