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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7월 5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705월] 인천대교 버스참사 안타깝고 부끄럽다
3일 인천대교에서 고속버스가 추락해 12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다친 참사는 안타깝고 부끄럽다. 인천대교는 세계적 수준의 우리 기술로 만든 국내 최장대 교량이라고 자랑이 대단했다. 그러나 다리를 이용하고 관리하는 이들의 교통안전의식은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참사의 발단인 고장 난 마티스 승용차의 운전자는 차를 도로 한가운데 세워둔 채 안전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 고작 비상등을 켜놓았을 뿐, 안전한 거리에 비상 삼각대를 설치하거나 비상 유도신호를 하지 않았다.
사고를 낸 트럭과 버스도 마찬가지다. 이날 인천대교에는 안개가 끼었다. 규정속도를 어기지는 않았다지만, 안개 때에는 감속 운행이 필수다. 또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그랬더라면 뒤늦게 고장 차를 발견하고 급하게 핸들을 꺾다가 다리 아래로 추락하는 일은 피할 수도 있었다. 2006년 30중 추돌사고로 11명이 사망하고 50여명이 다친 서해대교 사고도 짙은 안개 속에서 과속과 안전거리 미확보가 원인이었다.
운전자들만 탓할 게 아니다. 길이 21.4km 인천대교는 해수면 80m위에 세워져 강풍과 잦은 안개로 사고 위험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겨울철 갑작스런 폭설에 대비해 바닥에 열선을 깔아 놓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안개 유도등과 차량속도 제한장치 등도 필요하다. 신속한 고장차 처리와 도로상황에 대한 정보 제공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차량 추락을 막는 가드레일 역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버스가 추락한 곳이 아파트 공사장 진흙바닥이 아니고 바다 속이었다면 피해가 더욱 컸을 것이다. 교량의 가드레일은 대형사고를 막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교통사고는 해마다 조금씩 줄고 있다지만, 지난해에도 무려 23만여 건이나 발생해 5,838명이 목숨을 잃고 36만여 명이 다쳤다. 대부분 안전불감증이 낳은 인재(人災)다. 세계적 수준, 국내 최대 등을 자랑하기에 앞서 초보적 교통안전 수칙부터 지키는 의식 개혁이 절실하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705월] 그릇된 천안함 대책, 높아지는 동아시아 긴장
한국과 미국 두 나라가 실시하려는 서해 합동군사훈련 계획을 둘러싸고 동아시아에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이에 대한 맞불 성격으로 동중국해에서 실탄사격 훈련을 벌이고 있으며, 엊그제는 서해 합동군사훈련에 반대한다고 공식 천명했다. 정부가 천안함 침몰사건 대책의 하나로 추진한 합동군사훈련이 불필요한 마찰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런 상황은 정부가 천안함 대책을 성급하게 밀어붙일 때부터 예견됐다. 정부는 애초 북한에 확실한 메시지를 보여주겠다며 미 해군 항공모함 전단까지 참여하는 대규모 합동훈련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주변 관련국들의 처지와 생각을 깊이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대북 압박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수준 낮은 발상의 산물이다. 그 결과는 이미 나와 있다. 중국은 항공모함까지 참여하는 합동군사훈련은 중국의 전략 경계선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미는 중국의 반발에 훈련 계획을 두 차례 연기하면서 엉거주춤한 처지에 빠졌다. 무력시위를 통해 북한을 굴복시키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애초의 기세는 간데없고, 국제적 마찰과 부담만 빚은 꼴이다.
동아시아에서 긴장이 고조되면 한국이 가장 큰 부담을 짊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미국·일본·중국 등 주변국은 세력대결 속에서도 나름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추구할 여지가 있지만, 그 영향을 온몸으로 받게 되는 한국은 처지가 다르다. 특히 한국-미국-일본과 북한-중국-러시아가 편을 짜서 대립하는 냉전적 구도가 재현되는 것은 한국으로선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동아시아 문제의 직접 당사자이면서도 미국에 끌려다닐 따름이지 주도적 목소리를 내기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남북관계 악화에 덧붙여 동아시아 지역의 군사적 긴장까지 고조되는 것은 우리로선 피해야 할 최악의 사태다.
