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아이들을 만나면 긴장한다. 아이들과 노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진짜 노는 법’을 모르니 ‘놀아주어야’ 하는데, 놀아주기란 연극을 하기가 영 어색한 것이다. 어른을 대할 때나 아이를 대할 때나, ‘척하는 것’의 불편함이여. 목소리를 바꾸지 않아도 되는 청소년들과의 만남이 더 편한 것도 이 때문일 게다. 이런 경직성을 지닌 내가 아이들의 놀이문화공간 [꿈지락]의 운영멘토를 맡았을 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이들과 5분 이상 대화하기도 힘든 내가? 그러나 이내 마음이 편해졌다. 꿈지락에는 멘토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쉬고 이야기하고 움직이고 싸우고 화해하고 뛰어다니고 책읽고 자고 멍때리고 소리지리고 섞이는 이 자유의 공간에 무슨 멘토가 필요하단 말인가! 이곳에 점점 깊이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멘토의 역할을 하기 위함이 아니라 이 공간이 내게 주는 희망때문일 것이다. 학교와 학원에 지친 아이들이 함께 놀면서 때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마침내 스스로 하는 것을 배우며 공동체성을 지닌 아이로 자라게 하자는 새로운 실험. 꿈지락에 들어서면 오랫동안 억눌러왔던 희망 같은 것들이 꿈틀거리는 거 같다. 두려운 희망이랄까.
지난 수요일에는 꿈지락의 개소식이 있었다. 현판을 걸기 시작한 무렵 도착한 내게 오후의 얼굴은 얼마나 반갑던지. 민우회 활동가로 참석한 오후. 개소식에 참석해준 이들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에도 내게는 녹색당원의 숨길 수 없는 피가 흘렀다. 오후를 녹색당 운영위원장으로도 소개해주지, 그리고 연이어 시작된 강연을 들으면서는 저 강연자는 분명 녹색당원일거야, 하는^^;...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 편해문씨의 강연은 아이들이 자리를 뜨지 않고 함께 들을 만큼 쉽고 재밌었다(물론 강연이 끝날 때 즈음에는 어른들만 남고 아이들은 옆방에서 뛰놀고 있었지만). 생태적 삶을 고민한 녹색당원이라면 한 번쯤 느끼고 생각했음직한 것들에 대해 17년지기 놀이운동가가 이야기를 하니, 마음이 더 든든해졌다. 진정한 부모라면 아이들이 무엇을 아름답다고 느끼는지, 무엇을 할 때 행복하고 무엇은 하기 싫은지 알아야 한단다. 그렇고 말고.
편해문씨는 “요즈음 초5,6에서 중학생 아이들이 하루종일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놀고 싶다? 게임하고 싶다? 먹고 싶다? 아니면 혹시 성관련 문제인가? 다 아니란다. 답은 “사고 싶다”였다. 소비중독의 사회에서 소비에 함락된 부모의 지갑이 열릴 때마다 사고싶다는 아이의 욕망은 더 커져간다. 꿈은 사라지고 광고와 상품들의 향연이 심어준 욕망만을 키워가는 아이들. 아이들에게 사주지 않고 버틸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부모의 삶, 노동의 모습이나 가정의 형편과 경제의 규모를 아이들에게 숨기지 않고 드러내야 한다는 이야기에 공감이 되었다. 떳떳한 노동자로서의 삶을 아름답게 느낄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는 말을 다른 이의 입으로 다시 듣게 될 때 나는 눈을 감고 진한 웃음을 짓게 된다. 여러 이야기들 중에 아이들이 자라는 10년동안 맘껏 코를 팔 수 있게 해주어야 하고, 맘껏 울게 해주어야 하고, 맘껏 잘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사람을 이해하는 혜안을 준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들의 삶이 어른들의 삶과 다를까? 나는 여전히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친해지내지 못한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삶이 내 인생의 화두가 될 수 있는 건, 그것이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어른들의 삶이기도 하기 때문일 거다. 꿈지락이 어린이에게도, 어른들에게도 새로운 삶을 실험하는 작은 역사가 되기를, 그래서 그 두려운 희망을 감내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민우회활동가 토끼님이 찍은 사진과 꼼꼼한 후기도 함께]: http://cafe.daum.net/womlink/TYh/1721
(왼쪽님이 토끼^^)
[후기]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 놀이운동가 편해문 - 꿈지락 개소식 특별강연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
제목부터 아주 흥미롭습니다.
어찌 보면 너무나 진부한 진실이지만 현실의 학부모들은 망각하고 있는 실이기도 하지요.
