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자금 380조원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돈될만 한 곳에 수조원씩 몰려드는 게릴라식 행태만 보일 뿐입니다. 이라크전, 북핵, 사스 등 연초 증시를 짓눌렀던 악재가 어느정도 해소됐지만 주식시장이 여전히 외면당하는 것엔 근본적인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96년 이후 기관투자자들은 총 20조7000억원 가량을 주식시장에서 순매도했습니다. 증권사의 경우 한해도 순매수 없이 8조7000억원을 내다팔았습니다. 주식시장 수급의 기초가 돼야 하는 기관투자자들이 제 역할을 못하는 것 아닙니까. (유승호 부장)
홍성일 사장 : (증시) 분위기는 나아지고 있죠. 악재란 악재는 거의 다 나온 것 같고, 때마침 미국 증시도 경기지표가 호의적이어서 상승 모멘텀에 이르렀다는 견해도 많고 저도 이에 공감합니다. 그렇지만 복합적인 문제가 있고, 수급도 문제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순매수하고 있지만 기관투자자들은 여력이 없습니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은 카드채를 비롯한 채권에 발목이 잡혀있습니다. 국민은행의 국민카드 합병 방침 발표 이후 카드채 문제가 개선될 조짐은 보이는데 아직도 거래가 거의 안이뤄지고 스프레드 축소도 안되고 있습니다. 카드채 문제가 여전히 불안하다보니 기관투자자들이 개입할 수 있는 여력이 없습니다. 은행 보험 증권사들은 고유계정에서 주식에 투자하지 않고 있습니다. 위험자산으로 분류돼기 때문입니다. 상장 증권사들은 적어도 자사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주식 매입에) 적극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기권 사장 : 주식시장이 좋아질만한 여건은 갖춰져 있다고 봅니다. 380조원이나 되는 시중 자금이 있고, 금리는 떨어져 있고, 부동산으로의 자금 유입이 어느 정도 차단됐고, 무엇보다 기업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금리보다 높아졌습니다. 기업의 수익성이 좋아졌습니다. 맥킨지가 증권산업을 긍정적으로 본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기본적인 골격은 갖춰져 있는데 돈이 못 들어오는 건 신뢰 문제입니다. '바이코리아'라는 모멘텀이 있을 때 짧은 시간에 개인자금 수십조원이 증시로 몰렸지만 안 좋은 경험으로 끝나버렸죠. 그 이후로도 대우사태를 비롯해 SK글로벌 사태 등이 나타났고 아직까지도 분식회계 같은 게 문제가 되며 고객들이 신뢰를 잃어버린 겁니다. 결국 투자자들에게 좋은 경험을 가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박현주 회장 : 수급이 개선된다해도 단기적이라면 한계가 있습니다. 삼성전자나 SK텔레콤에 장기투자한 사람은 수익률이 좋아요. 지난 1990년 SK텔레콤에 1억원을 투자한 사람의 경우 주가가 최고로 올라갔을 때 150억원을 벌었어요. 반면 채권투자는 복리로 계산해도 17배 정도에 그칩니다. 한국시장에도 장기투자의 신화가 있고 이를 믿어야해요. 펀드를 운용해보면 주가가 올라간 후 돈이 들어오고 어려울 때 빠집니다. 장기투자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증시에 돈이 안들어오는 게 부동산 영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증시 자체에서 원인을 찾아야하는데, 성장엔진을 발견하거나 경기회복 기대감이 있으면 돈이 들어옵니다. 아울러 사회가 기업에 따뜻한 시각을 가져야합니다. 부동산으로 돈 번 사람들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으면서 벤처기업가들이 성공해서 돈 좀 쓴다 싶으면 언론이나 사회가 난리예요. 사회에 상당부분 반기업적인 정서가 있습니다.
