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6 - 란시(兰溪 난계) 에서 걸어서 강변에 난계고성(兰溪古城) 을 구경하다!
2023년 10월 31일 란시(兰溪) 시내 진자오상사(今朝商廈) 정류소에서 택시를 타고 주거바과촌 诸葛八卦村
(諸葛八卦村 제갈팔괘촌) 에 도착해 마을에서 음양으로 나뉜 태극(太極) 을 묘사한 연못을 구경합니다.
제갈씨족(诸葛氏族) 들이 공명을 모신 청샹츠 丞相祠(승상사) 및 대회당에서 마을을
구경하고 내려와 유객 복무중심 주차장에서 대기한 택시를 타고 40분을 달려서
란시 (兰溪 난계) 로 돌아오는데, 왕복 + 대기료 합쳐 미터기 요금은 130위안 입니다.
저장성 진화시 산하 도시 란시 兰溪(난계) 는 4면이 성벽으로 둘러쌌는데 한 면은 강에 면해
쌓았으니 오늘날 란시구청 兰溪古城(난계고성) 이라고 부르나 본데..... 여긴
西门城楼 (서문성루) 라 주변 광장을 보니 사자상에 청동 조각상이 가히 구경할만 합니다.
지금은 매립을 했는지 성 밖 강변에는 포장도로가 깔려 있지만 옛날에는 강에서 배를 타고 바로
성문으로 들어왔을 것이니 문을 잠그면 침공군이 성벽을 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그러고는 강으 따라 내려가니 어느 건물에 붉은 관복을 입은 벼슬아치의 초상화를 보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한 기와집 안에는 가게들이 많이 보이지만
코로나 사태때 얼마나 큰 타격을 받았는지 아직 활기를 되찾지 못했구나 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여기 오래된 상점들을 둘러보다가 문득 동아일보 박중현 논설위원이 동아일보
에 쓴 “미중, 영안 관계의 ‘겉과 속’을 함께 봐야” 라는 글이 떠오릅니다.
중국은 과연 하나인가. 이는 대만 문제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의 본질이다. 1971년 유엔 결의는
중화인민공화국(PRC) 을 중국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승인했지만 ‘하나의 중국’ 을 둘러싼
기 싸움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바라보는 각도와 사안에 따라 중국이 하나인 듯, 두 개인 듯 혼란스럽다.
왜 그런가. 중국의 힘자랑과 미국의 전략적 변화 때문이다. 미국은 과거 미중 협력에 몰두
하면서 대만을 국제사회의 고아로 방치했고 지금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가장
신뢰하는 파트너’ 로 치켜세운다. 문제는 중국의 부상으로 대만 문제를 좌우할 수 있는
미국의 힘이 예전 같지 않고, 양안 관계도 통일과 독립의 문제로 단순화할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에겐 대만해협과 한반도의 안보 상황이 복잡하게 얽혀 가는 상황이 큰 부담이다. 전환기에 접어든
한중관계의 새로운 좌표 설정을 위해서도 대만 문제와 양안 관계의 겉과 속을 냉철하게 진단해야 한다.
우선 중국의 강압적 통일 의지를 외형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요즘 중국의 주요 문건
과 지도부 발언은 그들이 내세우는 ‘신시기(新時期)’ 에 전혀 걸맞지 않게 먼
과거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특히 시진핑 3기 이후 대만 통일에 대한 결기는 하늘을 찌른다.
머리가 깨지고 불에 타죽을 각오가 아니면 대만 문제에 끼어들지 말라고 연일 경고한다. 그러나 애국주의
로 분장한 결연한 모습에 현혹되기 보다 이면의 실제 정책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 중국은 시진핑
의 책사인 왕후닝 정협 주석을 정점으로 대만 관련 인사 · 조직 역량을 강화하고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위험천만한 무력통일 시도가 아니라 다양한 교류 협력을 통해 대만의
반민진당, 현상 유지 세력을 확장하는 것이다. 최근 대만 주요 인사들의 중국 방문
이 줄을 잇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대만해협에 군함과 전투기만 오가는 게 아니다.
대만의 독립 의지와 이를 대변하는 집권 민진당의 정치력을 과대 평가해서도 안된다. 차이잉원
총통의 연임은 전적으로 2019년 홍콩 시위의 강경 진압에 분노한 대만
유권자들의 반중 정서 덕분이다. 그러나 중국의 위협에 따른 반사이익만으로
민진당의 장기 집권이 가능하지 않으며 반중 정서가 반드시 독립 주장으로 연계되지도 않는다.
