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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시킬 것이 많은 이 드라마.
벌써 나온지가 제법되어 많은 사람들이 멋진 사진과 함께 여러가지를 올렸네요.
저는 그냥 제가
웃었던 장면,
숙연해졌던 장면,
눈물 흘렸던 장면들에 있었던
대사들을 모아봅니다.
이 드라마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순간에 이런 대사들이 있었는지
알아차릴 터이지요.^^
<1회>
미친 게 아냐, 그냥 그렇게 태어난 거지.
오버하지마.
넌 제발 오버좀 해라, 새꺄.
무슨 사인이 상영문자냐?
상형, 상영이 아니라.
아프고 고통스러웠던 기억,
처절하게 후회했던 기억,
남을 상처주고 또 상처 받았던 기억,
버림 받고 돌아섰던 기억
그런 기억들을 가슴 한구석에 품고 살아가는 자만이
더 강해지고
뜨거워지고
더 유연해질 수가 있지.
행복은 바로 그런 자만이 쟁취하는 거야.
사복 입으니까 꽤 멋지네. 꼭 외상값 받으러 온 호스트 같애.
존대하는 법을 모르면 최소한 알아듣게라도 말해.
인격이 고장난 사람, 양심에 구멍이 뚫린 사람, 눈빛에 온기가 전혀 없었던 사람, 그런 여자.
그 여자 무서웠어?
좋아했어... 좋아했어 내가.
<2회>
안좋은 추억일 수록 여기(가슴)에 더 오래 남는대.
아, 진짜 한 대만 때려보고 싶다.
다음에 또 봐.
그럴 리가.
예쁘네. 탐 나.
모자 쓰지마. 예쁜 얼굴 안보여.
도망치는 거 형 때문이라고 생각했거든.
나비건 뭐건 형체도 없는 그 딴 거에 쫒겨다니면서 이게 다 형 때문이라고.
그런데 오늘 처음 그런 생각이 들더라.
실은 내가 도망치고 싶어서 우리 형 등 떠매고 다니는 게 아닌가.
원래 사는 게 죽을 만큼 힘들 때, 도망치는 게 편하거든.
억지로 갈라놔도 절대 떨어질 수 없는 게 있어.
잘 컸다. 이 정도면 성장이 아니라 진화라고 봐야지.
원하는 게 뭐야? 그거 얻기 전에는 물러날 생각 없잖아. 그러니까 목적만 말해. 뭐야?
얼른 먹고 떨어져라?
그래준다면야.
너. 먹고 떨어질께. 문강태 나 주라.
왜 하필 나야?
자꾸 탐이 나.
그러니까 왜?
예뻐서.
그렇잖아. 구두, 옷, 가방, 자동차, 내 눈에 예쁘면 탐이나는 거구, 탐나면 가져야지.
돈주고 사든, 몰래 쌔비든, 억지로 빼앗든 가지면 그만 아냐?
욕구 말고 무슨 거창한 이유가 있어야 돼?
아프냐? 나도 아프다.
죽고 싶냐? 난 더 죽고 싶다.
안 괜찮아도 괜찮아!
<3회>
강태씨하고는 어떻게 아는 사이야?
왜 그건 모르는 척이 안되니?
나는 그게 그렇더라. 사람과 사람 사이를 어떻게 똑 떨어지는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지?
만날 때마다 생과 사를 오갈만큼 극적이었고, 그 순간마다 서로가 서로한테 반전이었어.
그런 우연이 쌓이고 쌓여서 어쩌다 여기까지 흘러왔다면 그건 무슨 사이라고 해야돼?
운명 따위로 퉁치는 건 좀 진부하잖아. 그치?
알았어. 오늘은 그냥 갈 께. 대신 다음에 또 튕기면
그 땐, 납치할 거야!
주정아냐.
주접이지.
울 거면 나가요.
동화란
현실세계의 잔혹성과 폭력성을 역설적으로 그린
잔인한 판타지예요.