최근 상황은 정부가 미국에만 의존하고 중국, 러시아 등을 무시하는 일방적 외교전을 펼친 데 따른 자업자득 성격이 짙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논의 전망이 갈수록 불투명해진 것이 대표적이다. 언제까지 출구도 퇴로도 보이지 않는 그릇된 외교 전략을 고집할 것인지 참으로 답답하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서해 합동군사훈련을 둘러싸고 빚어진 긴장의 근본 원인을 성찰하고 궤도 수정을 모색하기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20100705월] '영포회 논란' 덮어두고선 임기 후반 국정 운영 어렵다
이명박 대통령은 4일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사건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상을 밝히고 위법 사실이 드러날 경우 엄중 문책하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검찰 수사를 통해서라도 의혹을 투명하게 조사하라는 뜻"이라고 했다.
문제가 된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은 비교적 쉽게 진상을 밝혀낼 수 있는 사안이다. 이 지원관이 대통령 비방 동영상을 블로그에 올린 민간 기업인을 조사한 것은 '공직사회 감찰'로 한정돼 있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직무 범위를 벗어난 일이다. 영장(令狀)도 없이 이 기업인의 회사를 뒤져 장부를 가져간 것이나 이 회사와 거래하는 은행에 압력을 넣은 것 모두 불법이다. '선진화'를 국정 과제로 내건 정부 입장에서도 이런 의혹이 나오기 무섭게 즉각 의혹을 규명하고 단호하게 책임을 물었어야 했다.
그러나 정부는 민주당이 지난달 21일 이 사건을 폭로한 직후 이 지원관을 대기발령했을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야당이 연일 "이 정권의 첫 권력형 게이트"라고 몰아세워도 제대로 된 해명도 내놓지 못했다. 청와대·총리실 관계자들조차 "이 지원관 문제는 요즘 가장 중요한 국정 현안"이라고 했다. 이번 사건이 겉으로 드러난 것처럼 단순히 공무원 한 사람의 권력에 대한 과잉 충성이 빚어낸 불법 사찰 의혹 차원을 넘어서는 대형 사건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 지원관은 대통령 고향인 포항·영일 출신 공직자 모임인 '영포회' 소속이라고 한다. 정권 출범 첫해인 2008년 11월의 영포회 송년모임에는 정권 실세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참석했 고 이 자리에서 "이렇게 물 좋을 때 고향을 발전시키지 못하면 죄인이 된다"는 발언이 나와 물의를 빚었었다. 영포회는 "이인규 지원관은 고향이 경북 영덕으로 정식 회원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관가(官街)에선 이번 사건이 대통령과 동향(同鄕)인 인적 네트워크에 속한 사람들이 저질러온 월권(越權)의 일부라고들 말하고 있다.
총리실에 공직사회 감찰기관으로 공직윤리지원관실을 둔 것은 이 정권이 촛불사태로 홍역을 치른 직후인 2008년 7월이다. 그러나 이 조직은 형식상 총리실 산하일 뿐 실제론 청와대에 직접 보고해 왔다고 한다. 민주당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국세청 고위간부의 비리를 적발해놓고 덮어버리는 등 사실상 공무원 조직의 감찰과 인사(人事) 등을 주물러온 친위대적 성격의 비선 조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인규 지원관은 이 조직의 핵심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임기 후반에 성공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려면 무엇보다 공무원 조직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번 기회에 영포회를 비롯한 대통령과 동향인 인적 네트워크를 둘러싼 논란을 정리하지 않으면 공무원들이 이 정권에 등을 돌리는 상황을 맞을지 모른다. 이것은 검찰 수사를 통해 이인규 지원관의 불법 여부를 밝혀내는 것보다 더 크고 중요한 문제다.
