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도(弘道) 비구가 뱀 보를 받다
홍도비구는 강원도 회양군 금강산의 돈도암에서 수십년을 독경(讀經)과 염불과 참선(參禪)을 부지런히 하여 곧 견성성불(見性成佛)을 할 수 있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러던 차에 홍도스님께서 병이 들어서 오래 동안 병석에 누워 있다가 하도 속이 답답해서 밖으로 나와 돈도암 옆에 있는 커다란 소나무 아래 자리를 잡고 요를 깔고 누워 있었는데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먼지를 둘러쓰게 되었는데 옷을 벗어 놓은 것이 바람에 날아가 버렸다. 그래서 그는 그렇지 않아도 그는 몸져누워 있는데 바람까지 불어와서 귀찮게 하니 신경질이 나서 펄펄뛰면서 삼세제불도 필요 없고 팔부신중도 믿을 것이 없구나. 나와 같이 열심히 정진하는 사람에게 병을 들게 하는 것도 잘못된 일이지만 바람까지 불어서 나를 괴롭게 하니 이래가지고 무슨 불교가 영험이 있다고 하겠는가 하고 삼보를 비방하고 팔부신중을 욕설을 하였다.
그랬더니 그날 밤에 토지신이 나타나 현몽하기를,
"스님이 아무리 부지런히 하여도 헛수고를 하였소. 불자는 자비로서 집을 삼고, 부드럽게 참는 것으로서 옷을 삼으라고 하였는데 그까짓 병을 좀 앓고, 바람이 좀 불었다고 하여 진심을 일으키니, 그래가지고 무슨 공부를 하였다고 할 수 있겠느냐. 부처님도 정해진 업(業)은 면하지 못하고 과보를 받으셨거든 스님같은 비구들이야, 스님이 병이 난 것도 과거의
업이요, 바람이분 것은 도량신이 스님의 마음을 시험해 보려고 한 것이 거늘 그런 것을 견디지 못하고 화를 내고 신경질을 일으켜서 팔부신중과 도량 신을 불안케 하니 그게 스님으로서 무슨 체통입니까.” 하고 꾸짖고 나무라더니 구렁이 껍데기를 홍도비구에게 씌운다. 꿈을 깨고 보니, 정신은 똑똑한데, 이미 구렁이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홍도스님은 하는 수 없이 돌담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 후에 수행하는 스님 한분이 돈도암을 찾아 갔더니 석가래 만한 구렁이 한 마리가 마당에서 기어다닌다. 그 객스님이 깜짝 놀랐다. 불쌍하게 여기면서 “네가 이 절에서 공부하지 않고, 시주 은혜를 많이 지고 상주물(常住物사찰재산을 비법으로 사용하였기 때문에 사보를 받았구나.” 하고
『나무대방광불화엄경(南無大方廣佛華嚴經)』하면서 『화엄경』 제목을 세 번 들려주고 화염경의 사구(四句)를 읊었다.
若人欲了知 三世一體佛약인욕료지 삼세일체불
삼세 모든 부처님을 확실히 알려고 하면
應觀法界性 一切唯心造응관법계성 일체유심조
응당 법계의 모든 성품은 마음 소작이니라.
대방광불화엄경의 제일게의 요지를 일러 주었더니 그 구렁이는 부엌으로 들어가더니 뱀의 꼬리를 부엌 아궁이에 넣어 재를 묻혀 가지고 부엌바닥에다 아래와 같은 글을 써 놓는다.
幸逢佛法得人身 행봉불법득인신
다행히 사람으로 태어나 불법을 만났으니
多功修行近或佛 다겁수행근혹불
다겁을 수행하여 성불에 가깝더니
松風吹打病中席 송풍취타병중석
병중에 바람이 거세게 불어와서
一起嗔心受蛇身일기진심수사신
진심한번 일으키고 뱀 보를 받았으니
天堂佛刹與地獄천당불찰여지옥
지옥 천당 극락이 따로 있겠오.
惟由人心所作因 유유인심소작인
오직 마음으로 지어서 이루어 졌오.
我會比丘住此庵 아승비구주차암
나도 일찍이 비구승으로 이 암자에 살았거늘
今受蛇身恨萬端금수사신한만단
뱀의 몸을 받고 보니 한이 많소
寧碎我身作微塵 영쇄아신작미진
내 몸이 부셔져서 가루가 되더라도
更不平心起嗔心 갱불평심기진심
다시는 진심을 내지 않겠소이다.
願師還向閻
浮提 원사환향염부제
스님께서 만약 다른 곳에 가거든
說我形容戒後人 설아형용계후인
나의 말을 하여 후학들에게 일러주시오.
含精口不能記語 함정구불능기어
정신은 있어도 말을 할 수 없어서
以尾成語露眞情 이미성어로진정
꼬리로 글을 써서 내 마음을 드러내니
願師書寫縣壁上 원사서사현벽상
스님께서 이 글을 써서 벽에 걸어 놓고
欲起瞋心擧眼眉 욕기진심거안미
진심이 많은 사람이 쳐다보게 하시요
心裡無眞布施심리무진진보시
마음에 성을 안내면 참다운 보시요
口中無塡吐妙香 구중무진토묘향
입 가운데 고운 말이 묘한 향이요
面上無嗔眞供養 면상무진진공양
얼굴에 성 안냄이 참된 공양이요
無喜無嗔是眞常 무희무진시진상
기쁨도 성냄도 없으면 이것이 진상인가 하오
弘道比丘, 홍도 비구 삼가 씀 홍도비구 근서
이 글을 본 객스님은 깜짝 놀라 구렁이에게 절을 하고 "스님이 금강산에서 이름이 높은 홍도 스님이시구려. 스님은 금강산에서 공부를 하다가 뱀 보를 받았지만 업보가 아니고 보살의 만행 입니다. 업보라면 어찌 글을 쓰고 어찌 남을 경계 하오리까. 참으로 좋은 법문을 들었습니다." 하였더니 구렁이가 금세에 온데 간데 없어졌다 이것은 보살의 화현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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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무량공덕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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