'흥부전'에서
흥부는 장남이 아니라서 가난했다. 즉 장남한테 몰빵한 유산상속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미운 오리새끼'의 교훈은
남의 새끼 키워봐야 헛수고니
니 새끼 간수나 잘해라.
'인어공주'의 교훈은
약혼자 있는 남자를 넘보면 천벌을 받는다.
'임금님귀는 당나귀'의 교훈은
속병이 안나려면 뒷담화를 까라.
동화는 꿈을 심어주는 환각제가 아니라
현실을 일깨워주는 각성제다.
그러니까 동화 많이 읽고
제발 꿈 깨세요.
밤하늘의 별을 보지 말고 시궁창에 쳐박힌 발을 봐야지.
그게 내 현실이고 그 현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Everybody be happy. Happy, happy.
참 잘 논다. 그치?
나 그냥 너랑 놀까? 그럴까? 우리 뭐하고 놀까?
혼잣말 한 거야.
<4회>
너는 죽을 때까지 형 옆에 있어야해.
키우는 건 엄마가 할테니까 너는 지켜주고 챙겨주고 그러면 돼.
엄마가 너 그러라고 낳았어.
혼자보내면 안될 것같아서.
도망치고 싶은 얼굴하고 있으면 그 때 내가 확 들고 튀어줄께. 기대해.
너는 무슨 꽃 좋아해?
안좋아해. 봄이 오는 게 싫어. 또 떠나야 되니까.
참 내말 잘 씹어 먹어. 맛있냐?
내가 왜 애야?
예쁨 받고 싶어하는 게 보여.
약속...그 딴 건 코 풀고 버리는 휴지 같은 거야. 볼일 봤으면 버려야지.
차 세워.
왜? 오줌 마려?
내가 까먹었어.
뭘?
네가 남들이랑 다른 사람인 걸 잠깐 까먹었어. 나도 모르게 너한테 뭘 기대하고 있었나봐.
나한테 뭘 기대했는데?
이제 없어 그딴 거.
넌 몰라. 네가 지금 어떤 감정으로 날뛰는지 너도 모른다구.
속은 텅 비었고 그냥 소리만 나. 깡통처럼.
그러니까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에 대해 다 안다고, 다 이해한다고 착각하지마.
너 죽을 때까지 나 몰라.
그러게 여긴 오지 말았어야지.
엄만...참...따뜻하구나.
아이가 원한 건
먹이였을까?
엄마의 온기였을까?
<5회>
따뜻하다.
배고파.
밥이나 줘. 네 팔 다리 다 뜯어먹기 전에.
누가 누굴 동정이야?
네 거짓에는 진정성이 있어. 속아주고 싶을 만큼.
형은 내 얼굴을 항상 보고 있어. 내 눈빛, 눈썹모양, 입꼬리, 주름살...
표정을 관찰해서 내 기분을 파악해.
온몸이 찢어질 듯 아파도, 마음이 죽도록 괴로워도
내가 억지로 웃어만주면, 형은 그걸 보고 내가 행복하다고 믿어.
형이 그렇게 생각하면 그만이야.
가짜여도 상관없어. 웃어주는 건 어렵지 않으니까.
그럼 나한테도 웃어줘. 어렵지 않다며. 웃어봐.
어렸을 때 좋아했던 그 여자, 생각날 때 있어? 보고 싶어?
아니 잊고 싶어.
와, 엄청 나쁜년이었나보네.
아니 엄청 나쁜 놈이었지. 내가.
그앤 나를 살려줬는데 도망쳤어. 비겁하게. 그 뒤로 쭉 도망치는 중이야.
그런데 아까 왜 왔어? 도망쳤어야지 나한테 달려왔잖아.
그래서 지금 후회 중이야.
그래도 뭐...멋있었어.
좋아해? 맞네. 고백은? 나는 했는데.
사랑해, 사랑한다고, 사랑한다니까! 이렇게 뜨겁게 고백했지.
침 흘리지마. 걘 예전부터 내꺼였어.