변양호 국장 : 저도 같은 생각을 합니다. 특별한 상품개발, 세제혜택 등을 많이 해봤지만 2조~3조원 정도 (주식시장에) 들어오고나면 그뿐이고 별 효과가 없었어요. 우량주식에 장기투자하는게 바람직합니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수급상황은 주식시장에 굉장히 유리합니다. 은행들의 1000조원 넘는 자산 포트폴리오를 보면 다른 것은 목까지 차고 주식 투자는 5조원에 불과합니다. 결국 시장에서 조정이 될 거라 봅니다. 이를 위해선 몇가지가 필요합니다. 기업들은 투명한 경영을 해야하고, 증권사나 펀드는 우량주 중심으로 가야합니다. 또 하나는 주식투자를 투기로 생각하는 생각을 바꿔야합니다. 은행에 예금하는 사람보다 주식하는 사람이 애국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고위공직자들이 자기 직무에서 얻은 정보로 부당한 이익을 내는 건 범죄행위지만 건전한 투자는 박수를 쳐줘야하죠.
정책적 측면에서 세가지가 중요합니다. 첫째는 주식시장의 투명성을 높여줄 집단소송제이고 다음으로 자산운용법입니다. 자산운용산업의 틀을 만들고 감시기능을 대폭 강화해 신뢰문제를 점차 해소할 거라고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퇴직연금제도입니다. 자산운용산업이 커지면 자본시장이 커져 채권형이든 주식형이든 자금이 선순환 구조로 갈 수 있습니다.
유 : 그런데 중장기 투자를 못하게 하는 제도적 한계는 없나요. 은행 증권사가 주식투자를 확대하려고 해도 BIS비율이니 영업용 순자본비율이니 하는 것 때문에 어렵게 돼 있지 않나요?
홍 : 주식은 위험자산이라고 보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은행에서 BIS비율 산정할 때나 증권사에서 영업용순자산비율 계산할 때 주식은 신용리스크 외에 마켓리스크 가중치가 부가됩니다. 혼합형펀드조차도 위험자산으로 분류돼서 연말이나 분기말 결산때가되면 자금이 줄줄이 빠져나갑니다. 1년 넘게 장기투자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걸림돌입니다. 투자문화도 바뀌어야 합니다. 은행금리에 비해 2~3% 더 수익을 내는 것을 합리적으로 평가해줘야하는데 주식은 20~30% 또는 더블이 나야 좋은 줄 압니다.
박 : 국민연금 등의 평가제도도 바뀌어야합니다. 애로가 있겠지만 1년 단위에서 3~5년으로 평가기간을 늘리면 투자문화가 바뀔 수 있습니다.
변 : 연금 평가문제는 이미 검토하고 있습니다.
박 : 주식자산과 채권자산 가운데 사실 위험성이 큰 것은 채권자산입니다. 금융기관이 도산하거나 부실화하는 경우는 대부분 채권자산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규모가 크기 때문이죠. 주식자산 투자는 장기적으로 보면 리스크가 그리 크지 않습니다. 문제는 하드웨어에 비해 소프트웨어가 취약하다는 겁니다. 예를들어 펀드매니저에게 `왜 SK글로벌 채권을 샀냐'고하면 신용등급이 A여서 샀다고 합니다. 신용평가 등 인프라가 강화돼야합니다. 한가지 더 얘기하자면 시가총액의 35%를 보유하고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시장에서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 노동시장의 유연성입니다. 노사정이 어려운 경제를 생각해서 무분규를 선언하거나, 사회적 합의를 이뤄낸다면 증시는 폭등할 겁니다.
도 : 장기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2000만~3000만원의 개인자금이 들어와야합니다. 은행과 증권사를 비교하면 은행은 시간이 갈수록 자산이 늘어나는데 반해 증권사는 자산이 늘다가 3~5년이 지나면 없어집니다. 영업직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반인들이 시장을 떠나버리고 주식이 전문업이 된 사람들만 남아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를 시장이라고 판단하면 왜곡이 생깁니다. 이런 상황은 주식이 전문업이 된 사람들만의 온라인을 위한 정책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오프라인을 구성하는 봉금생활자 등 일반투자자들을 살릴 수 있는 대책이 나와야합니다.
