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꼼꼼 구월도 둥둥팔월처럼 알차지 못하고 떠내려 보내듯 말일을 맞았다.
아침마다 물안개와 큰 산위를 넘나드는 운무덕에 아침이 즐겁다.
집앞에 대추도 이제 여물어서 드나들며 그 상큼하고 아작거리는 맛을 연실 볼 수 있는 것도 시골에 사는 기쁨중에 하나이며
이 시기에 즐거운 일이다.
시간이 되는데로 이것저것 말리는 일을 하고 있다.
호박, 가지 고추, 버섯등을 말려 두고 겨울준비도 한다.
김장배추도 하루가 다르게 커 가고 있다.
쌀쌀한 날씨덕에 난로가 생각나는데 남편은 추위를 안 타서 그런지 아직 굴뚝 손질을 안 하고 있다.
아들은 오늘 춥다고 야상을 꺼내 입고 출근을 했다.
물안개가 강가에 가득 내려 있었다.
남편과 나는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면서 틈틈이 사진도 찍고 멋진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 있으면 일하다가도 다녀오곤한다.
오늘은 가까운 마을인 모운동에 가서 점심을 사 먹고 왔다.
모운동에 구판장이 생기고 전화를 해 놓으면 집에서 해 주는 것처럼 된장찌게 해서 밥을 해 주시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난번 사진반 번개 때 이곳에서 함께 점심을 먹은 사진이다.
깔끔하고 맛있는 점심상을 차려 주셨었고 그것이 좋아서 계속 유지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 일하다가 일부러 이곳에 올라와서
외식을 한 이유를 산골에 사는 사람이 아니면 잘 모를
특이한 이유이다.
언젠가도 이야기 한적이 있지만 가까이 사시는 밀골님댁은
별 필요가 없어도 마을에 트럭으로 들어오는 식품차에서
두부나 콩나물 같은 것을 일부러 사신다고 한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나마 없어질까 염려해서이다.
마찬가지로 나도 이곳이 없어질까하여 일부러 이곳에 와서
점심을 먹어 주는 일을 하는 것이다.
이런 일들을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이해조차 할 수 있을까 싶다.
하지만 점심을 먹으며 멀리 보이는 첩첩의 산들을 바라 볼 수 있는 일도
즐겁고 기쁜일이다.
가을꽃의 대표격인 코스모스와 구절초 그리고 쑥부쟁이가 어울려 자유로우면서도 너무나 아름답게 피었다.
카메라를 안 꺼내는 것은 이 친구들을 모독하는 행위이다.
이장님댁 벽 한켠에 그려진 욕심많은 개 그림이 오늘따라 눈에 들어온다.
나는 세상을 살면서 이 개처럼 내 욕심을 채우려다가 귀한 것을 잃어 버리지는 않았는지
정원에 앉아서 동화속으로 깊이 들어 갔다가 왔다.
자투리시간을 가질 수 있음이 감사한 날이다.
고구마밭에 포순이와 강돌이 밥을 주러 갔더니 두 마리가 끈이 풀려서 몰려 다니다가 갑자기 남편을 보더니
싸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장난치는 줄 알았더니 완전 피가 나게 싸우고 있는 중이었다.
물고 물리고 한참을 싸우더니 아직 햇개인 강돌이가 발을 들고 항복을 했다.
왜 그렇게 싸우나 했더니 서로 더 주인의 사랑을 받으려고 그러는 것이란다.
그러면서 서열싸움을 하는 것이라고.....
강돌이가 아직은 어려서 밀리기는 하였으나 암캐인 포순이가 숫캐인 강돌이를 계속 그렇게
물어 재낄지는 두고 볼 일이다.
고추가루 빻아 놓은 것을 가지러 고향마을 방앗간에 갔더니 주인 권사님이 반가이 맞아 주시며
<또 늘었어 또 ..... 그 참 이상한 일이야~ 내가 30년 넘게 방앗간을 하는데 고추가 늘어 나기는 처음이야>
하신다.
고향 방앗간에서 쿵더쿵방아에 찧으면 고추가루가 더 맛있어서 멀어도 그곳에서 방아를 찧는데
이번이 네번째인데 한번을 빼고는 계속 고추가루가 반근 그리고 많을때는 한근에 가까웁게 늘어났다.
꼭지를 따 갔으니 그건 그렇다고치고 씨를 반쯤 빼니 당연히 어느정도 줄어야 정상인데
계속 늘어나서 오랫동안 방앗간을 한 권사님은 놀라워 하셨다.
세상에 이런일이에 나와야 한다고 하신다.
아무튼지나 잘 되는 집안은 다르다고 내 일처럼 좋아하신다.
아버지의 친구분이기도 하신 권사님은 올해 남들은 꿀을 다 적게 땄는데
아버지는 늘은것이 놀라운 일이라고 하시더니 우리는 줄어야할 고추가루가 늘었다고 어찌나
좋아하시는지.....
잘 된 일이라고 하시니 좋은 일이다.
