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갖게 되는 자신의 위치나 책임감, 명분이 얼마나 중요하게 사람을 뿌듯하게 하거나 절망스럽게 하는지를
세상은 혼자사는게 아니다. 왜 이 나이가 들어 이것을 깨달을까.
눈높이라는 것은 중요하기도 하지만 때로 보잘것 없다. 맞출줄 알아야 눈높이지...
추운 겨울 밤 거리를 만차가 된 버스에 몸을 싣고 돌아오는 길.
마음이 허전한것이 술 한잔 그리웠지만 그리움은 그리움대로 비워줘야 또 그게 상념을 낳는 것이니까
인정하자고, 당연히 춥고 외로우니 누군가도 춥고 외롭게 사는 모습을 기억할 수 있는 단막 드라마의
머릿속에 박힌 영상처럼 말이야.
누군가는 두 번의 결혼을 앞두고 설레이는 건지, 두려운 건지. 사랑이라는 무형을 인간은 얼마나 갈구하는지.
유효시간 삼년이면 이미 다 지치고 서로를 인정하며 소통할 수 있는 인연이라면 추천이라도 할만하지만
사랑에 빠진 남녀한테 누구의 말이란 것은 귀에 거슬리는 일임을 알기에.
현명하게 제2의 동반자를 만나길 바랄 뿐이다.
버스정거장 안에서 차문에 끼인 다리를 잡고 아파하는 한 남자.
저마다 웅성거리며 나서는 이가 없다. 어찌 이런 일이.
그는 일어서지도 못하고 있다.
보다 못한 내가 "기사님 여기 사람이 다쳤는데 와서 보셔야지요. 어찌 다친 사람 잘못이라 하시는지요. 기사님은 승객을
안전하게 모실 의무가 있는데 지금 정원초과도 잘못이고 안전에 대한 것도 잘못인데 어찌 큰 소리를 되려 치시는가요"
한바탕 큰 소리로 말을 하고 나니 기사님은 잘못을 수긍하고 병원에 데려가겠다고 했다.
저마다 자리를 양보하고 그 남자가 좌석에 앉길 바랬지만 그는 너무 아픈 나머지 일어설 줄 몰랐다.
나는 또 한마디 거들어서 "남자분들이 서로 일으켜 도와주셔서 자리에 앉혀 주셔야 돼요"
그러자 몇몇의 남자들이 그제서야 꾸므적 꾸므적한다.
일단 정리. 누군가가 내가 위험에 닥치거나 서로 도와줄 때 그것이 작은 일일지라도 회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는 것, 정의감 혹은 용감, 용맹무모,
허나 가끔 그러한 것이 당연한 것인데 우리는 저마다 나 자신에게만 급급하여 사는건 아닐까.
욕망과 욕심으로 어우려져 머리털 검은 것은 절대 믿지 말라고. 머리속 이론가들은 더더욱 변절자가 많아
가짜와 사기와 아부가 판치는 세상에서 그래도 말이야 진정 어려울때 나설 수 있는 용기는 삶의 또다른
성찰을 가져다주거든,
내가 커져간다는 것은 나에게서 느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서 베풀었을 때 느끼는 것이란 걸.
눈에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 진짜 사람 아닐까.
그래서 스스로에게 "홧팅"을 외쳐보고 툭툭 내 어깨를 두드려 줄줄 아는 것.
세모의 길목에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다가 가끔 하늘을 올려다 보거나 우리 옆에 있는 사람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도 나의 일과만큼이나 소중하다는 걸.
그래 잘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