넌 네가 찍으면 다 네꺼지.
니께 안되면 망가뜨려서라도 손에 집어 넣고 데리고 놀다 싫증나면 가차없이 내다 버리겠지.
그게 사랑이니? 네 집착이고 탐욕이지.
까고 있네. 호박씨, 내숭, 가식.
착한 척, 약한 척, 순진한 척.
그래서 네가 애들한테 왕따 당한 거야
알아?
난 니꺼 아냐.
일어나 밥 먹어. 우는 것도 기운이 있어야 실컷 울지.
네가 강태 좋아하는 거? 이 동네 개도 알아.
강태야. 안하던 짓 하지말자. 너 그럼 수절해 임마.
요절. 수절 말고.
나 요새 자꾸 까먹는다.
뭘?
다.
상처도, 나비도, 심지어 형까지. 다 잊어버릴 때가 가끔 있어.
그러니까 니가 가끔씩 이렇게 알려주라. 나 정신 바짝 차리게.
알았어. 알았으니까 제발 좀 그렇게 웃지 마.
왜? 조커같니?
아니, 척키같애 임마.
형이 더 좋아. 형이 내 전부야.
너 설마... 알고 있었어?
갈 께. 기다려.
<6회>
피하고 싶었어. 계속 모르는 척 외면하고 싶었어.
왜?
그 앤 나를 살려줬는데 나는 도망쳤어. 비겁하게 그 뒤로 죽 도망치는 중이야.
가증 떨며 연기하는 데 지쳤니? 왜 이제와서 아는 척이야.
제대로 끝내고 싶어서.
고마웠어. 그날 얼음강에서 날 구해준 거.
미안했어. 먼저 좋아해좋고 도망쳐 버린 거.
돌아서는 순간부터 후회했어.
그날 여기까지 와서 이 얘길 못했어.
그 게 미련이 남아서 두고두고 널 잊지 못했나봐.
이젠 별 미련이 없어?
형 하나로도 충분해. 충분히 버거워.
형은 되고 나는 왜 안돼? 나도 책임져. 나도 너 필요해.
나 더이상 누군가한테 필요한 사람 되고 싶지 않아.
넌 나 거절 못해. 내가 살렸고 내가, 내가 구한 목숨이야.
그래서 고맙다고 했지.
네가 그 날 건져올려준 덕분에
내 이번 생은 진짜 거지 같거든.
가면 죽여버릴 거야. 넌 도망 못가. 넌 내꺼라구.
가지마 나랑 같이 살자.
놔.
그건 상태꺼야. 네 꺼 아냐.
나는 내꺼야. 문상태는 문상태꺼야.
문상태는 네꺼 아냐. 나는 내꺼야. 너 꺼 아냐.
니네 형은 너 버렸어. 이젠 네가 선택해. 너도 형을 버릴지, 아니면 형한테 평생 붙잡혀 살지.
그 때 처럼 등신같이 이랬다 저랬다 하지 말고.
난 형을 지켜주는 사람이 아니야.
난 형 꺼 아니라구.
난 내꺼야.
문강태는 문강태꺼라고.
형같은 거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오빠 걱정하지마. 걘 오빠 못버려.
좋아하는 일, 좋아하는 사람, 그거 막는 거 아냐.
막아지지도 않구.
이거 대박 아니면 쪽박인데요.
지킬 거야. 너랑 한 약속이니까.
마을 사람들은 왜 푸른 수염을 무서워했지?
지네들이랑 다르니까. 수염이 푸른색이잖아.
그럼 무서운거야?
그런가봐.
다르면 성에 혼자사는 거야?
아니. 푸른색수염이라도 상관없다고 , 정말 괜찮다고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진짜 신부가 언젠가 나타나겠지.
도망가. 도망가 빨리. 당장 꺼져, 당장 꺼져.
그래...안갈께.
<7회>
너는 잘 때 개소리를 내. 끼깅.
내가 그래? 이상하다. 나 아픈데 없는데. 이제 알바도 거의 안하는데. 나 진짜 안아픈데.
