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칠때 그립은 크게 매치드그립과 레귤러그립 두가지가 있다.
나는 매치드그립과 레귤러그립을 둘다 어설프게 하는것보다 매치드 혹은 레귤러를 하나라도
제대로 파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매치드그립에서도 또
French Grip, German Grip, American Grip
3가지로 분류되고 사실상 이 세가지를 양손으로 제대로 하는 것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프렌치 그립은 엄지손톱이 하늘을 보는 그립으로써 주로 손가락을 주로
쓴다.
져먼그립은 손등이 하늘을 보는 그립으로써 손목을 주로 움직일때 편하다
아메리칸그립은 프렌치그립과 져먼그립의 중간으로써 손등이 45도정도 기울어지게 하늘을
보는 그립이다. 손목과 손가락을 둘다 쓰기 편하다.
사실상 오른손은 이 3가지를 모두 사용한다. 하이햇을 칠때나 라이드를 칠때 본인도 모르게
프렌치그립을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른손은 워낙 영리[?]해서 어떤그립이든
잘 소화해낸다. 하지만 왼손으로 이3가지를 모두 해내려면 매우 많은 연습이 필요하며, 이게
바로 매치드그립하나도 제대로 하기 힘들다는 이유이다.
프렌치그립에서는 엄지와 검지의 역할이 크다. 데이브 웨클의 Back to the Basics 비디오를
보면 처음엔 엄지와 검지만으로 리바운드를 쓰라는 지침이 나온다.
엄지와 검지는 시소의 중심역할을 함과 동시에 움직임의 핵이 되기도 한다.
특히나 엄지의 중심과 스틱의 중심이 평행이 되면서 일치기 되어야만 더욱 리바운드가 잘 된다. 엄지와
검지의 끝이 가까워질수록 리바운드가 안 된다.
나머지 세손가락들로 스틱을 튕겨주면 훨씬 더 스틱이 잘 튈것이다.
저먼그립에선 검지, 즉2번손가락의 역할이 비교적 작아지는 반면 3,4,5번 손가락의 역할이 커진다.
엄지의 역할은 줄어들지 않는다.
유명드러머들중에 2번손가락을 거의 편채로 치는 장면을 많이 볼수 있는데, 1번과 2번은 시소의
중심축역할만 하고 3,4,5번이 리바운드를 수행할때 이런장면이 목격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이먼 필립스는 저먼그립에서도 1,2번 손가락의 활용도가 매우 높다고 인터뷰한바 있으니
이마저도 일률적이라고는 할수 없다.
그립의 특성상 몰러테크닉처럼 손목을 꺾는 동작이 나올때 훨씬 편하고, 리바운드보다는 손목을
사용하므로 물렁물렁한 탐탐류를 빠르게 연주할때 유용하다. 물론 앞서 말한 사이먼 필립스나 팻 토피처럼
저먼그립으로도 엄청나게 리바운드를 활용할수 있다.
오른손 레귤러/왼손 매치드, 양손레귤러까지 그립의 최고권위자인 빌리 코뱀은 스네어를 칠때는
프렌치 그립을 쓰다가 탐탐을 칠때는 저먼그립을 사용한다고 인터뷰한 바 있다.
드럼을 처음 배울때 흔히 저먼으로 배우는 이유는 드러밍의 기본이 손목이기 때문이라고 볼수
있다. 손목만으로도 충분히 빠르면서 강하고 섬세한 플레이를 할수 있으나, 손가락만으로는 강력한
플레이를 할수 없다.
여기서 중요한것은 저먼그립에서도 손가락, 즉 리바운드가 어느정도 쓰이고, 프렌치그립에서도 손목이
어느정도 쓰인다는 점이다. 절대 손가락, 즉 리바운드만으로 하지도 않고, 손목만으로 쳐서는 안된다.
단 5프로라도 보조적인 동작이 필요하다.
따라서 프렌치그립을 연습 많이 하면 저먼그립에도 도움이 되고, 저먼그립을 연습해도 프렌치에
어느정도 도움이 된다.
3가지 그립에서 공통적인 점이 있는데, 스틱을 올리는 힘과 내리는 힘의 밸런스이다.
올리는 힘은 말 그대로 스틱을 위로 드는 것이다. 스틱을 높이 들지 못하면 당연히 파워도 적어지고, 물렁물렁한 탐탐에선
더욱 파워와 스피드가 작아진다. 중력이 있는 한 내려간 손을 다시 빨리 올리는데 팔목의 윗쪽 근육이 쓰인다.
올라간 스틱을 멈추게 하고, 다시 내리는데 팔목 아래쪽 근육이 쓰인다. 아니, 내리지 않더라도 멈추게만 하는데도 아래쪽
근육이 쓰인다.
이동작을 빨리 하면 근육이 그만큼 많은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스틱을 올리기만 하고 내리는 힘이 너무 약하면 올리는데만 치중되는 나머지 스틱이 타면에 닿기도 전에 다시 위로 올라가게
될 것이다.
또한 내리는힘 자체가 아주 없다면 스틱이 올라가다가 멈추고 내려가야하는 시점에서 스틱은 계속 올라가기만 하다가 손목이
꺾이게 될것이다. 반대로 올리는힘이 없고 내리기만 하면 손목이 아래로 꺾여서 부상당하게 될것이다.
근육운동학에선 이런걸 길항근 즉 서로 반대되는 근육의 역할이라고 한다. 걸을때 다리를 뻗는 역할과 다리를 구부리는 역할이 둘다
있어야 하고, 권투선수가 주먹을 내미는 힘과 주먹을 끌어들이는 힘이 공존해야 하며 여기서 언밸런스가 생길경우
부상이 생기는 것이다.
