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님을 따라서
도봉(道峰) 최영수|작곡가
귀의 삼보하옵고,
지난달, 안성 도피안사에 어머니를 모시고 천주법회에 갔다. 법회 날은 여러 신도들이 모이는 날이어서 주지스님 만나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날도 아예 송암스님 만날 생각은 일찌감치 접어놓고 점심공양 끝나자마자 서울에 볼 일도 있었던 차라 잰걸음으로 돌아왔다.
그러고 다시 며칠이 지났는데, 그날은 회사 일이 집 근처에서 있어서 서둘러 마치고 비교적 일찍 퇴근하였다. 막 저녁상을 받으려는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아내가 전화를 받더니 송암스님의 전화라는 것이다. 아니 스님께서 무슨 용무로 전화를 하셨는지 의아한 생각으로 수화기를 받아 들었다.
스님의 말씀은 다름이 아니라, 광덕 큰스님의 크신 은혜를 요즈음 너무나 쉽게 잊어버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 작년에 출간된 『광덕스님 시봉일기』에 이어 2권을 내고자 하니, 재가 불자들의 심층에 각인된 큰스님의 어떠한 면이 우리들로 하여금 큰스님을 그렇게 한결같이 믿고 따랐는지에 대해서 글을 부탁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일단 알겠다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그때부터 지금 이 시간까지 나의 뇌리에는 큰스님의 생전 모습뿐만 아니라 만나서 인연을 맺고, 큰스님의 가르침에 따라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수행들이 줄곧 떠올랐다. 그러나 막상 글로 쓰려고 하니 여러 가지 표현의 한계가 가로막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내일이면 늦으리』와 『광덕스님의 생애와 불광운동』이라는 두 책을 통하여 큰스님에 대한 연민의 정이 아직까지 내 가슴속 깊은 그곳에 머물러 있는데, 지난날 큰스님의 가르침을 또다시 회고하려니 너무나 무겁고 강력한 중압감을 떨치기가 어려웠다.
큰스님의 사상은 결코 쉽지는 않다. 그렇다고 특별히 어려운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큰스님 사상의 요체는 결과적으로 실천불교이고, 생활불교로 귀결되기 때문에 어려움도 아니요, 쉬움도 아니다. 사상의 실천을 생활화하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요, 큰스님의 사상을 실천하면 쉬운 것이다. 여기에서 나는 큰스님의 사상을 중도적인 사상의 결정체 같은 것을 느끼며 살아왔다. 가족을 구성하고 있는 각자의 역할을 다하면 나를 떠날 수 있고, 나를 떠나면 사회가 있고, 사회를 떠나면, 큰 우주가 있다. 이 속에서 절대 자유와 구극의 평화를 구가하면 큰스님 사상에 일치하는 불교인이 아닐까?
큰스님 가르침의 핵심은 반야바라밀이다. 반야바라밀은 큰스님의 사상이라고 말하기 전에 이미 석가모니 부처님이 설하신 불교사상의 핵심이자 불교철학의 정수이다. 물론 팔만 사천 경전 중 어느 하나라도 뜻이 달라서이거나 부족해서가 아니다. 모든 경전이 그대로 원만 구족일 뿐이다. 그러나 반야바라밀을 강조하는 것은 근본을 얻으면 일체를 얻기 때문이다. 핵심을 알면 나머지는 배우지 않아도 저절로 알 수 있는 것이다. 실로 그것은 반야바라밀의 권능이고 위덕이다.
큰스님은 큰 것에만 만족하거나 특별히 좋아하거나 바라지도 않으셨다. 하잘것없고 조그만 것에서도 그것을 꿰뚫어 보는 형안(炯眼)과 사물을 깊이 보는 지혜가 있었다. 큰스님께서는 늘 우리들에게 아만에 빠지지 말 것과 상에 매달려 집착하지 말 것을 바라셨다. 불자들은 반야바라밀 지혜 속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고, 성숙하고 성취할 수 있다고 늘 설법하셨다.
지금까지 두서없는 큰스님의 가르침을 내가 느낀 대로 생각하고 해석해 보았다. 옳은지 그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큰스님의 가르침을 한마디고 요약했을 때 바로 전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전법은 불교의 행이요, 국민의 정서운동이고 인간의 뿌리 찾기 운동이요, 자아회복이고 그 행동철학이다. 행․불행이 우리 마음에 있듯이 전법 역시 나의 마음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말 한마디의 부드럽고 따뜻함 속에서 지혜를 전달하고 자비를 이루므로 자신과 사회가 훨씬 건강하고 밝아지는 것이다. 이는 보현행원의 실체이며 본질일 것이다.
왜 우리는 전법으로 바른 믿음을 삼아야 하고, 전법으로 정정진을 해야 하며, 전법으로 무상공덕을 쌓으며, 전법으로 최상의 보은을 해야 하고, 전법으로 불국정토를 성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깊이 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전법만이 가장 큰 불법수행이라고 생각한다. 큰스님께서는 우리 모두가 부처님의 무량공덕 생명이므로 용맹정진하여 바라밀 국토를 성취하라고 항상 강조하셨다. 이제 나는 큰스님을 회상하고, 그 가르침을 회상하면서 다짐하고 싶다.
“큰스님, 보현행원으로 보리 이루겠습니다.
큰스님, 다시 저희들 곁으로 오시어 어린 저희들을 인도하소서.”
광덕스님 시봉일기 7권 사부대중의 구세송 중에서- 글 송암지원, 도피안사
첫댓글 "큰스님의 사상의 실천을 생활화하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요, 큰스님의 사상을 실천하면 쉬운 것이다." 라는 말씀을 옮깁니다.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면서 실천의 어려움도 함께 말씀 하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큰스님께서 거창한 것, 특별한 것을 좋아하시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 가까이 있는 것의 실천이셨습니다.
내 주변을 둘러보면 감사하고, 공경해야 할 것을 찾아 실천하는 하루 되시길~~~
고맙습니다. 마하반야바라밀 _()()()_
마하반야바라밀.._()()()_
항상 감사합니다 마하반야바라밀
전법.
온 누리에 보현행원이 울려퍼지길...
마하반야바라밀_()_
민들레 꽃송이가 잘 익어 벌어져야 홀씨가 멀리 멀리 번지는 것처럼... 내 등불의 기름이 마르지 않아야 환하고 밝은 빛을 멀리 전할 수 있는 것처럼... 내가 실천하고 수행할때 저절로 전법이 되고 온 누리 밝아짐을~ 실천하는 보현행자 되기를 발원합니다. 마하반야 바라밀 마하반야 바라밀 마하반야 바라밀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