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평론 2024년 7월 칼럼
제목: 미국(한국) 교육제도 비판
저자 : 안재오
미국(한국) 교육제도 비판
국가 존망과 교육경쟁의 문제
목하 한국은 저출산 문제로 국가 존망(存亡)이 대두하고 있다. 이는 거의 매일 뉴스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 출산율이 또 떨어졌다는 것이다. 올 해 출산율은 0.6 명대로 떨어질 것이 예상되고 있다. 숱한 외국의 학자들이 한국의 출산율은 전시(戰時)보다 더 나쁘다, 혹은 “지구상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가 한국이다” 라고 공공연히 떠들고 있는 상황이다. 필자와 필자가 운영하는 “교육개혁포럼 (edupublic.kr)”은 출산 저하의 원인이 교육 모순에 있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오늘은 한국의 교육제도 중의 하나인 단선제 – 복선제 문제를 다루어 보고자 한다. 위에서 언급한 미국(한국) 교육제도란 바로 단선제 (single ladder system)를 말한다.
단선제란 진학의 시스템이 하나인 것을 말하고 복선제란 진학의 시스템이 2개 이상인 것을 말한다. 아동의 성장에 따라서 진학하는 방법이 하나인 것이 단선제이다. 즉 한국 같으면 초-중-고-대학으로 진학하는 길이다. 진학의 길이 한 길인 것이다. 복선제란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처럼 ① 기본학교(Grundschule) - 김나지움 – 대학교 로 진학하는 길과 ② 기본학교 – 실업학교 – 직업학교 의 2가지 진학의 길이 있다. 복선제를 분기(分岐)형이라고도 한다. 그 이유는 기본학교는 모두 같이 가지만 그 다음부터 상급학교 진학이 나누어 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대학과 직업학교가 동등한 가치를 지닌 각각 독자적인 교육 목표로 설정된다는 점이다.
원래는 복선제는 신분제 사회의 유물이고 단선제는 민주제 사회의 유물이라고 한다. 즉 복선제의 경우 고위 학교는 – 대학- 귀족들을 위한 것이고 하위학교 – 실업학교, 직업학교-들은 중위권이나 하위권 신분들을 위한 진학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역사에서 양반들을 위한 과거 시험과 중인들을 위한 역관(譯官)제 등이 있었던 것과 같다.
그러나 2차 대전 이후는 복선제가 신분적인 교육과정이라기 보다는 개인의 적성과 능력에 기초를 둔 계통성 즉 교육목적별 계통성으로 바뀌었다. 즉 사람의 적성과 능력은 타고난 신분과 관계없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2. 사회신분적 계통성과 교육목적별 계통성의 치환
한국의 경우 미국이 일본에 대해서 태평양 전쟁에서 승전(勝戰)함으로써 일본에서 독립하게 되었고 미국의 문화가 사회의 보편적인 가치로 자리매김을 했다. 물론 민주주의 정치가 유입된 것이 가장 소중한 문화적인 유산일 것이다. 일제 식민주의 시대에는 위에서 말한 신분적 복선적인 교육계통성이 있었다. 예를 들어 농업 전문학교, 공업 전문학교 등이 그런 사례이다. 이런 학교들은 대학보다 질이 낮으나 실업성과 전문성이 높은 교육 기관들로써 해방후에는 일제의 전문학교 출신들이 독립국가의 발전을 위해서 많은 공로를 세웠다. 그러다가 위에서 말한 미국의 정치와 함께 미국의 교육제도 역시 한국에 유입이 되어서 단선제 학제라는 진학의 제도가 한국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그런 과정에서 교육은 직업교육에서 고등교육(대학교육) 중심으로 바뀌어졌다. 이는 해방 이후 서울대의 위치가 급상승한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즉 일제 강점기의 독일형의 복선적 학제에서 해방 이후 미국형의 단선적인 학제로 탈바꿈한 것이다.