내리는힘 즉 팔목아래근육을 너무 사용하면 농구공을 튀길때 손바닥을 땅바닥까지 내렸다가 올리는것과 같다.
이렇게 하면 절대 공이 올라오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렇게 스틱을 짓누르는 방식은 리바운드사용에서 역효과일뿐이다.
많은 이들이 이런 불필요한 내리는힘을 경계한 나머지 내리는 힘 자체를 부정하는 경우가 많다.
리바운드도 태생적으로 스틱을 움직여야지 생기는것이고, 가만히 있는데 스틱이 혼자 움직이진 않는다. 최소한의 힘이
동반되어야만 리바운드가 생긴다.
아무리 중력이 있다 한들 농구공을 튀길때도 최소한의 힘으로 손바닥을 아래로 움직여야만 공이 튀기지 손바닥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데 공이 혼자 움직이진 않는다.
중력은 아래로 작용하므로 내리는힘을 덜 쓰라는 말은 맞지만 아예 쓰지 말라는것은 틀린 말이다.
이렇게 최소한의 내리는 힘조차 써선 안된다고 말하는것은 걸을때 다리를 구부리지 말고 편채로만 걸으라고 하는것과 같다.
스트록을 하면서 자신의 팔목에 손을 대고 아래쪽근육이 움직이는지 느껴보라. 아니, 아래쪽 근육에 마취주사를 놓고 스트록해보라.
내리는힘이 불필요하다면 마취상태에서도 똑같이 스트록이 가능할것이다.
무턱대고 힘을 빼라는 설명은 이처럼 매우 애매모호하다. 언제 어디에 힘을 넣고 언제 어디에 힘을 빼느냐가 정확한 설명이다.
이렇게 근육운동학이나 에너지역학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는 이들은 사실 자기 자신은 연주는 잘 하면서도 자신이 어떻게 치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어떤이들은 락드러머들은 그립이 다르고 리바운드를 안 쓰며 힘으로 드럼을 친다고 한다.
심지어는 오른손능력의 반도 안 되는 왼손을 갖고 있는 어느 재즈드러머는 자기는 락드러머가
아니라서 왼손연습따위는 하지 않고 스윙으로 부드러운 터치연습이 충분하다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한다.
위의 주장을 하는 이들은 재즈가 왠지 고급스럽다고 생각하면서, 왼손그립은 불안한데 연습은 하기 싫고, 나쁜건 죄다
락드러밍이라고 뒤집어 씌우고 싶은 족속들일 뿐이다.
버디리치도 왼손컴핑을 아무리 많이 해봐야 오른손 심벌레가토의 50퍼센트 이상은 하지 않는다.
락드러머 전용 그립따위는 없고, 대부분의 훌륭한 락드러머들은 리바운드를 사용한다.
아메리칸그립은 이 둘을 적절히 혼합해서 잡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마찬가지로 오른손은 잘 적응할것이다. 왼손에만
신경써야 한다.
레귤러그립이 보다 섬세한 연주를 하기 쉬운데는 스틱의 각도의 영향이 크다.
굳이 스틱의 높이를 조절하지 않더라도 헤드의 타면과 스틱의 각도를 크게 하면서 볼륨을 적게 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타면과 스틱의 각도가 평행할수록 리바운드와 파워가 좋아지는건 직접 테스트해보면 쉽게 알수 있을것이다.
매치드그립은 각도변화를 주는게 쉽지 않아서 스틱높이로만 볼륨조절을 해야 한다.
스틱의 1/3 지점이 무게중심이고 거기에 엄지와 집게를 말아야 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1/3지점에
손가락을 가볍게 말고 스틱이 기울어지는지 확인해 보라. 거의 대부분의 스틱은 2/3 쪽으로 기울어진다.
1/3지점은 스틱을 잡기 편한지점이지 무게중심은 아니다. 게다가 데니스 챔버스 같은 드러머는 새끼
손가락이 스틱에 닿지 않을 정도로 스틱의 끝을 잡는다.
양손의 그립이 똑같아야 한다는 말도 양손을 다르게 잡는 이언 페이스를 보면 정설은 아니라는 생각은 든다. 왜냐하면 애초에
인간의 양손의 모양이 똑같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될수 있으면 비슷한 모양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어떤 그립을 사용하든간에 스틱을 손바닥에 완전히 밀착이 되도록 꽉 잡으면 안 된다. 리바운드를 전혀 사용할수 없기 때문이다.
될수 있으면 손가락들과 떨어지지 않게 하면서 손바닥과 스틱과의 공간은 어느정도 유지되는게 좋다. 손가락을 움직이려 노력하지
않고 이것만 잘 지켜도 어느정도 리바운드를 활용할수 있다.
아주 빨리 칠때는 테리 보지오나 비니 칼리우타처럼 새끼 손가락이 스틱에서 떨어지기도 하지만, 제프 포카로나 버디 리치는 이마저
도 항상 붙어 있는 영상을 볼수 있다. 즉 어느정도 기본적인 룰만 지키고 개인적인 특성은 어디에나 허용된다.
첫댓글 그립에 대한 가슴 후련한 끝판왕 명강의 입니다~! 3번 정독 했습니다...!
아메리칸 그립이란 말은 근래에 나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 됩니다.
뭔가 좀 끼워 맞춘듯 한 말 같습니다.
20여년전에 제가 구했던 책에도 사실 아메리칸그립이란 말은 없었습니다. 요즘 드럼매거진이나 인터넷에서 흔히 들을수 있지만 어원까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정말 좋은 내용입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