남편이 읍내에서 볼 일을 보는동안 나는 따로이 장도 보고 쇼핑도 좀 하기로 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을 사 입으라고 적지 않은 돈을 보내 주시는 분이 계시는데
꼭 옷을 사 입는데 쓰라고 하신다.
농사하며 새 옷을 사 입는 다는 것은 거의 꿈도 못 꿀 일인데 덕분에 3년전부터 호사를 하고 있다.
브라우스 스커트 그리고 녹색이 들어간 레깅스바지와 입을 수 있는 조끼를 샀다.
그런데 나는 다른것도 그렇지만 뭐가 한군데가 맘에 들으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계속 그 집만 간다.
그리고 알아서 내게 어울리는 미용실에서는 머리를 해 달라고 하고
옷을 살 때도 알아서 달라고 하니 추천을 해 주는데로 가지고 온다.
빨간색 가디건을 하나 사고 싶었는데 없어서 어쩐지 요즘은 녹색이 들어간 것도 좋아서
그것으로 사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집을 3년을 오는데 처음으로 머풀러를 하나 써비스로 주었다.
그래서 역시나 초록이 들어간 머풀러로 골랐다.
공짜는 뭐든지 좋아서 기분좋다.
이번에는 화장품이 하나 떨어져서 화장품가게를 갔는데 조그만 메이컵베이스를 하나 샀을 뿐인데
샘풀을 잔뜩 챙겨 주었다.
그런데 집에 샘풀을 여기저기서 얻은 것이 많고 일전에 화장품가게를 하시는 회원님이 나누어 쓰라고
꽤 좋은 것을 보내준게 많아서 나는 많다고 두었다가 꼭 필요한 사람을 주라고 했더니
그냥 목욕하고 몸에라도 바르랜다.
그것도 거절을 했더니 문 앞까지 따라 나와서 반품이 안되는 립스틱이 하나 있는데
그걸 그냥 주겠다고 했다.
모두들 더 받아가려고 하는데 필요한 사람에게 주라는 말에 감동을 받았다며
두었다 동생 주려고 햇던 립스틱을 내게 주었다.
색깔도 맘에 들어 감사하게 받아왔다.
이번에는 능이국을 끓여 먹으려고 무우를 사러 마트에 갔더니 무우하나에 4000원이 넘어 그냥 나왔다.
나중에 쌀 때 사 먹어야 겠다고 터덜 거리고 오는데 길거리에서 어떤 총각이 봉고차에 무우를 잔뜩 쌓아놓고
500원 1000원에 팔고 있었다.
1000원 짜리 하나를 알아서 달라고 하고서 돈을 지불했더니 작은 무우를 하나 더 넣어 주었다.
역시나 다른이들은 너무 골라서 줄 맘이 없는데 나는 아무소리도 안하고 주는데로 가져가서 주고 싶다고 했다.
사실 짐이 많아 이것도 받아 올 게제가 아니었는데 이건 받아왔다.
누군가 나누어 주기 위해서....
이번에는 된장을 담아 팔 그릇을 사러 그릇가게에 들렸더니 500원 1000원 하는 그릇들이 앙증맞아서 몇개 샀다.
주인아저씨가 계산을 하면서 가운데 있는 찻주전자를 하나 넣어 주셨다.
차를 걸르는 바구니를 누가 빼가서 팔 수가 없다고 한다.
돌아오며 생각해 보니 그 참 재밌는 일이다.
생각지도 않은 덤이 있는 오늘이다.
가을빛이 너무나 고왔다.
그런 자연을 마음껏 누리고 살 수 있는 행운이 내게 있음에 감사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때 밀골님이 저녁을 해 주셨다.
언제부터 벼르던 모밀국수를 해 주신것이다.
퇴근시간에 맞추어 아들도 데리고 갔다.
쌀쌀한 날씨에 얼음을 띄워서 먹는 맛도 그만이었다.
무엇보다도 누군가가 해 주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 행복한 일이지....
우리세식구는 이 모밀국수를 다 좋아하는데 아들이 일등 그리고 내가 이등 남편이 3등인데
아들은 오랫만에 감질나게 먹던 모밀국수를 실컷 먹는다고 제일 끝까지 먹었다.
본인이 먹은 것이 10만원어치는 되겠다고 행복해 했다.
내 주위에 서로 헤아려 주고 챙겨주고 이해해 주는 좋은 분들이 있음을
다른 날 보다 크게 감사하였다.
이 복의 이름을 나는 자투리 복이 라고 이름짓는다.
아들이 하늘을 좀 보라고 해서 올려다 보니 별들이 어찌나 반짝이는지 하늘 가득 반짝거리고 있었다.
세식구 하늘을 올려다 보며 별자리를 헤어 보았다.
어쩐지 자투리복이 넘치는 오늘은 2010년 구월의 마지막날이다.
<이 그림을 그냥 스쳐지나며 보았더니 이솝우화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저 두루미의 밥그릇 좀 보아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해주고 챙겨주는 세상이 되길 기도한다.
이 그림을 발견하게 되어 기쁘다>
첫댓글 혹시 김장 김치 주문은 언제 부터 받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