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량도 지리산

[그루터기]

- 그루터기의 산행후기 -

사량도 지리산

◎ 때 : 2008년 12월 28일(일)~29일(월) 1박 2일
◎ 인원 : 부부 10명, 어린이 4명.
◎ 산행경로 : 12월 29일(월)
- 08시 35분 금평서 버스타고 돈지 도착, 산행시작
- 10시 05분 지리(망)산
- 11시 10분 불모산(달바위)
- 12시 05분 가마봉
- 12시 55분 연지봉을 지나 옥녀봉 도착
- 13시 35분 숙소도착 산행종료, 5시간 소요됨

아내의 운동 모임에서 부부동반으로 1박 2일로 사량도 지리사에 간다고 해서 함께 따라 나서게 되었다. 일요일에 가서 하룻밤 자고 평일인 월요일에 산행을 하자는 계획이었다. 봄가을이 아니더라도 사량도가 휴일에 워낙 비좁은 탓도 있고 같이 갈 바깥 양반들이 불경기로 일이 없어 억지로 휴가를 받은 경우나 자영업자라 시간을 낼 수 있어서 가능한 계획이었다.

나는 1971년도에 사량도엘 다녀온 적이 있어서 이번이 37년만에 두 번째 가는 것인데..어릴 때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때 찍은 사진을 보면 거길 갔었음을 알 수 있었다.

▲ 1971년 사량도에서 아버지께서 막내 여동생을 안고 찍은 사진. 
지난번에 산거북이님 덕분에 이곳이 사량도임을 알 수 있었다.
30대이던 아버지는 이제 칠순을 훌쩍 넘기셨고 두 살이던 막내는 어느덧 마흔이 되었다.

▲통영 가오치 항에서 카페리를 타고 사량도로 출발. 봄가을 등산철에는 이 배가 사람으로 미어터진다고.
카페리를 타보니 어릴때 삼천포에서 부산을 오갈때 배멀미를 하며 탔었던 여객선 생각이 났다.
크기나 시설은 지금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아무튼 남해바다는 어릴때 추억이 참 많은 곳이다.

▲목적지는 점점 가까워지고...우측 제일 높은 봉이 불모산(달바위)이고 그 왼편으로 톱날같은 능선이
사량도 지리산 석화성(石火星)...석화성이란 불꽃모양의 바위들이 연달아 있는 것을 일컫는 말이라고..

불꽃같은 모양의 바위가 잇따라 있는 것을 보고 석화성(石火星)이라 한다. 조선 숙종 때 인문지리학자인 이중환이 택리지를 통해 국립공원 가야산을 일컬어 석화성의 절정이라고 표현한 데서 비롯됐다. 실제로 가야산 정상 부근은 상왕봉 칠불봉 등 걸출한 암봉들로 즐비하다. 뾰족하고, 혹은 뭉텅하고, 더러는 높고, 더러는 낮지만 나름의 자태는 가히 장관이다. 하지만 더 큰 장관은 그들이 어깨를 겯고 그려내는 하늘금이다. 붉은 빛이 없어서 그렇지 금방이라도 활활 타올라 하늘로 치솟는듯 한 모습은 이 산의 백미다. 산꾼이 그 비경과 맞닥뜨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도 열의 아홉은 신열이라도 든 듯 산에 오르고 싶은 갈망에 가슴이 뜨거워 질 것이다.

그런 산이 바다에도 솟아 있다. 바로 경남 통영시 사량도의 지리산(398m)이다. 가야산처럼 크고 웅장하지 않지만 하늘로 타오르는 석화성의 장관은 그에 못지않다. 특히 쪽빛 바다를 끼고 있는 점은 가야산이 부러워하는 부분이다. 하늘이 바다 같고 바다가 하늘같은 그 공간에 날이 선 붓끝으로 채워지는 모습은 지리산이 아니고선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절승이다.            - 부산일보  산&산 -

▲금평항 도착.

▲일행중에 등산 전문가인 일명 사부님(전임 회장님의 부군)께서 추천하신 사량횟집에서
물메기회무침과 물메기탕으로 맛있는 점심식사를 했다. 물메기탕은 많이 먹어봤지만
물메기회무침은 처음 먹어봤는데 무척 맛있었다.