3. 단선제 학제의 모순
위에서 밝힌 바와 같이 단선제는 민주적인 교육제도로 생성이 되었으나 그 후 역사적 과정은 그 반대이고 특히 한국의 경우 이런 미국식의 단선제 학제가 학벌주의를 형성하는 계기를 이루었다. 그 이전에 필자의 주장을 간단히 천명한다. 즉 단선제 진학제도는 만드시 학벌주의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 예는 미국의 경우 좋은 대학에 가기위한 사교육으로 가정교사 가 (tutor system) 있고 한국은 다 아는 것처럼 학원제도가 있다. 그 밖에도 숱한 유형의 학벌주의 교육 기관들과 제도 등이 있다.
단선제 학제의 근본적인 모순은 위에서도 언급한 바, 인간들의 적성과 능력의 차이를 무시하고 누구나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개방성을 강조한다. 이런 것이 현실적으로는 한국의 경우 모두가 명문대학 내지 서울대학에 가고 싶어한다는 비전으로 나타난다. 한국은 미국과 달리 동일민족 국가이다. 미국처럼 흑인층이나 히스패닉 인종 등의 구별과 차별이 하나도 없다.
한국과 달리 미국의 흑인들은 고등학생의 50%가 중퇴한다. 이런 이유는 인종주의 (racism) 때문이다.
한국은 이런 것이 없다. 모두가 좋은 대학 가야 한다고 중퇴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한다. 대학 진학률이 70%로 세계 1위이다.
2000년 센서스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 중 4년제 대학 이상의 교육을 받는 사람은 14% 정도였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비율은 5%에 불과했다. 이전보다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백인은 물론 아시아계 등 다른 소수집단과 비교해도 흑인들의 고등교육 비율이 떨어진다.
고교를 무사히 졸업하는 흑인 학생의 비율도 절반에 불과하다. 지난 9월 민간단체인 쇼트재단에서 낸 ‘흑인 남학생의 졸업률’ 보고서에 따르면 고교를 졸업하는 비율이 백인 남학생은 78%인 반면, 남흑인은 52%에 그쳤다.
(경향신문 2014.11.27.)
이런 사회적인 영향으로 인해, 원래는 민주적, 개방적인 학제였던 미국식의 단선제 학제는 이제 그 형식만 남았고 이런 원래의 의도와는 반대로 자본주의 하의 새로운 신분제도를 이루는 도구로 작용했다. 이는 부(富)의 대물림 대신 학벌의 대물림을 중시한다는 풍조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유산(遺産) 보다는 학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소위 빈익빈 부익부 라는 나쁜 불평등의 관행이 더욱 왕성하게 된다.
미국의 경우 아버지가 명문대 출신인 경우 그 아들은 그 학교에 입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처럼 자본주의, 민주주주의 하에서의 단선적인 학제는 원래의 목적을 상실하고 오히려 새로운 신분제 사회, 즉 학벌적 신분제로 고착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입시지옥, 성적 지옥, 인서울대학 애착, 지방대 소멸 등의 온갖 모순이 나타난 것이다. 특히 근래의 의대 입학의 경쟁이 이를 반영한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이미 의대 입학을 위한 학원 특설반이 개설되어 있다.
여기서 보는 바와 같이 단선적 학제는 학벌주의를 야기시키고 급기야 초등 4년 의대 준비반이 나타난 것이다. 학원비도 무척 비싸다. 이게 바로 결혼 방해, 저출산의 핵심적인 원인인 것이다.
출산부터 대학졸업까지 부담금이 4억이라고 한다. 그런 이유로 인해 결혼을 못한다. 합산 소득 1억이 결혼의 조건이라고 한다.
이와 달리 원래는 신분적, 계급적인 사회 질서를 대변했던 독일과 그 밖의 유럽 여러 나라의 복선적 학제는 이제는 오히려 교육의 다양성과 개방성을 제시하고 있고 학생들의 능력과 소질에 맞는 수요자 중심의 학제로 변했다. 그런 변화는 물론 시대가 더 이상 신분제 사회가 아니라 자유 민주주의 사회이고 특히 독일의 경우 학자금을 국가가 완전히 대주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단선형 학제는 원래의 취지와 달리 시민들의 사회적 지위 이동 (social mobility)를 방해하는 반면 독일의 복선적 학제는 도리어 이를 가능케 한다.