[서울신문 사설-20100705월] 4대강 사업 규탄집회 아닌 토론서 해법 찾아야
정부가 추진한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서 폐기되면서 정부·여당과 야권이 4대강 사업을 놓고 파열음을 내고 있다. 최근 이같은 4대강 논란은 생산적이지 않아 많은 국민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는 내년 4대강 예산을 크게 늘려 속도전 논란을 촉발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그제 서울광장 집회를 시작으로 규탄집회를 본격화했다. 정부와 범야권이 정면 충돌하는 위험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러면 안 된다. 정부와 야권은 일방통행이나 규탄집회가 아닌 토론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는 내년 4대강 예산으로 올해보다 늘어난 5조 4000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의 조달비용 등을 포함하면 9조 2000억원이다. 규모가 크다 보니 4대강 예산은 사업 타당성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속도전식으로 예산이 편성되고 사업이 진행되면서 위법과 탈법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부실공사 지적도 연이어 나오지만 메아리가 없다. 구미보는 부실공사로 붕괴위기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연히 사업 타당성에 대한 토론을 피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논란이 되는 대규모 국책사업 예산은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편성해야 한다.
그렇다고 범야권의 대규모 규탄집회 투쟁이 정당성을 얻는 것은 아니다. 특히 민주당 등 야당이 시민단체와 연합해 장외투쟁을 본격화하는 것은 국민적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명심해야 한다. 야당이 주장하는 국회 국민검증특위든, 국회 내 관련 상임위에서든 충분한 대화를 통해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는 것이 순리다. 국회라는 장내에서 4대강 사업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 열린 자세로 전문적인 토론을 한 다음, 그래도 부족하다면 다른 투쟁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지금 세계는 간신히 회복되려던 경제가 유럽발 재정위기 확산, 중국경제의 예상을 벗어난 낮은 성장, 미국 실물경제의 불투명성 등으로 더블딥(일시회복 뒤 경기 재침체) 경보가 나오고 있다. 이런 때 경제 외적 불안요인을 만들어내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4대강 문제를 지나치게 정치쟁점화하거나 감정적인 시위를 하면 안 된다. 특히 정부여당과 야당은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합리적으로 4대강 해법을 찾을 길이 없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 바란다. 전부를 얻는 게 아니라 조금씩 양보해 최대공약수를 찾는 것이 정치의 묘미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705월] 50% 아래로 추락한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통계청은 어제 한국 여성의 삶에 대한 새로운 조사 자료를 내놓았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지난해 여학생의 대학진학률은 82.4%로 남학생의 81.6%를 처음으로 앞질렀지만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49.2%로 5년 만에 50% 아래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 73.1%에 비해 23.9%포인트나 낮은 것이다. 그만큼 구직활동에 나서는 여성의 비율이 낮다는 의미로 여성 고용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노동부의 여성고용동향 조사에서도 비슷한 분석이 나왔다. 당시 자료에서 지난해 경기침체로 남성보다 여성이 더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비경제활동인구는 통계작성 이래 최대치인 1042만명을 기록해 남성 527만8000명의 두 배에 육박했으며, 비경제활동의 사유로는 육아 · 가사가 67.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처럼 낮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실업률은 낮지만 고용률이 크게 떨어지는 주된 이유이다.