대다수 대만인들은 신뢰할수 없는 중국식 일국양제 통일과 실현 불가능한 대만 독립의 중간에서 공존과 현상
유지를 바란다. ‘불통불독(不統不獨)’ 정서는 무모한 통일과 독립 시도를 동시에 제어하는 방어막이다.
이들은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대만해협의 평화 증진에 이로운 것인지, 미국의 첨단무기 도입이 대만
의 안보를 실제 증강시킬 것인지를 꼼꼼히 따지며 자신들의 미래를 미국에만 맡기는 것에 매우 회의적이다.
생존 본능 차원에서 중국과 미국의 속내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은 대만인이다. 이들은 정치적
성향이 아니라 자신들의 생존과 대만의 미래에 방점을 두고 전쟁과 평화를 고민한다.
미국 대중 정책을 시종일관 압박과 대결로 전망하는 것은 미중관계를 너무 단순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미중관계의 자의적 판단은 결국 미국의 대만 정책에도 오해를 낳는다. 미국은 시기와 사안에
따라 중국과 협력·경쟁·대결하는 복합 전략을 구사하며 어느 경우에도 하나의 중국을 부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미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버리고 대만을 전폭 지원할 것이라는 예측은 비현실적이다.
미국은 대만을 독립시킬 의지도 능력도 없으며 이는 미국의 대만 정책이 갖는 근본적인 한계다.
최근 미중의 외교책사 제이크 설리번과 왕이의 장시간 회동은 미중 관계와 대만 문제의
새로운 변화 신호다.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회의 중국 성토도 변화의 큰 흐름을 바꾸기는 어렵다.
대만문제와 양안 관계의 겉과 속을 뒤집어 보며 우리 전략적 판단과 대응을 점검해야 한다. 대만 문제의 핵심
변수인 중국, 대만, 미국의 의도와 능력에 대한 부실한 진단은 정책 실패로 이어진다. 제한된 선택지
내에서도 지혜를 모아야 한다. 무엇보다 대만해협과 한반도의 안보가 민감하게 상호작용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무력시위 만으로 대만 해협의 전쟁을 예단하고 서둘러 우리의 속내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무런 실익 없이 한중관계를 어렵게 만들 뿐이다. 중국과 북한의 전략적 밀착이 거슬리지만
우리가 대만인들 보다 더 과민할 필요는 없다. 대만 독립주의자 차이 총통과 친중적인
마잉주 전 총통도 대만해협의 현상 유지에는 이견이 없다. 무엇보다 평화를 원하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의 문제에서 사분오열되어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내친 김에 또 문흥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중국학과 교수가 동아일보에 쓴
“거품 꺼지는 中 부동산, 글로벌 금융위기 뇌관 되나” 라는 글이 생각납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2005년 “오늘날 미국인은
집을 사고 팔면서 먹고산다” 는 내용의 칼럼을 뉴욕타임스에 썼다.
저소득층에 빚을 내서 집을 사라고 부추겨 호황을 누리는 미국 경제를 꼬집은 것이다.
3년 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졌다. 국내 총생산(GDP) 의 30% 를
부동산 개발이 차지하는 중국 경제를 크루그먼식으로 표현하면 ‘중국인
은 땅 사용권을 팔아 먹고산다’ 고 할 만하다. 그런 중국 부동산에 큰 탈이 났다.
최근 중국 부동산기업 완다그룹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를 맞았다. 완다의 핵심 계열사가 이달
23일까지 4억 달러(약 5062억 원) 의 달러 채권을 상환해야 하는데 갚을 능력은 절반
밖에 안 된다. 완다그룹은 1988년 군인 출신의 입지전적 사업가 왕젠린 회장(69) 이
세운 부동산 개발업체다. 백화점, 호텔, 테마파크, 극장체인, 엔터테인먼트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완다의 충격에다가 한때 중국 2위까지 올랐던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 그룹이 2021, 2022년에
120억 위안(약 142조4000억 원) 의 손실을 봤다는 실적 까지 공개되면서 위기감이
고조됐다. 재작년 디폴트에 빠져 ‘중국판 리먼브러더스 사태’ 우려가 제기됐던 곳이다.