마음이 아파서.
몸은 정직해서 아프면 눈물이 나지.
근데 마음은 거짓말장이라 아파도 조용하지요.
그러다가 잠이 들면 그 때서야 남몰래 개소리를 내며 운다. 끼잉.
그렇게 눈치가 없냐?
그러게요. 제가 눈치가 있었으면 대표님 믿고 여기까지 안왔을 텐데.
자르고 싶은데 잘라지지가 않아
뭐가?
엄마
죽고 싶어?
그래 나 죽고 너 살자.
해꽂이 당하겠니? 내가? 해치면 해쳤지.
가고 싶은 데는?
모텔
먹고 싶은 건?
너.
세월이 얼만데? 1000원? 2000원?
내가 아픈 게 아니라 고픈 거였네. 먹으니까 눈에 살기가 살살 도는 게 이제 좀 살 거 같네.
난 먹이 앞에선 제어가 안돼. 먹어도 먹어도 배고파. 속이 텅 빈 깡통이라 그런가?
미안해. 그 때 내가 헛소리 했어. 아니, 너 깡통 아냐.
아니면?
뭐...깡패?
형도 강태 너무 믿지마. 그러다 내꼴난다.
네 꼴?
닭 쫒던 개!
시큰둥이 아니라 참는 거야.
왜 참아?
누구나 너처럼 하고 싶은 걸 다하고 살지는 않아.
참지마. 그게 뭐 어려워? 네 안전핀 내가 뽑아줄까?
궁금해. 네가 안참고 터지면 어떻게 되는지.
나중은
죽기 전에 언젠가.
근데 여기 왜 걸어?
경치 좋은 데 걸으면 좋잖아. 머리도 맑아지고 기분도 나아지고.
나는 다리만 아픈데 시간도 아깝고.
업어줄래?
나한테만 집중해.
나 품은 거야?
나랑 놀라고 하루 쉬었어. 끊어.
누가 데이트래?
그럼 오늘 이건 뭐야? 썸이야? 간 본거야? 찔러봤니? 데리고 논거야?
좋다. 사귀자!
꺼져
뭐?
꺼져...너한테 그 소리를 몇번 들은 줄 알아? 어젯밤에도 예전 그날에도.
그래서?
어젯밤엔 그 소리가 가지말란 소리처럼 들렸어.
예전엔 도망쳤지만, 오늘은 같이 있어줘야 될 것같아서.
그게 다야.
어제 악몽 꿨어. 내 악몽에는 늘 내 엄마가 나와.
그 꿈을 꾸고나면 기분이 진짜 엿같애.
근데 오늘은... 썩 괜찮아.
그게 만약 그리움이 아니라, 두려움이면요?
우리 엄마도 저 위에서 나한테 미안해하고 있을까? 가슴치면서 후회하고 있을 까?
그랬으면 좋겠냐?
응....아니...
어머니, 왜 우리 강태한데 왜 그랬어요? 왜? 상태형만 아들입니까? 아픈 자식만 자식이예요?
왜 애를 차별해서 애가 덜크게 만들어요?
미친놈.
거기서 딱 60년만 기다려요. 제가 어머니 만나면 아주 그냥 콱!
세상 에미 다 죄인이지. 아무리 그래도 니네 엄만 좀 봐드려.
그 시절 남편 없이 여자 혼자 애 키우는 거?
어휴. 딸 하나 둔 나도 골백번은 도망치고 싶었는데, 니네 엄마는 사내애를 둘씩이나 건사했어.
거기다가 상태 걔는 좀 유별나? 네가 옆에서 형 보호자로 살아봐서 잘 알 거 아냐? 그게 얼마나 힘들고 막막한지.
자, 우리끼리만 한 잔 하십시다!
그래 모르는 게 약이다. 차라리 기억하지마. 그게 나아.
너 나 때렸냐?
너는 칼로 그었지.
눈 감아봐
눈은 왜?