편해문 선생님은 자신을 안동 10년차 귀농인이며 4~5살 아이들과 17년을 함께한 사람이라고 소개합니다.
"아이들은 말을 안 듣는다 하시는데 아이들은 말을 안 듣는 게 아니라 못 듣는 겁니다."
로 강연의 문을 엽니다.
아이들 키우기 어려운 이유를 질문하고는 이렇게 답합니다.
"학부모 또는 선생님들이 사고 싶은 거 다 사고 보고 싶은 거 다 보고 가고 싶은 거 다 가고 아이를 키울 수는 없습니다."
부모가 아이에게는 일찍 자라고 하면서 자신은 밤 늦게 텔레비전 보고 아이들 앞에서 쉽게 물건을 결제하고 아이의 행동은 이것저것 제한하면서 자신들은 아무렇게나 행동하며, 아이들이 잘 자라기를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창의성에 대해 말합니다.
요즘 어른들이 아이들이 나자빠져 있는 꼴을 못 봅니다. 놀이는 심심할 때 시작됩니다. 아이들은 널부러져 있다 보면 심심함을 느낍니다. 놀거리를 찾다보면 아이들의 창의성이 빛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결국 아이들의 창의성은 아이들이 나자빠져 있을 때 발휘되는 것이지요.
초등학교 5~6 학년과 중학생들이 '사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하루를 보낸다고 합니다.
(제가 가르치는 중3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남학생들은 '게임'이고 여학생들은 '쇼핑'입니다. 편해문 선생님은 '게임'이 아니라고 강하게 말씀하셨지만 그것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은 무시하지 못할 듯합니다.^^)
그 이유는 부모가 쇼핑에 빠져 있기 때문이지요. 이를 본 아이들은 소비놀이 즉 소비중독에 빠져 무언가를 샀을 때 행복을 느낍니다. 아이들이 떠올리는 엄마, 아빠의 모습은 ① 스마트폰을 한다. ② 지갑을 연다. 이기 쉽습니다.
부모들이 지갑을 여는 큰 이유는 부유한 집을 좇아 아이에게 무엇이든 해 주려고 신용카드를 꺼내는 것입니다. 좋은 옷에 좋은 학원에 좋은 책...... 그야말로 가랑이가 찢어지는 상황입니다. 아이에게 부모의 경제 규모를 그대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들도 올바른 경제 관념을 가지게 되지요.
노동자인 부모가 아이에게 "우리는 이렇게 살지만 넌 잘 되어야 해."라며 아이들 앞에서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며 자신의 아이는 노동자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지갑을 마구 엽니다. 이는 부모와 아이들의 관계를 어긋나게 하며 아이들의 경제 관념을 삐뚤어지게 하는 요인이 됩니다.
10살 안팎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합니다.
2013년 학부모가 갖추어야 할 덕목
- 사주지 않고 생활한다.
아이가 태어나면 어떻게 알고 전화가 울립니다. '이런 책과 도구를 사면 아이 머리가 좋아진다.' 부모의 학력이 높건 낮건 간에 물건을 구입합니다. 그 의미는 '20년 동안 네게 사 바치겠다.'는 의미와 같습니다. 무언가를 살 일이 있다면 부모와 아이가 100번을 생각해야 합니다. "나중에 사 줄게, 나중에."라며 미루다 미루다 마지 못해 사 주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이 진정 필요한지 아이와 검토하고 그 물건을 구입하고 난 후의 활용을 이야기 해 보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제까지의 이야기는 앞으로 할 이야기의 초석이었습니다. 강연의 핵심!
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
- 잘 자고 잘 먹고 잘 놀고
1. 잘 자고
밤에 낮보다 뇌가 2~3배 활동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낮에 보고 들은 것을 제자리에 정리하는 것이지요. 잠들기 전에 18장면 그림책을 읽어 주면 내용을 다 소화하지 못해 다음날 낮 동안 생각하고 밤에 다시 읽어달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아이가 어릴 때부터 텔레비전의 장면과 소리를 경험한다면 부모님, 선생님의 소리를 들어야 할 시기가 되면 들을 수가 없게 됩니다. 영유아가 있다면 텔레비전은 아이에게 큰 악영향입니다. 꼭 없애야 합니다.
텔레비전은 말합니다. ① 뭐 사라. ② 보험 들어라. ③ 옆집도 다 돈 빌려서 살고 있다. 사람을 망가지게 만드는 지름길입니다.
2. 잘 먹고
정갈한 음식을 10년 계속 먹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이 시기에 먹은 음식이 평생 사용할 몸을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가장 경계해야 할 음식은 우유, 계란, 고기 세 가지입니다.