박 : 자산관리 펀드의 1인당 평균잔고는 2000만원 정도밖에 안됩니다. 봉급생활자, 중산층이 펀드투자자의 중심이라는 겁니다. 분배차원에서라도 주식시장에 신경써야합니다. 부동산가격 급등을 잡아 과도한 주거비를 해소하고, 사교육비 문제를 낮추는 개혁이 이뤄진다면 투자의 사회저변이 확대될 수 있습니다. 현재 주식시장의 저변이 어려워져 있는 상황입니다.
변 : 노사분규 문제나, 중산층을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증권업계가 나서기는 어렵습니다. 지금 우리가 얘기하는 것은 금융자산이 왜 주식으로 안오는가입니다. 금융자산은 많이 축적된 상태입니다. 우량기업에 장기투자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가는게 필요합니다. 하반기에 배당지수가 시행되는데 적어도 금리보다 배당률이 높은 기업을 골라내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만들면 증권사들이 세일즈하기 좋아질 겁니다. 고위공직자도 투자해도 좋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주식시장의 잠재력은 커질 겁니다. 기관 개인들의 금융자산 중 5~10%만 옮겨와도 대단하죠.
홍 : 간접투자시장을 붐업(Boom up)시킬 계기가 있어야 합니다. 제2의 바이코리아나 박현주펀드가 나와야한다는거죠. 이런 측면에서 연말되면 각종 세제공제가 있듯이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세제혜택을 고려했으면 좋겠습니다. 중장기 펀드에 가입하는 기업에 손비를 인정하고, 보유기간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것 등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변 : 그건 아닙니다. 정부는 그동안 6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에 배당소득세 면제, 5%의 세액공제 등 여러가지 세제혜택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상징적인 의미만 크지 별 도움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지금은 정부에 의지하기 보다는 업계가 정면돌파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단기적인 수익에 얽매이지 않고 3년 5년 10년을 내다보고 승부를 걸어야합니다. 은행들의 경우 어려울 때 예금금리 낮추고 수수료 깎고 하지않았습니까. 증권 투신들도 그렇게 해야죠.
홍 : 현실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대우채 사태이후 일반투자자의 선입견이 은행은 안전하고, 투신은 원금 까먹는 곳으로 돼있습니다. 간접시장을 키우려면 고객이 안전하다는 것 정부로부터 보장을 받는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기업연금제만해도 은행 보험권이 95%를 차지하고 증권 투신의 비중은 작습니다.
유 : 업계 얘기를 들어보면 증권 투신사의 상품구조 자체가 은행 상품에 비해 불리하게 돼있다고 합니다. 은행에 1000조원이 몰리는 것도 무언가 유리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박 : 전체 틀을 봐야합니다. 증권사 전체 지점 수보다 국민은행 지점수가 많습니다. 규모가 아니라 컨텐츠로 경쟁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안정적이고 장기 지속적인 수익률을 내야 경쟁할 수 있습니다. 사실 장기적으로 펀드에 투자한 사람은 30% 정도 수익을 냈습니다. 투자의 지평을 단기에서 장기로 바꾸고, 투자문화를 바꿔주면 자금은 모일 겁니다. 다만 1주일, 한달 단위로 평가가 이뤄지는 수익률 경쟁 하에서는 안됩니다. 이 같은 환경에서 옵션CP를 만들어 (펀드에)넣는 일이 벌어진 겁니다.
변 : 앞으로 은행과 증권산업은 상당히 보완관계로 갈 겁니다. 은행의 기업대출은 세계에서 가장 높고, 가계대출도 가처분소득 대비해 미국 수준을 넘어갑니다. 예금 받아서 운용할 데가 없습니다. 결국 남은 것은 수익증권과 보험상품 파는 것입니다. 증권 투신이 상품 잘 개발해 은행에서 팔면 됩니다.
