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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김거지. 한번 들으면 잊히지 않을 것 같은 김거지란 이름은 친구가 붙여준 ‘인천 용현동의 작은 시인 김거지’라는 별명에서 착안했다. 기타에 덥수룩한 수염, 길게 기른 머리가 그야말로 거지꼴이었기 때문이란다.
“그 말이 좋았어요. 음악 말고는 가진 게 없었으니까,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했어요.”
김거지는 2011년 19회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하며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첫 번째 미니 앨범 〈밥줄〉은 그루브한 사운드와 시니컬하면서도 위트 있는 가사가 매력적이다. 지난 5월에 발매된 두 번째 미니 앨범의 타이틀인 ‘구두쇠’는 첫 번째 미니 앨범의 타이틀이었던 ‘밥줄’만큼이나 애잔하다. 그는 미니 앨범 <밥줄>에서 이미 청년실업 문제를 담은 ‘하얀 손’, 청춘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고민을 담아낸 ‘독백’ 등을 통해 막막한 미래가 불안하고 외로운 청춘을 이야기했다. 생활밀착형 가사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 노래다.
“친구들과 만나 수다를 떨 때 기쁜 일, 슬픈 일 등 많은 이야기를 하잖아요. 앨범에 그런 이야기들과 제 마음을 담고 싶었습니다. 농담과 진담을 오가는 감정의 줄다리기라고 할까요?”
앨범에 수록된 곡은 모두 그가 작사・작곡한 것으로, 그가 세상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을 ‘구두쇠’로 정한 이유에 대해 그는 “직장인 친구는 바다로 떠나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서 못 간다고 하고, 백수인 친구는 돈이 없어서 바다에 가지 못한다고 하소연하더라”며 “어딘가 마음대로 떠날 수 없는 청춘의 안타까운 처지를 잘 보여주는 단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에는 목이 늘어난 커플 티를 버릴 수 없다는 이야기를 통해 떠나간 사랑에 대한 미련을 드러낸 ‘커플 티’, 목욕할 때 밀어내는 때를 보면서 사랑과 이별을 떠올리는 ‘때’, 몸이 아파 출근하지 못한다고 거짓말을 해놓고는 ‘마음이 아픈 것이니 거짓말은 아니라’고 스스로 변명하는 ‘거짓말’ 등이 수록되어 있다.

담백한 음률에 실린 그의 가사는 일상어와 시어의 경계를 넘나들며 울림을 준다. 그는 길거리 공연을 좋아한다. 앨범 작업을 하는 중에도 1주일에 두세 번은 길거리 공연에 나섰다.
“버스킹(busking・길거리 공연)을 할 때면 언제나 자유롭고 황홀합니다. 앞으로도 한강다리 등지에서 예고 없이 버스킹을 하며 많은 사람과 만나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구두쇠> 뮤직비디오의 콘셉트도 길거리 공연일 정도다. 인천 송도에서 촬영한 뮤직비디오에는 5명의 김거지가 등장해 제각각의 모습으로 한 화면을 채운다. 각각 다른 위치에서 연주하고 노래하는 김거지를 촬영한 후 하나의 밴드처럼 보이게 합성한 것이다. 애잔한 음악을 하는 김거지가 코믹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색다르다.
김거지에게는 강연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청춘을 대상으로 한 김거지의 강연은 지난해 미니 앨범 〈밥줄〉을 발표하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시작됐다. 그 인터뷰를 인상 깊게 본 한 고등학교의 요청으로 고등학생들 앞에서 청춘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이후 이곳저곳에서 강연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강연이라기보다 제 얘기가 담긴 토크 콘서트 형식이에요. 젊은 청춘들과 함께 수다도 떨고 , 기존 공연에 제 얘기를 더하는 식이죠.”
그가 음악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은 군복무를 하고 있을 때였다. 어머니가 건강이 악화돼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었는데, 휴가를 내 어머니 병문안을 갔던 날 병원 로비에서 열리고 있던 자선연주회를 우연히 구경하게 됐다.
“당시 건반을 배우고 있었는데 갑자기 노래가 부르고 싶었어요. 용기를 내서 관계자에게 요청해 피아노를 치며 이승열의 ‘기다림’을 불렀죠. 노래를 부르고 나서 계단에 앉아 있었는데, 어머니의 주치의가 오시더니 ‘괜찮아질 것’이라며 손을 잡아주셨어요. 저를 포함해 병원을 오가는 모든 사람이 다 힘들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그때 지금은 힘들지만 앞으로는 잘될 거라는 믿음과 바람을 담아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그곳에서 노래하고부터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었어요.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을 위해 노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싶었지요.”
군복무 중에도 틈틈이 작곡 공부를 했던 그는 전역 후 밴드활동을 하며 길거리 공연에 나섰다. 대학에서는 건축을 전공했는데, 용기를 내 방향을 전환했다.
“전공을 포기하고 음악을 선택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제가 공부보다 음악을 좋아하고 또 잘하더라고요. 배가 고프더라도 하고 싶은 것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좋아하는 것을 하니 힘들어도 즐겁고, 제가 만든 노래를 부르면서 에너지가 솟더라고요.”
그는 순간순간 경험에서 떠오르는 모티프를 메모해두었다 노래를 만들 때 활용한다.
기타로 멜로디를 쳐보고, 그때그때 드는 생각을 수첩에 기록한다. 그리고 그 생각들에 음표를 붙여 노래를 만든다. 그의 꿈은 어쿠스틱 음악의 색채를 간직하면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노래를 만드는 것이다.
“제 음악이 듣기 편하고 따뜻하며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마음만은 거지처럼 가난하지 않기를, 마음만은 구두쇠처럼 아끼지 않기를. 오늘의 수다처럼 즐거운 음악 열심히 만들게요”라며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