텔레비전에서 우유를 완전 음식이라며 대대적으로 광고합니다. 그 우유를 냉장고에서 끊길 사이 없이 먹는 요즘 아이들의 증상으로 남자아이는 가슴이 나오고 성기가 작아져 성인이 된 후에는 불임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자 아이들은 발육이 빨라져 생리도 일찍 하고 폐경 또한 일찍 맞게 되지요. 결국 가임기가 줄어든다는 의미입니다. 그 이유는 젖소의 젖이 지속적으로 많이 나오도록 하는 화학적 첨가물을 소에게 먹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루에 소화할 수 있는 고기는 어른의 경우 3점, 아이의 경우 2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점심에 닭백숙을 먹고 밤에 삼겹살을 먹습니다. 밤 동안 고기를 소화하느라 몸에 남아 있는 에너지를 과하게 소비하는 것이지요. 당연히 몸이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유, 계란, 고기에서 섭취되는 단백질은 식물성 단백질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지방인데요, 식물성 지방의 최고봉은 들기름입니다. 식탁에 동물성 음식을 줄이고 식물성 음식을 놓아야 합니다.
3. 잘 놀고
잘 논 아이가 잘 자고 잘 먹는다.
잘 놀아야 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뇌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밤에 잘 자기 위해 놀고, 평생 쓸 몸을 만들어주는 음식을 먹기 위해 노는 것이지요. 잘 놀고가 모든 것의 선행 조건이기에 '아이들은 놀이가 밥'인 것입니다.
태어나고부터 10살 안팎의 시기에 아이가 천국을 경험할 수 있게 하여야 합니다. 한국 사회 여건상 그 후에는 불가능합니다. 무한 경쟁에 미쳐 있는 한국은 아이들에게 공부 이외의 할동은 쓸모없는 일로 몰아세웁니다. 먹지도 자지도 않고 경쟁의 레일 위에서 뛰어야 하지요. 그 레일 위에서 내 아이를 내려놓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전공은 3년이 지나면 쓸모가 없어집니다. 그러므로 3년이 지나면 이직을 해야 하지요. 우리나라에는 약 10000개의 직업군이 있습니다. 이직의 불안이 없는 소수의 직업군을 빼고 9980개의 직업군을 무시하는 게 한국 사회입니다. 엄마, 아빠가 자녀에게 자신들의 삶을 부끄럽게 여긴다면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없습니다. 소수의 직업군에 속하기 위해 아이는 충분한 잠도 건강한 음식도 창의성을 발휘할 놀이도 포기한 채 경쟁의 레일 위를 파리한 얼굴로 뛰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나길 원한다면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게 해 주십시오.
첫댓글 그쵸? 저도 처음에는 녹색당 운영위원장이 아니라 민우회 활동가로 저를 소개해야할 때 뮌가 아쉽기도 하고, 조급해지기도 하고 그랬는데... 달릿님도 비슷했네요. 아직 정당활동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시는 분들이 있으니 지역에 스며드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려고요. 열심히 지역에서 활동하다가 아 저사람이 녹색당원이었구나! 기분좋은 느낌표가 번진다면 좋겠어요 (어딜가든 달고다니는 녹색당 뱃지 ㅋㅋㅋ)
달릿언니도 보고 뻥과자 접시, 김밥과 아주아주 큰 경단. 잘먹고 잘놀고 모처럼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
맞아요. 아직 우리사회에서 정당은 밝힐 수 있는 자리와 드러나지 않는 자리가 나뉘어 있는 거 같아요.
이럴수록 우리가 전면적인 정체성으로...흐흐
저번 모임에서 명함 만들자는 이야기 나누셨다지요?
저도 어서 녹색당 명함 만들고 싶네요.
그리고 뻥과자 접시는 녹색당 행사에서 활용하면 아주 좋을 거 같아요^^
흐흐흐 조만간 전면적인 캠페인 기간이 도래할 것이랍니다. 숨고르기 하고 계세요ㅋㅋㅋ
명함은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는데, 지우개로 그냥 내가 만들까 이러고 있었어요. (날 말려주세욬ㅋㅋ)
그나저나 오늘 실시간 댓글 대화 재미지네요. 히히~
방과후 아동센터가 꿈지락으로 탈바꿈한건가요? 신부님얼굴도 보이네요.
네^^ 나눔의집 공부방이 모든 아이들에게 열려있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했어요.
이것저것 짜여진 프로그램을 수동적으로 따라야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더불어 놀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