점심 식사 후 사량도 유스호스텔에 숙소를 정한 다음 잠시 휴식을 취하고 아이들은 숙소에서 놀고 어른들은 승용차로 섬을 한바퀴 돌아보았다. 나는 혼자 따로 내일 내려올 옥녀봉과 연지봉 근처까지 거꾸로 두 시간가량 훑어봤다.두 시간 가량 산행을 해본 결과 내일 가야할 등산 코스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사량도 지리산은 최고봉 높이가 고작 400m지만 1년에 사망 사고가 한 두 건씩 날 정도로 코스가 험한 산이다.

▲저녁에는 다시 사량횟집에서 뽈락회를 가지고 저녁식사와 술 한잔을 하였다.
어부들이 바다에서 잡아온 뽈락이라서 그런지 매우 맛있었다.

▲ 사량횟집의 바깥주인분은 올해 일흔여덟이신데 한국전쟁에 참전한 국가유공자이고
예전에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까지 하신 분..키가 엄청 크신 분이었다.

다음 날 아침 등산을 싫어하는 아내와 다른 여회원은 아이들 본다는 미명하에 산행에서 빠지고 나머지 8명은 금평항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마을 버스를 타고 산행출발지인 돈지로 향했다.

▲ 부산일보 지도. 돈지에서 출발해서 금평으로 내려오는 등산코스.
최고봉 높이가 400m에 소요시간이 5시간 정도라고 하니 별로 힘든 코스가 아닌 듯 하지만 나중에 그게 아님을
알게 된다. 참고로 '사부님'은 이 코스를 3시간만에 주파했다고...

▲ Google Map

▲사량면 보건소 앞에 전시되어 있는 엔젤호. 어린 시절, 바닷가 사람들의 주된 교통수단은 여객선이었는데..참으로
느리고 불편한 교통수단이었다. 1970년대 초중반에 처음 쾌속선 엔젤호가 등장했었는데 어릴 때 엔젤호 한 번
타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결국 한번도 타보지 못했다. 지금은 부산에서 삼천포나 통영 여수로 여객선도 다니지 않고
엔젤호도 이 곳 사량도 한 곳에 쓸쓸히 앉아 있다.

▲8시 35분 돈지마을 도착. 마을 버스를 내려 등산로로 향한다. 등산로가 위험하다는 경고도 보인다.
등산로는 두 개인데 어느 곳으로 가든 갈림길에서 만난다.

▲분교 정문에서 왼편으로...

▲ 산길이 나타나고...

▲20여분의 된비알 후에 갈림길을 만나고 다시 계속되는 된비알..

▲땀을 한참 흘리면서 능선에 도착.

▲돈지마을

▲가파른 된비알은 계속...

▲전체적으로 바위산이고 길이 험한데 '사부님'은 한번도 우회로로 가지 않고 능선길을 고집해서
남여회원들의 원성이 자자해지기 시작.

▲능선길이나 우회로나 위험하긴 마찬가지..자칫잘못하면 큰 사고가 날 수 있는 길이 연속...

▲사부님을 따라 가던 남편분들..내리막길에서 대략난감한 표정..보는 사람도 아슬아슬.....

▲'사부님'은 내려오는 일행을 향해 괜찮다..끄떡없다고 계속 구라를...

▲10시 5분 지리산에 도착..원래는 지리산이 보인다는 뜻의 지리망(望)산이었다고..
높이 398m라고 시시하게 봤다가는 큰일 나는 산...

▲휴식 후 다시출발. 왼편 높은 산이 가장 높은 산인 불모산(달바위).
이날의 코스에서는 평탄한 능선길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이날의 최난코스인 달바위 오름길을 뒤돌아본 모습. 양쪽 좌우로 깎아지는 절벽에 오금이 저리기시작..
30대 젋은 부부는 이미 우회길로 가 버리고..뒤에서 빌빌거리며 네 발로 기어서 가는데..식은땀이 줄줄..

▲불모산 도착 직전...

▲11시 10분 불모산(달바위) 도착

▲오른편으로는 가마봉, 연지봉, 옥녀봉의 꼬불꼬불한 석화성이 보인다.

▲얼핏보면 4000m로 보이는데..소수점이 잘 안보여서 그렇게 보이는 것.

▲위험한만큼 멋있는 경치

▲아래 전망 바위에 우회길로 갔던 30대 부부의 모습이 보인다.

▲사량도 지리산..멋있고 위함한 곳이다.

▲좀 쉬나 싶었는데..축지법을 쓰는 '사부님'은 벌써 저만큼 가서 어서오라고 재촉.

▲뒤돌아본 불모산(달바위)

▲이제 본격적으로 로프구간이 시작. 오르막 내리막은 예외없이 로프 아니면 직벽..

▲간이매점. 왼편은 대항으로 가는 길

▲불모산을 다시 한 번 더 뒤돌아보고..