감아봐
어서 본 건 있어가지고.
형
응?
엄마 보고 싶다.
응, 나도 짬뽕 먹고 싶다.
잘 걷지도 못하면서 무작정 달리려고 하지 마요. 나처럼.
아프면 쉬고, 슬프면 울고, 좀 주저앉아 있어도 돼요. 그러다 보면 다시 달릴 수 있는 날이 꼭 옵니다.
저 영감이 약을 먹었나, 왜 그렇게 빨라?
이제 좀 어깨가 가볍네요.
나는 너무 오래 묶여 있어서 목줄 끊는 법을 잊어버렸어.
잘했어 고문영. 네가 끊을 수 있게 도와줬잖아.
너도 네 엄마처럼 될 거야. 절대 못 벗어냐.
아니, 난 달라.
너 머리가...
나...목줄 잘랐어.
나 버섯머리 싫어.
늦었어. 가위는 내 손에 있어.
나 어때?
이쁘다.
<8회>
축하말고 칭찬.
다른 사람이 내 몸 만지는 거 싫어. 너만 예외야. 너만 만져.
나 진짜 예뻐?
그래 예뻐.
나두 내가 너무 예뻐.
형이랑 싸우지 말고 있어.
빨리와. 늦으면 죽어.
착한여자나 나쁜년이나, 하필 꼭 같은남자한테 꽂혀가지고...
강태말고 망태.
명령아니고 부탁이야.
어떻게 참아지는데? 너 참는데 고수잖아.
나만 참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내가 참는게 형을 보호하고 지키는 유일한 길이거든.
그래서 우리가 운명인가봐. 넌 잘 참고 난 잘 터뜨리고.
안전핀과 폭탄.
결국 우리는 세트야. 운명이고.
이 펜보다 니가 훨씬 멋있어. 그러니까 질투하지마.
나 정직 먹었어. 그 동안 월급도 한 푼 안나올거고, 조만간 고소장도 날라올거래. 완전 다 엉망진창이야.
네가 전에 그랬지? 언제든 내가 원하면 납치해준다고.
나 너랑 놀러가고 싶어. 지금이야.
가자.
<9회>
나 여권 없는데.
너 어디 별나라에서 왔니? 요즘 여권 없는 사람이 어디있어?
난 아닌데
내려. 너랑 같이 있으면 어디든 달려가 들이받고 싶으니까.
나 좀 이상하지?
좀이 아니라 상당히.
내가 왜 이럴까?
사이코 바이러스.
고작 하루 놀자고?
나는 하루라도 충분해. 고작 그 하루가 나한테는 평생 꿈꾸던 일탈이야.
너 말야, 가끔 보호사가 아니라, 조련사같애.
조련사?
왠지 너한테 자꾸 길들여지는 기분이 들어.
나는 오히려 그 반대인데. 너땜에 내가 자꾸 안하던 짓을 해.
아까 아무소리도 안들리고 아무것도 안보였어.
내가 미쳤었나봐. 도저히 참아지지가 않더라.
미쳤어가 아니라...멋졌어.
나한테도 참지 말지.
어디 서커스 나가?
너는 야반도주하니?
편한 옷은 없어?
옷은 벗어야 편하지.
좀 평범한 것 없냐고.
평범한 건 싫어.
왜?
평범하니까.
피난가니?
어이구, 어디 왕진 나가세요?
촌스럽게 처음 놀러가는 거 티내지 말고 너는 그냥 나만 챙겨.
나는 배가 안차면 말이 잘 안나와.
옷을 과하고 화려하게 입는 사람의 심리는 뭘까요? 뭐 자기과시욕, 이런 거겠죠?
그 반대지. 자기 보호.
연약한 나를 지키기 위한 무장.
일종의 갑옷이야, 갑옷.
그래 좋아 놀자. 대신 업어줘.
무서우면 노래라도 불러보든가.
노래? '내가 만약...외로우면...'
하지마.
왜?
무서워.
죽을래?