홍 : 초등학교 5~6학년생을 겨냥한 주니어펀드, 노후자금 마련을 위한 실버펀드 등을 만들어봤지만 장기적으로 투자할 도구가 없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또 펀드자산을 국공채와 주식으로 운용해야하는데 은행에 비해 초과수익을 낼 수단이 없습니다. 채권시장의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낙후돼있습니다. AAA등급 채권부터 투기채까지 들어가야하는데 정크시장이 없습니다. 만기가 짧은 투기채 발행 이율을 높이는 등 방안이 필요합니다. 우량채와 비우량채 괴리를 좁히면서도 연결하는 다양한 상품시장이 연계돼야합니다.
박 : 시장과 관련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인프라, 사회 저변환경을 조성해야합니다. 투자자에게 한국경제의 성장 엔진을 믿고 장기투자하라고 얘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 웹젠이라는 기업은 초고속인터넷이라는 IT 인프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나타날 수 있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은 이런 인프라에서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또 1000조 자산을 투자의 세계로 오게하려면 우선 신뢰 회복이 필요하고, 너무 단기적인 관점에서 안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도 : 모멘텀은 돼있습니다. 1~2년 정도만 장기적으로 저해가 되는 관습 인식 등 문제들을 해결하면 자연스럽게 정리가 될 거라고 봅니다. 주식투자 교육에 힘쓰는 것도 하나의 노력일 겁니다. 주식투자하는게 기업을 돕는 장기적인 활동으로 받아들여지게 해야합니다.
유 : 우리 기업들이 투자자들을 홀대하는 측면이 있는 거 아닙니까. 현금을 몇조씩 갖고 있으면서 배당을 안합니다. 투자도 안하고 배당도 안하면 퇴장자산이 되는거 아닙니까. 물론 기업들이 금융시장 불안 때문에 과도하게 현금을 보유하려는 경향이 있지만요.
박 : 금리가 12%였던 나라에서 배당을 할 수 없었죠. 하지만 ROE가 시장금리 상회하고, 시장금리가 내려가있어 시가배당 근간이 마련됐다고 봅니다. 기업의 현금보유는 기업경영자의 판단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삼성전자가 7조~8조원 갖고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50조원 넘는 캐쉬를 갖고있어요. 현금으로 기업 경쟁력을 키워가고 적합한 데 투자해야합니다.
변 : IMF 이후 얻은 교훈이 있다면 경제학에서 배운대로 시장이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과열이 있으면 언젠가는 조정이 나타난다는 것이죠. 부동산이 언제까지 올라갈까요. 채권이 과열되고 대출이 최고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차입성자산(Debt Instrument)과 비차입성자산(Non Debt Instrument)을 비교하면 차입성자산은 더이상 클 수 없습니다. 결국 앞으로의 시장은 증권 투신사가 얼마나 더 노력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조급하게 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좋은 주식을 사게하고, 그 과정에서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면 검토하겠습니다. <계속>
여건은 정말 좋은데... 저같이 시세에 신경쓰는 사람에게는 이번 달말, 다음달 초가 고비가 될 것 같군요. 가치투자의 좋은 점은 시세의 풍파에 흔들리지 않고 진중해질 수 있는 것인데 천성이 투기를 즐기는 스타일이라... 1-2주간 외도를 하고 오겠습니다(원래 사마외도가 저의 길이죠^^)
첫댓글 좋은 내용입니다 감사드립니다.^^
좋은내용 감사합니다.^^ ㅋ 저도 변씨인데..ㅎㅎ
여건은 정말 좋은데... 저같이 시세에 신경쓰는 사람에게는 이번 달말, 다음달 초가 고비가 될 것 같군요. 가치투자의 좋은 점은 시세의 풍파에 흔들리지 않고 진중해질 수 있는 것인데 천성이 투기를 즐기는 스타일이라... 1-2주간 외도를 하고 오겠습니다(원래 사마외도가 저의 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