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경추수술을 심하게 하여 등반을 거의 안 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산에 자주 갔었다. 백두대간 단독종주는 물론이고 정맥종주, 전국의 명산 등반, 외국산 등반 그리고 그와 유사한 extreme sports(?), 예를 들면 서울-경주 도보종주 같은 것들을 많이 했었다. 한참동안 몸을 덜 움직이고 다리 근육이 풀려가던 중에 서울의 친구들한테서 연락이 왔다. 제주올레길을 좀 안내할 수 없냐고? ㅎ 쟤네들은 꼭 내게 연락을 한다. 내가 무슨 그 방면의 전문가인 것처럼.....하긴 그들이 보기에는 내가 전문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약간의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있기에.....ㅎ
나는 틈만 나면 늘 제주도 딸네들 집(나의 세딸들은 모두 제주에 있다)에 내려가 있기에 우리들의 만남은 내게는 쉬웠다. 제주에 있으면서 내려오라고 하면 된다. 올레길이라고 뭐 별 것 있는가? 사람들이 설정해 놓은 route를 따라가면 되는 것이지.....
육지에서는 산주변의 길을 둘레길이라고 한다. 아마 둘러서 간다고 그러겠지. 제주도에서 쓰는 '올레'라는 말은 ‘집 대문에서 마을 길까지 이어주는 좁은 골목’을 뜻하는 제주 방언이다. 제주 전역에 있는 그런 길을 연결해 놓은 것이 '제주올레길'이다. 2007년 9월 시흥광치기 1코스를 시작해 최근 김녕의 21코스까지 개장됐다. 우도, 추자도, 가파도 등 부속 섬과 제주 본섬의 지선 올레를 포함해 26개 코스 417km에 이른다. 완전히 제주도를 해변으로 한바퀴도는 길이 된 셈이다.
제주올레길은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과 독특한 문화를 여유로이 느낄 수 있는 길이다. 전 올레길에는 제주의 여행지가 대부분 포함되며, 제주를 대표하는 바다와 포구, 해안 절벽, 오름, 마을 등이 다 거쳐간다. 유배의 흔적, 일제강점기와 4․3 사건 등 슬픈 제주 역사의 흔적도 곳곳에 남아 예사롭게 볼 수 없는 곳들도 깔려 있다. 전체 코스 중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도 있고, 상대적으로 인적이 드문 곳도 있다. 특히 서귀포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1~10코스는 성산일출봉부터 남원큰엉, 외돌개, 주상절리, 갯깍, 산방산, 송악산 등 수려한 자연경관으로 유명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나보고 올레길을 기획해 보라기에 조사해 보니 많은 사람들이 올레7코스가 가장 아름다우며 그 다음으로 6, 8, 10 코스들이 좋다고들 하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최고의 코스라는 7코스를 넣어 6-7코스를 종주하기로 했다. 그런데 직접 가보니 7코스만 좋은 것이 아니라 6코스도 나름 다른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서 둘러본 5, 8코스도 남원큰엉과 주상절리 부근이어서 풍광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았다.
올레6코스는 서귀포 쇠소깍이라는 해안 바위계곡에서 시작한다. 쇠소깍에서 서쪽으로 해안을 따라 나아가 서귀포 시내 제주올레여행자센터에 이르는 코스인데 총 11.6km로 종주시간이 3-4시간이 걸리는 코스이다. 쇠소깍다리에서 시작을 하여..... 쇠소깍다리-쇠소깍-제지기오름-보목포구-제주아우룸펜션-제주대학연수원 뒷길-서귀포KAL호텔-보목입구4거리-소정방폭포-소라의성-정방폭포-하워드존슨호텔-아이리스호텔-이중섭거리-서귀포매일올레시장-제주올레여행자센터.....에서 끝이 난다. 아마 이 코스는 아기자기한 바다풍광과 편평한 길로 내일 시도할 제7코스의 워밍업 정도로 보면 좋을 것 같았다.
올레길에는 해변에 길이 없는 곳은 어느 분이 혼자 힘써 길을 낸 곳도 있었고 마을에 들어서면 마을길을 따르기도 했다. 보통 산 등반은 지나가야 할 길이 저절로 나 있든지 아님 찾아서 가면 되지만, 올레길은 행위자인 우리가 결정하는 길이 아니다. 개척한 사람들이 정해놓은 길을 일방적으로 따라가야 하는 길이기에 산과는 좀 다르다. 창의적인 생각을 할 전혀 기회가 없지만 나름 다른 묘미가 있었다. 왜? 정글속에서 길 찾기하는 것 있지? 보물찾기처럼.....빨강,파랑 리본을 찾아야 길을 알 수 있으니 눈이 좋아야 한다. ㅎ 그렇게 저렇게 우리는 서귀포 시내 한가운데인 제주올레여행자센터를 찾아서 올레 6코스 종주를 마친다. 그때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우리들의 첫 올레길 방문을 환영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