정부는 출산여성 신규고용 촉진장려금을 연장하는 등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만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점을 생각할 때 여성의 낮은 경제활동참가율은 구조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머지않아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예상되고,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지 않으면 향후 노동력 공급의 위기가 초래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민 허용 등 특단의 대책을 주문하고 있지만 우선순위로 따지자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제고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물론 이번 통계청 조사에서 전문직 등 일부 분야에서는 여성 비중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것만으로는 전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여성 비경제활동의 주된 사유인 육아 · 가사부담을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대응책이 시급하다. 이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물론이고 낮은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해법이기도 하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0705월] 농촌 다문화가족 지원체계 정비 시급
국제결혼을 통한 다문화가족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부상하고 있으나 정책적 관심이 낮은데다 그나마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어 지원체제 정비가 시급한 실정이다. 외국여성들과의 결혼으로 생겨나는 다문화가족들이 언어와 자녀교육 문제, 문화충격 등을 극복하고 국민의 일원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한데도 정부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더 큰 문제는 형식적인 지원조차 부처이기주의에 막혀 유기적이고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외국여성과의 결혼건수는 2만5,142건으로 전체 혼인의 8.1%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농림어업 종사자의 경우 외국여성과의 혼인비율은 35.2%에 이르고 농촌 지역은 38.7%에 달하고 있다. 농촌의 경우 10건 중 4건이 외국여성과의 결혼인 셈이다. 이처럼 외국여성과의 국제결혼이 크게 늘어나다 보니 다문화가족 및 자녀 수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 농촌의 결혼이민자 자녀 수는 11만명이 넘고 오는 2020년에서는 3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외국여성과의 결혼에 의한 다문화가족을 더 이상 무시하거나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들 다문화가족에 대한 정책이나 지원은 극히 미미하고 이마저도 각 부처에 흩어져 있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문화가족 지원을 위한 예산은 연간 400억원 정도에 불과하고 보건복지부를 비롯해 7개 부처에 걸쳐 제각기 소규모 지원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부처이기주의 때문에 이들 지원사업 간 상호연계가 안 되고 있는데다 공급자 위주로 운영되고 있어 다문화가족에 별다른 도움이 안 되고 있다는 점이다.
결혼성별 인구 불균형, 농촌기피 현상 등으로 앞으로 다문화가족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농촌의 활력소가 되고 있으며 국가적으로 세계 최저출산율에 따른 노동력 부족 문제 등의 해결을 위한 대안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농촌 다문화가족에 대한 정책적 관심과 체계적인 지원제도를 서둘러 확립해야 한다. 일차적으로 총리실에 범부처 차원의 정책수립과 조정기능을 담당하는 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동아일보 칼럼-황호택 칼럼/황호택(논설실장)-20100705월] 금강호에서 4대강을 바라본다
전북 장수에서 발원한 금강은 용담댐 대청댐을 거쳐 장장 401km를 돌아 금강 하굿둑에 이르러 물길을 멈춘다. 1990년 완공된 금강 하굿둑은 4대강 사업의 원조라고 할 만하다. 하굿둑이 해수의 유입을 막아 연간 3억6500만 t의 담수를 저장하는 금강호가 만들어졌다. 이 물로 전국 쌀 생산량의 15%를 차지하는 호남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한다. 전북의 김제 익산 군산 완주와 충남의 서천 부여 농민들은 작년 심한 가뭄에도 금강호 때문에 물 걱정을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장마철에 강우량이 집중돼 귀중한 수자원이 바다로 대부분 흘러가버리고 연중 6개월 갈수기(11∼4월)에는 물이 모자라 강바닥을 드러낸다. 하굿둑이 생기기 전에는 금강 하류유역에 가뭄이 들어도 염도가 높은 강물을 논에 댈 수 없었다. 하굿둑은 홍수예방의 효과도 높다. 집중호우가 내릴 때도 배수 갑문이 바닷물의 역류를 막고 썰물 때 강물을 방출해 하굿둑이 생긴 이후 단 한 건의 수재도 없었다.
하굿둑이 생기기 전에는 군산에서 장항을 가려면 여객선을 타야 했다. 하굿둑 위로 하루 4만5000대의 차량이 통행하고 2008년부터는 장항선 철도가 이어져 하루 34회 열차가 지나간다. 대우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 들어 있는 군산국가공단은 금강호 물을 정수해 공업용수로 쓰고 있다.
