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합평 작품 '나를 사랑하는 법'(김진영) 수정작 올립니다.
나를 사랑하는 법
김진영
건물의 계단을 오르다가 앞서가던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발목을 접질리며 넘어지는 것을 보았다. 모르는 아이였지만 걱정되어 가까이 가서 상태를 살폈다. 아이는 부끄러워하며 괜찮다고 말하며 벌떡 일어났다. 재빠르게 일어났지만, 발목이 아픈지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다리를 절뚝이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의 심각한 표정에서는 고통을 억지로 참아내는 것이 보여 안타까웠다. 조금이라도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이는 선생님으로 보이는 어른과 인사를 하며 문으로 들어갔다. 지나가다가 한 번씩 인사를 했던 분이라서 아이의 상태를 조심스레 알려주었다. 다른 사람은 참견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아이의 표정을 잊지 못할 것 같았다. 선생님과 대화를 나눈 후에야 안심이 되었다.
보슬보슬 비가 내리던 오후, 바닥에 누워 있던 취객을 발견했다.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누워 있는 사람을 보자니 덜컥 겁이 났다. 뉴스에서 나오던 그 사건이 내 앞에 펼쳐질 것만 같았다. 119에 신고한 후 119에서 요구하는 대로 취객에게 다가가 의식이 있는지 확인했다. 상당히 겁이 났지만, 용기를 낼 수밖에 없었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사실에 더 용기를 내도록 했는지도 모르겠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겐 너무 긴 시간처럼 느껴졌다. 구급차와 경찰차가 도착한 것을 보고 가던 길을 이동했다.
한번은 택시를 타고 신호를 기다리던 중에 커다란 물체가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사고 현장을 목격했다. 교차로에서 예비 빨간불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빠른 속도로 직진한 차량과 제 신호에 빠르게 꺾은 차량의 사고였다. 직진 차량은 신호등과 벽면을 부딪치고서야 멈췄다. 차 안에 있던 물건이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다행히 안전띠를 착용한 운전자는 핸들을 붙잡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신고하려던 차에 구급차와 경찰차가 동시에 도착했다.
이렇게 한 번씩 예기치 못하게 다치기도 하며, 타인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응급실에 가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의식 없이 의료기관에 수송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작년 초, 응급실에 갔을 때였다. 초진 진료를 위해 상태를 살펴볼 때 핸드폰 의료정보 기록한 것을 열어서 건강 상태, 알레르기, 복용 중인 약 등을 보여주었다. 미리 기록해 둔 것이라서 통증과 고열 때문에 정신없는 상태에서도 빠짐없이 상태를 알려줄 수 있었다.
자세하게 저장된 내용으로 이야기해서인지 조치가 빨리 이루어졌다. 물론 기본적인 건강 상태를 직접 확인했지만, 알려준 정보를 토대로 대화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핸드폰에서 긴급전화를 설정하면, 핸드폰 잠김 상태에서도 구조 대상자의 가족이나 지정인의 전화번호를 모르더라도 연락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의료 정보를 기록하면 그 내용 또한 확인할 수 있고, 알레르기 약이나 질환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방법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핸드폰에 정보를 설정해 둔 것은 핸드폰 잠금으로 인해서 응급상황에 가족과의 연락이 지연된다는 글을 보았기 때문이다. 긴급 연락처와 의료 정보를 저장해 두면 위급할 때 필요 적절한 조치할 수 있다고 한다. 위험한 일이 발생이 되었을 때 도움을 주고 싶어도 정보가 없어서 늦어진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핸드폰에 의료 정보를 등록하는 것은 나와 나를 사랑하는 이를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연락되지 않거나, 조치가 늦어서 더 안 좋은 일이 일어났다면 얼마나 원통할까? 그 원통함은 겪고 싶지 않고, 겪도록 하고 싶지도 않다.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불편하더라도 적어두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사람들은 다른 것보다 핸드폰이 없는 것은 금방 알아채기도 한다. 연락하는 수단뿐 아니라 삶 속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며 많은 일을 할 수 있기에 그런 것 같다. 늘 곁에 갖고 다니는 핸드폰에 이런 기능이 있다는 건 정말 요긴하다. 번거로울 수도 있겠지만, 핸드폰에 건강 정보를 저장해 두는 것은 필요할 것 같다.
이런 핸드폰 기능을 안 이후로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서 적어두는 게 좋겠다고 하면, 귀찮아하다가도 방법을 물어보기도 한다.
자주 사용하는 기능이 아니라서 조금은 번거롭고 어려울 수도 있다. 이 불편함이 나와 더불어 가족을 사랑하는 작은 실천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