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모나리자 스마일」
1. 줄거리
- 1950년대 미국 배경. 미술사를 가르치는 캐서린 왓슨(줄리아 로버츠)은 명문여대 웰슬리에 부임함. 웰슬리의 학생들은 정답이 강요된 삶, 보여주기 위한 삶을 영유하며 ‘결혼’이라는 정해진 미래를 기다림. 여자의 타고난 역할은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는 것이라고 여기는 보수적인 전통을 가진 이 학교에서 캐서린은 변화를 시도하고 학생들은 이에 저항하지만 차츰 내면에 변화가 일어남. 학생들은 그동안의 타성을 벗어나 꿈을 찾고 진취적인 여성으로서의 삶을 고민하게 된다는 내용. <죽은 시인의 사회>의 여성판.
- 주요 등장인물: 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곧 본인의 신분이라고 믿는 대학신문 편집장 엘리트 베티(커스틴 던스트), 예일대 법대 진학을 꿈꾸지만 결국 결혼을 택한 조안(줄리아 스타일스), 고아출신이라 부모 배경이 없어 외로운 반항아 제젤(매기 질렌홀), 친구들에 비해 매력이 없다고 믿어 연예에는 쑥맥이지만 결국 사랑을 쟁취하는 코니(지니퍼 굿윈)
- 웰슬리 대학을 졸업한 유명인: 힐러리 클린턴, 장제스 대만 총통 부인 쑹메이린 여사, 영화배우 엘리자베스 슈, 미 국무장관을 지낸 매들린 올브라이트 등
2. 인상적인 장면
- 부임 첫날 수업. 학생들은 교재를 통으로 외워서 수업에 참여하고 캐서린이 보여주는 슬라이드 속 작품을 작품명과 제작년도 하나 틀리지 않고 대답하는 놀라운 기억력을 보여주고 더 이상 가르쳐줄 것이 없으면 자신들은 자습하러 가겠다고 강의실을 나감.
- 교재 속의 정답을 줄줄이 말하는 학생들에게 다른 수업을 고민하는 캐서린은 다양한 현대 미술을 보여주면서 자신만의 느낌과 생각을 표현하도록 함. 강의계획서에 없는 작품을 보면서 당황해 하는 학생들. 미켈란젤로만을 전통 예술가로 인정하는 이 학교에서 수틴의 그림(소고기 시체, 1925년 작)을 보여주면서 ‘예술은 뭐냐?’, ‘정답을 강요할 교재는 없다’, ‘미와 추는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정하느냐?’라고 질문함. 엄마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 사진은 예술이라고 생각하나?’, ‘만약 이 사진을 유명한 사진작가가 찍었다면 그것은 예술일까?’라고 물음.
- 지인의 전시품 준비 창고를 방문하여 잭슨 폴락의 <넘버5>를 보면서 ‘그림 이상의 것을 봐라. 작품은 눈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 ‘말하지 말고 그냥 느껴라’ 말함. 학생들이 보고 듣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여지를 충분히 허락하는 교육의 필요성.
- 가장 고집스럽게 전통과 규범을 따르던 베티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보면서 “그림 속 여인은 과연 자신의 미소만큼 행복했을까”라고 질문을 던지는 장면.
3. 캐서린의 시도로 학교가 변하나?
- 학교의 전통과 규범을 바꾸는 데에는 영향을 끼치지 못함. 캐서린의 재계약 서류에 조건부 조항이 게재. 예를 들면 ‘강의계획서를 미리 제출하고 계획서에 제출한 내용으로 수업한다’, ‘현대 미술은 가르치지 않는다’ 등등
- 예일대 법대를 꿈꾸던 조안은 하버드대에 진학하는 남편을 선택하고 가정주부의 삶을 살기로 결정. ‘선생님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했다. 이게 내가 원하는 삶이다’라고 말하는 조안과 그의 말에 실망하는 캐서린이 대비됨.
- 그러나 학생들 개개인의 삶에는 영향을 미침. 베티는 결국 결혼 생활을 끝내고 본인의 행복을 위해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게 됨. 코니는 여자 출입금지인 남자 기숙사에 뛰쳐들어가 사랑하는 남자에게 고백을 하고 사랑을 쟁취함.
- 학생들이 단체로 자신들의 개성을 담아 그린 자기만의 꽃그림을 들고 들어오는 장면과 마지막에 캐서린을 배웅할 때 자전거를 타고 한껏 바람을 맞으며 달려오는 장면들이 인상적.
4. 생각해 볼만한 내용, 영화 감상 포인트
- 우리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며 자신만의 삶을 살고 있을까? 아니면 다른 사람의 기대에 맞추어 살고 있는 것일까? 전통과 규율로 강요된 삶을 사는 웰슬리 여대처럼 한국의 학생들은 부모의 기대와 학교의 규율 속에서 비자발적인 삶을 살고 있음. 1등 하는 학생, 돈 많이 버는 직장인이 되는 것이 마치 인생의 정답인양 아이들은 어른들의 눈치를 보며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음.
- 작품 감상에는 정답이 없는데 교과서에 나온 정답을 찾는 모습, 보여지는 정답이 없자 이내 당황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통해서도 한국의 교육현실을 들여다 볼 수 있음. 남들과 다른 튀는 삶을 사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을 심어주는 교육, 그래서 성취감보다 패배감을 배우게 하는 교육의 단면을 볼 수 있음.
- 교사 개인의 노력이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라는 관점에서도 감상해 볼 만함.
- 여성들이 자신의 꿈과 끼를 실현하는 삶과 결혼 또는 가족이라는 굴레에 매이는 삶 사이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모습이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측면에서 여성주의적인 입장에서도 충분히 즐겨볼 만한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