금강호의 겨울은 고니 기러기 가창오리 괭이갈매기 등 20여 종의 철새들로 장관을 이룬다. 1983년 착공할 때 환경친화적 설계가 반영돼 폭 9m 어도(魚道)로 숭어 뱀장어 웅어 참게가 새까맣게 올라오는 모습을 육안으로 볼 수 있다. 상류 중류지역에서 산업폐수와 생활하수 유입량이 늘어나면서 1990년대에 비해 금강호의 오염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농어촌공사 금강사업단 최범수 유지관리팀장은 “4대강 사업으로 금강 상류 중류지역에 오폐수처리장 63곳이 확충되고 농약과 비료를 뿌리는 하천 내 농경지가 사라진다고 하니 수질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금강 하굿둑의 民生과 환경보전
금강 하굿둑은 치수(治水)와 이수(利水) 그리고 환경에서도 성공 사례다. 금강호의 아름다운 경관을 배경으로 골프장과 호텔이 생겨나고 주말이면 윈드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최 팀장은 “환경단체 사람들이 하굿둑을 허물자는 캠페인을 벌이지만 금강호 물로 농사를 짓고 공장을 돌리는 민생(民生)을 생각한다면 그런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환경운동도 이슬만 먹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4대강 사업으로 금강의 부여 공주 세종시 지역에 3개의 보를 설치하고 저수지의 둑을 높여 총 1억1000만 t의 수자원이 확보된다. 환경단체들은 보를 만들면 강물이 썩는다고 주장하지만 위 아래로 움직이는 개방보가 하층수를 빼주기 때문에 물이 썩을 염려는 없다.
영산강은 박준영 전남지사가, 한강은 김문수 경기지사가 적극 지지하고 있다. 낙동강의 경우 하류지역은 김두관 경남지사가 반대하지만 상류지역인 경북은 문제가 없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선거가 끝나고 나서 “4대강 문제는 제 개인 의견에 따라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되고 도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풀어 나가겠다”며 태도가 다소 유연해졌다.
금강에서는 하천 내 농경지가 수질을 악화시키는 주요한 원인이다. 농민에게 보상을 해주고 하천 내 농경지 2306만 m²와 비닐하우스 567만 m²를 제거해 50개 지구에 생태공원과 생태하천을 조성한다. 유인상 대전지방국토관리청장은 “어떻게 보면 시군에서 사업계획을 만들어 정부에 지원을 요청해야 할 사업”이라면서 “시장 군수가 끝까지 반대하면 그 지역을 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을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벌이기보다는 희망하는 지역부터 순차적으로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던 일도 멍석 깔아주면 안 한다는 속담도 있다. 내년 12월까지 사업을 완료하기 위해 몰아붙이다 보니 4대강이 다른 예산을 잡아먹는 블랙홀이 되면서 필요 이상으로 욕을 먹는 측면도 있다.
* 治水利水개념이 없는 반대운동
4대강 사업이 2011년까지 완료되면 2012년은 총선과 대선을 치르는 해다. 야당은 두 선거에서 4대강 사업이 청계천 효과를 낼까봐 두려워하는 눈치다. 4대강 사업이 MB의 치적으로 남을 수 있겠지만 그는 다음 대선에 출마하지 않는다.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의 환경을 가꾸고 수자원을 확보하는 사업은 이 정부에서 끝내고 그만둘 사업은 아니다.