헝다의 총부채는 작년 말 2조4440억 위안(약 443조 원)으로 한국 국가채무의 40%가 넘는 수준이다.
“집은 살기 위한 것이지 투기를 위한 것이 아니다” 라는 2016년 시진핑 국가주석의 발언이 부동산
시장 위축의 신호탄이었다. 이후 중국 정부가 ‘디레버리징’ (부채 축소) 에 나서면서 부동산
대출이 빡빡해졌고, 직격탄을 맞은 게 헝다, 완다 같은 기업들이다. 부동산 기업의
줄도산이 예고되자 중국 정부는 정책금리 인하, 대출상환 연장 등 부양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부동산은 GDP의 20% 를 차지하는 수출 보다 중국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토지 사용권을 팔아
재정을 충당해온 지방정부들에 특히 치명타다. 땅이 국가 소유인 중국에선 지방정부가
최장 70년짜리 토지 사용권을 판다. 적자 지방정부의 빚이 급증하면서 숨겨진
것까지 모두 합할 경우 부채가 중국 GDP 의 절반에 이를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은 추산했다.
지난달 중국 주택판매량은 1년 전 같은 달보다 28% 급감했다. 집값은 2021년 여름 이후 줄곧 하락세다.
21% 실업률에 시달리는 청년은 집을 살 여력이 없고, 싱가포르 등지로 해외이민을 떠나는
자산가가 늘어나면서 주택 수요는 살아날 기미가 없다. 다음 글로벌 금융위기가
중국 부동산에서 촉발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부동산 버블의 끝은 언제, 어디서나 극심한 경기 침체였다.
나제 오래된 란시구청 兰溪古城(난계고성) 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마을을 돌아보니 문득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 교수가 동아일보 ‘이준식의 한시 한수’ 칼럼에 올린 “아우 생각” 이 떠오릅니다.
적적하게 지내며 결국 무얼 기다리나. 날마다 부질없이 홀로 돌아오는 걸.방초 찾아 자연으로 떠나
가려니, 친구와 헤어짐이 못내 아쉬울 따름.세도가 중 그 누가 날 도와주랴. 세상에 날
알아주는 이 정말 드무네.그저 적막한 삶을 지켜야 할지니, 돌아가 고향집 사립문을 잠글 수밖에.
(寂寂竟何待, 朝朝空自歸. 欲尋芳草去, 惜與故人違. 當路誰相假, 知音世所稀. 只應守索寞,
還掩故園扉.) ― ‘왕유와의 이별(유별왕유·留別王維)’ ·맹호연(孟浩然·689∼740)
늦은 나이에 응시한 과거에 실패했지만 제법 알려진 시명 덕분에 몇차례 관직에 나갈 뻔도 했던
시인. 끝내 관운은 따르지 않았다. 특히 현종을 알현하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지만 엉뚱한
시를 바치는 바람에 외려 된서리를 맞는다. 황제 앞에서 대뜸 ‘북쪽 궁궐로 상소문은
이제 그만 올리고, 남산의 낡은 오두막으로 돌아 가련다’ 라는 시구를 읊어댄 게 치명타 였다.
딴은 황제 앞에서 자신의 비재(菲才)를 겸손하게 표현하려는 의도였는데 황제는 이를 괘씸하게 받아들였다.
당시 황제 배알의 기회를 마련해준 이가 왕유. 하지만 선배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화근을 자초한 꼴이
되었으니 자신에게도 선배에게도 면목이 없다. ‘방초 찾아 자연으로 떠나가려는’ 다짐이 이래서 나온듯하다.
‘날마다 부질없이 홀로 돌아온다’ 는 건 여기저기 요로에 있는 인사들에게 관직을 청탁했지만 헛수고에
그쳤다는 의미. 고립무원이 되었다는 걸 자각하면서부터 ‘적막한 삶’을 각오한다. 이
와중에도 자기를 알아주는 이가 ‘없다’라 하지 않고 ‘드물다’ 라고 한 건 선배에 대한 마지막 예의일 테다.
그러고는 강변의 고성을 뒤로 하고 시가지를 걸어서 다시 진자오상사(今朝商廈) 정류소로
돌아와서는 기다려서 808 路 진화 金华(금화) 행 6위안 하는 버스를 타고
북쪽으로 30분을 달려서 저장성의 한 복판에 위치한 도시인 진화 金华(금화)에 도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