내가 걔옆에 붙어있는 거예요. 도저히 혼자 둘 수 없는 애니까.
너무 외로워서.
근데 그걸 들키는게 너무 싫어서 막 사람들을 밀어내는 참 이상한 애니까.
그게 닮았네요, 두 사람. 그래서 서로한테 끌리는 걸까요?
사람이 사람한테 반하는데는 아마 수많은 이유가 있을 거예요.
음...웃는 모습이 예쁠 때,
술 취해 볼메서 막 쌍욕을 날릴 때,
다짜고짜 싸다귀 날릴 때.
강태씨도 아마 그 어떤 이유를 문영이한테서 발견했겠죠.
마음이 통하는 친구같은 건, 원래 없어.
등 보이지마.
재밌어. 너랑 있으면. 자꾸 웃게 돼.
누가 더 좋아하는 걸까?
더 잘 참는 사람.
왜?
사랑은 오래 참는 거니까.
제발 이대로 가만히 자. 자, 얼른.
머리 만져주면 잘 잔대든데.
내가 그랬잖아. 나도 이제 참아지지가 않는다구.
이제... 더 도망은 못가겠다.
어디갔다 왔어?
전에 못준게 있어서.
뭐?
이번에는 밟지마
예쁘다.
너도.
<10회>
이제 나 따라오지마. 집에 가. 나는 형이랑 있어야 돼.
넌 비겁했어도 독하진 못했어. 도망 갔다가 결국 다시 와서 형을 구했으니까. 너는 잘못 없어.
'정말 죽었으면 좋겠다', 그 생각으로 도망쳤어.
형이 그걸 알아. 그리고 너도 알았잖아.
난 무죄할 수 없어.
그래서 속죄의 제물로 네 인생을 통째로 형에게 바치겠다고?
그날 그 강에서 왜 날 살렸어? 그냥 죽게 두지.
그 때 죽었으면
이 따위로는 안살았지.
부모님이 이름 참 잘 지으셨네. 상인...엉? 딱 봐도 장사치.
어어 그쪽은 재수가 없어가지고 조재수인가?
이제 아가리 닥치시는 게...
자폐는 스스로 문을 닫았다는 뜻이잖아요. 강태씨는 형이 그 문을 먼저 열어주기를 기다리는 거예요.
지박령이 따로 없구만. 선뜻 다가오지도 못해. 그렇다고 떠나지도 못해. 저게 딱 지박령이지 뭐.
자네랑 형, 꼭 이인삼각 뛰는 것같애.
서로 발목을 잡고 있는 걸까요?
아니, 서로 의지하고 있는 거지. 한 사람이 삐끗할 때 다른 사람이 잘 버텨주면 절대 같이 안자빠져.
악착같이 버텨봐. 혹시 알어? 언젠가 형이 자넬 붙들어줄지.
형이 다 잊어버린 줄 알았어요. 한 번도 그 날 얘기를 안하길래. 기억에서 지워버린 줄 알았어요.
자네가 그렇게 믿고 싶었겠지. 대부분의 자폐는 기억력이 뛰어나.
아마 스스로 자기 감정을 회피하거나 우리와는 다르게 표현할 뿐이지.
회피?
자네는 피하지 말고 부딪혀봐.
내가 꿈을 꿨어. 형을 두고 감히.
꾸면 안되는 꿈을 꿨어.
주제도 모르고 내가. 내가 그런 꿈을 꿨어.
생각해봤는데 차라리 잘됐어. 이참에 구질구질한 인질노릇이나 때려쳐.
인질?
니네 형한테 인질처럼 억지로 붙들려 사는 거 관두라고.
너 나랑 살고 싶잖아. 나 안고 싶고, 같이 뒹굴고 놀고 싶잖아.
아니.
니 입은 거짓말해도, 그 눈은 절대 거짓말 못해.
나 꿈에서 깼어. 내 잘못이야. 내가 형만 봤어야 됐는데 형이 내 전부여야 됐는데... 니가 뭐라고.