하굿둑과 보와 댐을 건설하면 무조건 환경파괴라는 인식에는 치수와 이수라는 개념이 들어있지 않다. 환경단체와 종교계 인사들도 “MB가 하는 것이라 그냥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강을 살리기 위해 반대하는 뜻이라면 장항선 열차를 타고 금강호에 한 번 가보기 바란다. 강을 어떻게 개발하고 이용해야 할지에 대해 현장공부가 될 것이다. ―군산·부여에서
[중앙일보 칼럼-중앙시평/이우근(법무법인 충정 대표·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20100705월] 분열의 유전자, 증오의 DNA
“민중을 거스르면 민중의 손에 망하고, 민중을 따르면 민중과 함께 망한다.” 그리스·로마의 영웅전을 쓴 플루타르크의 경고다. 대중을 무시하는 소통(疏通)결핍과 대중에게 영합하는 포퓰리즘을 한꺼번에 꾸짖는 촌철살인이다. 지난 정부에서는 포퓰리즘이 문제였고, 현 정부에서는 소통결핍이 논란거리다. 2000년 전에 한 그리스인이 남긴 통찰이 오늘 우리 사회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아 여간 씁쓸하지 않다.
소통은 입이 아니라 귀에서 시작된다. 귀를 열어야 마음이 열린다. 성스러울 성(聖)자는 귀(耳)를 먼저 쓰고 그 다음에 입(口)을 쓴다. 예부터 입보다 귀를 먼저 여는 임금을 성군(聖 君)이라 했다. 오늘의 국민주권시대에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혀에는 뼈가 없다. 혀가 부드러운 이유다. 그러나 혀가 늘 부드러운 말만 하는 것은 아니다. 마치 뼈대 없는 집안에서 막 자란 아이처럼 거칠고 못된 말을 내뱉기도 한다. 강아지가 귀여운 것은 혀를 흔들지 않고 꼬리를 흔들기 때문이다. 꼬리 대신 혓바닥을 놀려 짖어대기만 하면 발길질을 당하기 십상이다. 국민의 소리를 거스르고 제 목소리만 내다가 발길질을 당한 정권이 하나 둘이 아니다.
듣기 좋은 소리만 골라 들으면 소통이 될 수 없다. 권력의 두 귀는 좌와 우 양쪽에 고루 열려 있어야 한다. “가진 자들의 부패, 기득권층의 비리가 서민들을 슬프게 한다. 실업자가 넘쳐나는데, 정부는 경제지표의 수치만 읊어댄다. 나라의 요직을 특정지역, 특정인맥이 장악하고 있다. 국가안보 라인에 병역미필자가 태반이다. 전방 철책선에서 고위공직자의 자제들을 볼 수 없다. 천안함·세종시·4대 강 등 국가 주요 현안을 다루는 정부의 역량이 미덥지 못하다. 여당은 선거에 지고도 파벌싸움으로 정신이 없다….” 이 분노와 조롱과 탄식의 소리가 들리는가? 들리지 않는다면, 국민과의 소통은 단절된 것이다. 플루타르크가 경고한 ‘민중의 손’이 기다릴 뿐이다.
그러나 소통결핍은 비단 집권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야권은 포퓰리즘이라는 편리한 정치 메커니즘에 기대어 누구 말마따나 재미를 좀 보았다. 그러나 포퓰리즘이라는 것이 국민의 진정한 갈망을 책임 있게 담아내기보다는, 당장의 이해(利害)를 내세워 본질을 덮는 미봉책이거나 일시적 감성(感性)을 자극하여 표만 낚아채려는 정치적 속임수에 불과한 것이고 보면, 야권 역시 국민과의 올바른 소통을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주권자인 국민을 단지 ‘미봉책이나 바라고, 속임수에 넘어가기나 하는’ 우중(愚衆)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말이다.
스페인의 철학자 오르테가 이 가세트(Jos<00E9> Ortega y Gasset)는 표피적인 선동에 휘둘리는 대중시대의 포퓰리즘을 ‘문화와 이성에 대한 반역’이라고 질타했다. 대중에게 권력의 완장을 채워주고 냉철한 이성, 합리적 지성을 핍박하도록 충동질하는 사회는 반문화적 광기(狂氣)에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역사의 증언이다. 나치에 열광한 독일의 극우 민족주의, 홍위병에게 박수를 쳐댄 중국의 극좌 문화혁명은 플루타르크의 ‘민중과 함께 망하는’ 두 길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이 극우·극좌의 두 길을 동시에 달려가는 것이 ‘우리 민족끼리’의 폐쇄적 주체사상이요, 선군(先軍)독재의 사회주의 혁명노선이다. 그 종착지가 어디일지를 굳이 물어야 하는가?
