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애본리라는 마을에 매듀와 매릴러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 두 사람은 남매 사이였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이제 나이가 많아서 밭을 갈거나 감자를 캐는 일이 너무 힘겨웠습니다. 그래서 이웃에 사는 스펜서 부인에게 부탁하여, 고아원에서 남자 아이를 하나 데려다 키우기로 하였습니다.
"매릴러, 내가 역에 나가서 그 아이를 데리고 올게."
역에 도착한 매듀가 아무리 둘러보아도 남자 아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때, 머리카락 색깔이 불처럼 빨간 여자 아이가 매듀에게로 뛰어왔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얼굴은 주근깨로 덮여 있었습니다.
"저어......, 매듀 아저씨 맞죠?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앤이에요. 만나서 정말 반가워요."
해맑은 눈동자를 가진 앤이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하자, 매듀는 남자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었습니다. 집으로 가는 동안 앤은 쉴새없이 종알거렸습니다. 매듀는 그런 앤이 은근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앤을 본 매릴러는 만족스러워하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매릴러는 앤을 데리고 스펜서 부인의 집으로 가서 이 사실을 말하였습니다. 마침 스펜서 부인 집에는 마음씨가 고약하기로 소문난 부르네트 부인이 와 있었습니다. 부르네트 부인은 앤을 보더니 말하였습니다.
"잘 됐군요. 우리 집에 일할 사람이 마침 필요하던 참이었는데, 너, 앤이라고 했니? 우리 집으로 가자. 게으름피우면 혼날 줄 알아라, 알겠지?"
앤은 무서워서 고개도 못 든 채 떨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매릴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하였습니다.
"아니에요. 이 아이는 내가 맡아 기르겠어요."
결국 앤은 매릴러와 매듀의 집으로 다시 돌아와서 그들과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이웃에 사는 배리 부인의 딸 다이애나가 다른 도시에 있는 친척 집에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매릴러는 앤을 데리고 배리 부인의 집으로 갔습니다. 배리 부인은 매릴러와 앤을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우리 다이애나와 친하게 지내렴."
앤이 먼저 다이애나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다이애나, 우리 좋은 친구가 되자."
"그래, 좋아!"
9월이 되자, 앤은 다이애나와 함께 함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앤과 다이애나는 한 반이 되었는데, 그 반에는 길버트라는 남자 아이가 있었습니다. 길버트는 앤의 뒷자리에 앉는데, 마음 속으로 앤을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겉으로는 언제나 앤의 빨간 머리를 잡아당기면서 주근깨라고 놀렸습니다.
"빨간 머리, 주근깨, 홍당무!"
화가 난 앤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두꺼운 책으로 길버트의 머리를 세게 내리쳐 버렸습니다. 수업이 끝난 후, 길버트가 앤에게 사과했지만 앤은 그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다이애나는 앤을 집으로 초대해서 딸기 주스를 대접하였습니다. 딸기 주스를 네 컵이나 마신 앤은 얼굴이 새빨개지더니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렸습니다. 다이애나가 딸기 주스인줄 알고 앤에게 준 것은 바로 포도주였던 것입니다. 이 일이 있은 후, 메릴러는 앤에게 다이애나와 다시는 놀지 말라고 엄ㅁ하게 말하였습니다. 앤은 슬펐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몹시 추운 1월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다이애나가 숨을 헐떡이며 앤의 집으로 급히 뛰어왔습니다. "앤, 도와 줘. 내 동생 미니가 열이 아주 심한데, 엄마 아빠가 안 계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매듀는 서둘러서 마차를 타고 의사를 부르러 갔고, 앤은 미니에게로 달려가 열이 내리도록 정성껏 간호하였습니다. 미니는 열이 내렸고, 나중에 이 일을 알게 된 배리 부인도 앤에게 고마워하며 다이애나와 좋은 친구로 지내 달라고 말하였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오후, 앤은 다이애나와 친구들과 함께 호수로 놀러 갔습니다. 앤이 호숫가에 매여 있던 나무배에 올라탔습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호수 가운데로 떠내려가자, 배 밑바닥에서 물이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얘들아, 도와 줘!"
그 때, 눈앞에 다리의 기둥이 보였습니다. 앤은 얼른 그 다리 기둥에 매달렸습니다. 하지만 오래 버틸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바로 그 때, 길버트가 호수 저 쪽에서 배를 저어 오고 있었습니다. 길버트는 앤의 손을 잡고 앤이 배에 타는 것을 도왔습니다.
"정말 고마워, 길버트!"
"저어, 예전에 너를 놀렸던 일, 정말 미안해. 용서해 줘.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 앤."
하지만 앤은 왠지 길버트 앞에서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후, 앤은 열심히 공부하였습니다. 선생님이 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퀸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시험을 본 앤은 얼마 후, 일등으로 합격했다는 편지를 받았습니다.
"축하한다, 앤!"
"앤, 정말 장하구나!"
길버트도 퀸 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입학식날, 앤은 학생 대표로 인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앤은 훌륭하게 인사말을 끝냈고, 많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수많은 학생들 틈에서 길버트의 웃는 얼굴을 발견하고 앤도 밝게 웃었습니다.
"앤, 정말 훌륭했어."
"고마워, 길버트."
퀸 학교는 애본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기 때문에 매듀, 매릴러와 떨어져 살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매듀와 매릴러가 종종 보내 오는 편지를 읽으면 외롭지 않았습니다.
앤은 날마다 열심히 공부해서 가장 좋은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하였습니다. 그리고 대학에 갈 장학금도 받게 되었습니다. 길버트와 함게 애본리로 돌아온 앤은 대학에 들어갈 분비를 하면서 매듀, 매릴러와 즐거운 날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매듀가 갑자기 쓰러졋습니다. 의사가 왔지만, 매듀는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매릴러는 충격을 받아, 앞을 잘 볼 수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앤은 대학 시험 준비를 그만두고, 매릴러를 돌보기로 하였습니다. 어느 날 저녁, 앤이이 매듀의 무덤을 찾아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길버트를 만났습니다. 앤은 인사만 하고 그냥 지나치려는 길버트를 불렀습니다.
"길버트! 마음 속으로는 예전의 너의 사과를 벌써 받아들였어. 알고 있었지?"
두 사람은 오랫동안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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