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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서 찾아낸 <신곡>은 정가 9,000원짜리 오래된 벽돌책이다. 읽은 흔적은 있는데 남아 있는 기억은 별로 없다. 20대 임윤찬이 외우다시피 한다는데...
급하게 읽던 버릇을 누르고 찬찬히 오래 읽었다.
이탈리아어를 몰라서 그 묘미를 못느끼지만, 신곡은 압운을 맞춘 11음절이 14,233절로 이어지는 장대한 서서시다. 우리나라 판소리처럼 리듬을 타면 쉬이 외워지는가 보다.
<신곡>을 읽기 전에 단테의 생애와 배경을 살펴봤다.
단테 알리기에리는 꽃의 도시라는 피렌체에서 1265년, 5월에 태어났다. 피렌체 시를 개척한 로마 인의 후손이다. 귀족혈통을 이어 받았지만 정의감으로 정쟁에 휘말린다.
피렌체의 자주를 위해 기병장교로 활약하고 초기 공직 생활이 성공하며 시의회 특별위원이 된다.
행동파인 그는 반대당의 음모를 막기 위해 로마로 교황을 알현하러 간 사이 정권이 바뀌어 배임, 수뇌, 횡령 등 갖가지 죄명을 받고 추방, 공민권을 박탈당한다.
후에 정권이 바뀌면서 사면과 회유를 받지만 그는 피렌체로 돌아가지 않고 방랑자로 살며. <신곡>을 썼다. 그러고보면 <신곡>도 유배문학이다. 인간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니 내려놓을 환경이 되면 사유가 깊어지고 정리가 되는 건지.
단테가 유랑하며 귀족들의 보호와 호의를 얻었지만 그가 느낀 좌절감과 굴욕감을
'남의 빵이 얼마나 쓰고
남의 집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얼마나 고통에 찬 것이지를
너는 뼈져리게 깨닫게 되리라' 고 천국편에 썼다.
단테가 9살때 아버지를 따라간 연회장에서 만난 베아트리체를 깊이 각인했다.
9년 후 길거리에서 만난 베아트리체가 다정하게 인사를 건넨다. 그것으로 천국을 맞본 듯 황홀했던 단테. 베아트리체가 24세에 죽자 비통에 빠진다. 그 후 비상한 열의로 철학 연구에 몰두해 너무 책을 읽어 별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눈이 나빠지며, 철학 신학을 섭렵한다.
드러난 것은 이 두 번의 만남인데 <신곡>에서 베아트리체는 단테의 천상의 뮤즈가 되어 천국을 안내한다. '베아트리체를 통한 숭고한 마음과 사랑을 하나로 보며, 큰 바다가 모든 물고기의 조국인 것처럼 전세계가 나의 조국'이라며 시야를 넓힌다.
1307년, 42세에 시작한 신곡은 45세에 지옥편 완성했다. 1321년 단테는 56세에 천국 편을 완성하고, 9월 14일 라벤나에서 사망했다.
단테가 직접 써서 남긴 묘비명
"Qui giace Dante, che nulla fece"
여기 단테가 누워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 역설적 문구다.
단테가 살았던 시대에 이탈리아는 라틴어가 법학, 철학, 문학 등 모든 학문의 언어였다. 신곡을 쓰기 전에는 단테도 <신생> <속어론> <서간문>등을 라틴어로 썼다. 추방자가 된 후 단테는 신곡을 피렌체어와 토스카나 방언으로 썼다. 사람들은 신곡을 읽기 위해 피렌체어를 배우고, 피렌체어는 오늘날 이탈리아어의 모체가 되었다.
지옥편
제1곡
지옥편의 서장 - 컴컴한 숲- 숲에서의 탈출- 환락의 산과 세 마리 야수 - 믿음직스러운 안내자 베르길리우스 - 여행의 시작
베르길리우스는 로마시대 최고의 시인이며 단테가 존경하던 시인이다. 단테가 지옥과 연옥을 무사히 지나가도록 안내한다. 지옥에 신화에 나오는 인물과 함께 교황과 추기경이 실명으로 나온다.
제 3곡
지옥문과 그 입구, 게으른 자들 - 지옥의 강 아케론과 뱃사공 카론, (게으른 자들은 벌과 말파리에 쏘여 알몸으로 뛰어다닌다. 그들의 발치는 연충이 기어다니며 그들의 상처레서 흐른 피와 문에서 흐른 눈물을 빨아먹고 있다.) (20쪽)
제 4곡
제 1옥 또는 림보. 이곳에는 참된 신앙을 갖지 않은 선량한 영혼들이 살고 있다. - 고귀한 성 - 그들은 죄의 고통은 받지 않으나 하느님을 보고 싶은 영원한 소망에 괴로워한다.
