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선택”(요한 6:56-69)
이세희 요셉 신부 / 금왕교회
요한복음 6장 말씀은 예수님을 따르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병자들을 고쳐주신 기적을 보고 예수님은 따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자신에게 몰려온 큰 군중들, 남자만 오천 명이 되는 사람들을 보리 빵 다섯 개와 작은 물고기 두 마리로 배불리 먹이십니다. ‘오병이어’의 기적을 경험한 사람들은 더 적극적으로 예수님을 원합니다. 예수님만 있으면 이제 먹고 살아갈 걱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호수 건너편에서 만난 예수님의 가르침은 그들이 기대했던 가르침과는 달랐습니다. 이때부터 군중들의 마음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배불리 먹은 기적 자체에 열광하지 말고, 기적을 베푸신 분이 누구인지 기억하라고 하셨을 때,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다”라고 선포하셨을 때, 자신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라고 말씀하셨을 때, 조금씩 그들의 마음에 불편함과 불평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마음은 예수님과 가장 가까운 제자들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제자들 가운데 여럿이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이렇게 말씀이 어려워서야 누가 알아들을 수 있겠는가?”하고 수군거렸다고 성경은 전합니다.
제자들에게 예수님의 말씀은 이해하기도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받아들이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들 역시 생명의 빵보다는 육신의 배고픔을 해결해줄 빵을 원했습니다. 지금 당장 배부르게 먹는 빵이 나를 살려줄 것이라 믿고 있었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우리는 어떻습니까? 매주 봉헌하는 감사성찬례를 통해 받아 모시는 생명의 빵과 음료로 힘을 얻어 살아가고 있는지 아니면 세상이 말하고 있는 빵, ‘돈’, ‘명예’, ‘정보’, ‘사람’으로부터 힘을 얻어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됩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귀에 거슬렸던 많은 제자들은 예수님은 버리고, 더 이상 따라다니지 않습니다. 이제 예수님 곁에는 열두 제자만이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물으십니다. “자, 너희는 어떻게 하겠느냐? 너희도 떠나겠는냐?” 이미 예수님을 떠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열두 제자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예수님의 질문에 시몬 베드로는 “생명의 말씀을 주시는 주님은 하느님께서 보내신 거룩한 분이심을 믿고 압니다”라고 대답하며 주님을 따르기로 선택합니다. 예수님을 떠난 사람들이 내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바라본 반면 베드로는 생명의 말씀을 주시는 예수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베드로의 고백을 통해 주님을 믿고, 안다는 것은 내 안의 욕망이 아닌 생명의 말씀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고, 삶을 선택하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사랑하는 대전교구 교우 여러분! “너희는 어떻게 하겠느냐?”라는 예수님의 질문에 우리가 대답할 차례입니다. 생명의 빵을 먹은 우리도 베드로의 고백처럼 주님을 따르기로 선택합시다. 그렇게 주님을 따르는 우리도 또 하나의 ‘생명의 빵’이 되어 이웃의 힘이 되어주고, 위로가 되어주는 삶으로 대답하며 살아가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