▲가마봉

▲가마봉 오름길은 로프구간..하지만 '사부님'은 로프도 잡지 않고 성큼성큼 올라가서
그냥 올라와도 된다고 재촉을 한다.

▲하긴 로프없이 내려오는 산객들도 눈에 띈다.

▲12시 4분 가마봉 도착

▲흐리던 날씨가 맑아지면서 바닷물이 반짝거린다. 오른쪽 마을은 금평에서 돈지 가는 길에 있는 옥동.

▲통영 쪽 바다. 맑고 푸르다.

▲가망봉 내림길의 위험구간..오른쪽으로는 우회로가 있다.

▲90도에 가까운 절벽계단을 내려가야 된다. 계단 폭이 너무 넓어 오히려 불편했다.

▲가마봉을 내려서서 뒤돌아본 모습. 철계단 보다 오른쪽에 있는 로프가 더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기진맥진한 일행은 사부님과 남편들 두 사람을 제외하곤 연지봉 오름을 포기하고 우회로를 선택..

▲몇몇은 연지봉에서 로프사다리로 하강..
사부님은 환갑이 넘었지만 금정산 무명암을 맨손으로 올라갔고 눈쌓인 한라산 성판악 - 정상 - 관음사코스를 아이젠 착용도 안하고 6시간에 주파를 한 대단한 분이다.

▲연지봉에서 옥녀봉 가는 길에는 나무데크 길이 있어서 오랜만에 호강을 하나 싶었는데....

▲곧이이서 또 나타나는 로프구간...아까 길에 비하면 별로 위험하진 않다.

▲그래도 힘든 구간....

▲옥녀봉 오름길에 뒤돌아 본 연지봉..그 너머 불모산(달바위)..

▲12시 55분 옥녀봉에서 본 옥동..옥녀봉 위에는 정상석이 없고 돌탑만 있어서 지나치기가 쉬웠다.

▲옥녀봉에서의 우측으로 하산길이 있다.

▲다시 철계단..아까 철계단에 비하면 식은 죽 먹기

▲이제 금평항이 눈에 들어오고..

▲갈림길에서 유스호스텔은 왼편

▲13시 35분 숙소인 유스호스텔에 도착. 산행을 종료했다.

▲6.5km를 걷는데 5시간이 걸렸다. 오르내림과 험로가 많아서이다.

사량도 지리산...400m인 고도와 5시간 정도 걸린다는 산행 시간을 보고 별 긴장없이 덤볐다가 정말 크게 혼이 났지만 경치는 정말로 멋있었다. 일부 구간의 시설물은 오히려 산행을 방해하는 요소도 있어서 좀 보강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위험하긴 했지만 다음 번에 한번 더 오고 싶었고 금평에서 옥녀봉을 거쳐서 불모산과 지리산을 경유해서 돈지쪽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행후 인터넷을 검색해본 결과 이 구간에서 1년 한 두 건씩 헬기가 뜨는 사고가 발생한다고 하니 안전사고에 각별히 조심을 해야 할 구간이다.

- 부족한 산행기를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늘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 기원드립니다.-

[숙이^^]

바닷바람에 고생 많으셨겠지만 그림...정말 좋습니다. 사부님의 구라도 재밋고.. ㅎㅎ 새해에도 행복한 산행되십시요.

[그루터기]

ㅋㅋ 전부 다 다음부턴 그 분 따라 절대 산에 안간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치더군요..

[칭구]

사량도 구경 잘 했습니다...뽈락회를 먹고 싶어요....ㅎ

[그루터기]

한번 가 보기시구를 권합니다. 정말 맛있더군요.

[추간]

옥녀봉 가는길에 테크가 생겼네요 물메기탕에 볼낙구이 아침부터 입맛이 쩝~쩝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루터기]

정비는 잘 되어 있었지만..그래도 위험하더군요.

[산모듬]

송년산행을 멋진 모임으로 하셨네요..^^ 몇번 보아도 멋진 곳이네요..^^ 올 한해 무탈하시고 행복한 산행 되시길 기원드립니다..^^

[그루터기]

감사합니다. 산모듬님께서도 즐겁고 행복한 산행이어가시기를 기원드립니다.

[붕부리]

이제야 산행기를 봤네요. 가족들과 함께 사량도 여행겸 지리망산 산행 너무 멋지네요. 물메기 무침회가 정말 맛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기회가 되면 가족들을 데리고 1박 2일 사량도 여행을 한 번 가봐야 겠네요.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