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산책 가는 길에 터졌다.
나는 제일 늦게 나와 좀 멀찍이서 성혜누나와 함께
뒤따라 가고 있었기에 사건의 앞과 뒤, 원인을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재원 씨의 화난 외마디 외침과 얼굴을 봤을 뿐이다.
이런 성격의 글은 올리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오늘 나의 행보의 원인이었기에 그냥 적기로 한다.
(화해형과 재원 씨는 이해해 주기 바랍니다.)
화해형과 재원 씨가 그렇게 각자 갈라진 후, 우리는 익산대에서
산책 시간을 갖었는데 내내 우울한 기분이었다.
더군다나 동원이가 많이 지쳐 보였고 두통 증세까지 있어서 약을 먹어야 했다.
점심을 먹은 후 잠시 쉬고 있는데 화해형이라며 민희 선생님께서
전화를 건넸다. 나는 오후에는 형이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화해형의 기분이 어떻든 재원 씨 하고 만나서 이해할 것은 이해하고
나이를 떠나 사과할 것은 사과하며, 그렇게 풀어 가자고 얘기했다.
근데 화해형은 역광장에서 꼭 커피 한 잔을 하자며 나를 불러냈다.
선생님께 말씀을 드리고서 송 선생님의 당부의 말씀을 가지고 역광장으로 향했다.
도착한 후, 5분쯤 지난 다음 터미널 방향에서 형의 모습이 보였다.
평화동 고등학교 동창 사무실에서 점심을 부랴부랴 먹고 나오는 중이란다.
분수대에 앉아 송 선생님의 말씀을 충분히 전한 후, 연구소로 가자고 권했다.
하나 형은 지금은 가기 싫고 내일 나올 것이니
오후에 기분전환이라도 하자고 전주행 열차표를 끊었다.
역내로 들어와서 기차를 기다리는데 송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는 역 밖에서 전화를 드리려고 했는데 형의 눈치를 보느라고 한 발 늦은 것이다.
죄송한 마음으로 선생님의 허락을 받고 전주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에 몸을 실었다.
열차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에 눈을 두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형의 마음도 누구의 잘잘못이든 착잡할 것이라 짐작하고 조용히
입을 다문채 전주역 플랫폼을 빠져 나왔다.
형이 서점에 가서 책을 둘러보자고 해서 객사앞까지 버스를 타고 가
새로 단장한 민중서관으로 들어갔다.
이 책 저 책 훑어보다가 형이 "타고난 성격으로 최고가 되라" 라는 저명한 심리학자의 책을 한 권 샀다. 서점을 나와 전주 시내 중심가를 가로질러서 전북대로 가는 도중에
코아 백화점에 잠깐 들러서 아이쇼핑을 했다.
2시간여 쯤 걸으면서 형과 별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다만 11월말의 조금은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마음이 휑했다.
전북대 후문 근처에 도착한 후, 롯데리아에서 형은 콜라 나는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시간이 얼추 4시 20분을 지나가고 있었다. 경과 보고를 해야 될 것 같아 연구소로
전화를 걸었다. 상냥한 민희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동안 현재의 상황을 말씀드린 후, 내일 뵙겠다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취업장 방문 때문에 매우 바쁘신 것 같았다. 우리 때문에 수고가 참 많으신 것 같다.
저녁 7시 3분 차로 돌아오려고 했었기에 약간의 시간 여유를 두고
전주역으로 향했다. 어둠이 내려깔린 차창 밖의 풍경과 형을 언뜻언뜻
바라보면서 넌지시 형에게 물었다. 지금 심정이 어떠냐고.
형은 그냥 덤덤하다며 재원 씨하고의 불협화음도 다 잊어버렸다고 했다.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화제를 취업으로 돌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형이 이번 주 목요일에 중국으로 갈지도 모른다는 거다.
<보따리 무역>을 해 보겠다는 것이다. 아는 사람이 이 일을 하고 있는데 한 번
도전해 보겠다는 것이다. 나는 성공할지 실패할지 확신할 수 없는 사업을 하기 보다는
그래도 소장님, 선생님들이 도와주시는 안전하고 보호받는 취업장에서 같이 의지하며 일 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설득했다. 그러자 형은 일단 자기는 취업 희망자 명단에서 빼놔 달라고 했다. 내일 오전에는 부송동에 볼 일이 있어서 연구소에는
오후에나 나와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형이 잘 알아서 처신할 거라고 믿고 말을
끝맺었다.
익산에 도착한 후, 잔치국수로 저녁 식사를 하고 대한서림에 들러 형은 책을
한 권 더 산 후에 버스정류장 앞에서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집에 돌아오면서 많이 걸었던 탓인지 조금은 피곤했다.
내일은 취업장이든, 형이 생각하고 있는 사업이든, 재원 씨와의 화해든지
잘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11월도 하루 남았다.
12월을 맞으면서 계획이랄까... 2004년 8월 여름날에 시작된
전북사회복지연구소와의 만남을 감사드리며 소중한 인연으로
끝까지 유지되기를 소망한다.
다음 주일에는 영순 씨의 더 예뻐졌을 모습을 보기도 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할 겸 연구소에 나가봐야겠다.
근데 영순 씨 월급날이 언제지...?...*^^*
여러 사람과 더불어 같이 살아간다는 게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인생, 삶이란 것이 다 도전하고 실패도 하고 다시 용기를 가지고
도전해 보는 것이 아닌 지도 모르겠다.
내일 아침 웃으면서 만나요.
웃음속에 행복이 피어날 걸 믿으니까요...
좋은 꿈 꾸세요...^^*
첫댓글 인기씨는 글을 참 잘 쓰세요.!
정말잘쓰시내요~^^
백곰님의 까페 글 쓰는 솜씨는... 몇 타나 치시는지 굼금하군요...
참치님, 독수리 타법에서 매일 헤매고 있습니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