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먼저 대구에서 청년문화기획자로 활동하고 계신데, 문화기획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저는 원래 큐레이터가 되고 싶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기회가 돼서 미술관에서 인턴쉽을 하게 됐는데, 너무 답답하더라고요. 직접 일을 해보니 큐레이터로서 할 수 있는 범위가 굉장히 좁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보다는 심심한 일들이 많아서 저랑은 좀 안 맞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던 중에 학교에서 일상문화, 지역문화를 발견해내고 기록하는 ‘문화지도’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는데, 어느 순간 제가 늘 다니던 공간, 늘 다니던 캠퍼스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공간 곳곳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어떤 사람이 있었는지 알게 되니까 늘 다니던 공간임에도 공간마다의 스토리가 상상되고 기시감이 들면서 입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한 거예요. 이런 경험 때문인지 문화와 관련된 일들을 학교 안에서만 배우는 것이 아닌 학교 밖에서 현장감각과 동반해서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앞서 느꼈던 느낌처럼 그런 공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참여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해 청년기획자로서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혹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저는 사실 제 직업이 문화기획자라고 생각한 적도 없고, 문화를 기획할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기획자라는 이름은 되게 무거운 타이틀이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동기부여를 하는 사람에 가깝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청년’이라는 말도 제가 스스로 ‘청년’이라는 따옴표를 지어서 생각해 본적이 없어요. 저는 저의 인생을 사는 거라고 생각하지, 그걸 따로 범주화해서 청년, 중년, 노년이라는 어떤 단계별로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는 거 같아요. 그것보다는 여러 가지로 많이 부족하지만 의지가 있는 상태, 열정이 있지만 경험이 부족한 상태가 ‘청년’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걸 하는가’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눈치 보면서 어디에 맞추려고, 혹은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선택들 보다는 조금은 어려울 수 있지만 오히려 확실히 남는 선택은 ‘내가 하고 싶은 걸 하자’라는 생각인 거 같아요. 그 과정 속에서 내가 배우고 길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