위의 사진이 말하는 것처럼 단선제 학제는 필연적으로 학벌주의를 초래하고 가정에 엄청난 경제 부담을 가중시킨다. 한국의 한해 사교육비가 20조가 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이런 돈이 없는 사람들, 또 그만큼 벌지 못하는 대부분의 남녀들은 결혼을 포기하고 나홀로 산다. 아니 2~30 대의 3분의 2가 집을 떠나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님 집에 숙박하는 소위 캥거루 족이다.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 청년 3명 중 2명은 부모와 같이 살거나 따로 살더라도 경제적으로 독립을 하지 못한 ‘캥거루족’인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에는 20대에서 캥거루족 비중이 높게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30대 초중반 연령대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통신 24.06.05)
4. 교육 계통제도의 변화를 위한 조건
위에서 말한바 단선제의 폐단을 극복하고 복선제로 교육 계통제도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실은 엄청난 작업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현행의 헌법 체계 내에서는 어렵다는 것이다. 대학을 비롯한 모든 교육 기관들을 국가가 다시 조정하고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독일의 새부적인 교육제도를 봐야 한다. 그 중 중요한 것이 소위 일·학습 병진제도 (Duales System)를 제도화시켜야 한다. 이는 직장에서 반을 실습하고 학교에서 이론 학습을 하는 제도이다. 즉 일주일에 2일은 학교에 가고 2일은 산업현장에 가서 경험하고 배우는 제도이다. 현재 한독상공회의소에서 이런 제도를 일부 도입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학교들도 이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학습의 복선제가 확립이 안되고 학벌주의와 고등교육 중심의 체제 하에서는 이 제도가 제대로 될 수가 없다. 다시 말해서 직업교육, 실업교육이 낮는 대우를 받는 현행의 단선제 아래서는 안된다.
이를 위한 선행 조건으로서 모든 직업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이와 교육을 1대 1로 대응시켜서 현장 중심의 직업 교육을 해야 한다. 또 현장 교육을 제공하는 기업과 노조 등의 협력도 필요하다. 이런 모든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법적인 규칙과 국가가 중심이 되어 교육을 형성해 나가야 한다. 현행의 교육 여건 하에서는 이것이 어렵다. 교육과 산업을 실질적으로 병립, 조화시키고 상호 협력이 되도록 해야 한다.
5. 독일이 살 길이다.
현재 한국의 의료 보험제도와 전반적인 의학적인 서비스는 세계 최고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최근의 의대 증원 문제로 큰 문제가 발생했고 아직 다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한국인들의 의료 혜택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런에 이것이 역사적으로 가능했던 이유는 박정희 시절 김종인 행정가의 기여가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의료 보험은 지극히 미흡하고 한번 아프고 입원하면 엄청난 돈이 든다. 의료보험 미가입자도 많다. 지난 코로나 시절 미국의 경우 의료보험 가입자라고 해도 4~5000 만원을 병원비로 지불해야 비로소 치료를 받고 퇴원할 수 있었다. 의료보험 미가입자는 9000 만원을 내야 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비용이 국가와 건강보험이 물었기 때문에 큰 돈 들이지 않고 코로나 확진자는 완치를 받고 나왔다. 이처럼 한국은 의료 천국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제는 교육 제도 역시 독일을 수입해야 한다.
국가가 모든 교육비를 부담하고 진로 문제는 철저히 개인의 취향과 능력에 따라서 결정해야 한다. 공부 잘하면 출세한다고 모든 학습을 강요하는 입시지옥의 사회는 결국 저출산이라는 망국의 병을 낳고 말았다. 이는 돈을 주고 사회적 혜택을 준다고 풀리지가 않는다. 교육 제도를 바꾸어 입시를 폐지하고 지방 대학들을 (상향) 평준화 시키며 무엇보다도 위에서 말한 일학습 병진제와 복선적 학제를 통해서 교육의 자유와 평등을 만들어야 모든 문제가 풀린다. 이것이 또한 교육개혁포럼 운동의 핵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