처음부터 너를 막아서지 말 걸. 운명이니 그 딴 소리했던 그 때부터 피했어야 했어. 우린 악연이야.
연기하지마. 나만 보면 웃게 된다며. 그게 어떻게 악연이야?
부탁할 께. 내 인생에서 좀 빠져주라.
나 혼자 두고 어디 안간다며. 그거다...
그거 개소리야. 처음 놀러나가 분위기에 취해서 나오는대로 지껄였어.
나, 우리형 하나로 충분해. 충분히 힘들고 벅차니까 제발,..제발 내 엿같은 인생 그만 흔들고 꺼져.
거짓말. 네가 전에 그랬지. 내 꺼지라는 말이 꼭 가지말란 소리로 들렸다고.
방금 네 말은 제발 잡아달라는 애원으로 들려...가지마.
아니, 넌 그냥 폭죽같은 거였어. 잠깐의 이벤트.
충분히 즐겼으니까 이제 그만 흔적도 없이 사라져주면 돼.
나, 폭죽아니고 폭탄이야.
터지면서 사라지는 게 아니라, 싹 다 죽인다구!
이 망할 자식...아...이미 망했지?
가짜는 나쁜 건데, 엄마는 다 좋아요.
상태씨 엄마는 좋은 분이었어요 ?
나한테는 좋은 엄마, 강태한테는 나쁜 엄마.
밥알 구경 그만하고 얼른 먹어. 미운 놈 떡 하나 더준다는 말 하나도 틀린 거 없어.
나, 너 미워. 미워서 이렇게 열심히 멕이는 거야.
내 딸 맘 패대기치고 엄한 애한테 마음 퍼주니, 당연히 밉지.
방도 빼라해야하나, 눈에 안보여야 얼른 마음이라도 잡을 텐데 골백번 그 생각해?
방... 뺄까요?
니들 쫒아내고 내가 다리 뻗고 잘 자신이 없어서 그건 안돼.
감사는 됐고 이번에 내 사위 안할 거면, 다음 번에 그냥 내 아들로 태어나라. 평생 효도해서 이 빚 다 갚어.
또 태어나기 싫은데
튕기기는.
눈물이 없는 '눈물이'
우리가 환자들한테 늘 하는 말있죠. 내 주변을 행복하게 만들려면 나 자신부터 행복해져야된다.
이기적인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예요.
너무 힘들면 그냥 강태씨 본인 행복만 생각해요. 그래도 돼요.
집...여긴 집이 아니었나?
형 계속 날 안볼거야? 이제 좀 용서해주라.
뭘? 뭘 잘못했는데?
형이 물에 빠졌을 때 도망간 거.
형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못된 말한 거.
나한테도... 나한테도 평범한 형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자주 상상한 거.
그냥 다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미안해. 나, 내가 잘못했어. 나 버리지마. 나 버리지마 형. 내가 잘못했어.
나 버리지마. 나.
미안해.
나 버리지마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울지마. 울지마.
밥은 없고 술은 있는데.
이젠 내가 안무섭니?
무서워. 무섭고... 밉고... 부러워.
싸다귀 한대만 맞자. 너는 우주에서 최고로 못되쳐먹은 년이야.
어릴 때는 친한 애들한테 해꽂이해서 나 왕따 만들어놓더니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남자까지 뺏어가고.
넌 내가 혼자가 되는 꼴이 좋냐?
왕재수. 개 싸가지.
귀엽네.
음 나 귀엽다. 그런데 이렇게 귀여운 나를 두고 강태씨는 너만 좋아하냐?
이뻐서?
깝치지마.
술 취한 거 맞지? 술병으로 얻어맞은 게 아니라.
후려칠뻔 했는데, 지가 먼저 퍼져 버렸어.
누가 좋아?
뭐 각각 다른 의미로 둘 다 좋아.
아니 누가 First고 누가 Second이냐고.
사람한텐 그렇게 함부로 번호표 붙이고 그러면 안돼.