지금 우리 사회는 지역·이념·세대·계층·정파에 따라 서로 물고 뜯는 싸움이 가히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표현의 자유’가 ‘거짓의 자유’일 리 없건만, 핵무기를 만들고 어뢰를 쏘아대는 북한을 평화통일의 주체로, 숱하게 퍼주고도 늘 얻어맞기만 하는 대한민국을 반통일 전쟁광으로 둔갑시킨다. 그렇게 광우병 촛불을 부추겼고, 그렇게 천안함 사태를 뒤엎으려 든다. 비전문가들이 다국적 전문가들의 조사 결과를 헐뜯는 편지까지 유엔에 써 보낼 정도다. 조선의 사색당쟁도 이토록 그악스럽지는 않았겠다. 몸속에 ‘분열의 유전자, 증오의 DNA, 거짓말 염색체’라도 지니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독을 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도덕경에 “올곧은 이는 말이 없고, 말 많은 자는 바르지 않다(善者不辯 辯者不善)”고 했다. 남의 흠은 혹독하게 몰아치면서도 제 잘못은 돌아보는 법이 결코 없는, 항상 옳고 늘 당당하기만 한 여야 정치인들과 시민운동가들이 두 귀를 틀어막은 채 자기 말만 쏟아내고 있는 터에, 무슨 수로 소통을 기대하겠는가?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태관(논설위원)-20100705월] 아름다운 퇴장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많은 이들이 애송하는 이형기 시인의 ‘낙화’다. 꽃들은 자기의 때를 안다. 아무리 예쁜 꽃도 때가 되면 미련없이 꽃잎을 접는다. 그러나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 가야할 때인데도 머뭇거리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미 졌는데도 아직 한창인 줄로 착각하고 있는 이들은 또 얼마나 추한가.
허정무 감독이 물러났다. 원정 월드컵 16강의 성과에 대해 박수소리가 요란한데 그는 훌훌 자리를 털었다. 한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독이 든 성배’라고 했다. 영광스럽지만 위험한 자리라는 말이다. 몇몇 외국인 감독은 독배인 줄 뻔히 알면서도 잔을 들었다. 대표팀 감독직은 그만큼 유혹적이다. 그러나 이제는 축배인데도 허 감독은 잔을 사양했다. 다들 아직 아니라고 하지만, 그는 지금이 ‘가야할 때’라며 떠나갔다.
꽃은 절정의 순간에 이미 지기 시작한다. 한창 때가 곧 떠나야 할 때라는 것을 꽃들은 일러준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지는 ‘토사구팽’의 고사를 봐도 알 수 있다. “토끼가 죽고나니 사냥개를 삶아 먹고, 새를 잡고나니 좋은 활도 광에 들어가네.” 명장 한신이 한탄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개국공신에게는 영광스러운 개국의 순간이 바로 짐을 싸야 할 때다. 미적거리면 자기가 섬긴 유방에 의해 죽은 한신처럼 ‘팽’ 당한다. 하지만 그보다 300여년 전에 토사구팽이라는 말을 쓴 범려는 그렇지 않았다.