* 여기서는 공기를 진동시키는 영원한 한숨 소리 이외엔 통곡 소리 하나 없었다.
절망의 한숨 소리는 어린이나 여자나 남자들의 수많은 무리가 빚어내는
가책이 없는 고뇌 때문에 생기는 것이었다.
스승은 상냥하게 나에게 말했다.
"너는 이 사람들이 어떤 혼인지 묻고 싶지 않느냐
더는 앞으로 나아가기 전에 가르쳐 주마.
그들은 죄를 범한 것이 아니요, 공적도 있었으나 그것으로 부족하다. 영세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 ....
철학자들의 일족 속에 앉아 있는 현자들의 스승 (아리스토텔레스)이 보였다.
모두가 그를 우러러보고 그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었다. 이어서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보였다.
두 사람은 누구보다도 그의 가까이에 서 있었다. (31쪽)
제12곡
제 7옥, 폭력자들이 살고 있다.
네소스가 말했다. " 저놈들은 제멋대로 남의 피를 흘리게 하여 재산을 약탈하던 폭군들이오.
지금 여기서 자신의 잘못 때문에 울고 있소."
저 사람이 알렉산더 대왕이오. 오랜 세월에 걸쳐 시칠리아에 압제를 폈던 디오니시우스도 있다. (72쪽)
제 32곡
제 9옥, 이곳에는 배반자들이 살고 있다. 혈족을 배반한 자들이 얼음 속에 목이 갖히여 머리를 숙이고 있다.
제 33곡
제9옥 이곳에서 배반자들이 살고 있다. 조국이나 자기 당에 배신 행위를 한 자가 있다.
'아버님, 왜 나를 도와주지 않으세요?' 하고 죽었다.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닷새 엿새 사이에 다른 세 아이도 하나하나 내 눈앞에서 죽어갔다.
그 뒤 나는 아주 눈이 멀어 하나하나 손으로 더듬었다.
아이들이 죽고 나서 이틀 동안은 연신 그들의 이름를 불렀다.
그로부터 고뇌에는 지지 않던 나도 배고픔에 지고 말았다.
이렇게 아야기하고 나서 그는 증오에 불타는 눈초리로
비참한 두개골을 또다시 물어뜯었다. (189쪽)
연옥편
제 3곡
연옥계의 문 앞, 파문된 혼은 죄를 지은 기간보다 30배의 기간을 이 곳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
이들 중의 하나인 만프레디는 자기의 과거 이야기를 하고 이승에 있는 그의 딸 콘스탄차에게 진실을 전해 주도록 단테에게 부탁한다.
제6곡
연옥계의 문 앞, - 목력에 의해 피살되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회개하지 않은 자들이 살고 있다.
* 오직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는데 그 눈이 땅에 앉아 있는 사자의 눈과 같았다.
그러나 베르길리우스는 가까이 가서
어느 길이 가장 오르기 쉬운가를 물었다.
그는 그 물음에는 대답 않고 우리의 국적과 신상을 물었다.
스승이 대답했다. "만토바 ..."
마음 속에 생각을 감추고 있던 망자는
"오 만토바 사람이여. 나는 소르델로, 자네와 같은 고향이다!" 하며 얼싸안았다.
아, 속박된 노예의 나라 이탈리아, 고뇌의 집,
폭풍 속에 사공도 없이 떠도는 배,
여러 나라들의 여왕이 아니라 매음굴로 타락된 나라여!
고귀한 혼은 조국의 아름다운 이름을 듣기만 해도 고향 사람을 그다지도
한가히 맞아 주질 않았던가. 그러나 지금
너의 나라에선 살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싸움이 그치는 적이 없다.
같은 성벽, 같은 해자로 둘러싸인 시민들조차 서로 물고 뜯고 하고 있다.
.... 평화를 누리는 고장은 아무 데도 없다. (238)쪽
제 12곡
연옥계의 제 2원 - 이곳에는 질투의 죄를 지은 자들이 그 죄값을 씻고 있다.
그 영혼들은 허름한 옷을 입고 눈까풀은 철사로 꿰매져 있다.
- 그 죄를 속죄하고 있는 실례. 성모 마리아, 오레스테스, 그리스도이 경고, 사피아 다시에나. (277쪽)
거의 책상에 붙어서 읽는데 이쯤에서 몸을 뒤척이며 식탁에 나가 읽는다.
