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2시 44분...
한 남자가 저희 가게로 다가옵니다.
들어오면서 전화를 거는 것처럼 액션을 취하네요.
키는 1미터 70대 후반 쯤...
모자가 달린 짙은 색 자켓을 입고, 춥지도 않은 날인데 모자를 푹 뒤집어 쓰고 들어옵니다.
들어오면서 저의 시선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가게를 훑어보더군요.
전에 본 적이 없는 손님입니다.
핸드폰을 귀에 대고 있습니다.
통화를 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죠.
계속 전화하는 척 하면서 잡화코너에 갑니다.
가끔보면 가게에 들어와서 한참 전화를 하다가 전화를 끊고 물건을 고르기 시작하는 손님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대부분 단골손님들이죠.
그래서 좀 이상한 느낌은 들었지만 전화 끝나고 물건 골라서 카운터로 가져오기를 기다리며 저는 계속 다른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목표물을 찾은 듯...
잡화코너 면도기 쪽으로 다가갑니다.
캡쳐를 잘못해서 화면에는 안나오지만 저때 질레트 면도날(11500원)을 집어서 손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계속 전화를 하는 척하면서 왔다갔다 합니다.
카운터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제게 "이거 여기서 산건데요. 제가 찾던게 아니에요. 여성용 면도기..비너스인가? 그거 날 갈아끼우려고 하는데..."라고 이야기를 걸더군요.
"저희는 그게 없는데요..."라고 대답하자...
"그럼 그거 언제 들어오나요?.."라고 말하더군요.
"이번 주는 힘들고요. 주문하면 다음 주에나 들어오게 될 겁니다."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이거 여기서 산건데요. 환불해주세요..."
가만히 보니 저희가게 물건이 맞았습니다.
아내가 특이한 위치에 가격스티커를 붙여놔서 우리가게 물건이 틀림없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물건을 판 적이 없었습니다.
최근들어 아내가 23주만에 조산기가 있어서 아주대 병원에서 자궁경부 봉축술이라는 수술을 받은 후 2주 넘게 입원했다가 퇴원하고 가만히 누워서 출산까지 있어야 하는 통에 제가 카운터를 비운적이 많았습니다.
대신 어머니와 아는 동생이 가게를 봐주었었죠.
'내가 자리에 없을때 팔린건가?'라고 생각했죠.
해상도가 떨어지는 관계로 자세히 보이실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밝은 피부색에...
큰 눈이 특징적이었고...
얼굴이 넓직했습니다.
그리고 계속 순간순간 귀에 핸드폰을 가져다 대면서 전화하는 시늉을 합니다.
환불을 주저하자 다시 잡화코너로 갑니다.
그리고는 한 손에 아까 집어들었던 질레트 면도날 세트를 들고 갔다가 뭔가를 확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 모습을 제게 보여줍니다.
아마 그 사람의 의도는 그 물건을 자기가 처음부터 외부에서 가지고 가게로 들어왔다는 인상을 심어주려고, 한 손에 면도날 세트를 들고 왔다갔다 한 것 같습니다.
다시 카운터로 돌아옵니다.
밝은 표정으로 미소까지 지어가면서 이야기를 합니다.
언뜻 본 앞머리는 직모에 가까운 스타일이었습니다.
환불 요구에 주저했지만 우리가게에서 샀다고하고, 제가 임신한 아내의 수발 때문에 최근에 자리를 비운 적이 많았고, 분명히 우리 가게의 물건이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주저하면서도 환불을 해주었습니다.
11500원...
물론 영수증을 요구했어야 했는데...
우리가게 물건이 너무나 확실했기에...(아내가 특이한 위치에 붙여놓은 가격스티커 때문에..)
그런데 영수증을 요구했다면 아마 안가지고 왔다고하고 물건을 가져갔겠죠...
환불 받고는 유유히 가게를 빠져나갑니다.
눈이 마주치면 전화하는 듯한 액션을 취합니다.
이 장면이 면도날 세트를 집는 장면입니다.
나이는 20대 중반입니다.
그 나이에 열심히 먹고 살 궁리하고 일할 것이지...
왜 저러고 다니는지...
신나서 갑니다.
속으로 얼마나 저를 비웃었을까요..
"쪼다같은 사장새끼...ㅎㅎㅎ"라고
가고나서 좀 이상한 느낌이들어 CCTV를 돌려보니...
우리가게에 들어와서, 우리가게의 물건을 집어들고는, 카운터에 와서...
이거 전에 사간건데 환불해달라고 요구하고...
환불해주면 돈으로 가져가고...
환불 안해주면 그냥 가지고 가는....
사기꾼이었던 겁니다.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당했다는 사실에 약이 오르네요...
여러분도 조심하세요...
여기는 오산입니다.
이 근처 가게들마다 저러고 돌아다니면서 일당벌겠죠...
더러운 인간....
인상착의
약간 마른 체형
검은색 구두..
짙은 색 청바지..
모자달린 자켓...
자켓의 모자를 푹 눌러쓰고 다님...(CCTV를 의식한 듯)
부리부리하게 큰 눈...
직모 스타일 앞머리...
짙은 눈썹..
약간 넓쩍한 얼굴...
커보이는 코...
밝은 색 피부...
수시로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대는 습관...(자기는 전화통화 중이므로 남의 물건에 손댈 겨를이 없다는 느낌을 주기 위한 헐리우드 액션...)
인상에 비해서 작은 목소리...
경찰에 신고를 할 까 하다가...
말았습니다.
증거자료
1. CCTV 녹화 화면...
2. 그놈이 환불받고 놔두고 간 질레트 면도날 세트의 지문...(비닐 봉지에 봉인해서 숨겨놨습니다.)
여러분도 조심하세요...
첫댓글 오산평택동탄 돌며 환불요구 사기치고 다니는 놈이랍니다 얼굴 기억했다 들어오면 신고하세요
편의점쪽에선 많이들 당했다네요
저쉐퀴..오늘부터 눈여겨 봐야지....
카메라가 약해서~
젊은사람이 할짓이 없어서... ㅉㅉㅉ 인생이 불쌍하네요..
기가막히는 사기내요...
많이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