범려는 ‘와신상담’의 주인공 월왕 구천을 도와 오나라를 멸망시키는 데 공을 세운다. 상장군에 봉해진 그의 앞길은 누가 봐도 탄탄대로였다. 그러나 그는 바로 짐을 싸서 제나라로 떠난다. 거기서 그는 자신을 천거했던 친구 문종(文種)에게 편지를 써서 토사구팽을 거론하며 권력의 비정함을 일깨운다. 범려는 “월왕 구천은 목이 길고 입은 새부리처럼 뾰족한 것이 어려움은 함께 할 수 있어도, 즐거움은 같이 할 수 없는 사람”이라며 “어서 월을 떠나라”고 권한다. 하지만 문종은 설마 하다가 구천이 내린 칼로 자결하는 비극을 맞는다.
물러날 때를 아는 이는 흔치 않다. 가야할 때 가는 이는 더욱 드물다. 버티다가 ‘팽’ 당하는 이들이 우리 주위에는 얼마나 많은가. 아니, ‘팽’ 당해도 버티는 이들마저 숱하지 않은가. 허 감독의 뒷모습이 새삼 꽃처럼 아름답다.
[매일경제신문 칼럼-매경춘추/변창구(서울대 인문대학장)-20100705월] 응원 열정을 축제로
한밤중에 이웃 어느 집에서 함성 소리가 들린다. "어머나! 이번에는 우리가 한 골 먹었나 봐!" 가슴이 떨려 실제 경기를 볼 수 없다는 아내는 함성소리만 들어도 우리 팀이 한 골을 넣었는지, 넣으려다 실패했는지, 아니면 상대편이 넣었는지 알아챈다.
월드컵 응원은 집에서, 길거리에서, 호프집에서, 광장에서 빨간색 옷만큼이나 큰 열정으로 한동안 온 국민을 행복하게 했다. 이런 행복한 순간을 일 년에 한 번씩은 맛볼 수 있도록 축제를 만들 수는 없을까?
서양의 경우 미국의 뉴올리언스에서 열리는 `마르디 그라` 축제에서부터 스페인의 토마토 축제나 브라질의 삼바 축제까지 다양한 축제가 있다. 이들 축제가 얼마나 열광적이고 센세이셔널한지 우리는 언론을 통해 익히 알고 있다. 카니발 축제 전통이 서구 사회에 하나의 제도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중세 무렵부터였다. 당시의 축제는 기독교의 금식일을 앞두고 신명나게 먹고 마시며 대중들의 에너지를 분출시키는 축제였다. 카니발 기간 중에는 위계질서가 잠시 중단되거나 뒤집어져서 거지가 왕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고, 죄 지은 사람이 신부복을 입고 말도 안 되는 설교를 하는 게 허용되기도 했다. 사회생활의 일상적 규범을 일시적으로 중단시키고 모두가 광대가 되어 규율의 세계에서 벗어나 마음껏 웃으며 즐거움에 빠져보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카니발은 현실의 얽매임과 답답함에서 벗어나 잠깐 동안의 일탈과 해방을 대중들에게 만끽하게 해줌으로써 사회의 안전판 역할도 했다.
우리 국민이 보여주는 축구 응원에 대한 열광은 축구를 좋아해서라기보다는 평상시 본업에 매진하느라 너무 많이 긴장해 월드컵 같은 여흥의 기회가 다가오면 잠시나마 일탈과 해방을 유별나게 즐기고 싶어하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만약 그러하다면 우리 사회가 대중의 억눌린 욕구를 풀어줄 수 있는 범사회적 공간을 고려해 봄 직도 하다. 예를 들어 단오제를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즐기는 2~3일의 축제로 승화시켜 잠시나마 남녀노소 모두가 하나 되어 소통하고 얽매임에서 벗어나 재미있게 열기를 발산할 수 있는 문화축제로 만드는 것 말이다. 그리고 이왕 축제를 연다면 우리 민족의 끼를 마음껏 발산시켜 그 끼가 우리 사회에 창조적 에너지로 환원될 수 있도록 도모해 봄 직도 하다.
첫댓글 "민중을 거스르면 민중의 손에 망하고, 미중을 따르면 민중과 함께 망한다." 이건 저 위에 높은 사람들이 새겨야될 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