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보사 '별들의 전쟁' ◈
한국군의 해외·대북 첩보 부대인 국군 정보사령부의
A 사령관(소장·육사 50기)과 B 여단장(준장·육사 47기)이
서로 하극상·폭행을 주장하며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은
표면적으로 예비역 단체의 영외 사무실 이용 문제를 둘러싼 이견 때문이지요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갈등은 대북 공작 방식을 둘러싼
두 사람의 의견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어요
B 여단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중국 저장성 닝보시 소재
북한 식당 ‘류경식당’의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북한 사건에 관여했던
대북 공작 베테랑이지요
류경식당 집단 탈북 사건은 당시 연쇄 탈북 움직임을 일으킬 정도로
파장이 컸어요
하지만 B 여단장은 정권이 바뀐 뒤 문재인 정부에서 군 법정에 섰지요
횡령·배임·사기·허위 공문서 작성·허위 보고 등 11개 혐의가 적용됐어요
B 여단장 주위에선 “훈장을 받을 사람이 정권 교체 이후
역적으로 몰렸다”는 말이 나왔지요
남북 관계를 최우선했던 정권과 코드가 맞지 않아
무리한 수사를 받았다는 것이랄수 있어요
B 여단장은 2022년 1월 3년 만에 무죄가 확정됐지요
B 여단장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복권’돼 2023년 대령에서
준장으로 승진해 정보사에서 ‘휴민트(인적 정보)’를 총괄했어요
하지만 육사 3기 후배인 A 사령관과 대북 공작 방식을 놓고
여러 차례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지요
정보 장교 출신이지만 직접 공작을 한 적은 없는 A 사령관은
정보 수집을 중요시한 반면, B 여단장은 집단 탈북식의 적극적
대북 공작을 추진했다는 것이지요
B 여단장은 과거 재판에서
“류경식당 같은 제2의 집단 탈북을 추진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가능하다면 추진할 의도를 갖고 있었다”는 입장을 밝힌 적도 있어요
두 사람의 법적 공방 속에서 최근 공작명이 공개된
‘광개토 계획 사업’ 역시 집단 탈북 방식의 대북 공작과
관련된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는 이유이지요
B 여단장은 올 초부터 정보사 출신 예비역 단체
‘군사정보발전연구소’에 서울 충정로의 정보사 영외 사무실을
사용하게 했는데, 이와 관련해 고소장에서
“해당 단체는 기획 공작인 ‘광개토 사업’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영외 사무실은 공작 업무 지원용으로 운용되고 유관 연구소 지원은
공작 교육 및 활동 인프라 확보에 큰 도움을 준다”고 했어요
해당 민간 단체는 정보사령관과 국방정보본부장을 지낸
모 예비역 장군이 이사장으로 있는 연구소이지요
영외 사무실을 이 단체에 내준 것을 사후에 보고받은 A 사령관은
지난 5월 본인 승인 없이 사무실 사용을 지원한 것을 질책하며
지원을 중단할 것을 명령했어요
이후 6월 재차 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A 사령관이 결재판을 던지고,
B 여단장은 폭언을 하는 등 ‘사달’이 났다는 것이지요
B 여단장은 A 사령관을 폭행 혐의로 국방부 조사본부에 고소했고,
A 사령관은 B 여단장에게 상관 모욕 혐의가 있다면서
국방부 조사본부에 수사를 의뢰했어요
A 사령관 측 관계자는 “사령관은 무리한 대북 공작에 제동을 걸고
예비역 민간 단체에 무상으로 안가 공간을 제공하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으려고 했었던 것”이라고 했지요
이 관계자는 “B 여단장은 사령관에게 보고도 하지 않았고
항명한 정황도 있는데 고소장을 통해 기밀까지 유출하며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A 사령관은 변호사도 선임하지 않고 있고
이번 사안과 관련해 언론 접촉도 극히 자제하고 있는 데 대비된다”고 했어요
반면 B 여단장 측은 “지난 2월부터 진행된 공작인데,
5월에 뜬금없이 A사령관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며
“공작 업무를 전혀 모르는 사령관이 무리하게 관여했다”고 했지요
B 여단장이 고소전을 불사하며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은
지난 정부 시절 3년에 걸친 법정 싸움 끝에 무죄로 결론 난
자신감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어요
B 여단장은 A 사령관에게 지난 5월 “조사를 하든 수사를 하든
마음대로 하세요. 이전에도 경험해 보았는데 무혐의로 끝났어요”라고
발언했다고 하지요
군 일각에선 ‘블랙’(신분을 위장해 활동하는 요원) 업무 담당 출신이
정보사령관이 되기 어려운 승진 문화도 이번 갈등의 한 원인이라고 말했어요
통상 이 계열에선 준장이 진급 상한선으로 꼽히고 있지요
상대적으로 진급도 늦는 편이라 A 사령관과 B 여단장처럼
기수 역전 현상도 종종 벌어진다고 군 관계자는 전하고 있어요
그런데 국군정보사령부 사령관과 여단장이 폭로전 수준의
고소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군 기밀이 줄줄 새고 있어요
존재 자체가 비밀인 특정 공작의 명칭, 구체적인 공작 수행 방식 등이
고스란히 고소장에 적혀 외부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지요
최근 소속 군무원이 비밀 요원들의 명단을 유출하는 심각한 사고가 난
부대의 지휘부가 서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것도 모자라
국가 안보와 직결된 군사 기밀을 마구 유출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유출된 기밀들은 대부분 여단장 쪽에서 나왔다고 하지요
사령관은 아직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은 상태이지요
사령관도 변호사를 구해 맞불 대응에 나선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요
정보사 1·2인자가 이렇게 싸우는데 조직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어요
현재 정보사는 어떤 상태인가요?
국방부는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할 예정인지요?
해병대원 순직 사건으로 해병대가 갈라져 서로 싸우고,
국회에선 육사 출신 의원들이 여야로 갈라져 싸우고 있지요
싸우는 내용도 치졸한 경우가 많아요
최근 북한 김정은은 미사일 1000발을 한꺼번에 쏠 수 있는
발사대들을 휴전선 인근에 배치했어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한미 동맹에
문제가 생길 것이란 우려도 있지요
이런 상황에서 벌어지는 군의 한심한 행태와 내분은 혀를 차게 하지요
이건 별들의 전쟁이 아니라 국가 자해행위이지요
두사람 모두 엄히 다스려 군기강을 바로 세워야 하지요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 *-
▲ 지난 2016년 중국에서 집단 탈북한 ‘류경식당’ 종업원들이 한국에 입국해
경기 시흥시 북한이탈주민 보호센터로 이동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