제 16곡
연옥계의 제3원 - 분노의 죄를 지은 자들이 그 죗값을 씻고 있다.
* 로마가 세상을 훌륭히 다스리고 있을 때는
언제나 두 개의 태양 (황제와 교황)이 빛나고 있어
각기 현세의 기로가 신의 길을 비추고 있었다.
그러나 하나의 빛이 다른 빛을 지우고 칼 (황제)과 양치기의 지팡이 (교황)가
하나로 합세되어 버렸다. 이 양자가 연결되면 아무래도 잘될 까닭이 없다.
합쳐지면 서로가 무서운 것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300쪽)
제30곡
지상의 낙원 - 꽃의 구름 속에서 베아트리체가 나타난다. - 베르길리우스는 이미 떠났다.
- 베아트리체가 단테를 엄하게 꾸짖었다.
* 나는 왼쪽을 돌아보며 베르길리우스의 도움을 구하고자 외쳤다.
"스승님, 온몸의 피가 모조리 들끓습니다. 옛날에 타오르던 불꽃의 여운이 되살아났습니다."
그러나, 아, 다정하고 그리운 아버지 같은 베르길리우스,
그 스승의 모습은 어느덧 사라지고 없었던 것이다.
태고적 어미 (하와)가 잃었던 그 모두를 가지고서도
이슬로 씻기워진 이 얼굴이 지금 또 다시 눈물로 더럽혀져 가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단테여, 울어서는 안 돼요. 베르길리우스가 떠났다 하더라도 아직 울어서는 안 되어요.
그대는 다른 칼(베아트리체의 꾸짖음에 비유) 에 찔리어 울어야 할 몸이에요." (381쪽)
천국편
제5곡
첫째 하늘, 베아트리체는 어떻게 하여, 또 어떤 경우에 서원을 바꿀 수 있는가를 단테에게 설명한다. - 둘째 하늘, 이 곳에는 활기에 넘치는 자들이 살고 있다. - 유스티니아누스.
* "너그러우신 은혜로써 천지를 창조하실 때
하느님께서 내리신 가장 큰 선물은, 하느님이 가장 소중히 여기시고
또 하느님의 손에 가장 적합한 자유 의지였습니다.
오직 지혜를 가진 피조물 만이 모두 이 자유의지를 옛날이나 지금이나 받고 있는 거예요.
이 점으로 미루어 보면 서원이 갖는 높은 가치가 그대에게도 이해될 거예요.
만약 그대가 소망한다면 하느님은 반드시 그것을 받아 주실 것입니다.
왜냐하면 주와 사람 사아에 계약이 맺어질 때는 이제 말한 선물이 자발적으로 희생되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보상이 도대체 무엇으로 되겠습니까? (431쪽)
제 8곡
셋째 하늘, 이곳에는 사랑에 사로잡힌 영혼들이 살고 있다. - 샤를 마르텔 - 단테의 의문에 대해서는 샤를 마르텔이 설명해 주는데, 그 의문은 왜 훌륭한 어버이한테서어리석은 자식이 태어나느냐 하는 점이다.
* ... 운명이 천성에 맞지 않으면 그것은 성질에 맞지 않는
땅에 뿌려진 씨와 같아서 대개 생명이 있는 것은
아무래도 발육이 나빠진다. 자연에 의해 사람들 각자 속에 놓여진 이 기반에
만약 하계의 사람이 유의를 하고 또 그것을 따른다면 사람들은 모두 제자리를 얻으리라.
그런데 그대들은 칼을 차도록 태어난 자를 강제로 성직자로 만들고
설교를 하도록 태어난 자를 국왕으로 삼는다.
그러므로 그대들의 걸음은 길에서 벗어난다. (453쪽)
제 13곡
넷째 하늘. 이 곳에는 지식인들이 살고 있다 - 영혼들은 춤과 노래를 다시 시작한다.
- 솔로몬, 아담, 그리스도의 지혜 - 인간 판단력의 불확실성.
제 14곡
넷째 하늘, 솔로몬은 단테의 세 번째 의문을 풀어 준다.
육체가 부활한 뒤 눈이 영혼의 밝은 빛을 띠는것은 무슨 까닭이냐 하는 것에 대한 해답이다.
제 15곡
다섯째 하늘. 이 곳에는 신앙을 위해서 싸운 자들이 살고 있다. 카치아구이다.
- 고대 피렌체와 단테의 선조.
제 21곡
일곱째 하늘. 이승에서묵상으로 일생을 보낸 자들이 살고 있다.
