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법치국가가 아닌 ‘정치(情治)국가’?
지금까지 한국과 일본의 문화를 알기 위해 크게 두 나라의 ‘잣대 차이’를 공부해 왔다.
첫 번째는 <가정 원리 질서>와 <사회 원리 질서>라는 규범의식의 차이,두 번째는<주체 의식>과 <대상 의식>이라는 격위의식의 차이이다.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서로의 근대화 정신의 차이로서 ‘사랑’과 ‘이성’이라는 이상의식(理想意識)의 차이가 있다.
“일본사람은 마음이 좁다”, “정이 없다”, “야속하다”, “융통성이 없다”
이상은 일본사람과의 교제가 어느 정도 깊어진 한국사람으로부터 흔히 듣는 비판이다. 한편 한국사람과의 교류가 깊어진 일본사람의 입에서는 “한국사람은 이성이 안 통한다”, “약속을 안 지킨다”, “계획성이 없다” 등의 비판을 듣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특히 비즈니스 등, ‘공’과 ‘사’가 교차하는 현장에서 제일 나오기 쉬운 차이이지만, 일본사람은 한국사람이 공사혼동이 심하다고 하고 한국사람은 일본사람이 아무리 친해져도 마음을 열어 주지 않는다며 한탄한다.
한국에서 일하는 일본 주재원에게서 “한국은 법치국가(法治國家)가 아니라 ‘정치국가(情治國家)’다” 와 같은 말을 듣는 경우가 있다. 일본어에는 “오야쿠쇼 시고토(관청의 일)”라는 말이 있는데, 형식적이고 불친절하며 절대로 융통성이 있을 수 없는 기계와 같은 대응을 하는 곳이 관공서라는 의미를 표현한 말이다. 일본 관공서에서는 “서류가 불비하다”라는 말을 들으면 아무리 울고 외치더라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비록 “서류가 불비하다”는 말을 듣더라도, 거기까지 얼마나 힘들게 왔고 이 서류가 필요한 눈물겨운 사정과 나와 나의 가족을 도와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하는 것을 간절히 호소하면, 그 창구의 담당이 그 순간에 법무부 장관이라도 된 듯이 서류를 통과시켜 주는 일이 있다.
“사랑은 규칙을 초월한다”라는 말을 들은 적은 있지만 한국에서는 그것이 그대로 여기저기서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는 ‘사랑’을 뜻하는 고유어가 없다?
이러한 차이가 어제 오늘 시작된 일이 아닌 것은 양국의 고유어를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예컨대 일본어에는 한국어의 ‘사랑’에 해당되는 고유어가 없다.
‘아이’라는 말이 일본말의 ‘사랑’이지만 그것은 한자 ‘愛’의 중국어 읽기이다. 중국어로 “I Love You”를 “워 아이 니”라고 하는데, 그 ‘아이’인 것이다. 게다가 일본의 고전 문학을 아무리 뒤집어서 찾아도, 이 ‘아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일본 근대화의 시작인 명치유신과 더불어 나라가 서양의 문화를 배우기 위하여 기독교의 성경책을 번역했다. 그 때에 중국의 성경으로부터 수입되어 온 것이 이 말인 것이다.
그때부터 일본에도 사랑이라는 말이 존재하게 되었다. 지금은 일본의 노래다, 영화다, TV프로다 온갓 문화 속에 이 ‘아이’라는 말이 범람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사람도 대부분 사람이 모르고 있지만, 그것은 근대 이후에 수입된 일본 문화와는 매우 관계가 얇은 외래어이다.
반대로 재미 있는 것은 한국에는 ‘규칙’이나 ‘법’을 나타내는 고유어가 없고 모두 한자 숙어로 대체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기마리’, ‘사다메’, ‘오키테’ 등의 고유어가 모두 규칙을 나타내는 순 일본어. 그 밖에도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노리(법)’, ‘고토와리(이치)’, ‘시키타리(관례)’, ‘나라와시(관습)’ 등, 규칙에 관한 고유어가 죽 줄지어 있다. 거기에 덧붙이면 ‘공공’이라는 뜻의 ‘오오야케’라는 말도 한국어에는 없는 일본의 고유어이다.
그러한 문화의 차이를 배경으로 한 일 양국이 근대국가를 형성해 가는 과정에서도 서로 다른 근대화 정신을 중심에 두어 왔다. 그것이 한국의 <기독교 휴머니즘>에 의한 ‘사랑’이라는 근대화 이상과 일본의 <근대 합리주의>에 의한 ‘이성’이라는 근대화 이상이다.
그러한 차이는 현재의 한국사람과 일본사람의 생활에 있어서도 말하자면 ‘정’과 ‘규칙’의 대립으로 나타난다.
다음 주부터는 그러한 화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해 나가고 싶다.

첫댓글 역시 예리한 분석력 대단하십니다. 다음편이 기대되네요. 감사합니다. 전발.
dohanil님의 [한일 문화 비교]는 일본 선교 현장에서도 자주 인용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언제나 원리에 입각한 심정적 분석에 의한 글 감사합니다.
아주입니다. 어사님 처럼 저도 자주 인용하고 있답니다. dohanil님께 감사합니다.
무또씨는 일본인의 보물입니다 ☆ 이 분이 계시기에 일본선교사들이 한국이라는 나라를 이해하고 한국에서 살지요...
무토님의 글 항상 감사합니다...조금씩 이해가 됩니다..담아갈게요~^^
고마운 말씀들에 눈물이 납니다~~ ㅠㅠ
한일가정.일한가정들에 많은참고가되죠.무또씨 대단히 감사 드립니다.자녀분들도 건강하지요.
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