누군가를 좋아하고 아끼고 애틋한 마음은 각각 다 다른 거야.
노랗다, 누르스름하다, 누르끼리하다... 색깔도 명도, 채도 따라 다 다른데, 사람 감정은 오죽하겠니?
정만해도 그래. 고운정, 미운정, 애정, 우정, 욕정.
오색빛깔 찬란하잖아.
오색빛깔 다 섞어놔봐야 어차피 시커먼 색이지.
같이 있다가 혼자만 있으니까 어때? 심정이?
그냥 뭐 심심해.
갑자기 짜증도 막 나고, 밤엔 더 춥고, 배도 자주 고파.
그 감정을 줄여서 한 단어로 뭐라 그러는 줄 알아?
그립다.
그립다.
그립다.
그립다.
그립다.
그립다.
그립다...
욕은 이제 그만. 나 이제 진짜 귀가 막 썩을라고 그래.
아니, 당신 딸은 괴물 아냐. 괴물 아니라구.
진짜 나쁜 사람은 어떤 말도 믿어주지 않는 사람이래.
양치기 소년이 왜 그런 장난을 친 건지 알아?
외로워서.
그 산 속에서 혼자 너무 외로워서 그랬대.
<11회>
다행이다. 다행이야. 다행이야. 괜찮아? 어디 다친데는?
그러니까 난 니네 형한테도 밀리고, 환자한테도 밀리는 3순위였네.
참지 않고 콱 찔러서 여기 눕혀뒀어야 했나?
왜 손을 감아? 내 손이 아프대? 이깢 손바닥 좀 찢어진 거 아무렇지도 않아.
'우린 악연이다. 엿같은 인생 흔들지 말고 꺼져라'. 니가 지껄인 그 헛소리가 훨씬, 훨씬 아프다구.
나 깡통아니라며. 근데 왜 속이 텅 빈 깡통 취급해?
생일 축하해. 보고 싶었어.
열은?
내렸어.
하루만에? 아이씨, 꾀병이었지?
아니, 상사병.
형 옆에는 내가 꼭 있어야 돼. 근데 그런 형을 두고도 나는 너랑 자꾸 놀고 싶어.
니가 전에 그랬지. 운명이 별거냐고. 필요할 때 내 앞에 나타나주면 그 게 운명이라며.
난 니가 필요해.
내가 형 옆에 있을 테니까 넌 그냥 내 옆에 있어.
어차피 가짜면 금방 들켜요. 우리 형한테.
제발 따님을 제게 주십시요, 허락받으러 다니는 사윗감 심정이야.
혹시 나 몰래 죽을 날 받아놨니? 그래서 막 나가는거야?
형한테 맞을 때는 속이 편했는데 막상 치고받고 하니 속이 후련해.
사이코 바이러스 위력이 대단하다. 어떻게 이렇게 딴 놈이 됐냐?
재수야
누구세요? 저 아세요?
나... 원래 이런애야. 문강태는 문강태꺼!
서운해도 네가 좀 이해해주라. 나랑 형 너무 오래 서로만 보고 살아왔잖아. 이제 우리도 남이랑 어울려 사는 걸 배워야지.
그런데 왜 그 남이 고문영인데?
내가 아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니까. 그 사람부터 시작해보려고.
넌 언제쯤 형 신경 안쓰고 너만 볼래? 네 꿈은 없어? 하고 싶었던 거.
세개 정도 있었는데 그 중에 두 개는 벌써 이루었어.
이사 말고 놀러가는 거. 그리고 형이랑 치고 박고 싸우는 거.
시시하지? 근데 나, 미치게 좋았어. 이제 좀 남들처럼 사는 거 같애.
만약에 엄마가 미운오리를 끝까지 사랑해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럼 안 떠났지?
어른이 잘 품어주면, 오리든 백조든 다같이 한 집에 잘 살 수 있어. 형은 남도 품을 수 있는 어른이지?
나 어른이야. 어른. 고길동 같은 어른.
문강태, 고문영, 둘다 빨리 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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