- 영혼들은 지고천으로 통하는 사다리를 내려온다. 성 피에트로 다미아노
- 다시금 하느님의 영원한 섭리와 신비 - 성직자의 사치에 대한 비난.
* 거기서 나는 오로지 하느님께 종사하며 묵상의 생활에 만족하였고
오직 올리브 즙만을 마시면서 더위도 추위도 아랑곳없이 경쾌하게 세월을 보냈다.
옛날에 그 수도원은 하늘을 위해 잇따라 풍성한 열매를 맺었다.
그러나 이제는 허무하게 변해 버렸다.
머잖아 그것이 명백해지리라.
나는 거기 있으 때는 피에트르 다이마노라고 불리었고
아드리아 바닷가의 성모 마리아 수도원에서는 피에트로 베카토르였다.
내 생명이 얼마 남지 낳았을 때
나는 모자를 쓰게 되었다.
남의 손에 넘어갈 때마다 차례차례 나쁜 자의 머리에 얹히는 모자(추기경의 모자)를
게바 (베드로의 별명)도, 성신의 위대한 그릇(바울)도
바싹 야윈몸에 맨밝로, 주막에 들를 때마다 끼니를 구걸하면서 길을 가고 있었다.
그러나 요즘 성직자들은
좌우에서 부축을 하고 앞에선 손을 이끌고 뒤에서는 옷자락을 들어줘야 할 만큼 뚱뚱하게 살이 쪘다.
그들은 저희들의 외투로 말까지 덮고 있으므로
한 장의 모포 밑에서 두 마리의 짐승이 가고 있는 셈이다.
아, 이것을 참으시는 하느님의 인내는 얼마나 근 것인가! (535쪽)
제 29곡
아홉째 하늘. 이곳에는 하느님과 천사들이 살고 있다.
-천사의 창조 - 교만한 천사들의 반역 - 허영을 권장하는 자들에 대한 비난 - 천사의 수와 종류.
제 33곡
니고천, 이곳에는 하느님과 천사들과 성자들이 살고 있다.
- 성베르나르는 성모 마리아에게 기도를 올린다.
- 성모 마리아는 기도를 받아들이고 주님을 바라보며 기도를 전해 드린다.
단테는 하느님의 거룩한 얼굴을 바라본다 - 삼위일체의 그윽한 진리
- 그리스도가 육신으로보여 준 신비 - 단테의 마음을 빛나게 한 섬광
- 숭고한 환상과 시의 끝맺음.
* 그 원을 찬찬히 바라보고 있도라니
그 안에 그것과 같은 빛깔을 한 우리들
인간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것 같았다.
내 눈길은 온통 그 모습으로 끌렸으나
원의 둘레를 재려고 열중했던 기하학자가
아무리 궁리해도 자신에게 필요한 원리를 못 찾아내듯이
그 기묘한 모습을 본 나는 어찌하여 그 상像이
원에 합치하며, 어찌하여 그 상이 거기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이를 위해서 내 날개만으로는 부족했던 것이다.
그러나 갑자기 내 머리속에서 번개같이 섬광이 스치더니
내가 알고자 한 것이 빛을 발하며 다가왔다.
나의 높은 공상력도 이 높이에 이르러서는 힘이 모자랐다.
그리고 사랑은 벌써 내 소망과 내 마음을
한결 같이 도는 수레바퀴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은 태양과 뭇 별들을 움직이는 사랑이었다. (613쪽)
다 읽고 나니 임윤찬이 여러 번역본을 읽었다는 게 이해가 간다.
아예 이탈리아어를 배워 원문을 보는 꿈을? 꿈이니 크게 꾸어야지. 그럼, 그럼.
단테 시대도 지금과 다름 없이 정파 싸움으로 나라가 혼란했다. 억울한 사람이 없는 나라는 없는 걸로.
단테가 붙인 제목은 '신성의 희극 (La Divina Commedia)이라고 했단다.
우리 삶이 비극에서 희극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는.

첫댓글 감동이었어요🥰
고마워요. ^^
"Qui giace Dante, che nulla fece"
여기 단테가 누워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 역설적 문구다.
선배님 그 어려운 책을 정독하셨군요. 저는 오래전에 신곡을 샀는데 너무 두껍고 어려워서 읽지 못했어요.
선배님 덕분에 그 한 권을 다 읽은 기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슬렁슬렁 다시 읽어보세요.
신화를 알아야 이해되는 지루한 구간도 있지만 나름 재미가 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